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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문재인 정부의 '북한 개별관광'을 찬성하는 이유

[주장] 한국을 제외한 다른 나라 사람들은 이미 북한을 여행하고 있다

등록 2020.01.25 19:52수정 2020.01.25 1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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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대한민국 정부가 국민들의 북한 개별관광을 추진하겠다는 보도가 있었다. 적극 찬성한다. 어서 빨리 정책이 시행되길 바라는 마음에서 이 글을 쓴다. - 기자 말

미국 국적자 재미동포인 나는 2011년 별로 내키지 않았던 첫 북한 관광을 한 뒤 2017년까지 아홉 차례 북한을 여행했다. 두만강이 동해로 흘러가는 한반도의 최북단 함경북도에서부터 남한의 섬들이 훤히 보이는 황해도 해안에 이르기까지. 여행 일수만 놓고 보면 약 120일에 걸쳐 북한의 방방곡곡을 다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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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수양딸 리설향의 집에서(2017년 5월19일 평양). ⓒ 신은미

 
그 사이 북한에 3명의 수양딸을 뒀으며 북한 여행을 가면 그들의 집을 찾아가 모녀지간의 정을 나누곤 한다. 그럴 때마다 나는 '어서 남한 정부가 국민들의 북한 여행을 자유화하고 북한 정부도 이를 받아들이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했다. 그렇게 돼 이산가족들이 직접 북한에 가서 헤어진 가족들을 상봉할 수 있게 되길 기원했다.

이런 바람을 <오마이뉴스>에 연재한 북한 기행문에, 그리고 단행본으로 출간된 나의 세 번째 여행기 <우리가 아는 북한은 없다>(도서출판 말, 2019)에 이렇게 남겼다.
 
"사랑하는 가족을 국가의 허락 없이는 만날 수 없다거나, 함께 살지 못하게 하는 것은 인류에 대한 범죄이며 가장 근본적인 인권유린이다. 북한의 인권을 비판하는 남한도 이것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이산가족들을 아무렇지도 않게 바라보며 살아가는 이 시대의 사람들 또한 엄청난 인권 유린에 동참하고 있는 것이다.

해외여행에 제한이 없고(북한 여행 제외) 자유민주주의를 표방하는 한국 정부에 제안한다. '북에 가족이 있는 남한 주민들은 원하면 누구나 북한에 가서 헤어진 가족을 만나도 좋다'라고 선언할 것을. 주민들의 해외여행이 제한돼 있는 북한에게도 제안한다. '북에 헤어진 가족이 있는 남한 주민들은 누구나 북한을 방문해 가족과 상봉할 것을 허락한다'라고 선언할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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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에서 이산가족과 상봉하는 한 재미동포 (2013년 9월6일 평양). ⓒ 신은미

 
정부가 주도해 제비뽑기로 선택된 100~200명이 가물에 콩 나듯 몇 년에 한 번 하는 이산가족 상봉은 그야말로 퍼포먼스에 불과하다. 대체 실향민과 그 후손들이 몇명인데 언제 그 사람들이 상봉할 수 있단 말인가. 게다가 70여 년 동안 헤어진 가족과의 만남을 어찌 '제비뽑기'에 맏겨야 한단 말인가.

이산가족들에겐 시간이 없다. 오늘도 두고 온 가족들을 그리며, 피눈물을 흘리며 한 분 한 분 세상을 떠나고 있다.

대한민국을 제외하고... 전 세계인이 가는 북한관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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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을 여행 중인 유럽 관광객들(2013년 8월21일 량강도). ⓒ 신은미

 
북한은 오래 전부터 한국 국적자를 제외한 전 세계 모든 나라 사람들에게 관광을 개방해왔다. 한국 국적자라고 해도 해외영주권을 갖고 있는 한국인들에게는 북한 관광을 허용하고 있어 지금도 해외영주권을 갖고 있는 한국 국적자들은 북한 여행길에 오르기도 한다. 그들은 페이스북 등 소셜미디어에 그들의 여행기를 올리고 있다.

이산가족인 해외동포들도 오래 전부터 북한에 여행을 가서 헤어진 가족들을 만나 왔다. 그러나 가족 상봉을 할 경우엔 수속에 시간이 좀 걸린다는 단점이 있다. 왜냐하면 북한 당국이 북한에 있는 가족을 먼저 찾아 소재를 파악해야 하기 때문이다.

북한 관광은 유엔-미국의 제재와 무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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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경발 평양행 고려항공 속 외국 관광객들(2013년 8월 17일). ⓒ 신은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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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관광을 취급하는 한 여행사의 포스터. ⓒ youngpioneertours.com

  
북한 관광은 유엔이나 미국의 제재와 전혀 관계가 없어 많은 외국 관광객들이 북한을 찾고 있다. 중국 관광객이 주를 이루지만 유럽이나 태국, 말레이시아, 베트남, 싱가포르,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에서 온 관광객들도 꾸준히 늘고 있다. 중국 정부의 발표에 따르면 2018년 북한을 찾은 중국 관광객의 수가 100만을 넘었다고 한다.

북한 관광을 하는 데는 두 가지 방법이 있다. 하나는 관광증을 받고 가는 것이며(대부분의 외국 관광객들), 또 하나는 비자를 받고 가는 것이다. 외국 국적자인 나는 관광증을 받기도 했으며, 비자를 받기도 했다. 순전히 관광을 목적으로 갈 경우엔 관광증을, 관광 겸 수양가족을 만나러 갈 경우엔 방문비자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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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정부가 외국인 관광객에게 발급하는 관광증. ⓒ 신은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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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일반 방문 비자. ⓒ 신은미

 
특별한 방문목적이 없는 한 북한 관광은 여행사를 통해 관광증을 받고 가는 게 훨씬 편리하고 절차도 아주 간편하다. 여행사에서 보내주는 관광증 신청서에 정보를 기입하고 여권 사진, 여권 복사본을 이메일로 보내기만 하면 된다. 물론 관광증을 받고 북한에 갈 경우, 관광 외 다른 일(아는 사람을 만난다든가 또는 가정집을 방문한다든가)은 허용되지 않는다.

최근 문재인 대통령이 '북한 개별관광' 추진 의사를 밝히자 일부 사람들이 "남과 북은 서로 다른 나라가 아닌 '특수관계'이므로 비자를 받고 관광을 가는 것은 적절치 못하다"라고 짚기도 한다. 그것이 문제가 된다면 남한의 동포들이 북한에 관광을 갈 경우 비자를 받을 필요없이 관광증을 받고 가면 된다.

위 사진에서 보는 바와 같이 관광증은 정식 비자가 아니다. 순전히 관광을 목적으로 가고자 하는 외국인들에게 관광을 허락하는 일종의 허가증(Tourist Card)이다. 이 관광증 또는 이와 유사한 허가증을 발급받고 북한에 관광을 간다면 비자 논란을 피할 수 있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북한 개별관광이 성사될 경우 남한 관광객의 안전이 가장 우려된다고 한다. 그러나 내 경험에 비춰볼 때 북한은 여행하기에 안전한 나라 중 하나다. 우선 여행 중 흔히 만날 수 있는 소매치기, 부당요금, 강도, 절도 등 불미스러운 일이 일어날 가능성이 적다. 내가 아홉 차례 북한을 여행하는 동안 단 한 번도 그런 일을 겪어보지 못했다. 나뿐만 아니라 다른 외국인 관광객들도 이구동성으로 하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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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양의 밤거리 (2015년 10월11일). ⓒ 신은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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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택시 운전기사 (2015년 6월26일 평양). ⓒ 신은미

 
게다가 요즘은 택시 수가 많이 늘어 밤늦게 다니는 데 아무런 불편이 없다. 물론 원칙적으로는 안내원과 동행해야 한다. 안내원을 동행하는 게 북한의 지리나 식당, 유흥업소 등의 정보에 어두운 관광객에게 훨씬 편리하다. 그러나 늦은 밤 안내원을 불러 동행을 요청하는 게 미안해 나는 밤에 호텔을 나서 택시를 타고 다니곤 했다.

관광 안내원들은 외국인 관광객의 건강에도 주의를 기울인다. 경제 제재로 인한 서방 의약품의 공급 부족 때문에 한약 재료로 만든 약을 준다. 통상 관광객이 다른 나라에 가서 건강상에 문제가 생겼을 경우 이런 일이 뉴스가 되는 경우는 드물다(아주 전염성이 큰 질병을 제외하곤 말이다).

하지만 북한에서 관광객의 건강에 이상이 생겼을 경우, 외부 언론이 이를 왜곡보도하는 일이 있다. 이런 이유로 북한 당국은 외국인 관광객의 건강에 특별한 관심을 둔다고 안내원으로부터 들은 적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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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 관광객을 담당하는 호텔의 의사 그리고 처방약. ⓒ 신은미

 
관건은 '북한이 남한의 제안을 받을까'다

그동안 100만 명이 넘는 남한 관광객들이 금강산 관광을 다녀왔지만, 관광 중 신변에 이상이 생긴 경우는 극히 적다는 점도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무척 안타까운 일이지만, 고 박왕자씨가 북한 경계병의 총에 맞아 사망한 사건의 경우, 새벽 4~5시 사이 숙소에서 수 킬로미터 떨어진 군사지역에서 일어난 불상사라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2008년 정부합동조사단은 "분명한 목격자가 없고 목격자 진술 내용도 상이해 현지조사 없이 현재 상황에서 모든 의혹을 밝히기에는 한계가 있다"라고 발표한 바 있다). 

나는 남한 정부가 개별여행을 허가한다 해도 안전에 큰 문제가 없다고 생각한다. 수십 년 동안 북한 관광이 온 세계 국가를 대상으로 열려 있었고, 수 많은 나라의 관광객들이 북한을 다녀 갔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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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광버스를 향해 손을 흔드는 북녘의 아이들 (2013년 8월22일 함경북도 명강군). ⓒ 신은미

 
지난 20일 통일부는 북한 개별관광 구체 방안을 발표했다. 남에서 북으로 가는 개별관광, 제3국 경유 개별관광, 외국인의 남북한 연계 관광 등 3가지 방식으로 압축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통일부는 "우리 쪽 관광객의 신변안전보장을 확인하는 북쪽과의 합의서·계약서·특약 등이 체결된 경우 방북 승인 검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고 박왕자씨와 같은 사례를 방지하기 위한 정부의 계획으로 보인다.

그런데 그 어느 나라 관광객도 관광 중의 안전보장을 위한 '보증서'를 받아들고 북한 관광을 다녀 온 사람들은 없었다. 되레 이런 조치가 북한에 대한 잘못된 선입견을 부추기지는 않을까 걱정되기도 한다. 

북한이 여행하기에 안전한 나라 중 하나라고 생각되는 이유는, 북한이 각별히 치안이 잘 돼 있어서가 아니다. 그 이유는 북한 동포들 자신이 도덕적으로 잘 교육받은 사람들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북한동포들이 더욱이 남녘에서 온 관광객이란 것을 알면 더욱 따듯하게 맞이할 것이다. 그들은 호기심도 많아 나이, 직업, 사는 곳, 가족관계, 좋아하는 음식 등 온갖 질문을 한다. 남한 출신의 해외동포인 내가 북한에서 겪은 정겨운 경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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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한 맥줏집에서 동포들과 함께 (2015년 6월30일). ⓒ 신은미

 
단, 주의할 것이 있다. 여행 중 북한의 체제나 지도자를 비방하는 것은 불법이다. 그럴 경우, 여행 중이라도 추방당할 수 있다는 것을 꼭  기억해야 한다. 외국 여행에 가서 그 나라의 법을 준수하는 것은 상식이다. 하지만 소소한 위법행위로 인해 외국인 관광객이 처벌을 받거나 추방당했다는 얘긴 들어보지 못했다.

정부의 '북한 개별여행' 추진에 많은 국민들이 기대를 갖고 있다. 그러나 관광객의 안전도 중요하지만, 관건은 남한의 북한 개별여행 추진에 대한 북한의 호응 여부다. 남한이 미국과의 공조라는 이유로 판문점 선언과 평양 선언 이행에 소극적이라 더 이상 진전을 보지 못한 남북관계에 실망한 북한이 '개별관광'에 관심을 두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민족의 화합과 평화를 위해서는 교류가 가장 먼저 선행돼야 한다. 문재인 대통령이 신년사에서 밝힌 대로 정부는 '북한 개별여행'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북한은 이에 호응해 주길 간절한 마음으로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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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화여대 음대 졸업. 미국 미네소타 주립대 음악박사. 전직 성악교수 이며 크리스찬 입니다. 국적은 미국이며 현재 켈리포니아에 살고 있습니다. 2011년 10월 첫 북한여행 이후 모두 9차례에 걸쳐 약 120여 일간 북한 전역을 여행하며 느끼고 경험한 것들 그리고 북한여행 중 찍은 수만 장의 사진들을 오마이뉴스와 나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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