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듣기

정의당이 비례공천 장사? 뉴스가 안 보여준 5천만 원의 디테일

[정치 잡학다식 1cm] 선관위 기탁금 1500만원, 법적효력 상실... 민주당-한국당도 경선비용 부담

등록 2020.01.23 08:04수정 2020.01.23 08:55
8
원고료로 응원
a

청년정치로 '판을 갈자' 내건 심상정 정의당 심상정 대표가 지난 2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상무위원회를 주재하고, 정의당의 제21대 총선 비례대표 국회의원 후보 선출방침 관련 전국위원회 결정사항을 발표했다. ⓒ 남소연

 
"정의당은 비례대표 공천 장사를 위해서 그렇게 연동형비례제 통과에 목숨을 걸었던 거네." - 민경욱 자유한국당 의원 페이스북(1월 19일)
"정의당, 비례대표 장사 논란" - <조선일보> 기사 제목(1월 20일)
"군소정당 중심으로 기탁금 논란 확산" - <매일신문> 기사 제목(1월 20일)


정의당 비례대표 '총 기탁금' 5000만 원을 둘러싼 부정적 평가입니다. 지난 19일 정의당 전국위원회는 비례대표 국회의원 후보자의 경우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내는 기탁금 1500만 원(법 개정에 따라 유동적)과 경선비용으로 당에 내는 3500만 원을 확정했습니다. 현행 500만 원에서 3500만 원으로 7배 오른 셈입니다. 정의당은 이번 선거에 처음으로 완전개방형 국민경선을 도입했기 때문에 경선에 쓰는 비용을 후보들이 내는 돈으로 충당한다는 계획입니다. 

몇몇 언론과 정당이 '공천 장사'라고 비판하자 심상정 대표는 지난 20일 상무위원회에서 "정의당이 비례로 장사한다고 보는 것은 대단한 오해다, 무조건 본인이 부담하라는 게 아니라 중앙당 후원 계좌를 통해 적극적으로 모금하자는 취지"라고 반박했습니다. 또한 "장애인과 청년 후보는 경선비용(3500만 원)을 면제한다"라고 덧붙였습니다.

그러나 '5000만 원'이라는 액수에만 여론이 집중될 뿐 중요한 디테일이 빠져 있습니다.  

비례대표 후보자 기탁금 1500만원? 법적 근거 상실

먼저 국회의원 입후보자가 선관위에 내야 하는 돈, '기탁금'이 있습니다. 공직선거법상 56조 1항에 따르면 국회의원 입후보자는 1500만 원을 납부해야 합니다. 지역구 후보자든, 비례대표 후보자든 똑같습니다. 2015년 녹색당은 헌법소원을 통해 이 조항을 문제삼았습니다. 그러자 헌법재판소는 2016년 12월 29일 다음과 같은 이유로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습니다.

"비례대표 국회의원 후보자에게 지역구 국회의원 후보자와 동일한 1500만 원의 기탁금이 책정된 것은 비례대표 국회의원 후보자 추천의 진지성과 선거관리의 효율성 등의 입법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필요한 최소한의 액수보다 지나치게 과다하며 재정상태가 열악한 신생정당이나 소수정당에게는 선거에의 참여 자체를 위축시킬 수 있는 과다한 금액에 해당한다."

헌재는 2018년 6월 30일까지 국회에 법을 개정하라고 주문했습니다. 그런데 법이 지금까지 그대로입니다. 중앙선관위 관계자는 21일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2018년 7월 1일부터 비례대표 입후보자에 대한 기탁금 조항은 효력이 상실됐다"면서 "비례대표 후보자의 기탁금 납부에 대한 법적 근거는 현재 없는 상태다, 국회가 신속히 법을 개정해야 한다"라고 설명했습니다. 이 때문에 심상정 대표는 "(선관위 기탁금) 1500만 원도 헌법소원을 통해 시정하도록 됐기 때문에 아마 500만 원 정도로 낮춰지지 않을까 싶다"라고 말한 겁니다.
 
a

공직선거에 나서는 후보자의 기탁금을 규정하고 있는 공직선거법 56조. 지난 2016년 헌법재판소는 이법 56조 1항 중 '비례대표 후보자 기탁금 1500만 원'을 헌법불합치로 결정하고 국회에 2018년 6월 30일까지 법 개정을 하라고 주문했다. 하지만 법이 바뀌지 않아 2018년 7월 1일부터 법의 효력이 상실됐다. ⓒ 국가법령정보센터

  
현재 기탁금 하향조정과 관련해 국회에 계류 중인 법안은 총 6건입니다. 진선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비례대표 후보자 기탁금을 '500만 원'으로, 이종배 자유한국당 의원은 '1000만 원'으로 내리자는 법안을 발의했습니다.

윤후덕 민주당 의원은 '지역구 후보자의 기탁금은 유지하고, 비례대표 후보자 기탁금은 아예 없애자'는 법안을 내놨습니다. 김태년 민주당 의원은 '지역구 후보자는 기탁금 500만 원, 비례대표 후보자 기탁금을 없애자'는 입장입니다. 심상정 의원은 지역구-비례대표에 관계없이 기탁금을 '500만 원'으로, 윤소하 의원은 '150만 원'으로 하자는 법안을 발의했습니다.

이들 법안은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올라가 있기 때문에 오는 2월 임시국회를 열어 현행 1500만 원보다는 낮은 금액으로 선관위 기탁금을 개정할 것으로 보입니다

민주당도 한국당도 경선 비용 수천만원 부담
   
선관위 기탁금 말고 국회의원 입후보자가 당에 내야 하는 돈은 또 있습니다.  '정의당 경선비용 3500만 원'은 액수만 다를 뿐 다른 정당에도 존재합니다.  

지난 17일 민주당은 '국회의원 지역구 후보자 공모'를 발표했습니다. 이에 따르면 지역구에 출마하고자 하는 사람은 300만 원의 심사비를 내야 합니다. 만약 후보자검증위원회 검증 미신청자라면 100만 원을 더 내야 합니다. 비례대표 후보자는 얼마를 내야 할까요. 아직 비례대표 후보자 추천신청 공모는 게재되지 않았지만, 20대 총선의 경우 심사비를 100만 원으로 정해놓은 것으로 보아 비슷한 수준일 듯합니다.

그밖의 비용이 더 있습니다. 지난 20대 총선에 한 지역구에 출마했다가 낙선한 후보자는 "후보자 심사비를 제외하고 당내 예비경선을 위한 ARS 비용으로 1500만 원을 썼다"라고 말했습니다. 당시 민주당은 한 지역구당 ARS 여론조사 비용으로 3000만원가량을 잡은 걸로 알려졌습니다. 이걸 예비후보들이 분담했고요.
 
a

ⓒ peakpx

 
한국당은 어떨까요. 한국당 관계자는 21일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현재 공천관리위원장(김형오)만 있을 뿐 공천관리위원회가 구성되지 않아 세부적인 내용은 정해진 게 없다"라고 말했습니다(한국당은 22일 공천관리위원회 구성 소식을 전했습니다).

참고로 2016년 총선 당시 새누리당은 지역구-비례대표 후보자에게 심사료 명목으로 100만 원을 내게 했습니다. 여기에 또 다른 조건을 붙였습니다. 특별당비 180만 원을 낸 자에게만 후보자 자격을 부여했습니다. 게다가 당 경선기탁금, 여론조사 비용은 별도로 받았습니다. 이 비용은 지역구의 예비후보자 수에 따라 금액이 달랐는데요. <머니투데이>의 보도에 따르면 "2인 후보자 지역은 1인당 2154만 원, 3인 후보자 지역은 1436만 원, 4인 후보자 지역은 1인당 1077만 원"이었는데 "1개 선거구당 4308만원 꼴"이었습니다.

종합하면, 2016년 총선 공천 1차 공모에서 민주당은 371명이 몰려 약 6억3400만원의 당비를, 새누리당은 829명이 몰려 약 24억7000만원의 당비를 걷었습니다.

정의당은 모은 돈 어떻게 쓸까?

그렇다면 정의당은 비례대표 후보 1인이 내는 경선비용 3500만 원을 어떻게 쓸 계획일까요? 수많은 언론이 총액만 보도했을 뿐, 세부 내용은 다루지 않았습니다. 정의당 안팎에서는 비례대표 경선 출마자 수가 30명 이상이 될 것으로 예상합니다. 여기에 경선비용이 면제되는 장애인·청년 후보자 수 5~6명을 빼면 정의당은 25명가량의 후보자가 3500만 원을 낼 경우 약 9억 원으로 국민경선을 치르게 됩니다.

<오마이뉴스>가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정의당은 완전개방형 국민경선 비용으로 9억 원을 책정했습니다. 선거인단 모집 제반 비용 4억 원, 홍보비용 1억 원, 중앙선관위 위탁 5000만 원, 공보물 발송비용 2억 원, 정책배심원단 운영 1억 원 그리고 그 밖의 기타 부대비용으로 지출하겠다는 계획입니다.

'후보자가 감당해야 할 액수가 왜 이렇게 큰 건가'라는 세간의 시선에 김종민 부대표는 뉴스레터를 통해 이렇게 설명했습니다.

"비례대표 후보들의 활약이 당의 지지율을 높이는 기준점이 될 것이다. 그렇다면 경선기간부터 국민들에게 알리고, 이를 통해 당의 후원금 모금에도 적극적인 역할을 맡아야 한다. (중앙당) 후원계좌를 각 후보에게 부여할 것이다. 후원금 모금을 통해 당의 재정모금에 기여를 해야 한다. 본인 돈을 내라는 게 아니라 후원을 통해 경선비용을 내라는 제도다."
댓글8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네이버 채널에서 오마이뉴스를 구독하세요

진실과 정의를 추구하는 오마이뉴스를 후원해주세요!

후원문의 : 010-3270-3828 / 02-733-5505 (내선 0)

오마이뉴스 후원하기

오마이뉴스 정치부 기자입니다. 조용한 걸 좋아해요.

AD

AD

인기기사

  1. 1 "난리난다! 한국 대통령이 스웨덴 총리처럼 말했다면"
  2. 2 "압승 확신" 김종인, '기세등등' 이언주, '왔다간다' 김무성
  3. 3 [격전지-대구 수성을] "이번엔 정말 자신 있는데, 홍준표가 오는 바람에..."
  4. 4 "세계 대공황 가능성... 이 기회 새로운 사회 시스템 만들어야"
  5. 5 진중권이 저격한 전우용이 파헤친 근대의료 시스템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