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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 오가는 길, 남도의 '뉴트로' 감성 느껴볼까

순천 낙안마을과 금둔사 찍고 담양 추억의 골목까지

등록 2020.01.24 14:28수정 2020.01.24 1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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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적 설날을 연상케 하는 인절미. 그때 그 시절 설날은 가장 큰 명절이었다. 평소 먹지 못했던 맛난 음식을 배부르게 먹을 수 있었다. ⓒ 이돈삼

설날이 되면 옛날 어려웠던 그때 그 시절이 모락모락 되살아난다. 어릴 적 설날은 가장 큰 명절이었다. 평소 먹지 못했던 맛있는 음식을 배부르게 먹을 수 있었다. 어머니가 대목장에서 사주는 새 옷과 새 신발도 설날을 손꼽아 기다리게 했다. 두둑하진 않아도 세뱃돈까지 챙길 수 있었다. 풍족하지 않아서 더 애틋한 그 시절의 설날이었다.

설날을 맞아 새록새록 떠오르는 곳이 있다. 순천에 있는 낙안읍성 민속마을이다. 낙안마을에는 그때 그 시절 풍경이 고스란히 자리하고 있다. 우리네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살았던 초가집이 다닥다닥 붙어 있다. 부러 만들어 놓은 민속촌이 아니다. 그 집에서 지금도 우리의 아버지 어머니가 살고 있다. 집도, 사람도 모두 문화재급의 정겨운 마을이다.
  

옛날 고향집의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순천 낙안마을. 초가집이 옹기종기 모여 있다. ⓒ 이돈삼

낙안읍성에 있는 수령 500년 된 푸조나무. 이순신 장군이 직접 심었다고 전해진다. ⓒ 이돈삼

초가집 사이로 구부러지는 고샅이 정겹다. 돌담도 모나지 않게 고샅을 따라 휘돌아간다. 마을에는 옛사람들의 희로애락을 지켜봤을 고목도 많다. 수령 200년에서 400년 넘은 팽나무와 은행나무 고목이 있다. 이순신 장군이 심어 500살이 넘은 푸조나무도 있다.


낙안읍성은 1397년(태조6년) 이 고장 출신 김빈길 장군이 의병을 일으켜 처음 쌓았다. 낙안군수로 부임한 임경업 장군이 1626년(인조4년)에 토성에서 석성으로 고쳤다. 성곽은 높이 4m, 너비 3∼4m, 길이 1410m에 이른다. 성 안에 낙안면 동내·서내·남내리 3개 마을이 들어있다. 120세대 280여 명이 살고 있다.

박정희·전두환 군사독재에 맞섰던 잡지
  

잡지 '뿌리깊은나무'. 한창기가 펴낸 잡지다.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한글 전용 가로쓰기를 했다. ⓒ 이돈삼

낙안읍성 앞에 뿌리깊은나무박물관도 있다. 잡지로 박정희·전두환 군사독재에 맞섰던 고 한창기 선생을 기리는 곳이다. 한창기는 '뿌리깊은나무'를 비롯 '샘이깊은물', '한국의발견'을 펴냈다. '뿌리깊은나무'는 낡고 오래된 것에서 아름다움을 찾았던 잡지다. 1976년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한글전용 가로쓰기를 하며 출판계에 큰 파장을 일으켰다. 1980년 신군부에 의해 강제 폐간을 당했다.

한창기는 우리의 전통문화를 되살리는 일에도 앞장섰다. 음식을 담는 그릇에서부터 판소리까지 잊혀져가는 우리의 고유문화를 찾아내고 알렸다. 민화 전시, 판소리 음악회 등을 열고 이것을 문화상품으로 만들기도 했다. 1997년 나이 60살에 세상을 떴다.

금전산 금둔사의 홍매화도 피고 있다. 음력 섣달인 납월에 꽃을 피운다고 '납월홍매'다. 올겨울 날씨가 비교적 푸근해 일찍부터 꽃을 피웠다. 금둔사가 품은 야생의 차밭도 다소곳하다. 낙안사거리에 근사한 돌탑공원도 있다. 설날을 맞아 고향으로 오가는 길에, 아니면 쉬는 날을 이용해 가볼 만한 남도의 여행지다.
  

담양 추억의 골목. 중장년층은 물론 젊은 세대까지 아우르는 뉴트로 여행지로 사랑을 받고 있다. ⓒ 이돈삼

어릴 적 학창시절을 떠올리게 하는 학교 교실. 추억을 찾아가는 여행은 온 가족이 함께 즐기는 명절여행으로 제격이다. ⓒ 이돈삼

옛 추억을 더듬을 수 있는 남도의 추억 여행지가 또 있다. 중장년층은 물론 젊은 세대들까지 새로움(New)과 복고(Retro)의 '뉴트로' 감성을 동시에 느낄 수 있는 곳이다. 담양 금성면에 있는 '추억의 골목'이 그곳이다. '추억의 골목'은 해방 전부터 80년대까지 우리의 근현대사를 만날 수 있는 전시관이고, 영화나 드라마 촬영장으로도 쓰이고 있다.

'추억의 골목'에서 먼저 눈에 띄는 게 극장 건물이다. 20년 동안 모텔로 운영된 건물을 옛날식 극장으로 꾸몄다. 밖에는 로보트태권브이, 바람과함께사라지다, 영자의전성시대 같은 대형 영화간판을 내걸었다. 미용실, 연쇄점, 한의원, 신문보급소, 세탁소, 라디오수리점 간판도 걸어놨다.


옛 영화 포스터가 붙어있는 골목에는 옛날식 다방이 자리하고 있다. 어린아이들이 문턱이 닳도록 오가며 재잘거렸을 문구사도 있다. 부모 몰래 다녔던 만화방도, 쫀드기 같은 주전부리를 팔았던 구멍가게, 또 옛날식 방앗간에 연탄집까지. 우리의 근현대 문화를 다 만날 수 있다.

익숙함과 새로움이 공존하는 '핫플레이스'
  

보성 강골마을에 있는 열화정. 고풍스런 멋과 정취를 간직하고 있다. ⓒ 이돈삼

증기기관열차를 탈 수 있는 곡성 섬진강기차마을. 익숙함과 새로움이 공존하는 추억 여행지로 제격이다. ⓒ 이돈삼

보성 강골마을도 추억을 소환한다. 강골마을은 지은 지 100년 넘은 옛집이 즐비하다. 문화재로 지정된 집도 여러 채다. 소담스런 흙담과 고샅이 한적한 전통의 한옥마을이다. 고풍스런 멋과 정취를 간직한 정자 열화정도 있다. 곡성 섬진강기차마을도 추억 여행지로 손색이 없다. 60년대 옛 기차역의 모습이 그대로 남아있다. 증기기관차, 레일바이크 등 익숙함과 새로움이 공존하는 테마파크다.

목포 근대역사관도 새로움과 복고가 어우러진 여행지로 각광을 받고 있다. 목포 최초의 근대건축물인 옛 일본영사관을 중심으로 한 근대역사거리가 목포여행의 핫플레이스가 되고 있다. 무안 밀리터리테마파크에선 옛 전투기와 함께 군대 이야기를 보고 체험할 수 있다.

이색적이면서도 개성 넘치는 체험 여행도 가족과 함께 즐겨볼 수 있다. 강진 가우도에서 바다 위를 날아 뭍으로 나오는 짚트랙을 타는 것도 짜릿한 체험이다.

목포 해상케이블카나 해남 두륜산케이블카를 타는 것도 즐거운 여정이 된다. 목포해상케이블카는 유달산 뒤쪽에서 출발해 산정까지 올라갔다가, 다시 바다 위를 가로질러 고하도까지 운행한다. 산과 바다를 횡단하는 국내 유일의 해상케이블카다. 운행거리가 3230m로 국내에서 가장 길다. 한 폭의 수채화 같은 목포 부근 다도해의 비경을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다. 밤에 보는 목포밤바다 풍경도 황홀경이다.
  

목포 해상케이블카에서 내려다 본 목포대교 주변의 밤 풍경. 다도해와 어우러지는 환상경을 만날 수 있다. ⓒ 이돈삼

전남농업박물관에서 하는 굴렁쇠 굴리기. 윷놀이, 투호놀이 등 세시풍속은 박물관에서 하면 더 재밌다. ⓒ 이돈삼

자녀들과 함께 세시풍속을 즐기려는 가족들에게는 국립광주박물관과 나주박물관, 전남농업박물관을 추천한다. 광주박물관에서는 대형 윷놀이와 투호, 고무신 던지기, 팽이치기 등 전통놀이가 펼쳐진다. 장구와 북, 꽹과리 등으로 이뤄진 사물놀이를 연휴기간 내내 체험할 수 있다. 도포를 입고 서화를 그려보는 조선시대 선비체험도 재미를 더해준다.

나주박물관에선 윷놀이, 제기차기, 상모돌리기, 굴렁쇠 굴리기, 팽이치기 등 민속놀이를 해볼 수 있다. 어린이체험놀이터에선 늑대와 숲속 친구들이 다양한 유적과 유물을 찾으러 떠나는 이야기를 담은 손인형극 '소중한 보물'도 공연한다.

영암에 있는 전남농업박물관에서는 평소 접하기 어려운 승경도 놀이를 비롯 제기차기, 투호, 연날리기, 널뛰기, 팽이치기, 윷놀이, 줄다리기, 굴렁쇠 굴리기 등 다양한 전통 민속놀이를 해볼 수 있다. 한지에 새해 소망을 적어 달집에 달아보는 체험도 가능하다.

설날을 맞아 전남도립국악단의 특별공연도 준비된다. 25일 오후 5시 무안 남악에 있는 남도소리울림터 무대에 올려진다. 북·장구·징·꽹과리를 앉아서 연주하는 앉은반 사물놀이, 서민의 애환을 경쾌한 가락으로 표현한 남도민요 육자배기, 화려한 춤사위의 부채춤, 풋풋한 선율에 애잔하면서도 날카로운 해금 선율이 더해지는 국악 실내악 등으로 꾸며진다. 창극 춘향가의 네 번째 작품인 '변학도 행차하신다', 가무악 퍼포먼스가 압권인 판굿과 사자놀이도 흥미진진하다.
  

전남도립국악단의 남도풍류 공연. 국악은 명절과 잘 어울리는 공연 가운데 하나다. ⓒ 이돈삼

#설날여행 #남도여행 #낙안읍성 #추억의골목 #세시풍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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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찰이 일상이고, 일상이 해찰인 삶을 살고 있습니다. 전남도청에서 홍보 업무를 맡고 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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