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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 먼저' 법무부, 울산시장 선거의혹 공소장 비공개

국회 요구에 원문 대신 요지 자료 제출 "제도 개혁 고민의 결과... 새로운 원칙 맞춰 제출할 것"

등록 2020.02.04 19:44수정 2020.02.04 2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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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력기관 개혁 후속조치 설명하는 추미애 장관 추미애 법무부장관이 31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특권 없는 공정한 사회를 위한 권력기관 개혁 후속조치 추진 계획' 브리핑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 권우성

 
앞으로 형사사건 공소장 공개가 어려워진다. 법무부가 인권 보호에 중점을 둔 형사사건 공개금지규정 마련에 따라 국회 등에 원문 대신 요지자료를 제출하기로 결정했기 때문이다.

지난 29일 국회는 법무부에 '울산시장 선거의혹' 공소장 원문 제출을 요구했다. 다음날 대검찰청은 송철호 울산시장, 백원우 전 청와대 민정비서관, 황운하 전 울산지방경찰청장 등 피고인 13명과 사건관계인의 정보를 가린 공소장을 법무부에 전달했다. 그런데 평소와 달리 법무부는 국회에 이 자료를 바로 전달하지 않았다.

4일 오후, 법무부는 이례적으로 국회에 공소장을 제출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국회의 공소장 제출 요구는 그동안 중요사건 피고인들의 혐의, 범죄사실 등이 언론에 알려지는 중요한 통로였다. 하지만 지난해 12월 새롭게 제정한 형사사건 공개금지규정(법무부 훈령)의 취지를 살필 때 공소장 원문 제출은 피고인의 공정한 재판받을 권리 등에 어긋난다고 법무부는 판단했다.

다음은 기자들에게 공개한 비공개 사유 전문이다.
 
○ 금일(2.4) 법무부는 국회의 '울산시장 등 불구속기소 사건' 공소장 제출 요청에 대해 형사피고인의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 사건관계인의 명예 및 사생활 보호, 수사 진행 중인 피의자에 대한 피의사실공표 가능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공소장 원문은 제출하지 않되 '형사사건 공개금지 등에 관한 규정'에 따라 공소사실 요지 등에 관한 자료를 제출하였습니다.

○ 법무부는 앞으로 다른 사건에 대해서도 동일한 기준에 따라 공소장 원문 대신 공소사실 요지 등에 관한 자료를 제공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여 피고인과 사건관계인의 인권과 절차적 권리가 보다 충실히 보호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법무부 관계자는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알권리 등을 고민했지만 최근 수사관련 환경 변화의 기조가 사건관계인의 인권보호를 제일 우선시하고 있다"며 "공소장은 아니어도 저희가 마련한 원칙에 따라서, 그 기준에 맞게끔 자료를 제출하겠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이날 법무부는 피고인의 죄명과 요지, 공소제기 일시와 방식 등을 표로 정리한 4쪽짜리 자료를 국회에 냈다.

하지만 '공소장 비공개'의 첫 타자가 현 정부 관련 사건이라는 점에서 논란의 여지가 남는다. 법무부 관계자는 "저희는 제도 개혁에 따라 실제로 어떻게 할지 지속적으로 고민해왔고, 이번 사안은 그 결과물"이라며 "주객이 전도되는 상황은 아니다"라고 했다. 또 "이 사건은 수사 중인 사람들도 있고, 본인이 공소장을 받기도 전에 언론 보도로 낙인효과가 생기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고민도 했다"고 덧붙였다.
#추미애 #법무부 #울산시장 선거의혹 #검찰 #공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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