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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교안과 박형준...그들은 왜 안철수에 추파를 던지나

[주장] '묻지마 통합' 부정적 이미지 상쇄 가능... 중도 공략에도 도움

등록 2020.01.16 11:05수정 2020.01.16 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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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한국당은 지난 연말부터 이어진 패스트트랙 법안 처리 과정에서 여야 '4+1협의체'(더불어민주당·바른미래당·민주평화당·정의당·대안신당)의 공조에 속절없이 무너졌습니다. 필리버스터를 감행하는 등 법안 저지에 총력을 기울였지만 속수무책이었습니다.

그 결과 초미의 관심사였던 공직선거법 개정안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법, 검경수사권 조정 법안, 유치원 3법 등 패스트트랙 관련 법안이 여당인 민주당의 뜻대로 통과됐습니다.

13일 국회 본회의장에서는 정세균 국무총리 인준안 표결이 있었습니다. 한국당은 이날 반대표를 던지고 집단 퇴장했습니다. 인준안 표결 직후 열린 검경수사권 조정안 처리에 불참한 것입니다. 민주당의 '쪼개기 임시국회' 전략을 막을 방법이 없었던 한국당은 숫적으로도 실익이 없다 판단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한국당이 보수대통합에 사활을 걸고있는 이유가 이 장면 속에 고스란히 드러납니다. 주지하다시피 사분오열된 상태에서 치른 지난 대선과 지방선거에서 보수는 참패했습니다. 이대로라면 석 달 앞으로 다가온 총선 역시 어려운 승부가 예상됩니다.

한국당이 새로운보수당, 시민단체 등과 함께 '혁신통합추진위원회'(통추위)를 출범시키고, '통합' 행보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그러나 통합의 깃발은 올랐지만 넘어야 할 산은 아주 많아 보입니다. 총론은 같지만 각론에 들어가면 이야기가 달라지기 때문이죠.

통합의 주체와 대상, 방법 등 이해관계를 둘러싼 이견이 속출하고 있습니다. 당직과 공천권 등 실질적인 당내 헤게모니 문제로 들어가면 상황은 더욱 복잡해집니다. 함께 뭉쳐야 한다는 대원칙에는 동의하지만, 통합의 주도권을 누가 쥐느냐는 그와는 별개의 문제입니다.

실제 보수 통합 논의가 급물살을 타고 있는 가운데에서도 한국당과 새보수당은 물밑에서 치열한 기싸움을 펼치고 있습니다.


황교안 한국당 대표는 13일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통추위가 제시한 6대 원칙에 동의한다고 밝혔습니다. 통추위 안은 '탄핵 문제가 총선승리에 장애가 되면 안 된다', '대통합 정신을 담은 신당을 창당한다' 등 새보수당이 요구한 3대 원칙을 포괄하고 있습니다.

정치공학적 '묻지마 통합', 지지 받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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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14일 오전 경기도 수원시 장안구 자유한국당 경기도당에서 열린 신년인사회에서 격려사를 하고 있다. ⓒ 연합뉴스

 그러나 새보수당이 한국당 중심의 통합 논의에 제동을 걸면서 새로운 국면이 전개되고 있습니다. 15일 새보수당이 한국당에 당대 당 통합 협의기구를 만들자고 제안한 것입니다. 이는 통추위를 통한 보수 통합에 무게를 두고있던 한국당의 기류와는 차이가 있습니다.

새보수당이 당대 당 협의체를 제안한 것은 보수 통합 논의의 주도권을 행사하려는 포석으로 보입니다. 통추위 중심으로 논의가 전개되면 통합에 참여하는 주체 중 하나이지만, 당대 당으로 동등하게 논의를 이어가면 더 많은 권리를 확보할 여지가 생길 수 있습니다. 한국당은 그 반대의 이유로 통추위 주도의 통합을 선호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통합 논의와 관련해 중요한 것은 사실 따로 있습니다. 보수통합을 바라보는 세간의 불신을 극복하는 일입니다. 보수 재건과 혁신 통합을 부르짖고 있지만, 이를 회의적으로 바라보는 시각도 적지 않습니다. 일각에서는 총선을 앞둔 정치공학적 몸집 불리기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보수를 어떻게 개혁할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 방안과 내용이 보이지 않는, 이른바 '묻지마' 통합 흐름에 대한 따가운 질책입니다.

혁신 없는 통합을 비판하는 목소리도 뜨겁습니다. 통합을 주도하고 있는 한국당은 그동안 혁신과는 거리가 먼 행태를 보여왔습니다. 보수 몰락의 실질적 책임이 있음에도 인적청산 실패와 지지부진한 개혁으로 보수진영 내에서도 쓴소리가 끊이질 않았던 것이죠.

합리적 개혁보수를 표방하는 새보수당의 정치실험에 대한 평가도 엇갈립니다.  안철수 전 바른미래당 대표와의 전략적 공생도 결과는 좋지 않았습니다. "창당한지 일주일이 갓 지났는데 이런 협의를 진행할 수 있느냐"는 이준석 젊은정당비전위원장의 일갈은 새보수당이 직면한 현실을 여실히 보여줍니다.

보수 통합에 대한 이같은 불신과 의구심은 전적으로 개혁과 혁신의 부재에서 기인합니다. 어떤 명분과 구실을 들이댄다 해도 한국당과 새보수당이 중심이 된 보수 통합은 결국 '도로 새누리당'이라는 비판을 벗어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황 대표와 박형준 통추위 위원장이 정계복귀를 선언한 안 전 대표의 합류를 고대하는 것도 이같은 상황과 무관하지 않습니다. 두 사람은 "오셔서 자유 우파의 대통합에 역할을 해주셨으면 대단히 고맙겠다"(14일, 황 대표), "그것이야말로 통합의 가장 큰 목표가 아닐까 싶다"(9일, 박 위원장)라며 안 전 대표가 보수 통합 흐름에 동참해주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정치적 입지가 약해졌다고는 하나 안 전 대표는 기득권 양당 정치에 염증을 느끼고 있는 유권자에게는 여전히 매력있는 선택지입니다. 무당층과 중도세력이 선거의 중요한 변수라는 점을 감안하면 안 전 대표의 합류는 의미하는 바가 적지 않습니다. 통합의 부정적 이미지를 상쇄시킬 수 있을 뿐 아니라 외연확장 역시 기대해볼 수 있습니다.

물론 안 전 대표는 "정치공학적 통합 논의에 참여할 뜻이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습니다. 현재로서는 보수 통합 열차에 합류하기보다 중도 보수와 무당층을 아우르는 제 3의 길을 선택할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보수진영이 통합에 성공한다 해도 총선 전망은 밝지 않다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집권 후반기를 향해 가고 있음에도 '정권 심판'보다 '보수야당 심판' 기조가 더 높게 나타나고 있기 때문입니다. 가치와 비전, 혁신을 찾아보기 힘든 보수 통합에 대한 근본적인 회의와 불신도 상당합니다. 보수진영의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는 대목입니다.

그런 면에서 한국당 등이 안 전 대표에게 노골적으로 추파를 던지는 장면은 아주 의미심장합니다. 보수세력의 군색한 현실과 그들이 주장하는 보수재건 사이의 극명한 괴리를 여과없이 보여주고 있기 때문입니다. 혁신 없는 통합은 과거로의 회귀를 뜻하며, 이는 다가올 총선에서 '도로 새누리당' 프레임이 작동하게 됨을 의미합니다.

혁신과 개혁은 거부할 수 없는 흐름이자, 시대정신입니다. 그러나 현재 진행되는 보수 통합은 갖가지 레토릭만 난무할 뿐 본질적이고 생산적인 변화를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한국당 등이 현실을 직시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보수의 위기는 쉽게 끝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기자의 블로그 '바람 부는 언덕에서 세상을 만나다'에도 실렸습니다.
#보수대통합 #안철수 정계복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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