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무맹랑 소리 상처 받지 마세요" 우한 교민은 지금 포스트잇 소통중

방문 앞에 메시지 붙여 감정 및 감사 표현... 부정적 언론 보도에 맞서 서로 격려도

등록 2020.02.06 07:21수정 2020.02.10 1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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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수정: 9일 오후 4시 9분]
 
 
 
"항상 잘 챙겨주셔서 감사드립니다. ^^ 선생님들도 힘드실텐데 교민분이나 여기에 오신분부터 챙기시고 감사인사드립니다. ^^ 포스트잇은 제가 떼겠습니다. ㅎㅎ PS... 근데 뜨거운 물 쓰고 싶은데 정수기 이용해도 되나요?"

충남 아산 경찰인재개발원 임시생활시설에서 지내는 한 우한 교민이 최근 방문에 붙인 포스트잇 내용이다.

1월 31일과 2월 1일 중국 후베이성 우한시에서 전세기를 타고 귀국한 교민들은 지금 포스트잇으로 소통중이다. 단순히 필요한 물품이나 각종 요청을 표현하는 것을 넘어, 정부합동지원단 관계자 및 자원봉사자들에게 적극적으로 고마움을 표시하는 등 외부와 소통하고 있다.

현재 교민 528명이 생활하는 아산 경찰인재개발원에는 정부합동지원단 직원 81명이, 교민 173명이 있는 진천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에는 직원 29명이 파견되어 활동하고 있다. 이들은 방호복을 입고 교민들의 식사 지원, 기타 물품 지원, 쓰레기 배출 등을 돕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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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행정안전부

 
정부합동지원단 관계자에 따르면, 포스트잇 소통의 시작은 필요한 물품이 있으면 적어서 문에 붙여달라는 안내였다. 이에 따라 교민들은 필요한 물품을 포스트잇에 적어 방문에 붙여놓았다. 그런데 점차 다수 교민들이 메시지에 단순 용건 뿐 아니라 각종 감정 및 감사 내용을 적기 시작했다.
 
"북어국 맛나게 잘 먹었으며 엄청난 양을 주신 귤 또한 잘 먹었습니다. 여러가지로 많은 감사 드립니다."
"이런 일은 처음이지요? 저희도 처음 겪는 일이라... 너무 수고하시고, 고생하십니다~ ^^ 감사해요~^^"
"작년 6월 중국 항공기를 타고 영국에 갔을 때 중국 사람들은 입국심사를 위해 길게 줄을 서는데 우리는 자동입국 시스템이 적용되어 바로 나오며 뿌듯함을 느꼈습니다. 이번에 전세기를 타고 귀국하여 아산에서 귀한 대접을 받고 보니 대한민국 국민이라는 것이 다시한번 자랑스럽습니다. 수고하시는 모든 분들, 감사합니다."

포스트잇 내용을 보다보면 단순 감사를 넘어 부정적인 언론 보도에 대해 서로 격려하는 내용이 눈에 띈다. 아마도 방 안에서 언론 보도를 접한 후 적어 붙인 것으로 보인다.
 
"허무맹랑한 소리에 상처 받지 마세요. 입소자들은 그 어느 때보다 보살핌을 받고 있어요. 저기가 그거 다 알고 있어요. 살면서 꼭 베풀겠습니다. 잊지 않을게요. 316호 드림"
"저희는 정말 좋은 숙소에서 충분한 지원을 받으며 지내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중략) 아무쪼록 뉴스에 보도되는 부정적인 내용에 힘 빠지지 마시고 여러분들도 건강 유의하면서 힘내시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지원팀분들과 밖에서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저희들로 인해 근무 서시는 경찰분들까지 너무너무 감사드리고 고맙습니다. 살면서 느껴보지 못한 감정인데, 여러분들 덕에 대한민국 국민이어서 다행이다라는 안도의 마음을 갖습니다. 몇몇 상식 이하의 사람들로 인해 상처받지 마시길 바랍니다. 힘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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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행정안전부 제공

 
그림편지도 있었다. 지난 2일에는 진천 임시생활시설 232호실 문 앞에 "우리를 위해 많이 신경써주셔서 감사합니다"라는 어린아이의 손으로 쓴 듯한 그림편지가 붙어 있었다. 그림편지 속에는 방호복을 입고 '안전'이라는 글씨가 적힌 망토를 휘날리면서 칼을 들고 바이러스와 싸우는 사람들의 모습이 그려져 있었다.

아산 임시생활시설에 머물고 있는 김아무개씨는 5일 <오마이뉴스> 기자와 전화 통화에서 이런 소통에 대해 "밖에서 우리를 챙겨주고 있는 봉사자 분들에게 격려와 응원차 메시지를 적어주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합동지원단 관계자는 내부 활동에 대해 "임산부 같은 경우 음식을 잘 못 드시겠다고 하시면 주스를 제공해드린다든지 이유식을 만들어드린다"라며 "아이들이 있어 스케치북, 색연필, 장난감이 필요하다면 이를 제공해드리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다만, 담배가 피우고 싶다는 요청이 있는데 이 요청을 들어드리기 어렵다"라며 "금연 패치를 제공해드리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행정안전부는 "(임시생활시설에) 상주 중인 의료진은 총 28건의 상담을 실시하고 필요한 의약품을 지원해 증상이 완화될 수 있도록 조치했다"라며 "입소자의 심리지원을 위한 상담도 총 26건 실시하여 임시 생활시설에서 정서적 안정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지원했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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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를 위해 많이 신경 써주셔서 감사합니다." 우한에서 귀국해 임시생활시설에서 지내는 우한 교민들이 손편지를 행정안전부 정부합동지원단 관계자에게 전달했다. ⓒ 행정안전부 정부합동지원단

 
#신종코로나 #포스트잇 #그림편지 #우한교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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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부터 오마이뉴스에서 근무하고 있습니다. 팟캐스트 '말하는 몸'을 만들고, 동명의 책을 함께 썼어요. 제보는 이메일 (alreadyblues@gmail.com)로 주시면 끝까지 읽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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