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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도가 아주 기가 막힙니다", 유시민이 혀를 찬 이유

[게릴라칼럼] 검찰과 일부 언론의 끝나지 않는 유대

등록 2020.01.22 14:40수정 2020.01.22 1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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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자 <동아일보> 기사 ⓒ 동아일보

 
"내가 도망치듯이 떠났다는 말 한 줄을 (언론에) 내려고 가라고 하는 것이냐."
"내일 이 일이 기사가 난다면 이 일이 계획적으로 의도된 것으로 생각할 수밖에 없다."


20일 <동아일보>가 보도한 심재철 대검찰청 반부패·강력부장의 말이다. 심재철 부장이 18일 한 대검 과장의 상갓집을 떠나며 후배 검사들에게 했다는 이 한탄은 곧장 현실이 됐다.

다음날인 19일 SBS와 <경향신문> 등 일부 언론이 이를 보도했다. 윤석열 검찰총장 등 검찰 간부들이 참석한 빈소에서 양석조 반부패·강력부 선임연구관이 심 부장에게 내뱉었다는 "왜 조국이 왜 무죄인지 설명을 해보라", "당신이 검사냐" 등의 말을 전하며 '항명', '충돌'과 같은 제목을 달았다.

그러자 20일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대검 간부 상갓집 추태 관련 법무부 알림'이란 메시지를 내고 진화에 나섰다. 추 장관은 "대검의 핵심 간부들이 1월 18일 심야에 예의를 지켜야 할 엄숙한 장례식장에서, 일반인들이 보고 있는 가운데 술을 마시고 고성을 지르는 등 장삼이사도 하지 않는 부적절한 언행을 하여 국민들께 심려를 끼쳐드리게 되어 법무검찰의 최고 감독자인 법무부 장관으로서 대단히 유감스럽게 생각합니다"라고 밝혔다.

결과적으로, 심 부장의 예견이 보기 좋게 들어맞은 꼴이 됐다. 윤 총장은 물론 법조 출입 기자들의 참석이 예상된 공개 석상에서 대검 간부들이 상관을 향해 벌인 이른바 '항명 파동'은 즉각 언론에 대서특필됐다. 자유한국당 등 보수야당의 반발은 물론 '윤석열 검찰 vs. 추미애 법무부'의 대립을 부추기는 보도로 확대 재생산됐다.

이 같은 대검 간부들의 언사가 언론 보도를 염두에 둔 '기획'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는 이유도 여기 있다. 작금의 '윤석열 검찰'이 어떻게 언론 보도에 의존하는지, 또 '언론 플레이'에 능한지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건일 수 있겠다.

21일 CBS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한 황희석 전 법무부 인권국장은 이를 두고 "단순 해프닝은 아니라고 본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황 전 국장은 최근 법무부 검찰 인사에 반발하는 일부 전·현직 검사들의 움직임을 "명시적이든 묵시적이든 일종의 서로 간의 공감 속에서 뭔가 이루어진 게 아닌가라는 일종의 흐름"으로 풀이했다.

결국, "(기사가 난다면) 계획적으로 의도된 것으로 생각할 수밖에 없다"던 심 부장의 말은 '조국 사태' 이후 부분적으로 '윤석열 검찰' 내 '일종의 흐름'을 완성시키고 검사들의 '공감'을 전파하는 역할을 담당하는 일부 언론과 검찰의 공생관계를 증명하는 예견이 됐다. 이러한 공생관계를 보여주는 장면은 또 있었다.

기사 줄줄 읽은 검사, 제지한 판사

"기사는 일일이 안 읽으셔도 돼요. 기사가 너무 많네요."
"네네, 간략하게만 하셔도 될 것 같아요."


20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조국 전 장관의 동생 조모씨의 첫 재판. 재판을 심리하던 형사합의21부 김미리 부장판사는 증거로 채택된 언론 기사를 읽어 내려가는 검사의 말을 연신 제지하기 바빴다. 이날 검찰이 제시한 조씨의 공소사실은 웅동중학교 교사채용 비리(배임수재·업무방해), 허위소송(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강제집행면탈), 검찰 수사 이후 증거인멸(증거인멸교사·범인도피) 등이었다.

이에 대해 조씨 측 변호인은 교사채용 비리에 대해 "일부 (혐의를) 인정하고 있다"면서도 "(받은) 금액과 형태는 좀 다르다", "(혐의 중) 남은 부분들에 대해선 전부 부인한다"는 기존 입장을 굽히지 않았다. 교사채용 비리 과정에서 조씨가 수수한 금액은 검찰이 주장하는 1억 8000만 원이 아닌 1억 4000만 원이고, 그중 공범 2명에게 2000만 원씩 건네주고 남은 1억이 실제 조모씨가 취한 이익이란 취지였다.

이날 심리에서 김 부장판사가 검찰의 '기사 읽기'를 제지하는 장면은 네 명의 검사들이 '증거인멸' 등 조씨의 혐의 사실을 제시해 나가던 오후 심리 막바지에 나왔다. 증거로 제출한 언론 기사를 요약해 읽어 내려가며 검사들은 "웅동학원 의혹이 일파만파 퍼지는 보도가 계속됐다", "(위장 이혼 의혹 등에 대해 조모씨 측이 성명과 입장문을 내자) 자유한국당이 반박했다", "논란이 가중됐다는 언론기사가 계속되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채용비리나 허위소송(과 관련된 위장이혼 논란), 증거인멸 등 조씨의 혐의를 제시하며 8월 중순 이후 쏟아졌던 대대적인 언론보도가 마치 '사실'을 증거 하는 듯한 주장을 이어간 셈이다. 특히 이날 검찰이 여러 번 언급하며 강조한 보도는 작년 8월 22일자 <문화일보>의 "조국 동생, 웅동중 교사 2명 1억씩 받고 채용" 기사였다.

<문화일보>는 해당 기사에서 "22일 경남지역 체육계 인사 A씨에 따르면 A씨의 후배 B씨는 조 후보자 동생 조씨의 부탁을 받고 웅동학원 교사 지원자 2명의 부모들로부터 1억 원씩 총 2억 원을 받아 조씨에게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고 보도했다. 반면 조씨와 조씨 변호인은 지난 10월 법원의 영장실질심사 당시부터 일관되게 수수금액이 1억이라 주장 중이다.

이같이 검찰이 다량의 언론 보도를 증거로 제출한 데 대해 조씨 측 변호인은 "극히 이례적인 것은 아니다"라면서도 "검찰이 언론 보도를 통한 사회적인 파장을 재판부에 어필하려는 것 같다"고 말했다.

심리를 지켜본 조씨 측 한 관계자는 "검찰은 증거인멸 혐의에 대해서 검찰 수사 이후 이뤄졌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런데 8월 20일 전후 기사를 증거로 제출한 것은 검찰이 당시부터 수사를 개시했다는 반증 아닌가"라며 의아해했다. 그간 검찰의 '조국 수사'는 동양대를 비롯해 10여 곳을 압수수색하며 강제 수사에 착수한 8월 27일로 알려져 왔다.  

여전한 검찰의 언론 플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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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공개된 <알릴레오> 라이브 16회 ⓒ 노무현재단

 
"5촌 조카 조범동씨 재판이 본격 진행되고 있어요. 거기서 나온 일부 내용을 가지고 한 보도가 아주 기가 막힙니다."

21일 공개된 유튜브 <알릴레오> 라이브에서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한 한탄이다. 검찰이 20일 열린 조 전 장관 조카 조범동씨 3차 공판에서 과거 조 전 장관과 정경심 교수, 자산관리인 김모씨 등이 직접 주고받은 메시지를 공개한 것에 대해 개탄한 것이다.

검찰은 이날 재판에서 조씨가 정 교수의 세금 포탈을 도왔다는 증거라며 카카오톡 메시지를 공개했다. 일각에선 횡령 등 조씨의 혐의 입증이 정 교수나 조 전 장관의 혐의와 연관돼 있다고 해도 "폭망", "엄청 거액"과 같은 메시지 내용이 검찰의 주장대로 조 전 장관과 정 교수의 공범 관계를 입증하는 증거가 될 수 없다는 분석도 제기한다. 이런 문자를 공개한 것 자체가 '언론 플레이' 아니냐는 시각이다.

"조국 장관 5촌 조카 재판입니다. 5촌 조카 재판에 왜 조국 장관한테 남편한테 물어볼게, 문자 메시지를 왜 공개하는지 일단 기본적으로 이해를 못 하겠고요. 제가 방송 들어오기 전에 그래서 변호사하고 통화를 했어요. 일반적인, 이게 서증 조사라고 하는데요. 일반적인 서증 조사에서 이렇게 자세하게 뭔가 검찰이 얘기를 안 한답니다.

아마 언론도 이 부분에 대해서 관심이 있으니까 그걸 아마 의식한 것 아닐까, 이런 해석도 사실은 내놓던데요. 그러니까 5촌 조카 재판에 조국 장관과 관련된, 정경심 교수와 조국 장관의 문자 메시지 내용을 공개하는 것도, 의도도 저는 개인적으로 의심스럽다고 생각하고요."


21일 KBS <사사건건>에 출연한 김성완 시사평론가의 분석이다. 같은 날 조 전 장관 측도 두 번째 기소와 관련한 언론 보도를 두고 "현재 언론에서는 조국 전 장관의 직권남용혐의와 관련해서 검사의 공소사실이 사실임을 전제로 한 보도가 계속되고 있습니다"라며 "그러나 공소내용은 사실관계와 부합하지 않으며, 법리적으로도 직권남용죄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점을 다시 한번 분명히 밝힙니다"라며 장문의 입장문을 내놓기도 했다. 
 
"표창장 사태는 작년 8월 중순부터 며칠 전인 1월 중순 조국 전 장관님에 대한 두 번째 기소까지 약 5개월간 언론보도를 통한 융단폭격, 청와대 등 150군데가 넘는 기관에 대한 압수수색을 통한 무제한 강제수사 등 모든 화력을 전부 투입한, 검찰 역사상 최대 규모의 전쟁이었고, 초기에는 많은 공감을 얻었습니다(중략).

그러나, (사태를 관망하던 평범한 시민들과) 용기 있는 분들이 사태의 본질을 정확히 통찰하는 소셜 미디어 활동을 개시하면서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검찰의 아젠다에 대한 동의를 철회하고 민주주의와 법치주의의 아름다운 부분을 떠받치는 활동에 참여하면서 검찰과 언론의 카르텔을 뚫고 자유와 책임의 존엄을 드러냄으로써 반전을 이끌어냈다고 생각합니다."

지난 19일 진혜원 대구지검 부부장검사가 자신의 페이스북에 쓴 장문의 글 중 일부다. 진 부부장검사는 1971년 미 스탠퍼드 대학에서 진행된 6일간의 모의 교도소 실험을 소재로 한 책 <루시퍼 이펙트>를 소개하며 "검찰 관행 개혁의 모색"에 대해 위와 같은 의견을 피력했다.

조직적 악행과 저항하는 영웅의 등장, 뒤이어 나타나는 동조 효과(속에서 드러나는 인간 존엄) 등 '교도소 실험'의 긍정적 결론을 '조국 사태'와 비교하며, '검찰과 언론의 카르텔'을 재차 꼬집은 현직 부부장검사의 일침이었다.

그러나 일부 언론은 여전히 법무부가 '추태'라 지적한 현직 검사의 고성을 여지없이 '단독' 기사화한다. 그리고 그 언론의 취재대상인 검찰은 언론 보도를 주요 증거로 제출, 법정에서 그 기사를 줄줄 읽어 내려간다. 그렇게 '조국 사태' 이후 6개월, 이렇게 검찰과 일부 언론과 법조 기자들의 끝나지 않는 유대는 오늘도 계속되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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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는 영화 기자, 오늘은 프리랜서 글쟁이. 살다보니 시나리오 쓰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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