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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년 이상 된 옛 마을인데 아직 사람이 삽니다

[설 연휴 나들이, 여기어때] 아산 외암마을, 순천 낙안읍성마을

등록 2020.01.25 12:00수정 2020.01.25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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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 연휴에 여전히 제사를 지내고 가족과 친지 간에 왕래를 하는 집들이 많지만, 삶의 방식이 다양해진 만큼 해외로 나가거나 집에 들어박혀 명절을 보내는 사람들도 꽤 많아졌다. 또 요즘에는 제사를 지내고 친척 집을 방문한 다음 가까운 곳으로 나들이를 가는 가족들도 많다.

이렇게 다양한 '명절 나기'가 있지만, 1년에 몇 번 없는 연휴인 만큼 가족과 친지가 하루 이틀 정도는 나들이를 가는 것도 괜찮겠다. 명절이 누군가에게는 노동절이 되지 않으려면 이렇게 '함께' 나들이를 함으로써 바람을 쐬고 공통의 추억을 쌓는 것도 의미 있는 일일 것이다. [기자말]

낙안읍성마을 전통 옛마을을 보러 가는 나들이는 과거로 떠나는 즐거운 시간 여행길이기도 하다. ⓒ 홍윤호


기왕에 전통 명절이라 불리는 시기이니 '시간 여행'이라는 테마로 가볍게 과거로의 여행을 다녀오는 건 어떨까. 특히, 초가집과 기와집이 어우러진 최소 200년 이상 된 전통 옛 마을은 시간 여행에 적격인 곳들이다. 민속촌과 같이 박제된 옛 마을이 아니라 실제로 지금도 사람이 살고 있는 옛 마을이 여러 곳 있다.

100여 년 이상 근대화, 산업화의 파고를 맞으면서도 아직 과거의 흔적이 온전히 살아 있는 마을들은 나이든 이들에게는 어린 시절의 추억을, 젊은 층과 아이들에게는 비일상적인 색다른 풍경의 볼거리들을 보여줄 것이다.


다만, 아직도 사람들이 그 안에서 삶을 영위하는 생활 공간이므로 그들의 프라이버시를 해치면 안 되는 주의도 필요하다. 시간을 거슬러 잠시 과거로 다녀오는 테마 여행, 설 연휴에 가볼 만한 지역별 당일 여행지를 소개한다.
 

아산 외암마을 설화산 아래 남향으로 옹기종기 초가집 지붕들이 이어진 모양새가 인상적이다. ⓒ 홍윤호

 
전철 타고 가는 옛 마을, 아산 외암마을

서울과 수도권 일대에서 가깝게 접근하여 200~300년 전으로 돌아가 정겨운 옛날 시골길을 산책해 보는 건 어떨까. 굳이 타임머신을 이용할 필요가 없다. 충남 아산 외암마을로 가면 된다.

전철 타고 가서 시내버스 한번 갈아타면 시간 여행을 할 수 있는 마을, 우리나라 옛 마을의 일반적인 구성을 갖추고 있는 데다 과거와 현재의 조화라는 측면에서 모범을 보이고 있는 마을이다.

약 30여 년 전인 1988년 전통건조물 보존지역 제 2호로 선정된 이 마을은 충청도 고유의 양반 기와집 10여 채를 중심으로 군데군데 초가집들이 아담하게 들어서 있고, 그 돌담장 사이사이로 다른 곳에서는 사라진 예쁜 시골길이 미로처럼 얼기설기 복잡하게 이어져 있다.

무엇보다 멀리서도 눈에 띄는 설화산의 산줄기가 마을 전체를 아늑하게 끌어안는 듯한 남향의 마을 전체 모습이 매우 인상적이다. 게다가 마을 앞을 외암천이 감싸 안으며 흐르고 있어 풍수지리상의 완벽한 명당 구조를 갖추고 있다. 
 

외암마을 돌담길 그리 높지 않은 마을의 돌담길은 도시에서 잊혀진 정겨움이 있다. 이 돌담길은 길이 5km를 넘는다고 한다. ⓒ 홍윤호

 
마을에 들어서자마자 가장 눈에 띄는 건 돌담장이다. 마을이 그리 크지 않은데, 집집마다 쌓아서 자연스럽게 연결된 아늑한 돌담장은 모두 더하면 길이가 5km나 된다고 하니 대단한 일이다. 마을 입구에 조성된 물레방아를 비롯해 동네 곳곳에 연자방아, 디딜방아도 남아 있고, 가는 곳마다 높이 솟은 나무들이 오래된 마을이라고 입증하듯 우뚝 서 있다.


이 마을은 조선 중기 명종 때에 장사랑이라는 직책을 역임했던 이정 일가가 낙향하여 정착함으로써 예안 이씨의 세거지가 되었고, 이후 400여 년간 고유의 전통을 지키며 마을을 보존해 왔다. 특히 이정의 6세손인 이간이 마을 뒷산인 설화산의 정기를 받아 호를 외암(巍巖)이라 지은 뒤에 그를 따서 마을 이름으로 부르게 되었으며, 후에 한자만 외암(外岩)으로 바뀌었다.

외암마을의 시골길 정취는 영화나 TV 사극 드라마의 무대가 되기도 하며, 사진작가들이나 사진을 배우는 이들이 단체로 오는 경우도 심심찮게 발견할 수 있다. 때로는 사진을 배우는 이들이 찾아와 사진 한 장을 위해 실제로 살고 있는 동네 사람들에게 이리저리 자세를 잡게 하거나 귀찮게 하는 사례들이 있다. 그들이 용인 민속촌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아닌 이상 그러한 무례는 저지르지 않는 게 좋겠다.

마을 안에는 한번 들어가 볼 만한 집들이 있는데, 건재 고택과 감찰댁이 대표적이다. 건재 고택은 이 마을의 이름을 낳게 한 외암 이간 선생이 출생한 집으로, 그의 후손인 건재 이욱렬이 현재의 모습으로 건립한 집이다. 사랑채 앞 정원의 괴목과 노송 등이 인상적인 대표적인 양반집인데, 하루 3회(10:30, 13:30, 15:30)만 문화해설사 안내 하에 들어가 볼 수 있다.

감찰댁은 5년 전 이 집을 사서 들어온 주인이 내부에 찻집을 개설하고 여러 방들을 한옥 민박집으로 개조하는 바람에 차 한 잔 한다는 핑계로 언제든지 들어가 볼 수 있는 집이 되었다. 마을은 여전히 예안 이씨의 집성촌이지만, 이렇듯 외부에서 마을 집을 사서 들어와 사는 사례도 늘고 있다. 
 

외암마을 입구 강당골에서 내려오는 계곡길이 제법 넓은 시내를 이루며 외암마을 앞을 지나간다. 오른쪽 물레방아가 정겹다. ⓒ 홍윤호

 
여행 정보
- 주소는 충남 아산시 송악면 외암민속길 9번길 13-2
연락처는 외암마을 관리사무소 041-540-2654, 041-540-2001, http://www.oeam.co.kr
입장료는 어른 2000원, 청소년··어린이 1000원
주차는 마을 입구 제1, 2주차장에 200여 대 이상 가능

- 외암마을 입구와 저잣거리에 식사할 수 있는 음식점들이 여럿 있다. 이곳들에서 식사를 해결하는 것도 괜찮다. 외암마을 안에서 민박을 하는 집들이 몇 집 있다. 주로 봄, 가을에 이용해 볼 만하다.


가는 길
- 자가용으로는 경부고속도로 천안 IC에서 나와 천안 시내를 거쳐 21번 국도→아산시→39번 국도를 따른 다음 송악면 소재지 입구에서 좌측 길로 빠져 외암마을 진입로로 600~700m 들어간다. 혹은 서해안고속도로 서평택IC→77번 국도→38번 국도→아산만방조제→39번 국도→아산→송악 입구에서 좌회전, 외암마을로 진입한다.

- 대중교통으로는 수도권 전철 1호선 신창행을 이용, 온양온천역에 간 다음 역 앞에서 송악 행 100번, 101번 시내버스를 이용하여 외암마을(송악 환승센터) 하차.

 

낙안읍성마을 마을 언덕 위 계단에서 내려다보는 낙안읍성마을의 전경이 입체적이고 인상적이다. ⓒ 홍윤호

 
옛날 동네 그대로 남은 정겨운 마을, 순천 낙안읍성마을

보기만 해도 정겨운 초가집들이 마치 들판의 버섯 모양 옹기종기 들어서서 안온하고 풍요로운 느낌을 주는 동네가 있다. 높이는 일정하지 않지만 인간적인 분위기가 흐르는 돌담은 집안을 훤히 들여다볼 수 있는 개방형의 구조를 하고 있어, '개방'과 '자유'를 내세우는 도시의 높은 폐쇄적 담장, 비인간적 콘크리트 벽 구조물과 좋은 대조를 이루고 있다.

곡선으로 구불구불하지만 정감 어린 골목 흙길은, 팍팍한 도시의 아스팔트, 시멘트길 위에서 잊혀진 자연을 발바닥에서부터 일깨워주고 있다. 사람이 살지 않는 인공 구조물로서의 민속촌이 아니라 실제 사람들이 가정을 이루어 살고 있는 동네, 낙안읍성마을이다.

낙안마을은 조선 초기 조성 당시에는 계획도시였다. 태조 6년(1397)에 흙으로 쌓았다가 15세기에 들어서서 돌로 쌓기 시작해 오늘날의 규모를 띠게 되었다. 따라서 일반적인 자연 촌락과 달리 산기슭에 붙어 있지 않고, 산과 약간 거리를 둔 평지에 네모꼴의 긴 읍성을 조성한 다음, 그 안에 일정한 구획을 지어 건물들을 배치하고 사람들이 들어가 살게 된 동네였다.   

현재에도 거의 완벽하게 남아 있는 읍성은 길이가 1.4km, 높이가 4m에 이르는 규모로서, 순천만을 통해 들어오는 왜적을 막기 위한 방어용 성곽이었다. 그래서 주차장에서 동문 입구로 들어가면 서문까지 한길이 직선으로 길게 이어지고, 오른편으로는 객사와 관아를 비롯한 공공건물, 왼편으로는 민간인들이 사는 초가집 동네가 정확하게 구분되어 있다. 그리고 동헌 남쪽으로 공식적인 길이 뻗어서 T자 형의 구조를 갖고 있다. 두 개의 길이 만나는 곳에 시장이 있었다고 한다.
 

낙안읍성마을 낙안읍성마을은 북쪽의 진산인 금전산 아래 줄기 끝자락 평지에 들어선 마을로, 왜적 방어용으로 쌓은 읍성이 아직도 남아 있다. ⓒ 홍윤호

   
마을을 천천히 거닐며 하나하나 뜯어보는 것도 좋지만 역시 마을 구경은 성 위로 돌아보아야 한다. 입구의 동문으로 들어가 옆의 계단을 통해 낙풍루로 오른 다음, 남쪽 길을 따라 한 바퀴 도는 것이야말로 낙안읍성마을을 제대로 볼 수 있는 코스이다.

성 따라 가는 길은 약간 거리감을 둠으로써 마을 전체를 시야에 둘 수 있다. 그럼으로써 눈에 거슬리는 광경들을 피하면서 마을 공간의 미학을 숨김없이 관찰할 수 있고, 한 바퀴 돌면서 보는 빼어난 전망을 기억에 오랫동안 저장해 둘 수 있다.

특히, 가장 좋은 전망은 성곽이 낮은 언덕을 만나 이 언덕을 타고 넘어가는 곳인데, 여기에 마련된 계단에서 바라보는 마을과 주변 지형은 대단히 인상적이고 입체적이다. 굳이 말하지 않아도 이곳에서 사람들은 발길을 멈추고 '좋다!'를 연발한다. 어떤 이들은 핸드폰을 들이대고 기념사진 찍기 바쁘며 어떤 이들은 오래도록 품고 가려는 듯 계단에 앉아 마을을 하염없이 내려다본다.

이 위치에서 보면 마을의 진산인 금전산에서 좌우로 뻗어나간 산줄기도 멋지지만, 벌판 쪽에 살짝 튀어나온 머리빗 모양의 옥산도 재미있다. 옛날 여자들이 사용하던 참빗 모양을 그대로 빼닮은 작은 옥산 때문에 이 동네에는 미인이 많이 난다는 속설이 있고, 동네의 풍수 형국도 옥녀가 장군을 맞기 위해 머리를 빗는다는 옥녀산발형이라 한다. 한편으로 마을 전체가 배 모양이라 '행주형'이라고도 하는데, 배에 구멍이 뚫리면 침몰한다 하여 마을 안의 샘을 깊이 파지 않았다 한다.

전통 마을로는 안동 하회마을 다음으로 알려지고 유명해진 곳이지만, 그 명성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옛 미감과 아름다움을 보존하고 있는 남도의 대표적인 전통 마을이다. 마을에서 내세우듯 '과거와 현재가 만나는 아름다운 동행'을 체험할 수 있는 곳이다.
 

낙안읍성마을 은행나무 마을 중심부의 은행나무는 마을에서 가장 오래된 나무로, 수령 600년을 헤아린다. 초가집들과 어울린 모습이 아름답다. ⓒ 홍윤호

 
여행 정보
주소는 전남 순천시 낙안면 충민길 30
문의: 061-749-8831, https://www.suncheon.go.kr
입장료 어른 4000원, 청소년 2500원, 초등학생 1500원
주차는 마을 입구 주차장에 200여 대 이상 가능

읍성 내에 식사할 수 있는 음식점이 두 곳 있고, 읍성 밖 마을에 다양한 음식을 파는 음식점들이 꽤 많다. 오가는 길에 한 끼 식사를 해결하기 좋다. 특히, 순천이 자랑하는 꼬막 정식, 떡갈비정식을 추천한다.


가는 길
- 자가용으로는 호남고속도로 승주IC→857번 지방도로를 이용, 남쪽 벌교 방면으로 내려가면 오공재를 넘어 우측 낙안읍성 마을에 닿는다. 가는 길에 선암사와 금둔사를 거친다.
혹은 남해고속도로(영암-순천간) 벌교IC에서 나와 벌교를 거쳐 857번 지방도로로 북향하면 된다.

- 대중교통으로는 순천에서 가는 것이 편리하다. 순천역과 순천종합버스터미널 앞에서 16번, 61번 버스(하루 8회)를 이용, 종점인 낙안마을 하차.
#아산 외암마을 #순천 낙안읍성마을 #설 연휴 나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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