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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사회 "문중원 유서 내용 사실 아닐 수도 있지 않나"

마사회-문중원 대책위, 교섭 왜 지지부진한가 봤더니...

등록 2020.01.16 19:07수정 2020.01.16 1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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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마사회의 기본 입장은 경찰의 객관적인 진상규명을 바탕으로 (수사 결과가 나오면) 사과와 보상, 책임자 처벌을 진행한다는 것이다."

한국마사회가 16일 <오마이뉴스>에 '문중원 기수 협상'과 관련해 전한 말이다. 앞서 마사회는 문중원 기수 시민대책위원회(이하 대책위)와 진상조사, 책임자 처벌, 재발 방지를 위한 제도개선 대책 마련, 유족 사과 및 자녀 등 유족 위로 보상 등을 놓고 협상을 진행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지난 13일부터 15일까지 진행된 마사회-대책위 간 집중교섭에서 양측은 서로의 입장만 확인했을 뿐 아무런 진전을 보지 못했다.

<오마이뉴스>에 "문중원 기수의 유서 내용이 사실이 아닐 수도 있지 않냐"라고 밝힌 마사회는 사흘 동안 진행된 교섭 내내 "경찰의 수사 결과가 우선돼야 한다"라는 '원론적인 입장'을 유지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마사회 "경찰 조사 늦어질 것 예상 못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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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마사회의 부조리한 운영을 비판하는 유서를 남기고 숨진 고(故) 문중원 기수의 유족과 시민사회단체가 6일 청와대 인근에서 한국마사회 문제해결을 촉구하고 있다. ⓒ 연합뉴스

 
경찰의 입장은 다르다. 문중원 기수의 사건을 조사 중인 부산지방경찰청은 지난 15일 오후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사건을 (2일부로) 부산강서경찰서에서 넘겨받은 지 보름도 되지 않았다"면서 "수사는 생물과 같다. 누군가를 처벌하고 싶다고 바로 문제가 밝혀지는 게 아니다. 복잡한 문제라서 시간이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경찰은 "수사결과를 기다린다"라는 마사회에도 쓴소리를 했다.

"부산경마공원에서만 7명이 유명을 달리했다. (마사회는) 이 사실에 대해 우선 통감해야 한다. 제도개선 등 근본적인 문제에 대해 마사회가 유족을 만나 해결 의지를 보이고, 위로할 수 있는 방법을 논의해야 하는 상황 아닌가 싶다."


고 문중원 기수는 지난해 11월 29일 두 자녀를 두고 부산 강서구 렛츠런파크 부산·경남 경마공원 숙소에서 부정경마, 부당지시 등 마사회 내부 부조리를 고발하는 내용이 담긴 세 장짜리 유서를 남기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문중원 기수 이전에 부산경남경마공원에서만 2005년 창설 이래 6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이명화, 박진희, 박용석, 박경근, 이현준, 조성곤이다.
   
마사회는 16일 "세부적인 내용을 모두 확인해줄 수는 없지만 진행이 순탄치 않은 건 맞다"면서 지난 13일 시작된 마사회-대책위 양자 집중교섭이 교착상태임을 인정했다.

"경찰 조사가 이렇게까지 늦어질 건 예상하지 못했다. 경찰 수사가 늦어지는 만큼 마사회 자체적으로 할 수 있는 일부터 하고 있다. 특히 조교사의 부당지시 주장에 대해 자체 조사부터 하고 있다. 홈페이지 등에 불법경마 신고 포상 등을 안내하고 (부정경마 관련) 자수 제도도 운영하고 있다. 조사를 진행한 지는 일주일 정도 됐다. 아직 공식적인 결과를 받지는 못했다."
  
현재 마사회는 집중교섭단 대표로 경마운영 본부장이 참여하고 있다. 직위상 김낙순 한국마사회 회장 다음으로 높은 위치에 속하는 다섯 명의 이사 중 하나다.

문중원 대책위 "정부가 직접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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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故) 문중원대책위’는 7일 광화문 시민분향소에서 청와대 사랑채 앞까지 거리행진. ⓒ 공공운수노조

  
하지만 문중원 기수 대책위는 "서로의 입장 차만 확인했다"며 "(마사회가) 사태 해결의 의지가 있다면 책임과 권한이 있는 김낙순 회장이 직접 나와 대화를 이어가야 하는 것 아니냐"라고 반문했다.

마사회는 "경찰 조사 결과가 발표되지 않은 상황에서 협상단이 섣부르게 합의안을 마련할 수 없는 상황을 이해해 달라"면서 "사태 해결의 의지가 없는 것이 아니라 객관적인 조사 결과가 없기 때문에, 자칫 보상 문제 등을 타결하면 (마사회의) 배임죄가 될 수 있다"라고 밝혔다. 경찰 조사 결과가 발표되지 않은 상태에서 협상을 진행할 수 없음을 다시 한 번 강조한 것이다.

김낙순 마사회 회장은 지난달 26일 마사회가 한국경마기수협회와 '경쟁성 완화·기수들의 생활안정을 위한 제도 개선'에 합의했다고 밝힌 자리에서 "유족과 기수협회가 요구했던 '경마제도 개선'에 대한 합의를 이뤘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외에는 문 기수의 죽음과 관련해 어떤 입장도 내놓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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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는 4일 낮 12시 서울경마공원 정문 앞에서 “한국마사회 규탄 공공운수노조 결의대회”를 열었다. ⓒ 공공운수노조

  
한편 마사회 측은 "협상은 13일부터 15일까지만 진행됐다"면서 "다음 주 월요일인 20일에 다시 만남을 재개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날 대화 내용에 따라 향후 집중교섭도 이어질 전망이다.

문중원 대책위는 "문중원 기수의 설 전 장례가 치러질 수 있도록 문재인 정부가 직접 나서야 한다"면서 오는 17일부터 5일 동안 '진상규명-책임자처벌-마사회 갑질구조 개선' 등을 요구하며 오체투지를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경기도 과천시 마사회 본부 앞에서 시작하는 오체투지는 김용균씨의 어머니 김미숙씨를 포함해, 건설노동자 고 김태규씨의 누나 김도현씨 등이 참여할 예정이다.
#문중원 #마사회 #김낙순 #경찰 #경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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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조팀 취재기자. 오늘도 애국하는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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