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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은 검사 중심으로 돈다? 어떤 국민이 그걸 위임해줬나"

[인터뷰] '경찰 검경수사권 조정 책임자' 이형세 경찰청 수사구조개혁단장

등록 2020.01.20 08:24수정 2020.01.20 0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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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형세 경찰청 수사구조개혁단장은 총경이 되면서 자신의 소신과 철학이 담긴 '정의란 무엇인가?' 일러스트를 직접 만들어 액자로 걸어두고 있다. ⓒ 이희훈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검찰과 경찰 관계가 수평적으로 바뀌면, 국민 입장에서 무엇이 좋아지는가? 이형세 경찰청 수사구조개혁단장(경무관)은 "경찰에서 조사받고 검찰에서 같은 내용으로 조사받는 일이 줄어들 것"이라고 답했다.

"(검찰에서 조사받은 내용인) 검찰조서의 증거 능력이 없어진다. 지금까지는 다른 증거가 확실하지 않아도 검찰조서를 토대로 '너는 유죄'라고 할 수 있었다. 인권 측면에서는 후진적인 제도인데, 그래서 검찰에서는 과학수사보다는 사람을 불러 자백을 받으려는 데 집중했다. 앞으로는 검찰의 이중 조사와 자백 강요가 줄어들 것이다."

이형세 단장은 2013년 국세청에 91억 원의 소득을 신고한 검사장 출신 홍만표 변호사의 사례를 들며 전관예우 역시 줄어들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전관예우를 '전관비리', '전·현관 합작 범죄'라 불러야 한다고 했다.

"홍만표 변호사가 한 해 수임료로 91억 원을 벌었다고 하는데, 그게 합리적인 법률서비스 대가인가. 전관비리가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어떤 검사와 친하거나 같이 근무했다고 말하는 변호사한테 정상적인 법률서비스 비용만 주겠나. 수사권과 기소권을 독점하는 데에서 돈이 나오는 것이다."

이형세 단장은 "권력이 분산돼서 서로 견제·감시하면 권한을 마음대로 휘두르지 못한다, 그렇게 되면 합리적인 법률서비스 비용을 지불하지 터무니없는 돈을 주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15일 경찰청 집무실에서 이형세 단장과 마주 앉았다. 그는 2017년 12월 수사구조개혁1팀장을 거쳐 2018년 12월부터 수사구조개혁단장으로서 경찰 쪽 검경수사권 조정을 책임졌다. 지난 13일 형사소송법·검찰청법 개정안의 국회 통과로, 1954년 첫 형사소송법이 제정된 이후 처음으로 검찰의 수사지휘권이 폐지되고 경찰에 1차적 수사종결권이 부여된다.

"경찰, 큰 사건에 손도 못 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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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형세 경찰청 수사구조개혁단장 ⓒ 이희훈

 
이형세 단장은 경찰대 6기로 1990년 성북경찰서 생활안전계 실무자(경위)로 처음 발령받은 이후 2011년 총경으로 승진하기까지 20년 동안 일선 경찰서에서 범죄를 수사했다. 그에게 고위공직자의 부정부패와 같은 큰 사건을 수사했느냐고 물었더니 "현실적으로 수사하기 어려웠다"라는 답이 돌아왔다.

"요즘엔 조금 달라졌는데 과거 검찰은 경찰이 그런 사건을 하는 걸 원치 않았다. 검찰이 법원에 영장을 청구해주지 않으니까 현실적으로 수사를 진행할 수 없다. 경찰안에서는 '해도 되지도 않을 텐데'하는 생각에 아예 손도 안 대는 문화가 형성됐다. 수사는 검찰 입맛대로, 의도대로 됐다. 우리사회에 돈 좀 많고 백 좀 있는 사람들은 경찰서 수사 정도는 무력화시킬 수 있었다."

그는 일선에서 수사하면서 검찰의 수사·기소 독점에 의문을 가졌다. 직·간접적으로 사건이 왜곡되는 모습을 겪거나 봤다.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사건을 보자. 검찰은 3번이나 수사했고 특히 1~2번째 수사 때는 동영상의 주인공은 김학의 전 차관이 아니라면서 수사를 끝내지 않았나. 울산 고래고기 사건은 어떤가. 검사가 30억 원어치의 불법 고래고기를 돌려줬는데, 지금까지 경찰 조사 한번 받지 않았다. 수사는 한 발자국도 나갈 수 없다."

그는 "검찰청이 제대로 압수수색을 당한 경우가 있었느냐"면서 "서지현·임은정 검사의 고발 사건이나 검찰 조직에 대한 사건들의 경우 검찰은 법원에 영장을 청구해주지 않는다, 사실상 아무것도 수사할 수 없다"라고 지적했다.

검경수사권 조정, 국민 입장에서 무엇이 좋아질까?

이형세 단장은 13일 국회 인근에 있었다. TV 생중계로 형사소송법·검찰청법 개정안의 국회 통과를 지켜봤다. 그는 "사실 큰 역사적 사건임이 분명한데, 막상 딱 그 상황 되니까 만감은 교차하는데 덤덤했다"면서 "입법화된 데에는 국민 여론의 힘이 가장 컸던 것 같다"라고 말했다.

그는 다만 "(국회에서 통과된) 법안이 (수사와 기소 분리 원칙 차원에서) 완전하다고 보진 않지만, 첫 한 발자국을 내딛는다는 의미에서 환영한다"라고 밝혔다.

이 단장은 이번 검경수사권 조정이 국민에게 어떤 의미인지 설명하는 데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앞서 언급한 이중 조사·자백 강요·전관 비리가 줄어드는 것뿐만 아니라, 검찰과 경찰의 잘못에 책임을 묻기 명확해진다고도 했다.

"(사건 처리에 문제가 생기면) 경찰은 검사 핑계를 댄다. 검사가 지휘하고 검사가 결론을 내니까. 그런데 검찰에서는 수사는 경찰이 했으니 경찰한테 가보라고 한다. 누구한테 책임을 물어야 하는지 명확하지 않다. 앞으로는 경찰과 검찰 단계가 구분되니 명확히 책임을 물을 수 있다."

경찰공화국에 대한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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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형세 경찰청 수사구조개혁단장의 손 ⓒ 이희훈

 
인터뷰 중반 이형세 단장에게 공격적인 질문을 던졌다.

- 검찰에 따르면, 매년 경찰이 수사를 마치고 기소 또는 불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넘긴 사건 가운데 각각 4만 명, 4000명이 검찰 단계에서 처분이 바뀐다. 때문에 검찰은 경찰에 1차적인 수사종결권을 부여하면 경찰 수사 결과를 시정하기 어렵다고 주장한다.
"검찰이 경찰의 불기소 의견에도 기소한 경우 법원에서 무죄 판결이 나오면 누가 잘못한 건가. 예를 들어 김학의 전 차관 사건의 경우 경찰이 기소의견을 내고 검찰이 1~2차 수사에서 불기소처분을 했는데 누구 잘못인가. 검찰이 주장하는 통계에는 검찰 단계에서 합의, 고소 취하, 진술 번복과 같이 경찰과 검찰의 잘잘못을 따지기 어려운 경우가 상당수 있을 것이고 또한 경찰·검찰 모두의 잘못이 섞여있을 것이다."

그는 경찰과 검찰 사이에 기소 여부에 대한 의견 불일치를 두고 무조건 경찰 잘못이라고만 할 수 없다고 재차 강조했다.

"경찰과 검찰의 의견 불일치는 전체 사건의 1.8%다. 반면 검찰과 법원의 의견이 다른 경우는 5.8%다. 이는 어떻게 설명할 수 있나. 경찰 수사 결과를 검찰에서 한 번 거르고, 법원에서 재판을 3번 하는 게 건강한 사회시스템 아닌가."

이번 검경수사권 조정에 대한 가장 큰 우려는 경찰이 1차적 수사종결권을 남용하는 것이다. 전체 사건의 30%는 경찰에서 '혐의 없음' 처분을 내린다. 경찰이 봐주기 수사를 한 경우 검찰이 과거와 달리 이를 바로 잡기 힘들 것이라는 주장이 나온다. 이형세 단장은 이를 두고 "왜곡 선전"이라면서 이번에 개정된 형사소송법 제245조의8 문구를 내보였다.
 
① 검사는 제245조의5제2호의 경우에 사법경찰관이 사건을 송치하지 아니한 것이 위법 또는 부당한 때에는 그 이유를 문서로 명시하여 사법경찰관에게 재수사를 요청할 수 있다.
② 사법경찰관은 제1항의 요청이 있는 때에는 사건을 재수사하여야 한다.
 
이형세 단장은 "대부분의 사건은 사건관계인(피해자)이 있는데, 이들이 경찰 수사 결과에 이의신청하면 사건은 검찰로 넘어간다"면서 "또한 이의신청이 없더라도 검사가 모든 사건을 90일 동안 검증해서 경찰에 재수사를 하라고 할 수 있다, 이 정도 시스템을 만들어놓았는데 검사가 모든 것을 단독으로 결정하는 것보다 건강한 시스템이 아닌가"라고 반박했다.

- 그렇다면 경찰이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넘기는 사건(전체 사건의 70%)을 보자. 검찰은 보완수사를 요구할 수 있지만 경찰은 '정당한 이유'를 들어 거부할 수 있는 것 아닌가.
"개정된 검찰청법을 보면, 경찰이 검찰에 송치한(넘긴) 범죄와 관련하여 검찰은 직접 수사를 할 수 있고, 경찰한테 보완수사를 요구할 수 있다. 경찰이 정당한 이유가 없는데도 정당한 이유를 핑계로 이를 이행하지 않으면 어떻게 되겠나. 그 경찰은 손해배상과 같은 민사 책임을 질 수 있고, 검찰이 직무유기로 그 경찰을 직접 수사할 수 있다. 어떤 강심장의 경찰이 검찰의 정당한 보완수사 요구를 거부하겠나. 있을 수 없는 일이다."

- 검찰의 수사지휘권 폐지를 두고 우려가 나온다. 검찰은 초동단계에서 경찰을 지휘해서 수사혼선을 바로잡은 경우를 예로 들며, 앞으로 수사 공백이 생길 수 있다고 주장한다.
"검찰이 수사 지휘를 잘 한 경우를 몇 건 들 수 있다. 그러면 거꾸로 검찰이 지휘해서 말아먹은 사건은 사례를 들기 시작하면 이 자리에서 몇 건을 들 수 있을까. 김학의 전 차관 사건, 고래고기 사건…. 경찰도 검찰도 신이 아니니까 서로 견제와 균형을 통해 서로 사건을 들여다보는 게 건강한 시스템이다."

이 단장은 "천동설에 빗댄 '검동설' 얘기가 있다, 세상은 검사를 중심으로 돌아가고 검사가 다 맞다는 내용이다"라며 "그런데 그렇지 않다, 경찰이든 검찰이든 한 개인이나 기관이든 완벽·무오류는 있을 수 없다"라고 강조했다.

"국민한테 선택받지 않은 공무원이 너무 큰 권력을 독점하면 안 된다. 국민의 선택을 받는다면 사람들이 주기적으로 바뀐다. 하지만 직업 공무원은 자를 수 없다. 이들이 너무 과도한 독점 권력을 가져선 안 된다. 어떤 국민이 그 기관이나 단체에 독점 권력을 위임해줬나."
 

경찰에게 경찰개혁을 묻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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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형세 경찰청 수사구조개혁단장은 총경이 되면서 자신의 소신과 철학이 담긴 '정의란 무엇인가?' 일러스트를 직접 만들어 액자로 걸어두고 있다. ⓒ 이희훈

 
검찰개혁 입법이 마무리되자 "이제는 경찰개혁"이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형세 단장은 "경찰은 경찰개혁에 찬성한다"라고 밝혔다.

- 문재인 정부가 검찰개혁에만 신경 쓰고 경찰개혁은 손 놓고 있다는 지적이 있다.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 하는 문제다. 모든 법을 동시에 통과시키자는 건데, 그런 세상이 어디에 있나. 몇몇 검사들이 그런 얘기를 했는데, 국회의원들은 '준비가 되고 협의가 되는 대로 통과되는 것'이라고 했다."

- 경찰개혁의 핵심은 정보경찰 문제다. 강신명 전 경찰청장은 정보경찰을 동원해 선거에 개입한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 또한 2014년 금속노조 삼성전자서비스지회 조합원 염호석씨 시신 탈취 사건에서 정보경찰 2명이 삼성으로부터 뇌물을 받고 시신 탈취를 도운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정보경찰 2명은 17일 서울중앙지방법원 1심 재판에서 유죄를 선고받았다 - 기자주) 
"경찰은 정보경찰 개혁을 많이 했다. 더 개혁이 필요하다고 판단해서 정보경찰의 직무범위를 제한하고 정치에 관여하는 경우 아주 강력하게 처벌하도록 하는 법안(경찰관 직무집행법 개정안)이 국회에 계류 중이다. 그 법안이 빨리 통과되었으면 좋겠다."

- 정보경찰 개혁에 찬성하는 것인가.
"찬성한다."

- 정보경찰 폐지 주장도 나온다.
"정보경찰의 직무 범위를 국민의 생명과 재산이 위험한 경우 등으로만 축소하고 정치·선거 개입을 금지하고 이를 위반하면 강력하게 처벌하는 법을 만들자는 것이다. 현재도 정치에 개입하면 재판을 받고 앞으로는 더욱 불법으로 규정되는 것인데, 마음먹고 이를 위반해야 겠다는 정보경찰이 있을까. 일반적인 공무원이라도 못할 것이다."

- 경찰을 국가경찰과 자치 경찰로 나누는 자치경찰제에 대한 입장은 무엇인가?
"당연히 찬성한다."

이형세 단장에게 "그럼에도 경찰공화국 우려가 있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결코 그렇지 않다고 강조했다.

"수사 핵심은 지휘와 영장이다. 특히 영장청구권은 검사가 독점하고 있다. 소소한 자전거 절도 사건의 경우에도 CCTV를 보자고 하면 다들 영장을 가져오라고 한다. 경찰에 영장청구권은 없다. 수사하고 싶어도 검사가 도장을 안 찍어주면 단 한 가지도 조사할 수 없는데, 어떻게 경찰공화국이 될 수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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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형세 경찰청 수사구조개혁단장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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