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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주방송 이재학 피디 사망 10일, 시작도 못한 진상규명

청주방송 노무컨설팅 자료 공개거부… 유족·사측 13일 첫 회의 무산

등록 2020.02.14 17:58수정 2020.02.14 1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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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고 이재학 피디의 동생 이대로 씨가 청주방송 앞에서 시위를 하고 있다. ⓒ 충북인뉴스


한상혁 방통위위원장, 청주방송에 "진상규명" 당부
민주노총 등 노동계 잇따른 기자회견 성명서 발표


"오늘은 중요한 날입니다. 청주방송이 형 죽음에 대해 책임지고 해결하려는 의지가 있는지 확인할 수 있는 날이었는데 결국 의지가 없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숨기고, 미루고, 정말 한심합니다."

고 이재학 피디 죽음의 진상규명과 명예회복을 위해 만들어진 유족 측과 청주방송 측의 논의 테이블이 첫 날부터 어그러졌다. 유족들은 청주방송 측이 아무런 설명 없이 회의 일정을 일방적으로 변경하고 요구한 자료도 공개하지 않는다며 진상규명 의지가 있는지 의심스럽다고 크게 분노했다.

약속 미루고 답변 없고

유족과 청주방송은 고인의 장례 이후 지난 10일 만남을 가졌다. 그 자리에서 청주방송은 11일까지 2017년 노무법인유앤 노무사이자 청주방송 자문노무사가 작성한 노무컨설팅 자료를 유족 측에 제공하기로 합의했다. 

그러나 청주방송은 13일까지 유족이 요구했던 자료를 제공하지 않았고 13일 약속시간도 일방적으로 오전 11시에서 오후 4시로 변경했다.

급기야 유족은 13일 노무컨설팅 자료를 왜 제공하지 않는지 구체적인 답변을 요구했고 13일 정오까지 이에 대한 답변이 없으면 청주방송이 논의테이블 자체를 거부하는 것으로 이해하겠다는 문자를 청주방송 임원에게 보냈다. 하지만 이 또한 아무런 답변을 들을 수 없었다.

13일 오후에 이르러서야 청주방송은 유족들에게 노무컨설팅 자료는 청주방송에 없고 노무법인 유앤에 있는지 알아보겠다는 말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용우 변호사는 "자료가 청주방송에 없다는 것은 말도 안 된다.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청주방송은 앞에서는 진정성 운운하지만 뒤에서는 여전히 자료를 은폐하고 있다. 이재학 피디 사망 전과 달라진 것이 전혀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자료공개를 언제 할 것이냐는 기자의 질문에 청주방송 임원은 "지금 찾고 있는 중"이라고 답했다.

유족 측은 13일 오후 청주방송 앞에서 피켓 시위를 했고 오후 4시가 넘어서 청주방송 측과 만남을 가졌다. 저녁 8시까지 이어진 이 자리에서는 13일 하려던 첫 회의를 18일 열기로 했고, 노무컨설팅 자료 공개여부는 17일 오전까지 유족에 확답을 주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노무컨설팅 자료에 뭐가 있길래

노무법인 유앤이 검토해 작성한 노무컨설팅 자료에는 이재학 피디 사망의 본질이자 핵심적인 내용이 담겨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유족 측에 따르면 청주방송 모든 프리랜서들의 전수조사 결과 및 고인의 노동자성이 인정된다는 내용이 있다. 이미 2017년 청주방송 측은 프리랜서들의 처우개선이 필요하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었고 노조 측도 이를 알고 있었던 것이다.

지난 12일 유족과 한빛미디어노동인권센터, 추혜선 정의당 의원 등이 연 기자회견에서 이용우 변호사는 "청주방송이 과거에 받은 노무컨설팅 자료에는 이 피디의 노동자성을 인정하는 내용이 있다"고 밝혔다.

고인의 동생 이대로씨 또한 "그 자료에는 형의 노동자성이 명시돼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이미 2017년 청주방송 노조에서도 확인했다고 했다. 그것만 있으면 '근로자 지위 확인' 소송에서도 이길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청주방송에서는 무슨 이유 때문인지 공개를 안하고 있다. 없을 리가 없다. 누군가는 반드시 갖고 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한 관계자는 "노무컨설팅 자료는 청주방송 직원이 갖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청주방송은 이와 관련 "자료를 아무리 찾아도 없는데 어떻게 하냐"는 입장이다. 한 관계자는 "큰 사건이 있어서 받은 것이 아니고 인력전체의 컨설팅을 받은 것으로 알고 있다. 있으면 당연히 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없는데 어떻게 하겠냐. 그 자료를 본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노무사가 나름대로 권고사항 정도를 기술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사과할 준비 안 돼 보인다"

이재학 피디 사망 이후 청주방송은 "많은 분이 기대하는 방송사 역할에 부응하지 못했다. 고 이재학 PD의 뜻이 헛되지 않도록 진상을 철저히 조사하고 프리랜서들의 근무 환경을 개선하겠다"라고 밝혔다.

그러나 이 피디 사망 이후 청주방송을 방문한 관계자들은 진정성이 없다고 입을 모은다.

13일 오후 지역민영방송노조협의회(지민노협) 의장을 비롯해 노동계 관계자들이 청주방송을 방문했다. 진상규명과 조속한 해결을 부탁하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이들은 실망감을 감추지 않았다. 

한 관계자는 "꽤 오랜 시간 이야기를 했는데 청주방송 측은 변명 식의 발언을 계속 이어갔다. 진상규명을 위한 준비가 안 되어 있다는 인상을 받았다. 정말 실망이다"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이 피디 죽음과 관련이 있는 사람들이 와서 설명하는 것을 보고 놀랐다. 그 사람들의 영향력이 여전히 있고 문제해결을 위한 노력이 없어 보였다"라고 전했다.

동생 이대로씨는 "가해자라고 할 수 있는 사람들이 이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고 있다. 그 사람들이 지시를 하고 회사 의견을 결정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청주방송 전혀 아니다는 답변을 했다. 한 관계자는 "14일 오전 백의종군한다는 마음으로 국장급 전원 보직사퇴를 결정했다. 또 진상조사위원회를 꾸려 징계든 감봉이든 위원회의 결정을 따를 것"이라고 말했다. 
 

13일 대전시청자미디어센터에서 열린 대전충청지역 지역미디어 정책간담회에 이수희 충북민언련 사무국장이 참석, 피켓시위를 벌였다. 이수희 사무국장은 한상혁 방송통신송통신위원장에게 고 이재학 피디 죽음의 진상규명과 철저한 관리감독을 요청했다. ⓒ 충북인뉴스


한편 한상혁 방송통신위원장은 13일 대전·충청 지역 지상파방송 및 케이블TV 대표들과 정책 간담회를 갖은 이후 청주방송 사장을 따로 불러 사실관계파악 및 대응책 마련을 주문했다. 간담회 및 청주방송 사장과의 대화는 비공개로 진행됐다. 이 자리에는 이수희 충북민언련 사무국장이 참석, 피켓시위를 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충북인뉴스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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