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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단체 고발이 조국 사태 보복? 나경원 의원의 입장

[하성태의 사이드뷰] <김현정의 뉴스쇼>와 인터뷰... "법적 대응"만 수차례 언급

20.01.31 20:03최종업데이트20.01.31 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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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방송된 MBC <스트레이트>의 한 장면. ⓒ MBC


"이때요? (이때요) 고등학생이요? 천재인가요? 정말 드문 일이네요. 우리 저널은 (대부분) 박사들의 논문이거든요. 아주 수준이 높아요. 고등학생이 어떻게 그렇게 많이 알겠어요? 천재가 아니라면 말이죠."

지난 13일 방송된 MBC <스트레이트> 인터뷰한 IEEE(국제전기전자기술자협회)의 빌 하겐 지적재산권 책임자는 "고등학생이 포스터를 제출하는 게 가능한가요?"라고 제작진에게 반문하고 있었다. IEEE는 나경원 자유한국당 의원 아들이 논문 포스터를 제출된 협회다.

"(논문) 원본과 이것(포스터)을 비교해 보면 과연 여기서 나온 의미가 무엇인지 똑같은 데이터를 썼다 하더라도 새로운 발견을 했든지 이런 것들이 있어야 하는데 그것이 없잖아요. 데이터도 똑같고 본론도 똑같고 동기도 똑같고 실험 방법도 똑같고 결론도 똑같아요. 그리고 그 논문의 출처는 쓰지도 않았어요. 이건 문제가 많죠. 이걸 통상 논문 표절이라고 하는 거 아닌가요?"

나 의원 아들이 4저자에 등재된 논문 포스터 내용을 확인한 미 매사추세츠공대(MIT) 고문 브라이언 리 박사의 반문이다. 이렇게 <스트레이트> '의문의 황금스펙2' 편은 나 의원 아들의 논문 포스터가 서울대 윤형진 교수의 과거 연구 논물을 표절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더불어 <스트레이트>는 지난해 9월 '조국 사태' 이후 불거진 나 의원 아들에 대한 의혹을 2회에 걸쳐 전방위적으로 훑었다.

해당 의혹은 과거 윤형진 교수의 연구에 삼성미래기술육성센터가 연구비를 지원했고, 나 의원 아들 역시 해당 연구의 논문 포스터에 4저자로 등재됐다는 것. 이를 포함 나 의원 아들과 관련된 의혹은 연구물 포스터 제1저자 청탁 논란, 4저자 등재 외에도 ▲ (서울대 윤형진 교수가 인정한) 해당 연구물 포스터와 관련된 실험의 IRB(연구윤리심의) 미준수 문제 ▲ 해당 연구와 삼성, 서울대 산학연구소와의 관계 ▲ 국적 문제 등이었다.

MBC <스트레이트>의 의혹제기
 

13일 방송된 MBC <스트레이트>의 한 장면. ⓒ MBC

 
이날 방송에서 미국으로 취재를 떠난 제작진은 나 의원 아들이 면담을 했다는 예일대 학장인 마빈 천 석좌 교수와의 인터뷰를 추진했으나 실패했고, 나 의원 아들 역시 제작진의 인터뷰를 사실상 거부했다.

앞서 나 의원은 과거 한 유튜브 채널에서 "(나 의원의 아들을 불러) '우리가 면밀하게 네(논문) 것을 다시 봤는데 아무 문제없으니까 공부 열심히 하라"고 말했다고 소개한 학장이 바로 연세대를 졸업한 한인 2세 마빈 천 교수였다. 제작진의 취재 결과 그의 아내 역시 한국인이었다. 이 마빈 천 교수는 지난해 제29회 호암상 과학상을 수상한 바 있다.

이를 바탕으로 <스트레이트>는 나 의원 아들 논문 연구가 진행된 서울대와 서울대 윤형진 교수, 그리고 연구비를 지원한 삼성과의 관계를 에둘러 질문하기도 했다. 이후 1주일 후인 20일 방송에서 MBC 조승원 기자는 "지난주 방송한 나경원 의원 아들 문제가 엄청난 관심을 받았다"며 "서울대 전화해서 실험실 빌린 것은 명백한 특혜다. (나 의원은) 국민들에게 사과부터 해야 할 것이며 그것이 책임 있는 정치인의 자세"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스트레이트> 방송에 대한 나 의원 측 반응은 어땠을까. 13일 서울서부지법 민사21부는 나 의원이 <스트레이트> 해당 회차에 대해 신청한 방송금지가처분신청을 기각했다. 그러자 나 의원은 "(<스트레이트>가) 악의적 음해보도를 이어가고 있다"며 "이제는 더 이상 민사소송에 그치지 않고 형사고소를 진행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단순한 으름장이 아니었다. 나 의원은 <스트레이트> 서유정 MBC 기자를 상대로 3000만 원의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30일 <미디어오늘>에 따르면, 나 의원 측은 소장에서 "피고(서유정 MBC 기자)는 MBC 기자로 지난해 11월18일 MBC 스트레이트 방송에서 원고(나경원)의 아들이 제4저자로 등재된 포스터에 관해 허위 사실을 보도해 원고와 원고의 아들 명예를 훼손하고 정신적 고통을 가했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31일, 나 의원이 <스트레이트> 의혹 보도 이후 처음으로 방송 인터뷰에 정식으로 응했다. 4.15 총선과 보수대통합 등에 대한 의견을 이어가며 인터뷰 초반 환했던 나 의원의 얼굴이 잠시 굳었다. "여기까지 지금 분위기가 좋았는데 지금부터는 조금 불편하실 수도 있어요"라는 질문에 "뭘 또 불편하게 하시려고 그러세요"라며 답하는 순간이었다. 이날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한 나 의원의 '불편한 질문'에 대한 반응은 어땠을까.

MBC 민사고소한 나경원 의원의 입장
 

31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한 나경원 의원. ⓒ CBS

 
"제가 시민단체가 하는 건 사실은 다 기획성이라고 보고 특별히 대응을 안 했고요. MBC (<스트레이트>)가 아들 관련해서 정말 국제적 망신을 했죠. 미국까지 가서 국제적 망신하는 그런 보도를 했는데, 그래서 이 부분에 대해서는 법적 대응을 했습니다."

굳은 표정의 나 의원은 전날 알려진 민사 소송을 먼저 언급했다. 지난 9월 이후 민생경제연구소 등 시민단체가 나 의원과 나 의원 아들, 딸과 관련된 의혹과 관련해 10차례 고소한 사건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이에 대해 나 의원은 지난 22일 <MBC 스트레이트 보도 및 시민단체 10차 고발에 대한 입장>이란 보도자료를 통해 "그들의 입맛에 맞는 악의적이고 왜곡된 정보를 생산하며 마타도어와 허위사실로 본인을 깎아내리는 MBC 스트레이트와 시민단체에 개탄을 금할 수 없으며, 불공정과 불의로 무장한 정권실세들과 결탁된 언론보도 및 고발 행태에 맞서 끝까지 싸워나갈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어 나 의원은 앞서 언급한 IEEE 빌 하겐 지적재산권 책임자의 인터뷰를 지칭하며 이메일을 통해 본인에게 받은 답변 내용을 소개했다. 나 의원은 "본인은 전혀 인터뷰에 응한 적이 없었다"며 "일반적인 정책 이야기를 했지 이 건에 대해 어떠한 구체적 자료를 보고 답한 것이 아니다, 라는 취지의 답변이 왔고 본인(빌 하겐)은 이것이 오보로 간 부분에 대해서 법적인 검토도 하겠다"는 답변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MBC 그 해당 기사에 대해서 형사, 민사 지금 대응을 하고 있습니다. 이 부분은 끝까지 가겠다는 말씀을 드리고요. 제가 안타깝게 생각하는 것은 결국은 아직까지도 물타기를 하는 것을 지나서 이렇게 계속되는 것에 대해서 매우 악의적이라고 생각합니다." (나경원 의원)

인터뷰 후반 내내 재차삼차 "법적인 대응을 검토하겠다"고 강조한 나 의원. "거리낄 거 없다"라며 "문재인 대통령의 자녀 문제라든지 이런 부분에 대해서 우리 특검을 하자고 제가 처음부터 주장했다"는 나 의원의 말에 진행자가 관련된 질문을 이어가자 다소 격앙된 반응이 나왔다. "이 부분에 대해서 저는 대답할 가치가 없다"는 말에 뒤이은 대답이었다.

"이 정도 하시죠. (중략) 사실은 지난번에 한번 다른 방송 진행하시는 것 때문에 제가 한번 출연해드리려다가 호의적으로 출연했는데 악의적으로... (여태 호의적인 질문 많이 했고, 질문이 워낙 많이 온다는 진행자의 말에) 제가 그 정도 답한 것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이걸로 이슈를 계속 만들어가는 건 다른 의도가 있다고 봅니다."

남은 질문들
 

정세균 국무총리 후보자 인사청문위원장을 맡은 나경원 자유한국당 의원이 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정 후보자의 답변을 지켜보고 있다. ⓒ 남소연

 
나 의원은 이어지는 질문에 "구체적으로 더 이상 말씀 안 드리겠습니다", "제가 충분히 여러 번 설명했어요"라며 진행자의 말을 끊었다. 그럼에도 "그냥 나오신 김에 그럼 직접적으로"라며 진행자가 답을 청하자, 나 의원은 관련 보도와 10차례의 고발을 "레닌과 공산주의의 수법"에 빗댔다.

상대의 거짓말에 대해 거짓말이 아니라고 맞받으면, 진실임이 입증될 때까지 그 거짓말이 통한다는 것. 또 그 거짓말을 진실이라 입증하기 위해 무수한 말들을 반복해야 한다는 것. 그러면서 나 의원은 <스트레이트> 보도와 시민단체들의 고발을 '조국 사태'에 대한 보복으로 규정했다.

"사실은 선거해야 되고 해야 될 일이 많은데 결국은 원내대표 할 때부터 시작된 거 아닙니까? 조국 전 장관의 이런 사태에 대해서 결국은 보복성으로 시작을 했는데요. 그래서 끊임없이 저를 힘들게 하는 건데요. 저는 당당하게 법적인 대응을 차분하게 하겠다는 말씀 드리고요. 충분히 여러 번 설명했습니다." (나경원 의원)

그렇다면 검찰 수사에 대한 나 의원의 생각은 어땠을까. 검찰은 해를 넘겨 이어진 10차례 고발에도 불구하고 나 의원을 피고발인으로 불러 조사조차 하지 않았다. 나 의원은 "그런데 수사할 거리가 돼야 수사하는 거 아닙니까? 고발장을 내면 무조건 수사하는 것입니까?"라면서 이렇게 설명했다.

"그건 이런 거죠. 제가 보기에는 검찰이 야당 원내대표를 예뻐서 수사를 안 하겠습니까. 결국은 검찰이 봤을 때 그 고발장의 고발 내용에 따라서 판단하는 거라고 생각을 하는 거고요. 그래서 이 부분에 대해서는 정리가 되지 않을까. 이렇게 생각을 합니다."

인터뷰 말미 "제가 너무 답답합니다"라면서도 아들의 근황을 전하기도 한 나 의원. 그는 "사실은 저희 아이가 지난 학기에 MBC가 쫓아와서 그렇게 인터뷰를 하고 했다는데, 그래도 여전히 제가 너무 고맙게도 성적이 또 굉장히 잘 나왔더라고요"라며 굳은 얼굴을 풀고 미소를 지어 보였다.

한편 나 의원 측으로부터 소송을 당한 서유정 기자도 재반박에 나섰다. 31일 <미디어스>에 따르면, 서 기자는 "방송에도 등장하지만, 취재진이 직접 해당 포스터를 들고 가서 코멘트를 받은 것"이라며 IEEE 빌 하겐 지적재산권 책임자가 구체적인 자료를 보지 못했다는 나 의원의 주장을 반박했다.

이어 서 기자는 "나 의원실에서 IEEE 측에 뭐라고 질문했는지 모르지만, 지식재산권 책임자의 답변은 모두 포스터와 관련된 구체적인 질문에 대한 답이었다"며 "표절 의혹이 일고 있는 논문 두 개를 그 자리에서 봤기 때문에 담당자가 데이터가 '똑같다'고 말할 수 있었던 것"이라고 부연했다. 

아들 의혹과 관련된 질문이 나오자 "법적 조치", "법적 대응"을 수차례 강조한 나경원 의원. 나 의원의 이 소송에 법원은 어떤 판단을 내릴지, MBC <스트레이트> 제작진은 어떤 후속 보도로 대응할지, 또 검찰의 수사는 어떻게 진행될지 지켜 볼 일이다.
나경원 스트레이트 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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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작업 의뢰 woodyh@hanmail.net, 전 무비스트, FLIM2.0, Korean Cinema Today, 오마이뉴스 등 취재기자, 영화 대중문화 칼럼니스트, 시나리오 작가, 각본, '4.3과 친구들 영화제' 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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