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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올림 측 "국회 통과한 '삼성보호법', 치밀한 기획으로 완성"

2019년 8월 국회 통과했지만 뒤늦게 문제제기... 신창현 등 민주당 의원들 개정안 발의

등록 2020.01.14 18:33수정 2020.01.14 1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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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개정 산업기술보호법의 의미와 문제점’ 토론회에서는, 오는 2월 시행을 앞둔 개정 산업기술보호법에 대한 문제들이 지적됐다. ‘국가핵심기술’을 산업통상자원부 위원회·장관 등이 규정하게 한 이 법으로 인해 관련한 공익활동까지 제약되리라는 우려가 제기되면서, 삼성 직업병 피해자 등 시민사회는 이를 '삼성보호법'이라며 강하게 반발 중이다. ⓒ 유성애

 
"지난 2017년, 노동자들이 자신이 일하는 일터에 대한 자료를 자유롭게 알 수 있어야 한다는 내용을 담은 '노동자 알권리법'(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 법안이 국회에 입법예고 되자, 하루 만에 '절대 반대'를 외치는 1073개 악플이 달렸다.

반면 이번 산업기술보호법 개정 과정은 정반대였다. 개정안이 나올 때마다 하루 만에 '적극 찬성'을 외치는 300여 개 선플이 달렸다. 이걸 모니터링하면서, 여론을 조작하고 무산되게 하는 세력이 있다는 걸 깨달았다."


14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개정 산업기술보호법의 의미와 문제점' 토론회. 발제자로 참석해 개정 산업기술보호법에 대해 문제를 지적한 임자운 변호사(법률사무소 지담)의 말이다. 자유한국당 윤한홍·곽대훈·윤영석·장석춘 의원 등이 발의했다가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 이종구 위원장이 대안발의한 이 법은, 지난해 8월 통과됐고 오는 2월 시행을 앞두고 있다. 정식명칭은 '산업기술의 유출방지 및 보호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안'이다.

이 법은 국가핵심기술 정보를 비공개해 유출을 막자는 게 취지다. 하지만, 이 '국가핵심기술'을 산업통상자원부 위원회·장관 등이 규정하게 해 '반올림'(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 등 시민사회로부터 '삼성 보호법'이라는 오명을 얻었다.

지난해 8월, 민주당·정의당을 포함해 찬성 206명, 반대 0명, 기권 4명으로 본회의를 통과한 이 법은 뒤늦게 그 문제점이 알려지며 다시 개정안이 발의됐다(민주당 신창현 대표발의). 14일 토론회도 민주당 우원식·신창현, 정의당 윤소하 의원 주최로 마련됐다.

이 법이 "누군가의 치밀한 기획으로 완성된 일"이라고 본 임 변호사는 특히 "이 법으로 인해 기술 보유 사업장과 관련된 모든 정보, 즉 노동자의 생명·안전을 위한 전문가·활동가들의 공익적 활동조차 민·형사적 압박 제약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노동자와 지역주민의 건강을 위해 관련 사실을 알리기만 해도, 이를 '국가 핵심기술에 관한 정보'라고 하면 수사기관 조사를 받거나 징역 또는 징벌적 손해배상 청구를 당할 수 있다"라는 설명이다.

그는 지난해까지 반올림 상근변호사로 활동하며 관련 소송을 맡아왔다. 이날 토론회에는 삼성 LCD 공장에서 일하다 뇌종양에 걸렸고, 10년 만에 산업재해를 인정받은 삼성 직업병 피해자 한혜경씨와 한씨 어머니 김시녀씨도 참석했다.

이날 참석한 전문가들도 모두 법의 모호함·오남용 가능성을 공통으로 지적했다. 여기선 "'국가핵심기술에 관한 정보'라는 건 누가 판단하느냐에 따라 고무줄처럼 달라질 수 있으므로 결국 노동자보다는 기업에 매우 유리한 법"(최상준 대구가톨릭대 산업보건학과 교수), "'공무원'뿐 아니라 일반 국민 모두를 대상으로 하는 법이라, 표현의 자유와 알 권리 측면에서 매우 위협적인 법안"(박경신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사단법인 오픈넷) 등의 비판이 나왔다.

"정보공개 취지에 역행... 국회, 악법 통과시킨 책임 제대로 져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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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토론회에는 삼성 LCD 공장에서 일하다 뇌종양에 걸려 10년 만에 산업재해를 인정받은 삼성 직업병 피해자 한혜경씨(사진 오른쪽에서 세 번째)와 한씨 어머니 김시녀씨(오른쪽에서 두 번째)도 참석했다. ⓒ 유성애

 
시민들에게 정보가 확대해 공개되는 현 추세와도 역행한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김조은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 활동가는 "법안의 문제점을 나중에 알고서 '이런 법이 어떻게 만들어질 수 있나' 싶어 손을 덜덜 떨었다, 정보공개 취지와는 완전히 배치되는 법"이라고 비판하며 "정보를 알고자 하는 시민에게 일방적으로 불리한 불공정 조항들일 들어가 있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산자부가 규정하는 '산업기술 포함 정보'는 일단 무조건 비공개 처리하고, 산자부를 동의를 거쳐야만 공개할 수 있게 하는 게 이미 현행 정보공개제도와는 전면으로 반대되는 것"이라며 "국민의 안전·생명에 관한 정보일지라도 단지 '산업기술'이란 이유만으로 비공개하는 건, 국민 알 권리에 대한 매우 큰 제약"이라고 꼬집었다. 김 활동가는 "이런 악법을 통과시킨 책임을 20대 국회가 제대로 져야 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발제와 토론을 들은 사회자 백도명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는 "정부가 '기업스파이 법'을 만들겠다는 취지였으나, 결과적으로 '안전보건(정보) 처벌법'을 만든 게 아니냐고 요약할 수 있을 것 같다"라며 "이걸 '국가핵심기술'이라는 단어로 감추고 싶었던 게 아닌가 싶다"라고 덧붙였다.

발의 당시 법안 제안이유를 보면, 발의한 의원들은 똑같이 '삼성'을 이유로 든다. "삼성전자의 반도체 공장 정보공개 청구소송에서 기술 유출 논란이 있었는데, 판결 취지와 다른 목적으로 정보 사용하는 경우를 이를 금지하는 조항은 없다"(곽대훈 의원, 2018년 7월),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 정보공개 청구소송에서 논란이 있었으나, 현행법에는 비공개 조항이 없어 기술 보호에 취약하므로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윤영석 의원, 2018년 11월)"는 것이다.

반면 이날 참석한 유광석 산자부 산업기술혁신과장은 "무엇을 '핵심기술'로 볼지, 그걸 정할 권한은 국가에 있지 삼성이 지정할 수는 없다"라며 참석자들의 지적이 지나친 우려라는 취지로 말했다. 그는 "산자부도 애초 이 법에 예외조항이 필요하다는 입장이었으나, 입법을 국회에서 하다 보니 이렇게 됐다"라며 "만약 우려가 있다면, 국회에서 다시 충분한 논의를 통해 법안을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답변했다.

그러나 이날 토론회 마무리 발언을 한 임 변호사는 "법을 발의한 의원들 머릿속에는 삼성과 정보공개 소송이 들어가 있었다"라며 "비밀이라고 이름 붙인다고 다 비밀인 게 아닌데, (삼성과 소송하며) 지금까진 삼성이 비밀이라고 하면 다 비밀이 됐다"라고 재차 위험성을 지적했다. 그는 "민주당·정의당 의원들이 몰라서 통과시켰을 수 있다고 보지만, 과정에 대한 이해 부족이 결과에 대한 무책임까지 이어져선 안 된다, 문제를 알리는 데 함께해달라"고 부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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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부 기자. 여성·정치·언론·장애 분야, 목소리 작은 이들에 마음이 기웁니다. 성실히 묻고, 자세히 보고, 정확히 쓰겠습니다. A political reporter. I'm mainly interested in stories of women, politics, media, and people with small voice. Let's find hop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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