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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의원에 무릎 꿇던 엄마, 정치 한복판에 뛰어들다

[주목, 이 출마자] 더불어민주당 12번째 영입인재 '태호엄마' 이소현씨

등록 2020.02.12 07:12수정 2020.02.12 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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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선거의 계절입니다. 오마이뉴스는 21대 총선을 맞아 주목할만한 정치 신인을 조명합니다. [편집자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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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는 하늘나라로 갔지만, 아이의 이름이 새겨진 법안이 남았다. 법안 통과를 촉구하며 국회의원들을 쫓아다니며 무릎을 꿇고 눈물을 흘리던 그는 전혀 다른 삶에 도전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열두 번째 영입인재 '태호엄마' 이소현(37)씨의 이야기다. ⓒ 남소연


"엄마 아빠들, 아이들을 대변하는 정치를 하고 싶어요. 아이들이 안전하게 살 수 있고, 아이를 낳고 키우기 좋은 사회를 만드는 데 힘쓸 거예요. 전 '어린이 안전 전문가'는 아니예요. 남들이 줄줄이 갖고 있는 스펙 같은 건 없어요. '저 아줌마가 뭘 안다고 정치를 해?'라는 의문이 생길 수 있죠.

하지만 저는 직접 사고를 겪고 사랑하는 아이를 떠나보낸 당사자예요. 내가 겪지 않고서 어린이 안전을 외치는 것과 겪고 나서 어린이 안전을 외치는 것은 그 시작과 의지가 달라요. 전 불타고 있어요(웃음). 그동안 국회에서 어린이안전법안 통과를 요구하면서 쌓은 현장 경험에 다른 전문가들의 도움을 합한다면, 지금보다 우리 사회를 더 안전하게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요."


승무원 워킹맘이 맞닥뜨린 사건... 엄마를 바꾸다

출근할 때면 아이가 보고 싶어 발걸음이 안 떨어지던 13년차 워킹맘은 일순간 자식을 먼저 떠나보낸 엄마가 됐다. 아이는 하늘나라로 갔지만, 아이의 이름이 새겨진 법안이 남았다. 법안 통과를 촉구하며 국회의원들을 쫓아다니며 무릎을 꿇고 눈물을 흘리던 그는 전혀 다른 삶에 도전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열두 번째 영입인재 '태호 엄마' 이소현(37)씨의 이야기다.

2019년 5월 15일, 인천 연수구 송도국제도시에서 발생한 '사설 축구클럽 통학차량 사고'로 아들 태호(8)를 잃은 이소현씨는 사고 이후 대한항공 승무원 일을 잠시 쉬고 국회로 향했다. 태호와 친구 유찬이가 탔던 통학차량이 현행법의 사각지대에 있는 '노란폭탄'임을 알게 돼 현행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를 내기 위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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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채익 의원 앞에 무릎꿇고 호소하는 피해자 부모들 태호엄마(가운데), 해인이 엄마(오른쪽), 민식이 엄마가 지난해 11월 27일 오전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전체회의장에 들어서는 자유한국당 이채익 의원 앞에서 무릎을 꿇고 어린이생명안전법의 신속한 처리를 호소하고 있다. ⓒ 남소연

 
그는 어린이 안전사고로 자식을 먼저 떠나 보낸 해인이, 하준이, 민식이 엄마 아빠 그리고 시민단체 정치하는엄마들과 함께 어린이생명안전법안 통과 촉구활동을 벌였다. 성과는 있었다. '민식이법'(도로교통법 개정안)과 '하준이법'(주차장법 개정안)이 같은 해 12월 초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하지만 이소현씨가 직접 당사자인 '태호·유찬이법'(도로교통법 개정안 등)과 '해인이법'(어린이안전관리에 관한 법률안) 등은 국회 행안위 문턱을 넘지 못했다.

이후 선거법 개정, 공수처법 등의 굵직한 이슈가 터지면서 어린이생명안전법안은 정치권과 언론의 관심에서 멀어졌다. 자연스럽게 태호 엄마도 잊혔다. 그러다 지난 1월 23일 민주당 인재영입위원회(위원장 이해찬 대표)가 이소현씨를 인재영입 대상으로 발표하면서 다시 주목 받기 시작했다. 총선 출마를 준비하고 있는 이씨를 10일 국회에서 만났다.

무엇이 그를 여기까지 이끌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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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채익 의원에게 호소하는 피해자 부모들 태호, 해인이, 민식 군 부모들이 지난해 11월 27일 오전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전체회의장 앞에서 자유한국당 이채익 의원을 붙잡고 어린이생명안전법의 신속한 처리를 호소하고 있다. 왼쪽은 더불어민주당 홍익표 의원. ⓒ 남소연

 
무엇이 이소현씨를 정치의 한복판에 뛰어들게 했을까? 그는 '절박함'이라고 말했다.

"처음 민주당에서 인재영입 제안이 왔을 때 오히려 '제가 왜 그걸 해야 하죠?'라고 물었어요. 그러자 '가장 아팠던 사람이 가장 절박하고, 가장 절박한 사람이 가장 치열하고 순수하고, 더 절박하게 매달리고 더 절박하게 성과를 내지 않겠느냐'라는 답이 돌아왔어요.

그 말을 듣자 '그래, 이거다' 하고 고개를 끄덕이게 됐어요. 제게 국회의원이란, 찾아가서 무릎을 꿇고 울고 부탁하는 대상이었어요. 그런데 그동안 저희나 해인이네, 하준이네, 민식이네 가족이 진심을 담아 외쳐왔던 것을 직접 해낼 수 있는 기회가 왔구나라는 생각으로 바뀌었죠. 또한 그동안 민주당이 어린이생명안전법안을 통과시키려고 노력했다는 것에 대해서도 신뢰가 있었고요(민주당은 총선 4호 공약으로 '보행자 교통안전 강화 대책'을 발표했다 – 기자주)."


민주당 인재영입 수락의 배경엔 나경원 자유한국당 의원도 있었다.

"지난해 11월 29일, 나경원 당시 원내대표가 필리버스터(무제한토론)를 선언했잖아요. 그때 '한국당이 어린이생명안전법안을 볼모로 삼았다'는 여론이 일었죠. 전 현장에서 나 의원의 발언을 그대로 들었어요. 그때 '더이상 이 사람들을 쫓아다니면서 법 통과시켜달라고 할 게 아니구나, 우리가 나서서 목소리를 더 키워야겠다'고 생각했어요. 당시엔 '국회의원이 돼야겠다' 수준은 아니었지만."

정치의 확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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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호엄마' '태호아빠' 껴안은 이인영 원내대표 더불어민주당 이인영 원내대표가 지난 1월 23일 총선 12번째 영입인재로 발표된 '태호 엄마' 이소현씨와 이 자리에 함께한 '태호 아빠' 김장회씨를 반기며 껴안고 있다. ⓒ 남소연

 
이소현씨가 민주당 인재영입을 수락한 뒤 함께 활동했던 어린이생명안전법안 엄마들은 어떤 반응을 내놨을까?

"다들 많이 놀랐죠. 처음에는 '뭐지?' 그러다가 나중엔 '우리가 그동안 사회에 목소리를 내면서 해왔던 활동들이 모두 정치의 일부분 아니겠느냐'라고 하더라고요. 다들 격려해주고 있어요. 제가 특출나서 영입된 게 아니라 우리의 활동을 대표해서 제가 나오게 된 것이라고 생각해요."

말뿐인 응원과 격려는 아니었다. 지난 1월 23일 이소현씨의 인재영입 발표 당시에도 어린이생명안전법안 엄마 아빠들은 현장을 찾아 이소현씨에 힘을 보탰다.

사고로 아이들을 먼저 떠나보낸 '엄마 아빠들의 정치'는 이소현이라는 인물을 매개로 '모두의 정치'로 확장되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이를 바라보는 부정적인 시각도 존재한다.

"캠페인이라든가 사회활동이라든가, 아이들 안전을 위해서 할 일은 많은데 왜 하필 정치판에 가서 저러냐 같은 댓글을 보곤 해요. 그런데 제가 직접 겪어보니... 정치가 꼭 필요하더라고요. 정치 없이는 우리가 아무리 요구를 해도 바뀌지 않더라고요. 법안이 있어야 정책이나 제도가 만들어진다는 것을, 누군가의 안전이 위협받지 않게 하는 것이 가능하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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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는 하늘나라로 갔지만, 아이의 이름이 새겨진 법안이 남았다. 법안 통과를 촉구하며 국회의원들을 쫓아다니며 무릎을 꿇고 눈물을 흘리던 그는 전혀 다른 삶에 도전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열두 번째 영입인재 '태호엄마' 이소현(37)씨의 이야기다. ⓒ 남소연

 
그러면서 이소현씨는 청와대에서의 일화도 전했다.

"두 번가량 청와대가 연 어린이 안전 관련 간담회에 갔었어요. 정부안을 들으면서 '아이들이 안전해지겠구나, 불안을 덜어내도 되겠구나' 생각했어요. 그런데 정부 쪽에서 '국회에서 법안이 먼저 마련돼야 한다'고 설명하더라고요. 민식이법 관련 정책은 실현 가능한 게 많았어요. 법이 있으니까. 그런데 해인이법, 태호·유찬이법 관련 내용은 이뤄질 수 있는 게 없어요. 법안이 국회에 계류 중이니까요. 국회가 움직이지 않으면 결과적으로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걸 다시 한 번 느꼈어요."

"소중한 걸 잃은 사람도 정치 할 수 있다는 것 보여주고 싶다"

이소현씨는 인재영입 발표 당시 "다른 건 몰라도 아이들의 안전과 생명, 국민들이 안심하고 살아가는 일에 관한한 아이의 이름에 부끄럽지 않게 헌신적으로 일해보려 한다"라고 밝혔다. 당선된다면 그의 행보는 '안전'으로 향할 듯하다. 그는 현재 '태호 동생 태양이(태명)'을 뱃속에 품고 있다. 태양이 뿐 아니라 모든 아이들의 안전을 지킬 수 있는 의정활동을 할 계획이라고.
      
그러나 현실 정치는 의지만으로는 되지 않는다.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될 때 정치는 '조정자'의 역할을 부여받기 때문이다. 이소현씨는 어떻게 이런 가치충돌을 조율할까.

"태호·유찬이법 통과가 더딘 이유는 어린이 안전과 영세학원사업자 비용부담이 충돌하기 때문이죠. 학원단체들이 '통학차량 의무신고시 탑승자 연령대를 초등학교 저학년으로 낮춰주면 협조하겠다'고 했대요. 그럼 국회는 이 협상을 그대로 받아줘야 할까요. 아니라고 봐요. 만약 고학년과 저학년이 함께 타는 통학차량에서 사고가 나면 어쩌죠? 또다시 법안의 사각지대가 발생하는 거예요. 저는 국회가 '정부 예산을 증액시키고, 이용자(부모)로부터 비용을 받을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만들어야 한다'고 봐요.

국회에 입성하면 국민 안전에 대해서 만큼은 실효성 있는 법안을 만들고 싶어요. 그 사이에서 정부 예산을 확보하고, 사각지대를 최소화하는 범위 안에서 이해당사자들을 만족케 하는 역할을 해야겠죠. 지금 국회에는 그런 역할을 할 사람이 필요하다고 봐요."


이소현식 정치가 실현되려면 우선 당선부터 돼야 한다. 하지만 아직 지역구 출마인지, 비례대표 출마인지 정해진 게 없다. 그는 "민주당이 고심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 당의 결정에 따른다"는 입장이다. 다만 "인천 연수구을(송도국제도시 소재) 출마는 절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태호·유찬이법을 발의한 이정미 정의당 의원이 인천 연수구을에 출사표를 던졌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 지역에는 정일영 민주당 예비후보(전 인천공항공사 사장)가 이미 활동하고 있다.

출마 윤곽이 구체적으로 드러난 게 아니라 때로는 걱정이 앞선다. 그럼에도 그의 홀로서기에 든든히 힘을 주는 건 태호아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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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는 하늘나라로 갔지만, 아이의 이름이 새겨진 법안이 남았다. 법안 통과를 촉구하며 국회의원들을 쫓아다니며 무릎을 꿇고 눈물을 흘리던 그는 전혀 다른 삶에 도전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열두 번째 영입인재 '태호엄마' 이소현(37)씨의 이야기다. ⓒ 남소연

   
"제가 지치고 힘들어 할 때면 남편이 '태호 생각하면? 그래도 못하겠어? 태호 생각하면 힘내야지'라고 말해요. 그 말을 들을 때마다 '그래, 나는 태호로 인해서 이 일을 시작했고, 사회의 문제점도 알게 됐고, 목소리를 내는 법도 알았고, 여기까지 왔지'라면서 마음을 다잡아요."

그의 바람은 명료하다.

"저 같이 소중한 것을 잃은 사람도 정치를 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어요. 기득권들만의 정치가 아니라, 멀게만 느껴지는 정치가 아니라, 우리가 필요한 것을 직접 만드는 정치. 그 첫걸음을 뗄 수 있다면 국회도, 사회도 바뀔 수 있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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