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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18세는 판단력 없다'? 유관순·김주열 부정하는 것"

[이영광의 거침없이 묻는 인터뷰 636] 강민진 정의당 청년 대변인

등록 2020.01.14 11:00수정 2020.01.14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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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12월 말,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골자로 한 공직선거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준연동형 비례대표제가 주로 주목을 받았지만, 그 외에도 중요한 게 더 있었다. 바로 만 18세 선거연령 인하다. 이를 통해 올해 총선 전 생일이 지난 만 18세 일부도 선거권을 가지게 됐다.

선거연령 인하가 가지는 의미가 무엇인지 듣고자 관련 운동을 지속해온 강민진 정의당 청년대변인을 지난 9일 국회에서 만났다. 그는 촛불청소년인권법제정연대의 공동집행위원장을 맡아 선거 연령 인하를 위해 시위, 기자회견 등 여러 활동을 벌여왔다. 다음은 강 대변인과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한 것이다.

청소년이 참여하는 '헌정 사상 최초'의 총선
 

강민진 정의당 청년 대변인 ⓒ 이영광


- 지난 연말 선거법 개정으로 선거 연령이 만 18세로 조정됐어요. 오랫동안 선거 연령 인하를 주장하셔서 기분이 남다를 것 같아요.
"일단 드디어 통과돼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이번 총선은 만 18세부터 참여할 수 있는 헌정 사상 첫 공직 선거입니다. 지금 국회의원 평균 연령이 58세인데요, (만 18세 선거 참여는) 청소년과 청년 문제를 외면해온 정치를 더는 지속할 수 없다는 신호탄이 될 것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 피선거권은 그대로 25세잖이요. 선거 연령이 내려갔지만, 국회의원 평균 연령엔 직접적인 영향이 없습니다.
"젊은 유권자들이 표를 더 많이 갖고 정치적 대표성을 가져서 정치의 주체로 여겨질수록, 청년 국회의원의 당선될 확률이 높아지겠죠."

- 선거 연령 인하 운동은 얼마나 하신 건가요?
"저는 청소년 인권운동을 17세부터 시작했습니다. 청소년 참정권 문제는 청소년 인권운동의 핵심적 사안이기 때문에 투표소 앞 1인 시위, 집회, 기자회견 등 여러 활동을 해왔습니다."

- 청소년 참정권이 인권과 어떤 관계가 있다고 보세요?
"2007년 민주노동당이 2007년 학생인권법을 발의한 이후 10년이 넘도록 제대로 제정되지 않고 있죠. 이런 상황이 나타나는 이유는 청소년은 유권자가 아니기 때문이죠. 청소년 인권을 위해 정치인들이 입법하거나 정책을 만들 이유가 없죠. 그러나 18세로 선거 연령이 낮아지면서 청소년들이 일부나마 선거권을 가지게 됐으니 조금이나마 달라질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 이번 총선은 4월에 치러집니다. 고등학교 3학년 중에서도 4월 15일 이전 출생자가 유권자에 해당할 텐데요, 그 비율이 어느 정도일까요.
"새로 추가된 만18세 유권자가 53만 명이고 그 중 고3이 14만 명 정도 된다고 하죠. 물론 얼마 안 된다고 보실 수도 있겠죠. 그러나 청소년 중 일부가 최초로 선거에 참여한다는 데 의미가 있는 것이고, 앞으로 이러한 흐름이 더 확대돼야 한다고 봅니다."

"교실에 정치가 없었다? 민주주의 없었다는 것"

- 앞으로 유권자 연령대가 더 확대된다면, 어느 정도까지 가능할까요?
"일단 다음 과제는 만16세죠."

- 일부에선 교육감 선거에 한해 선거 연령을 만16세로 인하하자고 주장합니다.
"그런 의견도 있습니다. 물론 교육감 선거라도 (선거 연령을) 낮추는 게 나쁜 건 아니지만, '교육감 선거만 16세로 하자'고 주장했을 때 모든 청소년을 학생으로 간주하는 잘못된 인식을 재생산할 것이라는 우려가 있습니다. 저도 탈학교 청소년이었고요. '청소년은 교육감 선거에서만 당사자'라는 건 '모든 청소년은 학생일 것'이라는 잘못된 편견에 기반한 생각입니다.

또 학생들은 학생일 뿐만 아니라 한 지역의 주민이고 국민이며, 시민입니다. 교육 정책 중 상당 부분은 대통령이 임명하는 교육부장관과 정부에서 결정하고 있고요. 그렇기 때문에 교육감 선거에 한해서만 선거 연령 인하를 주장하기보다는 전체 선거에서 만16세 선거권을 주장하는 거죠."

- 보수 쪽에서는 선거 연령 인하로 '교실이 정치판이 될 것'이라고 우려합니다.
"정치를 나쁜 의미로 쓰는 거죠. 자신들도 정치를 업으로 하는 사람들인데, 스스로를 나쁜 짓 하는 사람들로 여기는 걸까요? '정치판이 될 것'이라는 주장은, 정치가 불온하다는 관점에서 나온 말이라고 생각합니다. 청소년들은 정치에 대해 알아서도 안 되고 접해서도 안 된다는 편견에 기반한 말입니다. 정치가 없으면 민주주의가 없는 거고 민주주의가 있으면 정치가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이때까지 교실에 정치가 없었다는 건 민주주의가 없었다는 거죠."

- 청소년은 미성숙하다는 주장도 있는데.
"그간 OECD 국가 중에 한국만 유일하게 18세 선거권이 없었던 셈인데, 외국과 다르게 한국의 18세만 역량이 안 된다고 볼 근거는 없고요. 16세부터 선거권을 주는 나라들도 있습니다. 오히려 선거 연령이 낮아질수록 청소년들의 정치 역량이 높아진다는 연구들이 있습니다.

이미 청소년들은 여러 사회 현장에서 정치적 주체로 나서고 있는데 이들의 역량을 인정하지 않는 건 기성세대의 오만함 때문입니다. 보호자나 교사로부터 선동당할 거라고 하는데, 왜 평소에는 청소년들이 부모 말, 교사 말을 안 듣는다고 뭐라고 하면서 왜 정치의 문제에 있어서만큼은 자기 주관이 없을 거라고 생각하는지 이해가 안 됩니다.

우리 역사를 봐도 만18세와 고3 청소년들이 정치적 판단력이 없다는 주장은 도저히 이해되지 않습니다. 유관순 열사가 옥중에서 돌아가셨을 때가 만17세였고, 김주열 열사가 부정선거에 항의하고 돌아가셨을 때가 만15세였습니다. 3.1운동과 4.19혁명, 87년 항쟁 때뿐만 아니라 최근에도 여러 사회 현장에 늘 청소년들이 앞장을 서고 주역으로서 역할해 왔습니다. 만18세가 정치적 판단력이 없다고 주장하는 건 우리 역사를 부정하는 것입니다."

- 그렇게 주장하는 이유는 뭐라고 보세요?
"한국당 등에서 반대한 건, 선거 연령을 인하하면 보수에게 불리할 것이라고 표 계산을 했기 때문이라고 봅니다. 그래서 지금껏 반대해온 거죠. 그런데 개정안이 통과됐으니, 최대한 의미를 퇴색하려는 정치적 공세를 벌이고 있다고 봅니다."

- 학생들이 부모의 정치적 선택에 영향을 받지 않겠냐는 주장에 대해선 어떻게 보세요?
"부모와 비슷한 정치 성향을 가진 청소년도 있겠지만 오히려 부모와 반대되는 정치 성향을 가진 청소년도 많죠. 그리고 청소년이든 성인이든 모두 주변 사람 영향을 받으며 살아갑니다. 오히려 청소년에게 부모가 영향을 받을 수 있고요. 무조건 부모가 시키는 대로 찍을 거라는 건 말이 안 됩니다."

- 선거 연령이 만 18세로 조정된 것의 의미는 무엇이라고 보시나요?
"고령화 사회가 되면서 나이가 많은 사람들은 정치적으로 과대대표되고 청년이나 젊은 세대는 과소대표되고 있는데 이런 상황에서 균형을 맞춰주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습니다. 이 사회에서 길게 살아야 할 사람들은 청소년과 청년 등 젊은 사람들인데, 이들에게 자기의 현재와 미래를 결정할 권리를 돌려준다는 의미가 있습니다.

그리고 다음으로는 청소년 중 일부가 선거권을 가지게 됐다는 데 의미가 있습니다. 이때까지는 청소년은 어른들 말만 복종해야 하고 정치 같은 건 알아서도 안 되고 온전한 한 인간으로 존중받지 못했습니다. 그런 이들 중 일부가 선거권 가지는 건, 청소년들이 아랫사람이나 학생으로만 여겨지는 것이 아니라 시민으로 여겨지기 시작한다는 것이지요."

- 교육도 중요할 것 같은데요. 현재 학교의 선거 교육은 어떻게 보세요?
"사실 성인들도 국회의원 선거를 하러 가면 투표 용지가 몇 장 나오는지, 비례대표는 뭐고 지역구는 뭔지, 바뀐 선거법이 어떻게 적용되는지 잘 몰라요. 하지만 선거 연령 하향을 계기로 학교에서 기본적인 유권자 교육을 실시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선거 인단 등록과 투표는 어떻게 하는지, 이 투표 결과가 의석 수와 어떻게 연동돼 적용되는지 당연히 가르쳐줘야 하지요. 선거를 하기 위한 실질적인 측면에서 교육이 필요하다는 거예요.

두 번째로, 역사 사회 정치 교과목에서 시험을 치기 위한 암기 위주 교육을 해선 안됩니다. 자신의 정치적 의견을 형성할 수 있는 역량을 키우고, 시민으로 성장할 수 있는 교육을 제공해야 합니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학생들이 금기나 성역 없이 다양한 정치적 견해를 접할 수 있어야 합니다. 또, 자신의 의사를 교실 안에서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어야 하고요. 당연히 교사가 특정 정치 성향을 강조한다거나 하는 등의 일은 없어야 하지만, 학생들 입장에서 최대한 자유롭게 정치교육이 이뤄져야 한다고 봅니다. 그런 방식으로 이번 교육 개편과 관련한 논의가 진행되길 바랍니다."

- 지금은 학교 안에서 그러한 교육이 아예 안 이뤄지고 있나요?
"예를 들어, 지금 고등학생이 이과를 선택하면 정치 교과목 같은 것들을 잘 안 배우죠. 그리고 배운다고 하더라도, 사회나 정치 교과목을 정보 암기식으로 배워요. 특히 우리나라의 학교는 정치 현안에 대해 다루는 걸 꺼립니다. 사실 정치적 식견을 기르려면 지금 정치적 쟁점은 뭐가 있고, 우리나라 정당들은 어떻게 견해가 다른지 등을 알 수 있어야 하는데 그런 걸 언급하기 꺼리는 거죠."

- 선거 교육은 누가 해야 한다고 보세요? 국회 발의된 법률안에는 선거 교육은 선관위 전문가가 중립적으로 해야 한다고 나와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교사가 해도 크게 문제될 건 없다고 보지만, 선관위에서 할 수 있다고도 보고요. 앞서 말씀드렸던 첫 번째 항목, 즉 선거와 관련한 실질적 교육은 선관위가 할 수도 있다고 봅니다. 그러나 정치적인 식견과 영향력을 가진 시민을 길러내는 건 교육이라는 건 특별한 수업 시간을 도입해서 되는 게 아니라고 봅니다. 기존 교과에도 변화가 일어나야 하는 것이기 때문에 교사들도 같이 고민하고 변화해야 하는 부분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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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정의당에서는 그간 예비당원으로 활동해온 만18세 유권자 54명이 정식 당원으로 입당하는 입당식을 진행했다. 기득권 정치.평균연령 55세 국회 등 '2020 국회의원선거' 투표 선택지 중 '청소년을 위한 국회'를 찍는 퍼포먼스를 벌인 행사 참여자들 모습. ⓒ 유성애


"청소년은 정당 가입 불가? 국가의 기본권 침해"

- 지난 7일 정의당에선 만18세 학생들의 입당식이 열렸습니다. 분위기가 어땠나요?
"분위기는 좋았습니다. 이분들은 새로 입당하시는 게 아니라 예비당원으로 원래 정의당과 함께하던 분들입니다. 이제까지 잘못된 제도로 인해 당원으로 인정받지 못했는데, 이번에 인정받게 됐다는 감격이 있지요."

- 정의당은 청소년의 정당 가입을 금지하고 있는 현행 정당법에 대한 헌법소원 청구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이 부분이 중요한 이유가 있을 것 같아요.
"청소년 당원과 함께하고 싶어서 그렇습니다. 지금 법은 청소년의 정당 가입을 허용하지 않고 있습니다. 선거권이 없으면 당원이 될 자격이 없다고 정하고 있기 때문이지요. 그래서 저희도 청소년 당원을 받고 싶지만, 예비 당원으로 받은 것이지요. 

외국 사례를 살펴보면 10대부터 정당 가입하고 정치 활동을 하는 게 자유롭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핀란드에서 30대 총리가 나올 수 있었던 것이지요. 청년 정치인이 나오는 나라들의 공통점은 10대 시절부터 정당에서 활동하며 훈련을 받는다는 겁니다. 그래서 20, 30대 때 국회의원 되고 총리를 할 수 있는 것이지요.

정의당은 정당 가입 기준은 정당이 정하면 되지 국가가 통제해선 안된다는 이유로 헌법소원을 냈습니다. 정당은 자발적 결사체이기 때문에, 누굴 구성원으로 받을지는 정당이 결정해야 합니다. 국가가 청소년은 받으면 안 된다고 통제하는 것은 정당의 자유를 침해하고, 청소년의 기본권 침해한다는 주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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