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7개월 동안 희망 고문만 당하며 기다렸는데..."

[현장] 부산지하철 청소노동자들, 부산교통공사에 '직접 고용' 촉구

등록 2020.01.22 16:47수정 2020.01.22 16:47
0
원고료로 응원

자회사 강요, 대화 거부 부산교통공사 규탄 및 부산지하철 청소노동자 직접고용 촉구 기자회견 ⓒ 이윤경

   
공공부문에서 일하는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라는 정부 방침이 나온 지 2년 7개월이 지났다. 부산교통공사는 정규직 전환을 2018년에 완료해야 하는 1단계 사업장임에도 전환을 미루며 11개 용역업체와의 계약을 6개월 연장했다. 부산교통공사가 노동조합과의 대화를 거부하고 있기 때문에 부산지하철 청소노동자들은 영문도 모르고 2년 7개월 동안 희망 고문을 당하고 있다.

지난 1월 20일 부산지하철 청소노동자들의 정규직 전환 촉구 출근 선전이 1년을 맞았다. 매일 아침 하루도 빠짐없이 시청 후문에서 정규직 전환을 요구하며 출근 선전을 했지만, 부산시는 이들을 외면했다. 참다못한 청소노동자들은 지난 2019년 12월 5일부터 시청역 지하도에 텐트를 치고 농성을 시작했다.

고문은 기다림 만으로 끝나지 않았다. 부산지하철노조는 부산교통공사와 계약한 용역업체가 지하철 청소노동자들에게 살인적인 노동 강도를 부여했으며 최저임금, 근로계약 등을 위반했다고 주장했다. 이를 묵인하고 또다시 이들과 용역계약을 체결한 부산교통공사 또한 불법을 비호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됐다.

김경은 민주노총 부산본부 조직국장, 채광림 공공운수노조 부산본부 부본부장, 임은기 부산지하철노조 위원장, 황귀순 부산지하철노조 서비스지부장, 김재남 민주노총 부산본부 부본부장 ⓒ 이윤경



22일 오후 2시 민주노총 부산본부가 부산교통공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하철 청소노동자들의 직접고용을 강력히 촉구했다. 

민주노총 부산본부는 "부산교통공사가 정규직 전환 완료 기한을 어기면서까지 자회사를 고집하는 것은 부산교통공사와 부산시 고위 공직자들의 퇴직 후 안정된 일자리를 마련해 주려는 것에 불과하다"라고 주장하며 "왜 청소노동자들이 고위 공직자들 퇴직 후 일자리의 희생양이 되어야 하는가"라고 비판했다. 이어 "부산교통공사와 부산시는 말로만 '좋은 일자리, 노동 존중'을 떠벌리지 말고 지금 당장 청소노동자들을 직접 고용하라"고 촉구했다.

교육공무직 노동자인 채광림 공공운수노조 부산본부 부본부장은 "부산교육청도 이미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했다. 부산교통공사의 전환 지연은 다분히 의도적이다"라며 "예산 핑계 대며 노노갈등 부추기는 부산교통공사는 시간을 끌면 투쟁을 포기할 것이라 착각하고 있는데 꿈 깨라"라고 외쳤다.


임은기 부산지하철노조 위원장은 "부산교통공사는 '규모가 커서 관리가 힘들다'라는 핑계로 정규직 전환을 미루고 있는데 인천과 대전, 광주도 이미 다 직접고용 했다"라며 "직접고용하면 용역업체로 들어가는 비용 20억을 절감할 수 있는데 왜 미루고 있는냐. 퇴직 관료들의 일자리 보장을 위한 것이라는 합리적 의구심이 생긴다"라고 말했다.

지하철에서 청소노동자로 일하는 황귀순 부산지하철노조 서비스지부장은 "한달 식대가 1천 원이다. 한끼에 19원이라 밥을 사먹을 수가 없어 직접 해먹고 있는데 화장실에서 쌀을 씻어야 한다. 뿐만 아니라 연차 수당을 안 주려고 강제로 쉬게 하면서 인력 보충을 안 해주니 근무하는 노동자들은 살인적인 노동강도에 시달린다"라며 "용역업체의 불법과 부당한 처사에 대해 부산교통공사가 묵인하고 있어 청소노동자들의 고충은 말이 아니다"라고 울분을 터트렸다.

황 지부장은 "2년 7개월 동안 희망 고문만 당하며 기다렸는데도 정규직 전환이 안 되니 용역업체와 3개월씩 단기로 재계약을 하고 있는 상황이다. 게다가 부산교통공사는 관리감독을 아예 하지 않고 있어 용역업체가 자신들의 입맛에 맡게 근무조건을 변경하거나 불이익을 주고 있다"라며 "시간을 끌면 투쟁을 포기할 것이라 생각하고 있는 것 같은데 우리는 끝까지 싸워 직접고용을 쟁취할 것"이라 말했다.

김재남 민주노총 부산본부 부본부장이 기자회견문을 낭독한 후 총연맹에서 보내온 투쟁지원금을 대신 전달했다.
   

"시간을 끌면 투쟁을 포기할 것이라 생각하나? 우리는 끝까지 싸워 직접고용을 쟁취할 것이다." 결연한 의지를 표명한 황귀순 부산지하철노조 서비스지부장 ⓒ 이윤경

   

총연맹에서 보내온 투쟁지원금을 김재남 민주노총 부산본부 부본부장이 전달했다. ⓒ 이윤경

 
#부산지하철 #비정규직 #직접고용 #민주노총부산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AD

AD

AD

인기기사

  1. 1 61세, 평생 일만 한 그가 퇴직 후 곧바로 가입한 곳
  2. 2 죽어라 택시 운전해서 월 780만원... 엄청난 반전이 있다
  3. 3 "총선 지면 대통령 퇴진" 김대중, 지니까 말 달라졌다
  4. 4 민주당은 앞으로 꽃길? 서울에서 포착된 '이상 징후'
  5. 5 '파란 점퍼' 바꿔 입은 정치인들의 '처참한' 성적표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