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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속 피한 지만원, 5.18단체 분노... 지만원 지지자들 "광주 제2의 북한"

서울중앙지법, 명예훼손 지씨에 징역 2년 선고... "고령" 이유로 법정구속은 면해

등록 2020.02.13 18:58수정 2020.02.13 1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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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려나가는 5.18 단체 관계자, 비웃는 지만원 지지자 지만원씨가 5.18민주화운동 유공자 등의 명예훼손 혐의로 징역 2년 및 벌금 100만원을 선고받았으나 법정구속은 면한 직후인 13일 오후, 5.18 단체가 법정구속을 요구하고 지씨 지지자들이 "광주 빨갱이" 등 모욕적 발언을 하면서 충돌이 벌어졌다. 그 가운데 김용만 5.18서울기념사업회 사무총장이 넘어져 구급차에 실려나갔는데, 이를 지씨 지지자가 보며 웃고 있다(빨간 동그라미). ⓒ 소중한


"지만원을 구속하라! 구속하라!"
"지만원! 지만원! 광주는 제2의 북한이다! 빨갱이다!"

 
13일 오후 지만원씨의 1심 선고 공판 직후, 서울중앙지방법원 2층이 고성으로 가득 찼다. 직전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11단독 김태호 판사는 5.18민주화운동(아래 5.18) 유공자, 천주교 광주대교구 정의구현사제단 소속 신부, 영화 <택시운전사>의 주인공 고 김사복씨 등을 명예훼손한 혐의(정보통신망 이용 촉진 및 정보 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로 재판에 넘겨진 지씨에게 징역 2년, 벌금 100만 원을 선고했다.

다만 김 판사는 지씨가 고령이고 도망의 우려가 없다는 이유로 법정구속까진 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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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8 민주화운동에 참여한 시민 등을 비방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지만원씨가 선고공판에서 징역 2년의 실형을 선고받은 13일 오후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서 재판 방청을 마친 극우단체 회원들이 5.18 단체 회원들에게 막말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525호 법정에서 진행된 이날 재판에서 유공자 등 5.18 단체 관계자들은 곧장 판결에 불만을 드러냈다. 선고 직후 한 관계자는 "저렇게 죄를 저질러놓고도 나이 먹었다고 구속 안 하는 게 말이 되냐"며 판사를 향해 소리를 지르다 법원 직원에게 제재를 당하기도 했다.
 
법정을 나온 이들은 2층으로 이동해서 "지만원을 구속하라"는 구호를 외치며 항의를 이어갔다. 이 와중에 지씨의 지지자들이 5.18을 모욕하는 발언을 내뱉어 충돌이 벌어지기도 했다. 욕설과 고성이 오가는 와중에 김용만 5.18서울기념사업회 사무총장이 넘어져 구급차에 실려 나가기도 했다.
 
"'광수' 사진, 상식 갖춘 일반인 보기에 상당히 근거 부족"
 
이날 김 판사는 지씨의 혐의 대부분을 유죄로 인정했다. ▲ 5.18 유공자들을 이른바 '광수(광주에 온 북한 특수군)'으로 지칭한 점 ▲ 5.18 진상을 알리기 위해 노력한 천주교 광주대교구 정의구현사제단 소속 신부들을 공산주의자라고 표현하고 그들이 발간한 5.18 관련 사진집에 거짓 사진이 들어있다고 주장한 점 ▲ 고 김사복씨가 간첩, 빨갱이이며 그가 잠적해 있다고 주장한 점 ▲ 탈북자 장아무개씨를 '광수'로 지칭하고 5.18에 소년병으로 파견된 위장탈북자라고 주장한 점 등이 명예훼손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김 판사는 지씨가 '5.18 북한군 개입설'을 뒷받침하기 위해 '광수'를 주장하고 이를 위해 동원한 얼굴분석 기법을 "건전한 상식과 경험칙을 갖춘 일반인이 보기에 그 근거가 상당히 부족하며, 그 의도가 악의적으로 보이기까지 하다"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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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8 민주화운동에 참여한 광주 시민들을 북한 특수군이라고 주장해 명예훼손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지만원씨가 13일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리는 1심 선고공판에 출석, 법정 입장을 위해 몸 수색을 받고 있다. ⓒ 연합뉴스


우선 김 판사는 "('광수'로 지칭된) 피해자들과 그 유족들은 이 법정에서 모두 증인으로 출석해 피해자의 5.18 당시 역할, 사진이 촬영됐을 당시 현장 상황, 촬영 장소에 있게 된 사정 등에 대해 구체적이고 상세하게 진술했고, 이와 모순된 사정이 보이지 않는다"라며 "각 사진 속 인물들은 북한 특수군 내지 고위층 인물이 아닌 피해자들이라고 판단할 수 있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5.18의 사법적·입법적 평가 및 북한 특수군이 5.18에 개입한 정황에 대한 객관적 증거가 전혀 없는 점, 피고인의 얼굴 비교분석의 신빙성을 인정하기 어려운 점에 비춰보면 (피고인의 행위는 자신의 주장대로) 5.18의 역사적 진실을 밝히기 위한 게 아니라 오히려 역사적 의의와 가치를 폄하하는 것으로 밖에 볼 수 없다"라며 "따라서 피고인에게 비방 목적이 있다고 인정된다"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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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만원씨가 13일 5.18 유공자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1심에서 징역 2년 및 벌금 100만원을 선고받았으나 법정구속을 면하자 5.18 단체가 이에 항의했다. 그 와중에 지씨 측 지지자들이 "광주는 빨갱이" 등의 말을 내뱉어 충돌이 벌어졌고 그 여파로 김용만 5.18서울기념사업회 사무총장이 피해를 입어 구급차에 실려나갔다. ⓒ 소중한


 
천주교 광주대교구 정의구현사제단 소속 신부들과 관련해선 "1987년 사진집에 비록 사진 출처가 명시돼 있지 않지만 당시 사진을 수집하고 편집하는 등 사진집 제작을 담당한 김양래는 이 법정에서 수집 경위와 출처에 대해 상세하고 구체적으로 진술했다"라며 "피고인은 1982년 북한이 배포한 삐라에 1987년 사진집 사진과 동일한 사진 5장이 있다고 하는데, 이 삐라를 만든 주체·제작시기·배포시기 등이 불분명하다. 설령 1982년 그 삐라를 북한에서 배포됐다 하더라도 이는 5.18 이후이므로 (1987년 사진집 사진이) 북한에 의해 만들어진 사진이란 근거가 될 수 없다"라고 판결했다.
 
그러면서 "피고인은 신부들이 1987년 및 1995년 사진집을 발간해 '계엄군이 잔인하게 시민을 짓밟았다'는 유언비어를 퍼뜨렸다고 하는데 그 근거가 미약하고 표현 방법도 단정적이며 악의적이다"라며 "피해자의 이념적 정체성에 대한 오해가 생기고, 사회적 명성의 실추를 초래할 수 있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김 판사는 고 김사복씨와 탈북자 장씨에 대한 판결도 5.18 유공자 및 신부들에 대한 판단과 비슷하게 내렸다. 한편 2016년 5월 19일 재판을 마친 지씨가 5.18 단체와 실랑이를 벌이다 관계자 2명을 폭행한 것 역시 유죄로 인정됐다.
 
5.18 단체 "법정구속 때까지 계속 노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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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만원씨가 13일 5.18 유공자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1심에서 징역 2년 및 벌금 100만원을 선고받았으나 법정구속을 면하자 5.18 단체가 이에 항의하는 성명을 발표하고 있다. ⓒ 소중한



이러한 사례들을 놓고 "죄질이 좋지 않다"고 평가한 김 판사는 그간 지씨가 5.18 왜곡으로 유죄 판결을 받은 전력을 거론하며 "엄한 처벌이 불가피하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지씨에게는 징역 2년 및 벌금 100만 원, 이를 그대로 게시한 극우매체 대표 손상대씨에겐 벌금 500만 원을 선고했다.

다만 김 판사는 "피고인 지만원의 경우 고령이고 장기간에 걸친 재판에 성실하게 출석해온 점을 비춰보면 증거인멸 및 도망의 염려가 보이지 않아 법정구속은 하지 않겠다"라고 밝혔다. 5.18 단체 관계자들은 직후 성명서를 통해 "지만원이 법정구속될 때까지 법리적 투쟁과 진실 확인을 위한 노력을 계속해 갈 것이다"라고 항의했다.
#지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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