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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잃어버린 것이나 잊힌 것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인터뷰] '별별마을의 완벽한 하루' 윤해연 작가

등록 2020.02.17 12:00수정 2020.02.17 1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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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박눈이 내려 하얀 눈이 쌓인 서울의 거리가 기다려지는 조금은 따뜻한 느낌의 겨울. 지난 12일 망원동 카페홈즈에서 환한 미소를 지닌 윤해연 작가를 만났다. <오늘 떠든 사람 누구야?>로 제3회 비룡소 문학상을 수상했고, <영웅이도 영웅이 필요해>로 제22회 눈높이 아동문학상 대상을 수상했던 윤해연 작가가 이번엔 <별별마을의 완벽한 하루>라는 작품으로 우리 곁을 찾아왔다.

"다만 잊지 않고 싶은 게 있어요"
 

사진1 인터뷰에 응하고 있는 윤해연 작가 ⓒ 유병천

  
- 먼저 작품을 소개를 부탁합니다. 
"한 줄 요약하자면 잃어버린 것이나 잊힌 것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 작품 속에서 주인공이 두 개의 세계를 통과하는데 세계를 두 개로 구분한 이유가 있나요? 
"극대화한 설정이지만 하나는 지금 우리의 모습이고요, 다른 하나는 우리의 모습이 반영된 반성과 위로의 세계입니다." 
      
- 공급의 과잉 시대에 살아가며 물건에 대한 가치가 떨어진다기보다는 물건을 대하는 사람의 태도가 변하고 있다는 걸 느끼게 해 줍니다. 윤해연 작가에게도 찾고 싶은 특별한 물건이 있나요? 
"물건에 대한 가치가 떨어지기도 했어요, 물론 물건을 대하는 사람들의 태도는 훨씬 달라졌지요. 아쉽게도 전 특별히 찾고 싶은 물건은 없어요. 물건에 대한 집착이 무척 약한 편입니다. 그러니까 잃어버린 것에 대해서도 쉽게 잊게 되죠. 아마도 저 같은 사람들 때문에 깜깜한 숲이 더 깜깜한 거겠죠. 다만 잊지 않고 싶은 게 있습니다. 최근에 키우던 고양이를 잃었어요. 녀석이 우리에게 준 기쁨과 사랑, 나중에는 슬픔과 고통까지도 잊고 싶지 않아요. 슬픔은 옅어지겠지만 사랑까지 옅어진다면 저 자신한테 실망할 것 같아요."

- 잃어버린 물건을 통해서 우리가 잃어버리고 살아가고 있는 것이 무엇인가 생각할 수 있는 작품인 것 같습니다. 특히 책을 잃어버리고 사는 현상이 인상적입니다. 윤해연 작가가 생각하는 종이책은 어떤가요? 
"종이책은 저한테 문학 그 이상의 세계입니다. 종이책의 모든 걸 사랑합니다. 종이가 주는 질감과 오래된 책에서 나는 꿉꿉한 냄새, 나만 아는 오타 같은 표면적 이유가 아니더라도 종이책을 통해서 세상을 배웠으니 그 외 다른 형태의 문학을 상상할 수 없어요. 그럼에도 점점 커지는 전자책 시장을 무시할 순 없지요. 전 굉장히 유연한 사고방식을 가지고 있어서 다양성에 대해서 찬성하는 편입니다. 결국은 독자의 선택이랄까요. 저 같은 인간들은 종이책을 고집할 테니까요."

- 요즘 아이들은 글을 배우기도 전에 스마트기기를 사용합니다. 아이들이 책 보다 스마트기기를 더 좋아하는 것 같아요. 이야기 내용 중 책에 답이 있다는 내용을 아이들은 인터넷에 답이 있다는 식으로 반박을 제기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윤해연 작가의 생각은 어떤가요? 
"위에서 답한 것과 연결된 질문이라 이어서 말할게요. 모든 답을 책 속에서 찾은 저희 세대와는 달리 요즘 아이들은 모든 답을 인터넷에서 구합니다. 저도 요즘에는 인터넷에 많이 의지하고 있어요. 그렇다고 모든 답은 아니었지요. 또한 쉽게 구한 답은 쉽게 잊게 되더군요. 그 질문이 내게 중요한 거라면 아마도 이러한 과정을 통해 더 깊게 답을 찾아갈 거라고 믿어요. 인터넷을 통해서 알아보고 종이 책을 통해서 결국 그 안의 답을 확장시켜 나가겠죠.

전 인간의 보편적 진리 탐구에 대한 욕망을 믿어요. 그러니까 아이들에게 왜 답을 종이 책인 아닌 인터넷을 통해서 찾느냐고 탓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아이들은 그렇게 자랄 것이고 그렇게 어른이 되었을 때 더 깊은 해답을 찾아 떠나는 탐험가는 반드시 있을 테니까요." 
 

사진2 별별마을의 완벽한 하루, 문학동네, 2020 ⓒ 유병천

 
- 쉽게 구한 답은 쉽게 잊게 된다는 말에 공감합니다. 그런데, 깊이 있는 답을 찾는 방식도 인터넷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긴 해요. 요즘 논문도 거의 인터넷으로 볼 수 있고요. 이런 추세를 감안해서 디지털 형태의 동화를 창작할 생각은 없나요? 만약 있다면 어떤 형태로 도전하고 싶은지 물어도 될까요?
"디지털 형태의 동화나 그 외 디자인 북, 팝업북으로 재연된 동화 등 다양한 시도가 있었음 해요. 디자인 쪽에서 일하는 동생과 함께 그런 것에 대해서 자주 이야기하는 편입니다. 지금은 물리적으로 서로가 너무 바빠서 꽤 깊게 논의한 것도 아직 첫 발을 내딛지 못하고 있어요. 그러다 보니 벌써 몇 년이 훌쩍 지나가게 되었지요. 동생과 제가 더 낡아지기 전에 이건 꼭 해보고 싶은 프로젝트입니다."

- 저도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수업을 듣고 인터뷰 전문기사를 꾸준히 써봐야겠다고 결심했지만, 다른 일을 핑계로 기사를 안 쓴 지 일 년이 넘었습니다. 마음먹은 대로 실행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습니다. 작년 말에 단편동화집 <후루룩 후루룩>이 나온 것 같은데, 이어서 새로운 작품을 발표할 수 있는 비결은 무엇인가요?
"갈증입니다. 끊임없이 쓰는 동기는 글에 대한 갈증이 크기 때문이에요. 이건 모든 작가들이 크고 작게 다 가지고 있을 겁니다. 다르다면 욕망하면서 쓰지 않는 작가가 있고 욕망하면서 갈증이 아닌 갈등만 하는 작가가 있어요. 욕망하면서 욕망만 하는 작가가 있듯이요. 저는 끊임없이 욕망하기 때문에 계속 쓰게 되더라고요. 그래야만 이 갈증을 조금이라도 풀 수가 있어요."


- 글을 쓰면서 가장 힘든 점은 무엇인가요?
"객관화입니다. 글쓰기는 매우 주관적인 작업이라 객관화해서 바라보기가 매우 어렵습니다. 남의 작품은 명징하게 해석할 수 있는데 방금 작업한 제 작품은 그게 바로 보이지가 않아요. 시간이 지나면 더 확실하게 알 수 있는데 그래서 이미 출간한 자신의 작품을 작가들이 잘 안 보게 되나 봅니다." 
 

사진3 윤해연 작가 ⓒ 유병천

 
- 마지막으로 독자에게 한 마디 해주시죠.
"제 독자는 어린이가 많아서 어린이에게 말해야 하는데 선택을 하는 주체가 부모인 경우가 더 많기에 지금은 어른에게 말하고 싶네요. 아이에게 책을 준다는 건 또 다른 세계를 선물하는 것과 같다고 생각합니다. 세상은 매우 다양합니다. 책 속의 세계는 훨씬 더 다양하고 복잡해요. 그 안에 얽힌 수없이 많은 갈등과 억압, 행복과 위로, 슬픔과 분노를 차곡차곡 경험하게 해 주세요. 그게 아이가 건강하게 자랄 수 있는 힘이 됩니다. 우리도 그렇게 어른이 되었답니다."

- 디지털 미디어에 종이책이 점점 자리를 내어주는 느낌이 드는 요즘 종이책이 계속 사랑받을 수 있길 기대해봅니다. 한편으로는 종이책의 대안이 전자책이 아니라 유튜브를 활용한 동화가 나올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상상을 해봅니다. 그렇게 되면 작가의 수익모델이 인세에서 광고비로 전환될 지도 모르겠네요. <별별마을의 완벽한 하루>에서 말하듯 점점 책을 잃어버리는 것 같아서 안타깝습니다. 책은 잃어버리기보다 읽어버리는 것이 좋은데 말이죠. 다음에도 멋진 작품으로 만나길 기대합니다.
 

별별마을의 완벽한 하루

윤해연 (지은이), 노인경 (그림),
문학동네, 2020


#윤해연 #별별마을 #완벽한하루 #윤해연작가 #동화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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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일에 회사에 다니고 주말에 글을 쓰는 주말작가입니다. 다양한 관점으로 세상을 바라볼 수 있도록 좋은 기사를 쓰고 싶습니다. https://brunch.co.kr/@yoodluff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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