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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없던 항문 근육의 교훈, 네 몸을 억압하지 말라

[인터뷰] 문요한 작가, 정신과 의사인 그가 "몸을 챙기자"고 말하는 이유

등록 2020.02.17 08:52수정 2020.02.17 0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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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요한 작가. 정신과 의사인 그는 <굿바이, 게으름> <관계를 읽는 시간> <스스로 살아가는 힘> <마음 청진기> 등의 저자이기도 하다. ⓒ 이정환

 
"이 구멍은 두 개의 괄약근으로 싸여 있는 이중문 구조입니다... (중략) 이 외항문 괄약근은 진화의 역사를 통해 발달시켜온 인간적인 근육입니다. 야생의 동물은 배변을 조절하지 않고 그냥 마려우면 아무 데나 써버리기 때문에 발달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사회적 존재인 인간은 아주 어릴 때부터 아무리 급해도 참도록 철저하게 훈련을 받기 때문에 이 외항문 괄약근이 잘 발달되어 있습니다."

그 곳에 이런 비밀이 숨겨 있는 줄 몰랐다. 머리가 만든 근육이란 말 아닌가. 신비로웠다. 지난해 11월 출판된 <이제 몸을 챙깁니다>(해냄)에 나오는 이야기다. 문요한 작가(정신과 의사)가 썼다. 30만 부 넘게 팔린 <굿바이, 게으름>을 비롯해 <관계를 읽는 시간> <스스로 살아가는 힘> <마음 청진기> 등의 저자다. 그가 이제까지 썼던 책은 주로 마음을 챙기는 이야기였다.

그랬던 문 작가가 '지금' 진맥을 하고 있다. 내 심장 박동을 느끼고 있다. 앞서 우리는 호흡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그는 "스트레스를 받거나 하면 다른 거 하지 말고 호흡 수를 관찰하라"고 했다. 정신과 의사로서는 이례적인 말이고 행동이다. 그가 왜 마음이 아니라 몸을 챙기라고 하는지 궁금했다. 또 그 의미가 무엇인지도 듣고 싶었다. 지난 달 28일, 서울 공덕역 근처 한 카페에서 문 작가를 만났다.

<비밀의 숲> 황시목 검사가 수술 받았던 그 곳, 섬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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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요한 작가는 인터뷰에서 "현대인의 뇌는 전두엽이 너무 활성화 돼 있다"면서 "전체적으로 뇌가 균형 있게 조화를 이루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가 마우스를 가리키며 인간의 뇌 구조를 설명하고 있다. 마우스 볼 부위를 전두엽으로 설명했다. ⓒ 이정환


몸과 마음에 이상을 느낀 것이 2013년이라고 했다. "앉았다 일어설 때마다 한숨이 나왔고, 집중도 잘 안 돼 상담 시간에 다른 생각에 빠져" 있기도 했다고 한다. 그러던 어느 날, 상담 시간, 내담자가 이렇게 물었다고 했다. '선생님, 듣고 계세요?'. 상대는 화를 냈고 문 작가는 충격에 빠졌다고 했다. "상담하는 사람으로서는 평생 있을까 말까 한 치명적 실수". 그 일을 계기로 안식년에 돌입했고, 문 작가는 여행을 다녔다고 했다. 그러다 찾은 안나푸르나. 그 산에서 그는 두 번째 충격과 마주한다.

"고산병이 걱정되잖아요. 천천히 걸어야 한다는 걸 숙지했죠. 그런데도 천천히 걸을 수가 없는 거예요. 계속 속으로는 '천천히 걸어야지' 되뇌는데도, 뇌가 천천히 걸으라고 발에 지시를 내리는데도, 어느새 빨라지더라고요. 빨리 걸어야 할 이유가 전혀 없고, 그게 해가 된다는 걸 아는데도 천천히 걸을 수 없다는 게 굉장히 충격적이었어요. 제 몸의 속도를 조절할 수 없는 거잖아요. 그 때 자각을 했죠. 내 머리와 몸이 끊어져 있다."

그래서, 땅과 발바닥이 연결될 때마다 "그 느낌에 주의를 기울이며 걸었다"고 했다. 그런 식으로 2∼3주 동안 걷다 보니 "속도 조절이 가능해졌고, 머리와 몸이 연결됐다. 트레킹하면서 몸의 감각이 깨어났기 때문"이라고 했다. 무슨 말인지 쉽게 이해되지 않았다. 그의 말대로 "천천히, 주의를 기울이며" 걸어봤다. 20여 분 동안 그렇게 하자 내가 미처 몰랐던 보행 습관이 있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왼쪽 발과 땅이 만날 때는 엄지발가락에 들어가는 힘이 느껴졌다. 그런데 오른쪽 발의 경우는 발가락들이 받는 힘이 비교적 균등하게 느껴졌다.

이 느낌을 받는 곳이 머리 안에 있는 섬엽이다. 섬엽은 tvN 드라마 <비밀의 숲> 1회에도 등장한 바 있다. 어린 시절 황시목 검사(조승우 분)가 수술을 받는 장면이 나온다. 황 검사는 뇌섬엽 절제술을 받아 감정을 잘 못 느끼는 것으로 소개된다.

"섬엽은 한 마디로 '신체 자각의 뇌'라고 할 수 있습니다... (중략) 섬엽이 받아들이는 몸의 신호는 다양합니다. 심박동, 호흡, 근육의 긴장뿐 아니라 위장이나 대장의 움직임 역시 중요한 정보입니다. 그러므로 만약 섬엽 기능이 떨어진다면 신체 감각이 통증을 잘 느끼지 못하게 됩니다. 일반적으로 트라우마 환자들은 고통스러운 기억이 몸으로 자꾸 떠오르기 때문에 몸의 감각을 느끼지 않으려고 애를 씁니다. 그러므로 일반인들에 비해 섬엽의 활성도가 낮습니다. 문제는 몸을 느끼지 못하고 살아가는 현대인들 역시 점점 섬엽의 기능이 약화되어 가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이제 몸을 챙깁니다> 중에)

"과잉 경쟁 사회... 새로운 신분재 역할을 하는 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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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요한 작가 ⓒ 이정환

 
문 작가는 "문제는 습관"이라고 했다. 사람의 습관은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 않는다. 문 작가가 말한 대로 "보통 3세부터 이뤄지는 배변 훈련"이나 "쉬는 시간에 돌아다니면 안 된다거나 수업 시간에 엎드려 있으면 안 된다"는 것 또한 학교에 들어가면서 익히게 되는 습관이다. 그는 "문명 자체가 몸에 대한 억압으로부터 건설됐다"고 했다. 인간에게는 피할 수 없는 숙명 같은 것이란 설명이었다.

그러니 억압의 정도가 문제다. 변의를 자꾸 참아 그게 습관이 되면 "내항문 괄약근은 시간이 지날수록 무기력해지고, 결국 대변이 직장 벽을 자극해도 배변 반사가 잘 일어나지 않는다". '인간의 머리로 만든 근육', 외항문 괄약근만 발달한 결과가 만성 변비다.

그의 눈에 비치는 '사회적 변비'는 이뿐만이 아니다. 문 작가는 "과잉 경쟁 사회에서는 남들 눈에 비춰지는 몸에 맞추다 보니 몸에 대한 착취가 계속 일어난다"고 말했다. 그가 책에 적은 대로 "우리 사회는 한편에서는 눈만 뜨면 음식을 권하는 자극이 넘쳐나고, 다른 한편에서는 한 달에 10kg 빼기와 같은 다이어트 정보가 넘쳐난다".

"이 시대의 몸은 그 자체로 하나의 자본이자 권력이며, 자기 관리의 증표입니다. 형식적으로는 계급과 신분이 사라진 이 시대에 자동차, 아파트, 혹은 출신 대학 등이 자신을 드러내는 새로운 신분재(身分財) 역할을 하고 있다면, 그 중에서 가장 두각을 나타내는 것은 바로 '몸'입니다. 몸은 언제 어디서나 내가 어떤 사람인지를 드러내고 있습니다. 소고기에 등급이 매겨지는 것처럼 우리 사회에서는 몸에 암묵적인 등급이 매겨집니다. '예쁘고 젊고 건강하게 보이는 몸'만이 가치 있는 이 사회에서 '추하고 늙고 병든 몸'은 설 자리가 없습니다. 사회적 지위를 뜻하는 '신분(身分)'이라는 한자처럼 정말 '몸이 나뉘는' 사회가 된 것입니다." (<이제 몸을 챙깁니다> 중에)

그의 문제 의식으로는 "죽어라 살을 빼는 것"이나 "끊임없이 운동하는 사진을 찍고 SNS에 올리는" 행위 등도 그 예가 될 수 있다. '바디(Body)'에 집착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문 작가는 "신체 심리학에서는 몸을 두 가지로 구분한다"면서 "남들에게 비춰지는 몸을 의식하는 것이 바디다. 관념 속의 몸"이라고 설명했다. 다시 말해 '머리 안에 있는 몸'이다. 그 반대로 '머리 밖에 있는 몸'을 '소마(Soma)'라고 한다. "얼마나 목이 마른지, 얼마나 배가 고픈지 또는 부른지, 내 몸이 원하는 것에 감각적으로 깨어있는 상태의 몸"을 말한다.

이런 신체 감각이 "전부 올라오는 곳이 섬엽"이다. 섬엽의 영어 명칭은 '인슐라(Insula)', 라틴어로 섬을 의미한다고 한다. 문 작가는 책에서 "뇌의 많은 영역과 복잡하게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섬이라기보다는 국제공항 같은 허브 역할을 한다"고 설명했다. 관제탑이 제 기능을 못하면 비행기가 들어오지도 못하고 나가지도 못하기 마련이다. 휑한 공항, 그의 표현으로는 "섬엽의 비활성화"다. 문 작가는 "신체 감각 정보를 통합해서 이성과 감정을 연결하는 역할을 섬엽이 한다"면서 "감정적으로 조절이 잘 안 된다거나 주의력이 떨어진다거나 하는 것도 섬엽 비활성화와 관련 있다, 현대인들의 섬엽을 검사해 보면 활성도가 떨어져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런 상황이 심각해지면 어떻게 되는지 문 작가 스스로 경험했던 셈이다. 고산병의 위험성을 아는데도 천천히 걷지 못했던 자신, 그는 "머리에서 신호를 보내도 몸이 받아들이지 못할 정도로 단절됐던 것"이라고 표현했다. 그래서 그의 책 제목 '몸을 챙깁니다'는 다시 말해 뇌의 섬엽을 활성화시키자는 얘기다. 그럴 수 있는 방법들 또한 일상에서 찾아야 한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화장실에 가고 싶을 때 화장실에 간다'거나 '앞 맛, 본 맛, 뒷 맛을 느끼며 먹는다' 혹은 '잠이 올 때 잠을 잔다'거나... 그의 말대로 "문제는 습관"에 있어서다.

심리학 열풍... 행복지수 올라갈까? 책만 읽어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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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엽으로 인해 우리는 몸의 내적 감각을 지각하고, 아픔이나 불편을 느끼고, 이러한 감각에 기초하여 자신의 감정을 느끼고 반응할 수 있다". 문요한 작가의 '이제 몸을 챙깁니다' 중에. ⓒ 이정환

 
"폐결핵에 걸려 한쪽 폐가 망가지고 나자 몸에 대해 관심을 갖기 시작했습니다. 호흡이 힘들어진 그녀는 건강한 한쪽 폐만으로도 충분한 호흡을 하고 싶었습니다. 그녀는 몸을 관찰하고 공부하기 시작했습니다. 여기에서 관찰이란 몸의 외부가 아니라 내부를 말합니다. 쉽지 않은 과정이었지만 그녀는 몸의 감각을 일깨우면서 한쪽 폐가 충분히 기능하도록 변화시켰습니다. 신체 내부감각을 깨워 기도와 연결된 목구멍, 흉곽, 횡경막, 그리고 복부의 움직임까지 자각하며 서서히 의도적인 변화를 주어 만들어낸 결과였습니다." (신체 심리학의 개척자로 불리는 엘자 긴들러 이야기, <이제 몸을 챙깁니다> 중에)

문 작가는 자신의 몸에 평소 주의를 기울이는 습관도 만들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그는 "불필요한 긴장을 빼는데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귀와 어깨의 거리"라고 했다. "긴장이 굳어지면 이완하라고 해도 어깨 내리는 자체가 힘들다"며 한 말이다. 타이핑을 할 때 활용하면 좋을 습관이다.

"스트레스를 받거나 힘들면 다른 거 하려 하지 말고 자신의 호흡수를 1분 동안 관찰해보라"고도 했다. "자신의 몸에 주의를 기울이면 자연스럽게 몸이 이완한다"면서 한 말이었다. 잠이 잘 안 올 때는 "목 뒤쪽, 허리 뒤쪽, 무릎 뒤쪽, 발뒤꿈치 등 침대와 어디가 닿거나 안 닿는지도 느껴 보라"고 했다. 물론 그러다 "중간에 잠이 들어도 상관 없다"고 했다. 그 밖의 여러 방법들이 그의 책에는 소개되어 있다.

그렇게 몸을 챙겨보자는 이야기다. 문 작가는 "심리학 열풍이 불고 있지만 그런다고 행복지수가 올라갈 것인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이라고 했다. 또한 "자존감이라는 것에 대해서도 너무 지식적으로 접근한다, 책만 읽어서는 존재감을 회복할 수 없다"고도 말했다.

그리고 문 작가는 "몸에 주의를 기울인다고 마음을 외면하는 게 아니다, 원래 몸과 마음은 하나이기 때문"이라면서 "몸 챙김이 곧 마음 챙김이다, 너무 머리로만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몸으로도 살아가는 균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최소한 몸이 주는 신호에 대해서는 깨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쉽지 않은 일이다. 새로운 습관을 만들다가 실패한 적이 있고, 익숙하기만 한 습관을 바꾸다가 실패한 적도 있다. 습관이란 것이 그래서 무섭다. 문 작가는 "계획대로 되지 않는 것은 변수가 아니라 상수"라고 했다.

그는 "어렸을 때는 몸을 통해 학습이 이뤄진다, 뒤집고 일어나고 뛰고 모두 엄청난 좌절을 경험하며 시행착오를 통해 학습한 것"이라며 "이게 전형적인 학습 과정인데 성인은 머리로 계획을 세우고 몸이 따르지 못하면 실패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사랑할 수 없지만 존중할 수는 있다"는 말도 했다. 친구처럼 자신의 몸을 여기라는 뜻이었다. 그는 책에 이렇게 쓰기도 했다.

"다이어트가 실패로 돌아가는 것은 기본적으로 우리가 몸을 함께 살아가야 할 동반자로 보지 않고, 단지 고쳐야 할 대상으로 보기 때문입니다. 자기 사랑이 아닌 자기 혐오에 바탕을 두고 이루어진 다이어트는 실패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제 몸을 챙깁니다> 중에)

관계를 읽는 시간 - 나의 관계를 재구성하는 바운더리 심리학

문요한 (지은이),
더퀘스트, 2018


이제 몸을 챙깁니다 - 바디풀니스, 진정한 나로 살기 위한 첫걸음

문요한 (지은이),
해냄,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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