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스타

본문듣기

'작은 아씨들', 이 시점에 다시 나온 이유 있었다

[미리보는 영화] <작은 아씨들>

20.02.01 15:00최종업데이트20.02.01 15:00
원고료로 응원

영화 <작은 아씨들> ⓒ 소니픽쳐스

 
어떤 고전은 어려울 것 같아서, 어떤 고전은 재미없을 것 같아서, 어떤 고전은 이미 읽었다고 착각해서 읽지 않는다. 내게 <작은 아씨들>은 다름 아닌 선입견 때문에 읽지 않은 책이다. 부끄러운 고백이지만, <작은 아씨들>이란 제목만 보고서 10대 소녀들의 아기자기한 이야기인 줄로만 알았다. 내 취향이 아니라고 외면했고, 2020년이 되어서야 그게 아니란 것을 알게 됐다. 바로 동명의 영화 <작은 아씨들>을 통해서 네 자매의 이야기가 그저 '예쁜' 이야기에 그치는 게 아니란 것을 알게 된 것이다. 

오는 2월 12일 개봉하는 <작은 아씨들>의 언론시사회가 31일 오후 서울 용산CGV에서 열렸다. 

여성의 권리와 삶에 대한 저돌적 문제제기
 

영화 <작은 아씨들> ⓒ 소니픽쳐스

 

영화 <작은 아씨들> ⓒ 소니픽쳐스

 
배우가 되고 싶은 첫째 메그(엠마 왓슨), 작가가 되고 싶은 둘째 조(시얼샤 로넌), 음악가가 되고 싶은 셋째 베스(엘리자 스캔런), 화가가 되고 싶은 막내 에이미(플로렌스 퓨). 네 자매가 이 영화의 주인공이다.

네 자매는 이웃집 소년 로리(티모시 샬라메)를 우연히 알게 되고 네 자매와 로리는 인연을 쌓아간다. 7년 후, 어른이 된 그들 앞에 각기 다른 숙제가 놓이게 되고, 네 자매는 자신이 처한 상황을 헤쳐나가며 성장한다. 이것이 <작은 아씨들>의 대략적 줄거리다. 

이 영화를 보고 가장 놀란 건, 19세기 당시 가부장적 문화에 대한 당돌한 저항의식이 담겨 있다는 점이었다. 버지니아 울프가 <자기만의 방>을 통해 여성의 교육받을 권리, 재능을 펼치고 꿈을 이룰 수 있는 분위기, 남자처럼 돈을 벌 기회, 결혼하지 않을 자유, 투표권 등을 말한 것들이 <작은 아씨들>에도 고스란히 등장한다.  

"여성도 감정만 있는 게 아니라, 생각과 영혼이 있는 존재라고 생각해요." 

둘째 조의 대사다. 조가 바로 버지니아 울프 식의 생각을 지닌 인물이다. 조는 여성이기 때문에 마음껏 글을 쓰지 못하고, 오직 꿈꾸는 건 '결혼 잘 하기'며, 남자 없이는 자주적으로 생계를 꾸려나갈 수 없는 경제적 무능력함, 그리고 '사랑 밖에 난 몰라'라는 틀 안에서만 살아야 하는 삶에 염증을 느낀다.    

조는 여성도 자기 생각을 표현하고 재능을 드러내고 돈을 벌어 자립할 수 있는 권리를 끊임 없이 갈망하며, 가부장적 환경에 반기를 든다. 이것은 현대적 사유,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페미니즘적 사고가 다분히 녹아있는 담론이다. 이렇게 오래된 작품이, 8번이나 영화화된 이 고전문학이 왜 2020년인 지금 또다시 영화로 재개봉 하는지 알 것 같았다. 조의 저항에 공감하는 여성들이 많은 시대이기 때문이 아닐까 싶었다. 

가족 안의 사랑, 그리고 재능의 계발과 모험
 

영화 <작은 아씨들> ⓒ 소니픽쳐스

 
그러나 이 영화의 가장 굵은 중심 줄기는 가족 구성원 간의 사랑이다. 투닥투닥 싸우기도 하고 서로 돌봐주기도 하면서 자라온 네 자매가 서로 두터운 우애를 쌓고 부모를 사랑하며 그렇게 살아가는 평범한 이야기다. 그리고 이 '평범함'에 깃든 일상의 가치가 얼마나 소중한지 영화는 말하고 있다. 

여기에 더해 각기 다른 개성과 재능, 꿈을 지닌 네 자매가 자신의 재능에 관한 태도의 차이를 보이고, 또한 그 재능을 실행하는 방식에서도 차이를 보이는데 이 이야기의 줄기가 마치 날줄과 씨줄처럼 동시에 엮이어 간다. 영화는 현재와 과거의 시점을 오가며 네 자매와 그들을 둘러싼 사람들의 이야기를 펼친다. 이미 지나간 유년시절이 그립고 서글프게 느껴지는 사람이라면 이 영화에서 공감과 위로를 분명 얻을 것이다.

자매로 분한 네 배우의 연기 케미스트리와 로리(티모시 살라메)의 관계에서 오는 긴장감은 이 영화에 활력을 불어넣어준다. 젊음의 생기 넘치는 풍경들이 관객의 입가에 미소를 머금게 한다. 물론 생기와 활력만 있는 건 아니다. 모두의 인생이 다 그렇듯 네 자매에게 고난과 슬픔의 순간도 찾아든다. 이 영화 포스터에 적힌 문구, "우리의 인생은 모두가 한 편의 소설이다"가 얼마나 적절한 문장인지 영화를 보고 나면 무릎을 칠 것이다.

덤으로, 글쓰기나 출판에 관해 호기심이 있는 관객이라면 조의 자전적 소설인 <작은 아씨들>이 출간되는 과정을 바라보며 19세기 출판이 어떻게 돌아갔는지도 알 수 있다.   
 

영화 <작은 아씨들> ⓒ 소니픽쳐스

 

한 줄 평: 아기자기한 얘긴 줄 알았는데, 이토록 멋지고 저돌적이라니!
평점: ★★★★(4/5) 

 
<작은 아씨들> 정보

제목: <작은 아씨들> 
원제: < Little Women > 
제작: 2019년 
국적: 미국
장르: 드라마 외
감독: 그레타 거윅 
출연: 시얼샤 로넌, 엠마 왓슨, 플로렌스 퓨, 엘리자 스캔런, 로라 던, 티모시 살라메, 메릴 스트립 등
개봉: 2020. 02. 12 개봉
관람가: 전체관람가
러닝타임: 135분 
 
작은아씨들 개봉예정영화
댓글1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음악이 주는 기쁨과 쓸쓸함. 그 모든 위안.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