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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부사' 김학범의 뚝심·용병술, 6전 전승 우승 원동력

[2020 AFC U-23 챔피언십] 한국, 사우디와의 결승전서 1-0승

20.01.27 08:22최종업데이트20.01.27 0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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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태욱 정태욱이 사우디 아라비아와의 결승전서 연장 후반 8분 헤더골을 성공시켰다. ⓒ 대한축구협회


김학범 감독의 승부사적인 기질이 다시 한 번 통했다. 김학범호가 중동의 사우디 아라비아를 넘어서며 6전 전승 우승 신화를 일궈냈다.

김학범 감독이 이끄는 한국 23세 이하(U-23) 축구 대표팀은 26일 오후 9시 30분(한국시각) 태국 방콕의 라자망갈라 스타디움에서 열린 사우디 아라비아와의 2020 아시아축구연맹(AFC) U-23 챔피언십 결승전에서 연장 후반 8분 터진 정태욱의 결승골에 힘입어 1-0 승리를 거두고, 우승을 차지했다.

호주와의 4강전에서 승리하며 2020 도쿄올림픽 본선 진출권을 확보한 한국은 4회째를 맞는 이 대회에서 사상 처음으로 우승 트로피까지 들어올리는 감격을 누렸다.

김학범 감독, 2선 공격수 3명 바꾼 선발 라인업 가동

지난 4강 호주전 라인업과 비교하면 3명이 바뀌었다. 이날 김학범 감독은 4-2-3-1 포메이션을 가동했다. 원톱은 오세훈이었다. 2선은 지난 4강전에서 선발 출장한 김대원, 정승원, 엄원상이 벤치를 지키는 대신 정우영-김진규-김진야으로 구성됐다. 3선 더블 볼란치는 김동현-원두재, 포백은 강윤성-이상민-정태욱-이유현으로 짜여졌고, 골문은 송범근이 지켰다.

경기 초반 주도권은 사우디 아라비아가 잡았다. 전반 1분 만에 알함단이 왼발 터닝슛으로 한국 골문을 조준했다. 전반 11분에는 송범근 골키퍼의 치명적인 실수로 알함단과 경합하는 상황이 연출됐다.

볼 점유율에서 사우디 아라비아가 우위를 점했다. 사우디 아라비아는 과감한 공격 대신 후방 빌드업을 통해 소유 시간을 늘리고자 했다. 이에 한국은 라인을 끌어올리며 전방 압박으로 응수했다. 압박이 풀릴 경우 빠르게 4-4-2 대형으로 전환하며 라인을 하향 조정했다. 수비 뒷 공간 노출을 막고 체력을 아끼는데 주력했다. 

한국의 공격 방향은 주로 왼쪽의 정우영에게로 집중됐다. 전반 19분 결정적인 기회를 잡았다. 정우영이 수비수 가랑이로 절묘하게 공을 빼내며 골키퍼와 맞섰지만 최종 슈팅 과정에서 수비수 태클에 저지당했다. 

한국은 앞선 5경기와 비교해 집중력 저하를 드러냈다. 수비 진영에서 잦은 패스 미스를 범하며 좀처럼 주도권을 가져오지 못했다. 2선 공격수들의 부진도 아쉬움으로 남았다. 좌우 윙어 정우영, 김진야는 사우디 아라비아 수비에 꽁꽁 묶였다. 공격형 미드필더 김진규도 평소만큼의 날카로운 패스를 공급하지 못했다.  

전반 중반 들어 두 팀은 팽팽하게 대립했다. 전반 28분 알함단이 페널티 박스 안으로 쇄도하며 시도한 슈팅이 이상민의 몸에 막혔다.

30분을 지나서야 서서히 한국으로 흐름이 넘어오기 시작했다. 전반 34분 모처럼 간결한 원터치 패스를 통한 공격 전개가 돋보였다. 오세훈이 김진규와 원투 패스로 공간을 만들었고, 마지막 오세훈의 오른발 슈팅이 골문을 살짝 벗어났다.

전반 41분 오른쪽에서 김진야의 크로스가 수비 사이로 통과되면서 무인지경에 있던 정우영에게 전달됐지만 정우영의 오른발 슈팅이 크로스바 위로 떠올랐다.

또 적중한 김학범 용병술, 연장 승부 결정지은 이동경 '황금 왼발'

김학범 감독은 후반 시작과 동시에 부진한 정우영 대신 이동준을 교체 투입했다. 이동준을 2선 오른쪽에 배치함에 따라 김진야가 왼쪽으로 이동했다. 후반 8분에는 공격형 미드필더 김진규를 불러들이고, 이동경을 넣었다.

이동준, 이동경의 가세로 공격은 한층 활기를 띠었다. 후반 12분 이동경의 스루 패스를 받은 이동준이 접어놓고 반 박자 빠른 타이밍으로 왼발슛을 가져갔지만 골키퍼 선방에 막혔다.

후반 들어 사우디 아라비아의 공격은 거의 실종되다시피 했다. 수비형 미드필더 원두재, 김동현이 2선 라인과 간격을 좁히면서 허리를 장악했고, 상대의 전진을 효과적으로 차단했다. 하프 라인 위에서 공을 가로챈 한국은 빠르게 공격으로 전환했다.

김학범 감독은 후반 27분 마지막 승부수를 던졌다. 오른쪽 풀백 이유현을 빼고, 윙어 김대원을 투입시켰다. 김진야가 오른쪽 풀백으로 내려가며 이유현의 자리를 대체했다. 2선은 김대원-이동경-이동준으로 완전히 재편됐다.

이동준은 적극적인 수비 가담과 많은 활동량으로 공수 모두 높은 기여도를 보여줬다. 한국은 후반 32분 수비수 힌디의 실수를 틈타 기회를 잡았다. 이동준이 골키퍼와 일대일로 맞섰지만 중앙으로 쇄도하는 오세훈을 향해 내준 크로스가 골키퍼 발에 걸리면서 무산됐다. 결국 90분 승부가 0-0으로 마무리되면서 연장으로 넘어갔다.

치열했던 승부는 연장에서 갈렸다. 8강, 4강전에서 후반 조커로 출장해 왼발로 득점을 올린 이동경의 발 끝이 다시 한 번 빛났다. 연장 후반 8분 왼쪽에서 이동경이 왼발로 올려준 프리킥을 정태욱이 헤더로 마무리지었다. 이동경은 토너먼트에서만 3경기 연속 공격 포인트를 기록했다.

김학범 감독은 연장 후반 11분 김대원 대신 센터백 김태현을 투입하며 수비를 강화했다. 5-2-3 포메이션으로 전환하며 끝까지 상대 공격을 막아낸 한국은 120분 혈투 끝에 승리를 거뒀다. 
 

▲ 김학범 감독 김학범 감독은 이번 AFC U-23 챔피언십에서 로테이션 시스템을 가동하는 뚝심으로 우승을 이끌었다. ⓒ 대한축구협회

 
김학범의 로테이션 시스템, 6전 전승 우승으로 해피엔딩

2020 도쿄올림픽으로 가는 길은 험난했다. 이번 대회를 앞두고 유럽파 백승호(다름슈타트)와 이강인(발렌시아)의 차출이 불발되면서 엔트리 구성에 난항을 겪었다. 김학범 감독은 특정 선수에 의존하기보단 최대한 스쿼드를 넓게 활용하는 전략을 택했다. 각 포지션별로 경쟁 구도를 만들며 선수들의 동기부여를 높였고, 골키퍼 2명을 제외한 21명에게 출전 시간을 분배하며 체력을 비축했다. 

사실 이러한 큰 대회에서 로테이션 시스템은 굉장한 모험일 수 있었다. 도쿄올핌픽에 진출하려면 대회 3위 이내에 입상해야 했다. 하필 조별리그부터 죽음의 조에 속하면서 매 경기 쉬어갈 틈이 없었다.

하지만 김학범 감독은 중국과의 1차전 이후 매 경기 7-6-8-5-3명을 선발 명단에서 바꾸는 승부사적인 기질을 발휘했고, 상대팀에 따른 맞춤 전략을 내세우는 유연성마저 보였다. 다양한 선수 조합은 상대팀들을 곤욕스럽게 만들었다. 팔색조 전술을 펼치는 한국을 분석하기란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한국은 이번 대회 총 6경기에서 모두 다른 선수가 결승골을 넣었다. 그만큼 로테이션 시스템의 힘은 막강했다. 

김학범 감독은 조별리그부터 많은 숫자의 선수를 바꾸면서도 서서히 척추 라인의 틀을 정했다. 송범근 골키퍼는 전 경기 출전했고, 센터백은 8강전부터 정태욱-이상민 콤비를 고정시켰다. 그리고 3선 미드필더 원두재는 1차전 결장 이후 2차전부터 모든 경기에 선발로 나서며 김학범 감독의 신뢰를 받았다. 원두재는 엄청난 활동량과 공수 연결 고리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며 이번 U-23 챔피언십 MVP로 선정됐다.

무엇보다 김학범호의 최대 고민은 수비에 있었다. 개막을 앞두고 열린 평가전에서 잇따라 수비 조직력 부분에서 불안감을 노출한 바 있다. 중국과의 1차전 무실점 이후 이란, 우즈베키스탄, 요르단전에서 연속으로 실점한 바 있다.

그러나 4강 호주전에서 무실점 승리를 거두며 안정감을 선보이자 호주전에 선발 출장한 포백 라인(강윤성-이상민-정태욱-이유현)과 중앙 미드필더 2명(원두재-김동현)은 이번 사우디 아라비아와의 결승전에서도 김학범 감독의 선택을 받았다. 결과는 120분 무실점 승리였다.   

이제 김학범호는 오는 7월 개막하는 2020 도쿄올림픽 본선으로 향한다. 최종 목표는 2012 런던올림픽 이후 8년 만에 메달권 입상이다.

2020 AFC U-23 챔피언십 결승전 (2020년 1월 26일, 태국 방콕 라자망갈라 스타디움)
한국 1-0 사우디 아라비아
득점 : 113분 정태욱 

선수 명단
한국 4-2-3-1 : 송범근/ 이유현 (73'김대원, 116'김태현), 정태욱, 이상민, 강윤성/ 원두재, 김동현/ 김진야, 김진규 (53'이동경), 정우영 (46'이동준)/ 오세훈

사우디 아라비아 4-2-3-1 : 알 아미/ 압둘하미드, 알탐박티 (99'알 암리), 힌디, 두바이쉬/ 알 하산 (106'알 옴란), 알리/ 알 간남 (60'야흐야), 알레사, 가립/ 알함단 (67'알브리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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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학범 정태욱 이동경 도쿄올림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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