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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구조조정 뒤 신규채용 때 노사합의 '위반'은 배상책임"

항소심 부산지법, 흥국저축은행 관련해 1심 뒤집어 '노조 승소 판결'

등록 2020.01.16 16:03수정 2020.01.16 1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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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고등법원, 부산지방법원. ⓒ 윤성효

 
구조조정 당시 노사간 합의서에서 '향후 신규채용시 노사합의 한다'는 조항을 위반하여 회사가 신규채용한 데 대해, 법원이 채무불이행으로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하는 판결을 해 관심을 끈다.

16일 민주노총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 저축은행지부 흥국지회와 법무법인 '여는'에 따르면, 흥국지회가 부산 연제구에 있는 ㈜흥국저축은행을 상대로 했던 손해배상청구소송 항소심에서 승소 판결을 받았다.

항소심 재판부인 부산지방법원 제4민사부(재판장 성금석, 강윤진‧김유성 판사)는 지난 15일 원고 승소 판결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회사가 흥국지회에 3000만 100원을 지급하라 했고, 소송비용 모두를 회사가 부담하도록 판결했다.

1심인 부산지법은 2019년 7월 회사의 손을 들어주어 원고 패소 판결했던 것이다. 항소심 재판부는 1심 판결을 취소하는 판결을 했고, 흥국지회는 16일 판결문을 받았다.

흥국저축은행은 2013년 11월 대주주(팬오션)의 법정관리로 인해 매각 절차를 밟았고, 이듬해 4월 현재의 대주주(인베스터유나이티드)가 인수했다. 당시 회사는 매각과 지점 폐쇄 등의 이유로 대규모 구조조정을 했고, 직원들이 임금삭감과 명예퇴직하기도 했다.

노-사는 2014년 8월 명예퇴직 등에 '합의'하면서 명예퇴직 대상 인원을 7명으로 한정하고, '신규채용의 경우에는 합의'하기로 했다.

흥국저축은행은 2017년 10월까지 3차례에 걸쳐 11명의 신규채용을 했다. 이에 흥국지회는 회사를 상대로 합의 사항을 지키지 않았기에 "채무불이행으로 인한 손해배상 책임이 있고", 부당노동행위를 했다고 주장한 것이다.


그러나 회사는 "합의서가 2년이 지나 효력을 상실하였기에 합의의무 불이행이라 하더라도 채부불이행책임이 성립하지 않고, 부당노동행위를 한 사실이 없다"고 주장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흥국지회의 손을 들어주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합의서 작성시 '합의'로 기재한 사항의 경우에도, 사용자가 인사권의 신중한 행사를 위하여 단순히 의견수렴절차를 거치라는 뜻의 사전 '협의'와 달리, 회사가 노조측과 의견을 성실하게 교환하여 노사간에 '의견의 합치'를 보아 인사권을 행사하여야 한다는 뜻에서 사전 '합의'를 하도록 규정한 것이라고 해석하는 것이 타당하다"며 "원고(노조)의 주장이 이유가 있고 피고(회사)의 주장은 이유 없다"고 판결했다.

'합의 조합의 무효 여부'에 대해, 재판부는 "합의서는 신규채용에 관한 사용자의 경영권을 전면적으로 박탈하는 내용이 아니라 사용자의 경영권 행사를 제한하는 내용일 뿐이어서 경영권의 본질적인 부분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며 "합의서의 내용과 체결 경위, 전후 사정에 비추어 보면, 합의가 강행법규나 사회질서에 반하는 것으로 무효라고 볼 수는 없다"고 했다.

'회사가 합의 절차를 실질적으로 이행했는지 여부'에 대해, 재판부는 "피고(회사)는 합의와 후속 협의가 유효한 기간까지는 합의 조항에 따라 일부 신규채용에 관하여 원고(노조)측과 사전에 합의할 의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와 같은 합의 절차를 거치지 아니함으로써, 합의와 후속 협의 조항을 위반했다고 봄이 상당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재판부는 "합의와 후속협의의 유효기간 종기인 2017년 6월 25일 이전임이 명백한 2016년 9월경까지 회사가 노조측과 사전에 합의하지 않고 8명을 신규채용한 점에 대해서는 채무불이행책임이 성립한다"고 했다.

흥국저축은행은 11명을 신규채용했는데, 항소심 재판부는 이들 가운데 8명이 노-사 합의서 유효기관 이전에 신규채용했기에 채무불이행책임에 해당한다고 본 것이다.

위자료 산정에 대해, 재판부는 "회사의 채무불이행으로 인해, 노조의 활동이 위축되고 그에 따라 조합의 단결력이나 교섭력이 약화되는 무형의 손해를 입었다고 보이고, 이는 수량적으로 산정할 수 없으나 사회통념상 금전평가가 가능한 손해라고 할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재판부는 "회사가 노조와 '후속 협의'를 한 지 1년 후에 급작스레 신규 지점 설치계획을 발표하고 신규채용을 강행하고, 회사가 노조의 반발에 소극적으로 대응하던 중 노조의 노동위원회 조정 신청이 있자 어쩔 수 없이 조정에 응하는 등 노사분쟁을 적극 해결하려는 성의를 보이지 않은 점 등 제반 사정을 참작해 보면, 4000만원(8명, 500만원씩)으로 인정함이 상당하다"고 했다.

이어 "다만 노조가 청구하는 범위를 넘어 위자료의 지급을 명함은 처분권주의에 위반되므로 청구 범위 내에서 위자료를 3000만 100원으로 정한다"고 판결했다.

흥국지회를 대신해 변론했던 법무법인 '여는' 김두현 변호사는 "핵심은 합의위반이라는 것이었고, 이를 이유로 한 위자료를 인정한 것은 사례로 매우 의미가 있는 판결이다"고 했다.

김 변호사는 "구조조정 때 총 직원 21명 중 7명이 명예퇴직을 하는 대신, 추후 경영이 정상화돼 신규채용하게 되면 명예퇴직자들을 우선 재고용 하라는 취지의 합의였다. 그런데 회사는 그 합의를 위반하고 제멋대로 채용한 것이었다"며 "노조가 위자료 3000만원 청구했는데 전부 승소 판결한 것"이라고 했다.
#부산지방법원 #흥국저축은행 #사무금융노조 #법무법인 여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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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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