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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셔와야 합니다" 계란 맞으며 주민 설득 나선 장관과 도지사

[현장] 진영 행안부 장관 읍소에도 주민들 냉랭... 주민대표들 "우려 충분히 전달"

등록 2020.01.30 17:44수정 2020.01.30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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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 오후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 발생 지역인 중국 우한시에서 귀국하는 교민들을 수용할 충남 아산시 경찰 인재개발원 주변 주민들이 반대 현수막을 내걸고 있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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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영 행정안전부 장관과 양승조 충남도지사가 30일 오후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 발생 지역인 중국 우한 교민 수용에 대한 설명을 하던 중 한 주민이 반대의견을 피력하고 있다. ⓒ 이희훈


​​​​​​'아산시민을 버린 행정, 대한민국 정부가 버린 아산'

정부가 중국 우한에서 철수하는 교민들을 격리하기로 한 충남 아산 경찰인재개발원 앞에 30일 인근 초사리 주민들이 내건 현수막이다. 

이날 진영 행정안전부 장관과 양승조 충남지사가 현장에서 주민들을 직접 만나 설득에 나섰다. 하지만 주민들의 감정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진 장관은 이날 오후 3시 40분께 양 도지사와 함께 경찰인재개발원을 둘러본 후 주민과 길거리 대화에 나섰다. 대기하고 있던 주민들은 진 장관이 모습을 보이자마자 계란을 던지며 "물러가라"고 소리쳤다.

흥분한 주민들, 마이크 잡은 진영 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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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영 행정안전부 장관과 양승조 충남도지사가 30일 오후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 발생 지역인 중국 우한시에서 귀국하는 교민들을 수용할 충남 아산시 경찰 인재개발원 주변 주민들과 대화를 하던 중 계란이 날아 들어 경찰이 막아서고 있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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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걀 맞은 진영 장관 진영 행정안전부 장관이 30일 오후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발생지역인 중국 우한시에서 귀국하는 교민들을 수용하기로 한 충남 아산시 초사동 경찰 인재개발원앞에서 반대 시위를 벌이는 주민들과 대화를 하던 중 일부 주민들이 달걀을 던졌다. ⓒ 이희훈

 한동안 고함이 오가다 진 장관이 마이크를 잡았다.  진 장관은 "우한 교민 중 충남 아산 분들도 3분이 있다"며 "모셔와야 한다"고 입을 열었다. 이어 "모두 건강한 분이고 혹시 몰라 14일간만 머물 예정"이라며 "천안으로 결정했다 번복한 게 아니라 여러 곳을 놓고 검토하다 경찰인재개발원이 방이 제일 많은 곳이라 선정하게 됐다"고 경위를 설명했다. 진 장관은 "시민들께 걱정을 끼쳐 죄송하다"며 "하지만 걱정하지 않도록 철저한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질의응답 과정에서 진 장관은 한 주민으로부터 "경찰이 도로를 점거했다고 주민들을 강제로 끌어냈다, 왜 시골 주민들을 폭력 세력으로 몰아세우느냐"고 물었다. 앞서 경찰은 진 장관 일행을 가로막기 위해 도로를 가로막는 주민들을 강제 해산시키려다 20여 분 동안 주민들과 실랑이를 벌였다.

진 장관은 "경찰은 주민들을 보호하러 온 것"이라고 답했다. 순간 주민들이 다시 계란을 던지기 시작했다. 진 장관은 이중 왼쪽 다리에 계란을 맞기도 했다. 경찰은 이날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기 위해 12개 중대 900여 명을 배치했다. 

양승조 충남지사는 "아산으로 오는 우한 교민 분들은 증상이 없는 분들로 안심해도 된다는 점을 목숨 걸고 장담한다"며 "제가 경찰인재개발원과 가까운 곳에 임시 도지사 집무실을 꾸리고 교민들이 떠날 때까지 가족들과 같이 생활하겠다"고 밝혔다. 양 지사는 또 "중앙정부와 협의해 이 일로 지역경제가 위축되는 문제에 대한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강조했다.


진 장관에 이어 양 도지사가 '임시 도지사 집무실'까지 내놓았지만 주민들은 "집어 치우라"고 응수했다.

양승조 충남도지사 "격리 시설 근처 임시 집무실 설치" 약속... 주민들 "거짓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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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 오후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발생지역인 중국 우한시에서 귀국하는 교민들을 수용하기로 한 충남 아산시 초사동 경찰 인재개발원 인근에서 경찰 병력이 반대 시위 동원한 농기구를 시위에 재사용하지 못하도록 막고 있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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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 오후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발생지역인 중국 우한시에서 귀국하는 교민들을 수용하기로 한 충남 아산시 초사동 경찰 인재개발원 인근에서 경찰 병력이 반대 시위 동원한 농기구를 시위에 재사용하지 못하도록 막고 있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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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 오후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발생지역인 중국 우한시에서 귀국하는 교민들을 수용하기로 한 충남 아산시 초사동 경찰 인재개발원 인근에서 경찰 병력이 반대 시위 동원한 농기구를 시위에 재사용하지 못하도록 막고 있다. ⓒ 이희훈

 이날 아침 주민들은 전날 개발원 입구를 막았던 트랙터와 경운기를 잠시 철거했다. 장관이 어떤 의견을 내는지를 들어보고 행보를 정하겠다는 의견에서다.

하지만 오후 1시쯤 열린 집회에 모인 주민들의 목소리는 격앙돼 있었다. 한 주민은 기자에게 먼저 "(격리 장소로 아산이 선정된 일을) 시장도 모르고, 도지사도 몰랐다고 한다"며 "이게 주민 자치를 내세운 문재인 정부에서 있을 수 있는 일"이라고 반문했다. 이어 초사리 부녀회원이라고 밝힌 여러 명이 기자를 에워쌌다. 여기저기서 가시 돋친 이야기가 쏟아졌다.

"천안은 데모해서 안 되고 아산은 우스워 보여 와도 되느냐. 웃기는 얘기다."
"주변에 신정호수와 카페거리가 있고 온양온천에도 많은 관광객이 찾고 있다. 여기도 적정하지 않다."
"이따 행안부 장관하고 도지사가, 어제 왔던 행안부 차관하고 똑같은 얘기를 하면 가만 있지 않겠다."


주민들은 '중국 우한동포 NO!, 여기 아산은 맑고 깨끗한 곳', '온천물은 피부병 치료 OK!, 폐렴치료 NO!'라고 쓴 손구호를 들었다. 한 주민은 "충북지사는 반대 의견이 분명한데 양승조 충남도지사는 그렇지 않은 것 같다, 우리가 충남지사에 우습게 보이면 안 된다"고 주문했다.

앞서 아산시의회 소속 의원 6명도 지난 29일 성명을 통해 "격리시설의 위치는 공항과 가까우며, 유동인구가 적고, 긴급의료시설이 설치되어 응급상황 발생 시 대처하기 쉬운 곳으로 선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반대 의견을 내놓았다

진 장관의 길거리 대화를 들은 앞의 초사리 부녀회원들은 다시 기자와 만나 "뻔한 거짓말만 또 늘어 놓았다, 자존심이 상해 받아들일 수 없다"며 말했다. 그러면서도 "주민 대표들과 비공개 대화에서 무슨 얘기가 나올지 지켜보겠다"며 기대감을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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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 오후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 발생 지역인 중국 우한시에서 귀국하는 교민들을 수용할 충남 아산시 경찰 인재개발원 주변 주민들이 반대 현수막을 내걸고 있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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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영 행정안전부 장관과 양승조 충남도지사가 30일 오후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 발생 지역인 중국 우한 교민 문제로 마을 대표단과 비공개 합의를 하는 동안 한 주민이 입구를 막은 경찰과 충돌하며 입구 유리를 깨뜨렸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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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 오후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 발생 지역인 중국 우한시에서 귀국하는 교민들을 수용할 충남 아산시 경찰 인재개발원 주변이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 이희훈

 "다 못 오게 하면 안돼"... "주민대책 마련해야"

반대 의견만 있는 건 아니다. 송악면에 있는 한 음식점에 만난 인근 주민은 "다 못 오게 하면 병에 걸린 사람은 누가 돌보냐"며 "다른 사람도 아닌 우리 교민들을 문전박대하면 되겠냐"고 말했다. 그는 "게다가 신종 바이러스에 걸린 사람도 아니고 단지 우한에 머물던 사람이라 하지 않느냐"며 "우리 교포를 우리가 돌보지 않으면 누가 돌보겠냐"고 덧붙였다. 

아산시민연대는 29일 입장문에서 "국가적 위기 상황 속에서 서로서로 협력하여 의지를 모아야 할 때"라며 "일부의 반대 목소리는 이해가 되나 내 집 뒷마당은 안 되고 이웃집 뒷마당은 된다는 식의 사고는 맞지 않다"고 밝혔다. 이어 "아산시 역시 반대하는 시민의 마음을 보살피면서 이 상황을 극복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초사리가 지역구인 김영권 충남도의원(더불어민주당, 아산1)도 전날 충남도의회에서 열린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관련 대책 회의에서 "교민을 보호하기 위한 정부의 조치는 참으로 잘 한 결정이라고 생각하며 정부와 도의 고충 또한 이해한다"는 의견을 밝혔다. 김 의원은 "다만 결정과정에서 지역 주민에게 아무런 설명도 없었고 주민들의 안전에 대한 대책은 전혀 없었다"며 "대책마련이 선행돼야 한다"는 의견을 밝혔다.

진 장관은 인근 마을회관으로 자리를 옮겨 30여 분간 마을 주민대표들과 비공개 대화를 진행한 후 진천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 인근 주민들을 만나기 위해 자리를 떴다. 현재 양 충남도지사가 주민들과 대화를 이어가고 있다. 이 때문에 비공개 대화를 통해 타결의 실마리가 마련될지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양승조 "초사리에 임시도지사집무실 설치, 주민과 함께 하겠다"
주민 대표들은 진영 행안부 장관과 양승조 충남지사, 오세연 아산시장과 비공개 간담회를 가진 후 지역 주민들과 막바지 대화를 가졌다.

이날 오후 5시 30분께 양승조 도지사가 먼저 주민들에게 비공개 간담회 내용을 설명했다. 양 지사는 "여러 의혹에 대해 해명했고 안전성과 지역주민 숙원사업에 대한 의견을 나눴다"고 밝혔다. 이어 "안전성과 관련 걱정하는 일이 없도록 할 것"이라며 "주민들이 안심할 수 있도록 경찰인재개발원 입구인 초사리에 임시도지사 집무실을 설치하고 실국회의는 물론 도청 과장들로부터 보고도 여기서 받으며 함께 생활하겠다"고 밝혔다. 또 "지역경제 침체로 인한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주민들의 숙원사업이 있다면 아산시와 함께 최대한 할 수 있는 일을 하겠다"고 덧붙였다.

간담회에 참석한 지역주민 대표들도 "행안부 장관과 충남지사에게 주민들의 우려를 충분히 설명했고, 우려가 없도록 최대한 노력하겠다는 답변을 받았다"고 밝혔다. 하지만 주민들은 "다 필요 없다, 애초 계획을 철회하지 않는다면 받아들일 수 없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주민들은 양 지사가 자리를 뜬 후에도 1시간 이상 주민대표들과 난상 토론을 벌이기도 했다.
#신종 코로나 #아산시 #진영 #양승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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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보천리 (牛步千里). 소걸음으로 천리를 가듯 천천히, 우직하게 가려고 합니다. 말은 느리지만 취재는 빠른 충청도가 생활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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