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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시대의 '시장화'..."국가에서 매대 사거나 집 마당에서 장사"

13일 통일부 의뢰, 북한이탈주민 설문조사 결과 공개..."사경제 늘어나"

등록 2020.02.14 18:58수정 2020.02.14 1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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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과 수확하는 북한 주민 사과를 수확하는 북한 주민들의 모습. 노동신문은 1월 31일 '당의 령도(영도)따라 자력부강의 한길로 줄달음쳐 온 자랑찬 한 해'라는 제목으로 4면을 모두 한 해 성과를 선전하는 사진 21장을 보도했다. ⓒ 뉴스1


"국가에서 매대를 사 장사했다. 보통 매대 크기가 60~80cm 정도인데 하나를 구입하면 장사하기에 충분했다. 다만 나라에 낸 돈과는 별개로 매일 오후 5시경에 시장관리원에게 자릿세도 또 내야한다. 자릿세를 내도 시장에서 버는 돈이 국가에서 주는 월급보다 많았다."

2016년 탈북한 이탈주민 A씨는 "장사하며 돈을 꽤 벌었다"라고 말했다. 그는 중국 장백과 맞닿아 있는 북한 양강도에 살았다.

A씨의 말에 따르면, 돈이 부족한 사람들은 '집'에서 장사를 했다. 그는 "자기 집 마당에 매대를 차리고 장사를 하는 방법도 있다"라며 "집에서 하면 시장이 아니라 따로 자릿세를 낼 필요가 없다. 다만 국가에 보고하고 일정부분 세금을 내야 한다. 자릿세보다는 싼 금액"이라고 설명했다.

북한에서 '사경제'에 종사하는 이들의 비중이 늘어나고 있다는 결과가 나왔다.

통일부는 13일 북한연구학회와 ㈜현대리서치연구소가 지난해 상반기까지 국내에 입국한 북한이탈주민을 대상으로 한 설문 조사를 일부 공개했다. '북한 경제사회 실태연구'는 2013년부터 지난해 상반기까지 6000여 명에 달하는 이들이 답한 결과를 포함했다.

사실 북한에서 종합시장 매대는 국가의 재산이라 이를 사고파는 행위는 처벌을 받는다. 그러나 실제로는 A씨처럼 국가에 돈을 주고 매대를 사서 장사하고 세금을 내는 '자영업' 활동이 이루어진다. 2016~2019년에 탈북한 주민의 67.6%는 국가재산인 장마당 매대를 거래 대상으로 봤다.

조사결과에 따르면 상인의 수는 2000년 이전 386명에서 2016~2019년 1446명으로 증가했다. 종합시장의 매대 수는 연도별 편차가 있지만, 2011년 498개에서 2018년 2173개로 늘어나는 추세를 보였다.

'사경제 종사자, 국영경제 종사자의 2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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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시장 매대 수 북한의 종합시장 매대 수 ⓒ 통일부

2001년 이후부터 '사경제 전업 종사자'와 '국영경제·사경제 겸업 종사자' 비중이 지속해서 상승하기도 했다. 사경제 종사자 비중은 국영경제 종사자 비중의 2배에 달했다.

북한의 경제는 사실상 국영경제와 사경제로 이원화돼 있다. 국영경제는 북한 정부가 관리하는 협동농장이나 국영기업을 통한 경제활동을 말한다. 사경제는 북한 주민이 개인적으로 상품을 생산하거나 유통 등을 통해 수입을 얻는 것을 뜻한다.

'사경제 종사자'는 공공기관이나 국영기업 등이 아닌 각종 시장경제 활동을 통해 소득을 얻는 사람이다. 장마당(시장)을 통해 경제활동을 하거나 대학교수가 부수입으로 과외를 경우가 사경제 종사자에 해당한다.

연구진은 시장경제에 대한 북한의 변화가 김정은 시대에 두드러졌다고 분석했다. 양문수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전 북한연구학회장)는 "김정은 시대 들어 시장화가 진전되고 있고, 주민들의 생활 수준도 꾸준히 상승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라고 풀이했다.

그러면서 "다만 소득수준에 따른 격차가 확대되면서 시장에 접근하기 어려운 취약층의 삶은 이전보다 어려워질 수 있다"라고 부연했다.

양 교수는 "탈북민들이 주로 접경지역 출신이고 여성 비율이 80%에 달하는 등 편중성이 있다"라면서 "문항별 응답자 수도 조사 시작 시점 등에 따라 달라 북한 사회 전체의 특성을 반영한다고 보기에는 한계가 있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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