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인 설에도 길거리에서 투쟁하는 사람들"

고속도로 요금수납원, 문중원 기수-한국화이바 청년 노동자 유가족 등 곳곳에

등록 2020.01.23 15:07수정 2020.01.23 1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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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일반노조에서 서울 민주일반연맹에 파견된 강동화 사무처장은 서울 광화문 거리에서 고속도로 요금수납원의 직접고용을 요구하며 물과 소금을 모두 끊은 금식투쟁 23일로 사흘째 맞이하고 있다. ⓒ 민주일반연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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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문중원 경마기수의 부인이 1월 21일 청와대 앞에서 오체투지를 하면서 경찰에 의해 막히자 앉아 기다리고 있다. ⓒ 공공운수노조

 
"우리도 설을 쇠고 싶다."

가족‧친지들이 다 모이는 설에도 고향에 가지 못하고 길거리에서 싸우는 사람들이 있다. 지난해 추석에 이어 두 번째 명절인 설이 되어도 투쟁 현장에 있는 노동자들이 있는가 하면, 죽음의 진상규명을 외치며 장례를 치르지 못하는 유가족들이 있다.

한국마사회 부산경남경마공원 고(故) 문중원(당시 40세) 기수와 밀양 한국화이바 직원 김아무개(당시 32세)씨의 유가족들은 아직 장례를 치르지 못하고 있다.

문중원 기수는 한국마사회의 부조리를 고발하는 내용의 유서를 남기고 지난해 11월 29일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와 노동‧시민단체들은 '고 문중원 기수 시민대책위원회'를 결성해 투쟁하고 있다. 유가족들은 시신을 서울 광화문 쪽으로 옮겨 차량에 안치해 놓고 있다.

정부 서울청사 옆에 있는 시민분향소에서는 23일로 16일째 '문중원 열사 극락왕생 발원기도'가 열렸고, 이날 저녁 촛불문화제가 열린다. 시민대책위는 유가족들과 함께 최근 들어 매일 청와대 앞에서 오체투지를 하고 있다.

공공운수노조와 유가족들은 고인 죽음의 진상규명과 마사회의 사과 등을 요구하고 있다. 시민대책위는 설 연휴 이후에도 투쟁을 계속하기로 했다. 문중원 기수가 사망한 지 60일 가까이 됐지만 장례를 치르지 못하고 있다.


한국화이바 직원 김아무개씨는 지난해 12월 9일 사망했다. 유가족들은 '직장내 괴롭힘'에 의해 고인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이라 주장하며, 진상규명 등을 요구하고 있다.

고용노동부 양산지청은 '직장내 괴롭힘'에 해당한다고 판단하면서 한국화이바 대표에 행위자 징계와 재발방지 조치를 이행할 것을 요구했다.

그러나 회사는 '직장내 괴롭힘'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22일 민주노총 경남본부가 한국화이바 사측을 만나 협상을 했지만 타결이 되지 않았다.

김아무개씨의 유가족들은 진상규명이 되지 않았기에 장례를 치를 수 없다며 한국화이바 앞 시위 등 다양한 투쟁을 벌이고 있다.

고속도로 요금수납원들의 투쟁도 계속되고 있다. 이들은 지난해 7월부터 한국도로공사가 '직접고용'할 것을 요구하며 다양한 투쟁을 벌이고 있다. 지난 해 추석에 이어 이번 설에도 해결이 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요금수납원 상당수는 김천에 있는 한국도로공사 본사에서 지난해 9월부터 농성하고 있으며, 일부는 더불어민주당 소속 국회의원 사무실에서 점거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단식농성도 벌어지고 있다. 도명화 민주일반연맹 부위원장과 유창근 공공연대노조 한국도로공사 영업소지회장이 지난 17일부터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도로공사 요금수납원 직접고용"을 요구하며 단식농성에 들어갔다.

또 강동화 민주일반연맹 사무처장은 광화문거리에서 21일부터 요금수납원의 직접고용을 요구하며 단식하고 있다. 특히 강 사무처장은 물과 소금을 모두 끊는 금식투쟁을 하고 있다.

도명화 부위원장은 "가족과 함께 설을 쇠고 싶은 마음은 한결 같다"며 "한국도로공사에 대한 기대나 희망이 없다. 지난 1월 6일 실무교섭 이후 진척이 없다"고 했다.

해고자들도 '무거운 설'을 맞이하고 있다. 경남에너지중부고객센터 해고자(1명)은 경남지방노동위원회에서 '부당해고' 판정을 받았지만 사측에서 중앙노동위원회에 재심 청구해 아직 복직하지 못한 상태다. 해고자는 260일 넘게 투쟁하고 있다.

민주노총 경남본부는 23일 성명을 통해 "노동개혁은 멀고 사법정의도 노동자에게는 먼 나라 이야기인 것이 어제와 오늘 노동의 현실이다"라고 했다.

이들은 "'초록 그 싱그러운 생명의 빛깔로 새해에는 크고 작은 어려움이 힘들게 하더라도 절망의 늪으로 빠지지 않고 초록빛 물감을 풀어 희망을 짜는 희망의 사람이 되면 좋겠다'는 이해인 수녀의 시 편지처럼 노동자들도 희망을 짤 수 있도록, 희망의 사람이 될 수 있도록 정부가 투쟁 사업장 문제 해결에 나설 것"을 촉구했다.

민주노총 경남본부는 "한국도로공사는 우리도 설을 쇠고 싶다는 톨게이트 불법파견 노동자들의 요구를 받아들이고, 정부는 설날 앞에 한국화이바 청년 노동자의 죽음과 한국마사회 문중원 기수 문제를 해결하라"고 촉구했다.
#설 #민주일반연맹 #민주노총 경남본부 #한국도로공사 #문중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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