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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에서 막힌 민주주의... '박창진법'으로 뚫겠다"

[이영광의 거침없이 묻는 인터뷰 642] 박창진 정의당 비례대표 예비후보

등록 2020.02.09 20:31수정 2020.02.09 2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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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대한항공 땅콩 회항의 피해자인 박창진 전 사무장이 21대 총선 정의당 비례대표 경선 출마를 선언했다. 박 사무장은 지난 1월 22일 기자회견을 통해 "공익 제보자이자 권력의 폭압으로부터 생존한 제게 주어진 숙명을 겸허히 받아들이겠다"며 "정의당 국회의원 비례대표 경선 출마를 선언한다"고 밝혔다.

출마 선언 뒤 2주가 지났다. 비례대표 경선 준비는 어떻게 되어 가는지 궁금해 지난 4일 서울 국회 근처 정의당 당사에서 박창진 정의당 비례대표 예비후보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다음은 박 예비후보와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한 것. 
 

박창진 정의당 비례대표 예비후보 ⓒ 박창진 제공

- 지난 1월 22일 총선 출마 선언을 하셨잖아요. 2주가 지났어요. 어떻게 보내셨어요?
"제가 대한항공 직원연대라는 노동조합 지부장 출신이거든요. 출마 선언 후 저희 지부 관계자 분들과 조합원 분들이 지지도 많이 보내 주시고 또 지지문도 작성해주시는 등 응원해 주셨어요. 저는 고향이 경상남도 거제시거든요. 아시다시피 설 연휴에 고향 분들 찾아뵈었더니 후원회도 조직하시고, 반갑게 맞이해 주셨어요. 돌아다니면서 지역 민심이 어떤지도 접할 수 있었습니다. 바쁘게 지낸 거 같습니다."

- 지역 민심은 어떤가요?
"경상도는 원래 보수 색채가 강하기는 하지만 2017년 촛불혁명 이후로 다양한 색채를 가지고 있는 것 같아요. 또 제가 출마를 생각하고 있다고 하니까 고향 선배 차원에서 연대해 주시고 그렇습니다."

- 경상도는 보수적인 지역이라 비판적인 목소리가 많을 것 같은데.
"저 같은 경우 경상남도 거제 출신인데 조선 산업 같은 게 이미 이명박, 박근혜 정권 하에서 많이 무너지고 모순점들이 드러났잖아요. 이게 지역경제에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보수만 무조건 지지하는 분위기는 많이 지나간 거 같아요. 하지만 여당 입장에서 실책도 좀 있었잖아요. 비판도 있는 걸 보면 균형적인 분위기 같아요."

- 그래도 진보정당에게는 어렵지 않나요?
"아무래도 아직 정의당 같은 당에 대한 신뢰도가 견고하게 형성되지 못한 건 사실이에요. 하지만 우리 정의당이 가진 진보적 색채는 확실히 인지하고 계시는 거 같아요. '그래도 정의당 바른 소리 하는구나', '바른 소리 하는 정당이야'라는 얘기는 많이 하세요."

- 총선 출마를 결심하게 된 계기가 있을 거 같아요.
"제가 땅콩 회항 사건을 통해서 우리 사회의 최강 갑에게 대항하는 사람이 되어버렸잖아요. 저를 구제해주는 사회적 시스템이 부재하다 보니 저 홀로 불 꺼진 조명속에서 살아남기 위한 투쟁을 하는 것 같았어요. 그 과정을 보고 많은 분이 일종의 '조명탄 같았다'고 얘기하시더라고요. 이전의 저는 보통의 사람들처럼 저만 잘살면 된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이게 아니었던 거죠.

첫 번째, 제가 살아남는 과정에서 우리 사회 구조에 모순점이 많다는 걸 깨달았어요. 두 번째, 제가 사회의 변화를 의도하지 않았지만, 이 사건을 통해서 조명탄 같은 역할을 했다면 저보다는 주변의 사람들을 잘 보호하고 건사할 수 있는 역할을 하는 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어요. 그러면 우리 사회가 건전해지지 않을까라는 확장이 일어난 거죠. 그걸 통해서 정치적인 활동에 발을 들일 결심을 하게 된 거죠."


- 일을 하면서 정당에 가입해서 활동할 수도 있잖아요. 아예 직업을 정치인으로 바꾼 이유가 있나요?
"노동 현장에서 6년이란 시간을 보냈어요. 충분히 많은 변화를 일으켰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300명이라는 국회의원이 있지만 다양한 목소리를 담지 못하잖아요. 잘 아시는 것처럼 변호사, 판사, 사장, 지역 유지 출신이 국회로 가서 그들만의 또 다른 권력을 향유합니다.

노동 현장에서 제가 겪은 경험, 변화를 좀 더 확대하고 싶었어요. 우리 사회 구조에서 제일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게 노동자 집단일 수도 있습니다. 저같이 노동 현장에서 변화와 민주화를 끊임없이 주장했던 사람들이 현실 정치로 나가야 하는 거 아닌가라는 생각을 했죠. 우리 사회가 무척 다양화 됐잖아요. 다양한 사람이 정치에 나와서 목소리를 내야지 소위 말하는 선진화된 사회구조를 만들 수 있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제 활동 영역을 넓힌 거죠."

- 가장 큰 고민은 뭐였어요?
"다양한 의견을 반영할 수 있는 정책과 입법 과정을 제가 얼마나 충실하게 수행할 수 있을지가 고민이었던 같습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 공부도 많이 하고 있고 많은 분을 만나고 있습니다."

- 대한항공 사무장으로서 박창진과 정치인 박창진은 다른가요, 같은가요?
"다르게 보이시나요 (웃음). 유니폼만 바뀌었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앞서 설명한 것처럼 저의 활동 영역이 확장되고 커진 거라고 생각하고 있고요. 제가 오히려 사회적 역할을 더 많이 수행할 수 있는 그런 장으로 옮겼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근본적인 변화는 없다고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아요."

- 일반인으로서 정치권을 보는 것과 정치권 안에 들어와 정치를 보는 게 다를 거 같아요.
"많이 다른데요. 저도 정치 무용론이라든지 혐오론에 휩싸여서 비판만 하고 적극적으로 들여다보지 않으려고 했어요. 그런데 제가 정치 세계에 들어와 보니까 정말 바른 가치관과 의지를 가지고 있으면, 정치적으로 많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힘이 있더라고요. 그런데 지금 정치인들과 정당들은 그런 역할을 제대로 하지 않고 있기 때문에 우리 사회의 많은 문제가 여전히 개선되지 않는다고 느끼는 것이지요. 바른 정치인이 되어 바른 권한을 행사해서 변화를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 비례와 지역구 사이 고민은 없으셨는지 궁금합니다.
"당연히 고민이 많았죠. 정치 신인이 기반 세력이 없는 상태에서 무조건 지역구를 나가는 건 상당히 어렵습니다. 제가 비례대표로 시작해서 4년간 좋은 성과를 보여 준다면, 그 이후에 지역을 토대로 한 발판을 잘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비례를 택했습니다."

- 출마 기자회견에서 "국회로 간다면 기업의 부당함을 고발한 공익제보자가 안정적으로 재기할 발판을 마련하겠다"고 하셨습니다. 구체적으로  생각하시는 게 어떤 것인지 듣고 싶어요.
"소위 말하는 '박창진법'을 만들고 싶어요. 우리 사회의 노동자들은 생활의 반 이상을 회사에서 보냅니다. 그런데 한국의 회사들은 성장을 주로 추구하는 구조이지요. 소위 자본가들에게 유리한 법을 가지고 있다보니, 노동권을 주장하거나 인권을 주장하는 노동자는 탄압의 대상이 되어 왔습니다. 그게 기업 문화에 녹아있으니, 그런 경험을 한 사람들이 사회로 나왔을 때 관습화 되고 비민주적으로 되는 것이지요. 저는 민주주의가 직장에서 막혔다고 생각해요. 직장 내 민주화가 필요합니다."

- 어떤 방안이 있을까요.
"여러 가지 법안들을 생각하고 있는데 일단 '갑질119 법'을 제가 대표 발의할까 생각하고 있어요. 징벌적 손해배상의 개념을 담는 거죠. 경영자들은 단지 경영자라는 이유만으로 과오에 대해 책임을 지지 않는데, 노동자가 잘못하면 해고나 징계를 받잖아요. 이런 식의 문제를 공정하게 다를 수 있는 법을 만들거나, 노동자 감정보호법 같은 것도 구상하고 있습니다.

또 지금 5인 미만 사업장에서는 근로기준법이 제대로 적용되지 않고 있잖아요. 소외된 노동 계층들도 근로기준법에 해당되는 권리를 보호받을 수 있도록 해야죠. 이런 건 개인이 투쟁해서 되는 일이 아니거든요. 법적인 지원이 없다면, 투쟁해도 거기서 끝나버립니다. 법을 통해 기본적 토대를 마련해야 합니다."

- 일단 국회의원 되려면 당내 비례대표 경선 통과해야잖아요. 분위기는 어떤가요?
"저 같은 경우 당내 지지 세력이 확고하지 않다고 볼 수도 있습니다. 일단 당원 투표가 70% 적용되기 때문에 될 수 있으면 많은 당원을 만나려고 하고 있고요. 제가 가지고 있는 비전이나 정책 역량을 여러 가지 방편을 통해서 홍보하고 알리려고 해요.

두 번째는 개방형 경선하고 있으니까 많은 국민들에게 선거인단으로 가입하시라고 독려하고 있어요. 평범한 사람이었던 박창진과 정치인 박창진의 차이, 그리고 신뢰를 보여드리기 위해 아까 말씀드린 것처럼 공부도 하고 있고요."

- 좀 더 큰 당에 가고 싶지 않았나요?
"실제 다른 당으로부터 영입 제의를 받은 적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땅콩 회항 이후에 제가 속한 조직의 구조적 개선을 요구하는 과정에서 한결같이 함께 해준 곳이 정의당이었어요. 그리고 정의당이 추구하는 노동에 대한 철학이라든지, 활동 방향성이 제가 가진 생각과 부합했기 때문에 정의당을 선택하게 되었습니다."

- 이번 21대 총선에 내부 고발자들 몇 분이 출마하시잖아요. 이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나오던데 어떻게 생각하세요?
"이미 말씀드린 거 같아요. 저라는 사람의 본질은 변함이 없는 거 같아요. 이렇게 비판하시는 분들은 정치적인 권력을 오용하거나 남용하는 모습에 익숙해 있어서 그러신 거 같아요. 제가 정치 세계에 들어와 직접 목격한 것처럼, 정치적 영향과 힘을 가지게 됐을 때 정말 많은 문제를 해결할 수 있습니다. 선한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일이 더 많기 때문에, 이 비판에 대해서는 크게 생각하지 않고 있고요. 저 같은 사람이 국회에 진출해서 힘을 좋은 방향으로 쓴다면, 선입견을 가지고 계신 분들도 변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 아무래도 항공사 출신이다 보니 항공 분야를 다루고 싶으실 것 같은데요. 항공산업의 가장 큰 문제는 뭐라고 보세요?
"항공 분야가 커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의외로 국회 내에는 항공 산업의 크기에 비해서 전문가가 없는 거 같아요. 현재 항공 산업은 민간이 주도하고 있는데, 국민에게 미치는 안전과 관련한 영향들을 생각하면 공적인 성격도 큽니다. 그래서 미국이나 선진국은 이 산업을 세밀하게 다루고, 국가가 전문적인 영향을 발휘합니다. 하지만 한국은 그렇게 하지 않고 있어요. 이런 부분을 세밀하고 정교하게 다룰 수 있는 역량이 저에게 있을 거 같고요, 그걸 국제적 수준에 맞추려고 합니다."

- 왜 이제껏 국회에 전문가가 없었을까요?
"저도 아직 원내 진출을 안 해봐서 모르겠지만, 국토교통위 같은 경우에 노른자 상임위라고 해서 소위 로비스트 역할을 하는 기관으로 취급되기도 해요. 그 안에서의 정론을 펼친다는 게 어려운 상황인 거 같기도 하고요, 이권 개입도 있었던 것 아닌가 싶습니다. 잘 아시겠지만 어떤 항공사가 저에게 로비를 하겠어요? (웃음). 그런 것에 가장 영향력을 받지 않고 할 수 있는 사람이 저인 거 같고, 저 같은 사람들이 많이 진출하면 바뀌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 박 전 사무장님이 꿈꾸는 정치는 어떤 건가요?
"보통의 사람들이 보통의 자리에서 자신의 책임과 의무를 다했을 때 우리 사회가 건전하게 그들을 보호했으면 좋겠습니다. 그래서 어떤 것에 부딪혔을 때 포기하는 사회가 아니라 다시 재기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드는 게 제가 꿈꾸는 정치입니다."

- 마지막으로 한 말씀 부탁드려요.
"을 중의 을이었던 박창진이 정치의 영역으로 발을 내디디려 하고 있습니다. 많은 분의 응원과 지지도 있지만 우려가 있는 것도 사실인 것 같습니다. 하지만 우리 세상에 많은 다양성을 담보하기 위해서는 저 같은 초보 신인들도 정치도 나갈 수 있는 통로가 열려야 합니다. 그래야 그 다음을 담보할 수 있습니다. 우려의 시선보다는 많은 관심과 지지를 보내주시면 큰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박창진 #총선 #정의당 #비례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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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들의 궁금증을 속시원하게 풀어주는 이영광의 거침없이 묻는 인터뷰와 이영광의 '온에어'를 연재히고 있는 이영광 시민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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