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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때문에 싱가포르에서 그랩 서비스 중단"? 사실은

일부 서비스만 영향... 그랩 서비스 전체를 중단한 것은 아냐

등록 2020.02.09 15:23수정 2020.02.10 1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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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가포르 그랩이 서비스를 중단했다는 헤럴드경제의 기사 ⓒ 헤럴드경제 갈무리


2월 9일 오전, 헤럴드경제가 "中폭스바겐 공장가동 연기, 싱가포르 그랩은 서비스 중단"이라는 제목의 보도를 내놨다.  

헤럴드경제는 이 기사에서 "'동남아시아의 우버'라고 불리는 차량공유서비스 '그랩'은 싱가포르에서 당분간 서비스를 중단키로 했다. 신종코로나 확진자가 40명에 달해 우려가 고조된 영향이다"라고 전했다. 

이것이 사실이라면 상당히 큰 사건이다. 싱가포르의 공유차량 서비스인 그랩(GRAB)은 우버(UBER)와의 경쟁에서 이기고, 우버가 동남아에서 사업을 접게 만든 회사다.

2018년 그랩은 우버의 동남아시아 사업 부문을 인수했고, 우버는 합병회사의 지분 27.5%를 받았다. 이후 그랩은 동남아 지역 차량공유와 음식배달 사업의 최강자가 되었다. 같은 해 현대차그룹은 그랩에 2억5000만 달러를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이처럼, 그랩은 동남아에서는 가장 주목받는 회사 중 하나로 뽑힌다.

그런 그랩의 본사가 있는 싱가포르에서 서비스를 '중단'한다면 기업 가치와 지역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상당할 것이다. 더불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해 공유 경제가 타격을 받는다면, 이목이 집중될 수밖에 없다. 

필자는 직접 헤럴드경제가 인용했다는 블룸버그 기사 원문을 확인했다. 그 결과, 헤럴드경제의 기사는 원문과 다소 차이가 있었다. 우선 헤럴드경제가 인용했다는 블룸버그의 기사 "Grab Suspends Singapore Carpooling"의 내용은 아래와 같다.
 

그랩의 "그랩쉐어"서비스 중단을 보도하는 블룸버그 기사 ⓒ 블룸버그 갈무리

"Grab Holdings Inc., which runs Singapore's biggest ride-hailing app, said it will temporarily suspend its GrabShare carpooling services starting Sunday as the number of coronavirus cases in the city reached 40." ("싱가포르 최대의 공유차량앱을 운영하고 있는 그랩 홀딩스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자가 40명에 달함에 따라 일요일부터 그랩쉐어 카풀링 서비스를 잠정 중단한다고 말했다.")

싱가포르에서 확진자가 40명을 넘어서면서 "GrabShare carpooling services", 즉 '그랩쉐어 카풀링' 서비스를 잠정적으로 중단한다는 내용이다. 그랩 서비스 전체가 중단된다는 얘기가 아니란 소리다. 블룸버그를 인용한 헤럴드경제 기자가 그랩쉐어 서비스에 대한 정확한 이해 없이 그랩이 싱가포르에서 전체 서비스를 중단한 것처럼 기사를 쓴 듯하다.
 

그랩쉐어 서비스의 잠정 중단을 알리는 그랩의 안내문 ⓒ 안내문 갈무리

다시 정리하자면, 그랩이 2월 9일 새벽 1시를 기준으로 싱가포르에서 그랩쉐어(GrabShare) 서비스를 중단한 것은 맞지만, 이는 다른 승객과 차량을 함께 이용하는 합승 형식의 서비스이다. 그랩이 싱가포르에서 제공하는 차량 공유 서비스 항목 여덟 가지 가운데 하나일 뿐이다.


주력 서비스인 저스트그랩(JustGrab) 등 대부분의 서비스는 그대로 제공된다. 이용자 입장에서는 큰 변화가 없고, 그랩 입장에서도 요금이 상대적으로 저렴한 서비스 하나만 중단한 것이다. 나머지 서비스를 통해 해당 수요를 대체할 수 있으니, 그랩의 사업 전체에 미칠 영향은 미미할 것으로 보인다.
 

2월 9일 오전, 그랩쉐어를 제외한 모든 서비스의 이용이 가능하다. ⓒ 그랩 앱 갈무리

헤럴드경제의 보도는 그랩 서비스 전체의 중단으로 읽힐 수 있다는 점에서 아쉽고, 부정확한 보도라고 생각한다. 부정확한 내용의 기사로 인해 사태가 실제보다 더 심각하게 느껴지도록 만드는 건 적절치 않다. 전염병보다 전염병에 대한 공포가 사회에 더 큰 혼란을 가져올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랩 #싱가포르 #코로나 바이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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