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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가 자세 안 된다고, 몸을 혹사하면 안 되는 이유

[누구나 아는 요가, 아무도 모르는 요가] 마음을 집중할 때 깨어나는 차크라

등록 2020.02.02 19:27수정 2020.02.18 1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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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요가를 안다고 합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이 알고 경험하는 요가는 극히 일부분입니다. 요가를 수련하고 가르치는 사람으로서, 요가에 대한 엄청난 오해를 바로잡고 싶습니다. 저의 경험을 섞어가며 요가에 대한 바른 이해를 도모하고자 합니다.[기자말]

꼭 인터넷에 올라온 사진이나 선생님의 시범처럼 완벽한 아사나를 해내기 위해 몸을 혹사시키지 않아도 된다. ⓒ Pixabay

 
세계 각국에서 모여든 다양한 성인 연령의 사람들이 모인 홀에서 선생님은 차크라에 대해 설명했다.

우주와 인간에게 동일하게 존재하는 일곱 층위의 진동이 일곱 개의 차크라를 통해 공명을 이룬다는 내용이었다. 차크라(Chakra)는 수천 년 전 힌두 경전 베다(The Vedas)에서 처음으로 묘사되었으며 문자적 의미는 에너지의 '바퀴'이다. 에너지를 받아들이는 채널이다.


사실 여기까지 들었을 땐 그러려니 했는데, 차크라가 물리적 몸의 표면에서 약 2센티미터 바깥쪽에 둥근 바퀴 모양으로 존재하며 활성화되면 제자리에서 회전한다는 설명에 이르자 나는 속으로 비웃기 시작했다. 설상가상으로 한 영국 남자가 자기 가슴에 대고 손가락으로 원을 그리며 '이런 방향으로 돌더라'고 말하는 걸 들으니 더욱 웃겼다.

빙빙 돈다는 차크라, 과연 진짜일까?

나는 평소에도 거룩한 형이상학을 굳이 형이하학으로 표현하는 걸 싫어했다. 무한한 자비를 상징한다며 수십 개의 팔을 그려넣은 부처의 탱화는 징그러웠고, 힌두교의 코끼리 신이나 원숭이 신은 솔직히 좀 아니라고 생각했으며, 가톨릭 성당에 전시해 놓은 총천연색 예수의 수난상 조각품들에도 별 감흥이 없었다. 그런데 무슨 장난도 아니고, 내 몸 바깥쪽에서 바퀴 같은 것이 빙빙 돈다니 황당할 수밖에.
 

차크라는 우주와 나의 공명을 이루기 위한 에너지 채널이다 ⓒ 최성연

 
수업을 마치고 나가다가 일곱 개 차크라의 색과 모양을 나타낸 그림이 벽에 걸려 있는 것을 보았다. 이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 순간, 한편으로는 이것들이 정말 다 진짜여서 나도 느끼게 되면 좋겠다는 마음이 슬그머니 생겼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차크라를 느끼게 되는 일은 그리 어렵지 않다. 차크라를 향한 순수하고 굳센 믿음은 없어도 된다. 의심해도 괜찮다. 다만 수련하는 동안 차크라가 있다는 위치에 집중하기만 하면 된다. 차크라는 형이상학이 아니라 형이하학이기 때문이다.

우주의 모든 것은 에너지이며 진동하고 있다. 특정 진동수와 같은 진동수가 만나면 공명이라는 강렬한 에너지가 발생한다. 음악을 들으며 느끼는 행복감, 숲 속에 있을 때 편안해지는 느낌, 화이트노이즈(자연의 소리)를 들으며 숙면에 드는 것 등이 모두 공명으로 인한 현상이다.


우리의 몸에도 부분마다 고유 진동수가 있어서 차크라를 통해 우주와 공명을 이룰 수 있다. 자, 이제 차크라가 뭔지 간단히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생식기와 항문 사이에 위치한 물라다라 차크라는 뿌리 차크라로서, 우리의 몸을 살아 있게 하는 기본적인 생명력의 채널이다. 치골 앞에 있는 스와디스타나 차크라는 성 에너지, 사회성, 창의력과 상상력의 에너지 채널이며, 배꼽 앞의 마니푸라 차크라는 욕망과 의지와 열정의 중심 채널이다.

가슴 한가운데에 위치한 아나하타 차크라는 연민과 공감, 무조건적 사랑의 에너지 채널이고, 목 앞쪽의 비슈다 차크라는 영적인 감수성과 직관의 채널이라 보면 된다. 이마 한가운데의 아즈나 차크라는 영적인 통찰력과 초월적 정신의 채널이다.

그리고 모든 차크라의 완성은 우리 몸의 가장 꼭대기인 정수리 위에 있는 사하스라라다. 왕관 차크라로도 불린다. 사하스라라의 완전한 활성화는 자기 존재의 참다운 본질을 깨달은 상태의 발현이다.

아사나는 차크라의 활성화를 위한 것
 

우리 몸에는 고유한 진동수가 있다 ⓒ 최성연

 
하위 차크라에서 상위 차크라에 이르는 단계는 동물적인 존재에서 신적인 존재로 나아가는 과정과 일치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요가에서는 하위 차크라를 상위 차크라에 비해 결코 경시하지 않는다. 모든 차크라가 조화를 이루었을 때 온전한 존재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사하스라라를 제외한 여섯 개 차크라는 우리 몸의 자율신경계 중 부교감신경의 주요 신경총 위치와 일치한다. 또한 처음과 마지막을 제외한 다섯 개의 차크라가 중요한 내분비 샘 위치와 일치하는데 동시에 미주신경(迷走神經)의 주요 연결망과도 일치한다.

샘과 신경총은 엄청나게 많은 전기 에너지가 모이는 곳이다. 우리 몸의 모든 생명활동은 전기 에너지이며, 이 세상은 끊임없이 움직이고 흐르는 에너지로 가득 차 있다. 따라서 차크라에 마음을 집중하면 생각이라는 에너지로써 휴면 상태에 있는 진동이 활성화되고 우주의 진동과 공명을 이루어 에너지를 받아들이게 된다. 이것은 단순한 과학이다. 

게다가 고마운 건 이 에너지의 흐름과 집중을 아사나가 돕는다는 사실이다. 아사나를 할 때에 팔다리를 벌리거나 치켜들고 몸을 구부리거나 등을 휘는 까닭은 우리 몸을 안테나 삼아서 주파수를 맞추기 위함이다. 아사나 수련은 안테나 방향을 바로 세우는 이치와 같다. 그런데 이 안테나가 꼭 길어야 한다는 법은 없다. 짧아도 안테나의 기능을 할 수 있다.

그러니 꼭 인터넷에 올라온 사진이나 선생님의 시범처럼 완벽한 아사나를 해내기 위해 몸을 혹사시키지 않아도 된다는 말이다. 내 몸이 허락하는 범위 안에서 올바른 방향을 잡고, 필요하다면 도구의 도움을 받으면 된다. 그런 의미에서 요가 대회라는 게 존재한다는 건 상당히 씁쓸한 일이다. 요가의 본질은 성취, 경쟁, 과시와는 아무 상관도 없다. 오히려 정반대다.
#요가 #차크라 #공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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