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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인 건축가가 한국에 지은 건물... 그곳에 담긴 신념

[리뷰] 영화 <마리오 보타: 영혼을 위한 건축> 도시 전체를 품는 성당이란

20.01.16 10:01최종업데이트20.01.16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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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리오 보타: 영혼을 위한 건축> 포스터 ⓒ 하준사

 
'건축'은 공간을 만드는 걸 의미한다. 공간이란 사람이 살아가는 곳이며 특정한 목적을 지닌 장소가 된다. 스위스의 건축가 마리오 보타는 샌 프란시스코의 현대 미술관, 아테네의 NGB(National Bank of Greece)로 유명한 인물이다. 그런 그가 한국과 인연을 맺게 된 건 종교를 향한 마음에서 비롯됐다.
 
2011년 마리오 보타는 경기도 화성시에 '통일기원 남양성모마리아 성당' 설계를 맡게 되면서 화제를 모았다. 세계적인 건축가가 서울도 아닌 수도권 외곽 지역에서 작업을 하게 되었으니 말이다. 그 이유는 이 다큐멘터리의 제목에서 찾아볼 수 있다. <마리오 보타: 영혼을 위한 건축>은 제목 그대로 인간의 영혼을 위한 건축 이야기다.
 
마리오 보타는 이 건축물의 모양을 성당이 성지를 포옹하는 모양으로 설계했다고 설명한다. 그는 이 모양에 도시 전체를 품는 의미가 있다고 말한다. 남양성모마리아 성당이 들어서는 남양성모성지는 1866년 병인박해 때 목숨을 잃은 순교자를 추모하기 위해 조성된 공간이다. 그는 이 성지를 조성한 이상각 신부의 열정에 감명을 받아 설계에 참여하게 되었다고 밝힌다.
  

<마리오 보타: 영혼을 위한 건축> 스틸컷 ⓒ 하준사

 
그가 생각하는 종교적인 건물의 의미는 소통이다. 현대의 상업적인 건물, 그 대표적인 예라 할 수 있는 아파트와 고층 빌딩은 닫혀 있는 수많은 문과 높은 벽에서 단절의 의미가 강하게 느껴진다. 반면 종교적인 건물은 누구에게나 열려있어야 하며 아무나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는 건 물론, 당신을 포옹해주겠다는 사랑의 의미와 안락함이 공간에서 느껴져야 한다.
 
동시에 갖춰야 되는 게 신성함이다. 성스러운 느낌은 종교 건물만이 지니는 힘이며 마음을 정화시키는 에너지다. 마리오 보타의 건축물은 빛을 통해 이런 신성함을 담아낸다. 40M 높이의 탑 두 개 사이에는 열린 공간이 있다. 이 공간 사이로 햇빛이 통과하고 그 빛은 성당 내부를 밝힌다. 이 빛은 밝음과 어둠을 구분해 주며 건물을 통해 종교가 지닌 신성함을 강조한다.
 
그는 스위스 몬뇨의 산 지오반니 바티스타 교회, 중국의 나자후 모스크 사원, 이스라엘 텔 아비브의 심발리스타 유대교회당 등 종교와 관련된 많은 건축물들 지었아. 이 건물들 중에는 종교적인 이유로 건축 자체에 논란이 된 건물들도 있다. 그럼에도 그가 꾸준히 종교 건물을 짓는 이유는 장소가 메시지를 형상화할 수 있다는 믿음 때문이다.
  

<마리오 보타: 영혼을 위한 건축> 스틸컷 ⓒ 하준사

 
그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건축은 역사의 메시지를 품은 건축물이다. 호랑이가 죽어 가죽을 남긴다면 사람은 영혼을 남긴다고 마리오 보타는 믿는다. 그는 그 영적인 힘을 품을 수 있는 건물을 만들길 바라며 이를 통해 영적 이야기를 할 수 있는 매개체로서의 건축이 되길 바란다. 즉, 공간이 사랑과 신성의 의미를 담아낼 수 있다면 이와 관련된 이들의 이야기가 건물에 남을 수 있다 그는 믿고 있다.
 
공간은 영혼을 담는다. 사람에게는 영혼이 있다. 이 영혼이 편히 쉴 수 있고 안식을 찾을 수 있는 장소를 만들어 내는 건 건축가의 몫이다. 마리오 보타는 이런 사명을 위해 다양한 국가에서 종교 건물을 지어왔고 한국에 오게 되었다. 앞서 삼성미술관 리움을 설계한 그는 남양 성모 마리아 대성당을 통해 자신의 신념이 담긴 발자취를 한국에도 찍게 되었다.
 
<마리오 보타: 영혼을 위한 건축>은 한 건축가가 왜 성지 건축에 오랜 시간 열을 들였는지 그 이유를 알 수 있는 작품이다. 그는 건축에 영혼을 담아낼 수 있다 믿으며 하나의 건축물이 미래 세대를 위한 메시지를 담아낼 수 있다 믿는다. 그가 지닌 신념과 가치는 우리가 살아가는 공간을 다시 한 번 바라볼 수 있는 깊은 감명을 선사할 것이다.
덧붙이는 글 이 글은 김준모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 브런치, 씨네리와인드에도 게재됩니다.
마리오 보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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