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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푸라기' 정우성 첫 촬영에 감독-스태프 당황, 이유는

[현장] 영화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 언론 시사회

20.02.03 18:05최종업데이트20.02.03 1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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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 인생배우들 집합! 지난 1월 13일 오전 서울 왕십리로의 한 상영관에서 열린 영화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 제작보고회에서 배우 정우성, 윤여정, 전도연, 신현빈, 정가람이 포토타임을 갖고 있다. ⓒ 이정민

 
한탕 돈벌이를 노리는 밑바닥 인생들의 처절한 몸부림이 오는 12일 극장가를 찾아온다.

3일 오후 서울 강남구 메가박스코엑스에서 영화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 언론배급 시사회가 진행됐다. 이날 시사회에는 전도연, 정우성, 배성우, 윤여정, 신현빈, 정가람과 김용훈 감독이 참석했다.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은 갑자기 나타난 거액의 돈 가방을 사이에 둔, 벼랑 끝에 내몰린 사람들의 얽히고 설킨 욕망을 보여주는 영화다. 일본 작가 소네 케이스케가 쓴 동명의 일본 소설을 원작으로 김용훈 감독의 각색을 거쳤다. 

김 감독은 "이 영화를 연출하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던 것은 '예측불가능함'이다. 관객들이 뒤를 알 수 없는 스토리여야지, 끝까지 흥미로워 하면서 보실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전도연씨가 등장한 이후 (이야기의) 퍼즐이 새롭게 맞춰진다. 아직 영화를 보지 못하신 관객들에겐 그게 즐길 수 있는 요소이기 때문에 (내용을 말하기는) 조심스럽다"고 말을 아꼈다.

영화에는 그야말로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수많은 인물들이 등장했다가 또 사라진다. 그 중에서도 가장 중심이 되는 세 인물은 사라진 애인 때문에 사채 빚에 시달리는 태영(정우성 분), 치매에 걸린 어머니(윤여정 분)를 모시고 아르바이트를 하며 생계를 잇는 중만(배성우 분), 과거를 지우고 새 인생을 살고자 하는 연희(전도연 분)다. 이들은 각자 밑바닥을 전전하는 현실을 벗어나기 위해 돈 가방을 노린다. 
 

▲ 전도연-정우성, 드디어 잡은 배우들! ⓒ 이정민

 
특히 전도연이 맡은 인물 최연희는 러닝 타임 1시간 후에야 등장해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김용훈 감독은 "원작 소설도 독특한 구조이지만, 그건 소설에서만 허용될 수 있는 것이었다. 영화적으로 그걸 바꿀 필요가 있었고, 연희를 중간에 등장하게 만들면서 퍼즐을 다시 맞췄다. 평범한 사람들이 벌이는 범죄극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서, 소설 속 인물들보다는 영화 속 인물들의 직업을 평범하게 바꿨다"고 말했다. 

이어 전도연은 "연희는 이미 대본에서도 충분히 센 캐릭터이기 때문에 힘을 줘서 강조하고 싶지 않았다. 오히려 힘을 빼는 연기를 해야되겠다고 생각했고, 촬영할 때는 최대한 자연스럽게 연기하려고 했다"고 귀띔했다. 
 
반면 정우성은 첫 촬영 당시 김용훈 감독과 스태프들이 당황하는 게 보였다고 털어놔 웃음을 안겼다. 그는 "태영이 갖고 있는 허점을 극대화하면서 (인물을) 디자인했다. 첫 촬영 때 감독님과 스태프들이 당황하는 게 보였다. 차례차례 태영을 보여준 게 아니라, 가장 극적인 장면을 먼저 촬영해서 그랬던 것 같다. 현장에서 나를 바라보는 낯선 감정들을 극복하면서 태영을 보여주고 확신하고 입증해야 하는 과정이었다"고 촬영 당시를 돌아봤다. 

청소년관람불가 등급이지만 영화에는 의외로 잔인한 장면은 많이 등장하지 않는다. 가정폭력 신부터 폭행 신, 살인 신 등이 여러 번 등장하지만 대부분 관객은 소리로만 그 장면을 유추할 수 있을 뿐이다. 감독은 이에 대해 "관객이 힘겨워 하지 않고 볼 수 있는 방법을 고민했다"고 털어놨다.

"많은 인물들이 죽는 이야기이니까, 그 인물들의 죽음을 너무 적나라하게 보여주면 관객이 힘들어할 것이라 생각했다. 오히려 더 안 보여주는 전략을 쓰려고 했다. 안 보여주는 게 더 공포스러울 수 있고, 보이는 것보다 더 강렬하게 느껴지지 않을까 생각했다. 관객들이 여러 인물들의 죽음을 힘겨워 하지 않고 볼 수 있는 방식이 어떤건지 고민했다."
 

▲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 김용훈 감독 ⓒ 이정민

 
김용훈 감독은 이번 작품을 통해 상업영화 데뷔를 알렸다. 지난 1월 31일 제49회 로테르담 국제영화제에서 심사위원상을 받으며 첫 작품부터 능력을 인정 받은 김 감독은 "해외 관객분들에게 영화를 소개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기뻤다. 처음 해외 영화제에 가봤는데 앞으로도 더 많이 가고 싶다"고 소감을 전했다.

배우들 역시 "신인감독답지 않았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전도연은 "나는 신인감독과 일을 굉장히 많이 했다. 그런데도 (촬영 전에) 조금 걱정했다. 너무 좋은 배우들이 많이 나와서, 감독님이 현장에서 소화할 수 있을까 싶었다. 그런데 영화를 보니까 감독님이 고생을 많이 한 게 티가 난다"고 말했다. 이어 정우성도 "현장에서 여유가 느껴지는 감독이었다"고 덧붙였다.

"경력이 오래된 배우와 신인감독의 작업은 서로 조바심 내지 않고 바라봐주는 여유가 필요하다. 신인감독에게 스스로 완벽하게 그려낸 대로 찍고 말거라는 강한 의지만 있다면, 현장에서 배우와의 소통은 커다란 벽처럼 어려울 수 있다. 배우 입장에서도 신인감독이 사용하는 단어가 어떤 의미인지 차분하게 봐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대단한 여유를 부려야 한다. 김 감독님은 현장에서 그런 여유를 잘 보여줬다. 태영의 첫 촬영은 분명 당황스러웠을텐데, 내가 왜 태영을 그렇게 연기하는지에 대해 차분히 듣고 '일리 있다'고 고개를 끄덕여줬다."(정우성)
지푸라기라도잡고싶은심정들 전도연 정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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