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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희룡 지사님, 어찌 그들과 함께한단 말입니까

원 지사의 미래통합당 합류해 분노하는 국가폭력 피해 제주도민

등록 2020.02.15 19:33수정 2020.02.15 1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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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지난 1월 22일 오전 국회에서 원희룡 제주도지사와 만나 대화하고 있다. ⓒ 연합뉴스

 
지난 1월 21일 두 사람이 만났다. 중도보수통합을 목표로 하는 혁신통합추진위원회(혁통위) 박형준 위원장과 대권 잠룡으로 불리는 원희룡 제주도지사가 보수통합 신당 참여와 관련해 대화를 나눴다.

이 자리에서 박형준 위원장은 원 지사에게 "설 전에 보수통합 신당 참여를 결정해 달라"고 공식적으로 요청했으며 원 지사는 보수통합 신당에 참여하겠다는 선언으로 화답했다. 그리고 한 달도 채 되지 않은 지난 14일 원 지사는 미래통합당(전 혁통위) 최고위원으로 내정되었다.

원 지사의 결정에 과거 국가폭력의 피해를 봤던 제주도 거주 일부 피해자들은 실망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특히 70, 80년대 군사정권 시절 소위 정보수사기관에 인권침해를 당했던 국가폭력피해자들의 실망감은 이만저만이 아니다.

제주에 거주하는 강광보씨는 "미래통합당이 어떤 사람들이 모여 있는 곳이냐? 전두환 정권 시절 공안검사 출신이나 판사 출신들이 모여 있던 곳 아니냐? 특히나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위원장인 여상규 의원이 있는 자유한국당과 합쳐진 곳의 최고위원이라니 말이 되느냐"며 분노를 감추지 못했다.

자유한국당 여상규 의원은 판사로 재직하던 1981년 진도 간첩 사건 재판을 했다. 대대적인 공안사건이라고 떠들었던 이 사건의 피고인 석달윤이 앉지도 서지도 못할 정도로 고문을 당했지만 정작 여상규는 재판에서 고문 등에 대한 판단은 하지 않았다. 여상규는 공범으로 재판 받은 김정인에게 사형, 석달윤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석달윤과 김정인은 곧바로 항소, 상고했지만 모두 기각되어 김정인은 형장의 이슬로 사라졌다. 석달윤은 오랜 기간 감옥살이를 했고 수십 년간 '간첩', '빨갱이'라는 낙인 속에 살아야 했다.

[관련기사]
믿을 수 없는 판결 내린 판사 여상규 http://omn.kr/1lpi7

지난 2009년 열린 이 사건 재심에서 석달윤은 무죄를 선고받았다. 이어서 2010년 고인이 된 김정인의 부인 한화자가 신청한 재심에서 김정인은 30년 만에 무죄를 선고 받았다. 재심 재판부는 "법원이 사법부 본연의 역할을 다하지 못해 무고한 생명을 형장의 이슬로 사라지게 한 것은 아닌가 회한을 떨칠 수 없습니다"라고 사죄했다.

"가까운 도민의 상처부터 어루만져 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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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1월 2일 당시 원희룡 한나라당 의원이 전두환씨에게 새해 인사차 큰절을 올리고 있다. ⓒ 원희룡 의원실 제공

 
강광보씨는 또 "지난 2007년 전두환 전 대통령에게 넙죽 절하는 장면을 텔레비전에서 본 적이 있다. 피가 거꾸로 솟았다"며 그런 원 지사에게 개혁 이미지를 기대했던 자신이 원망스럽다고도 했다. 

강씨의 이러한 심정은 전두환 정권 당시였던 1986년 제주보안대에 연행되어 수십 일간 고문을 당해 간첩으로 조작된 그의 아픔에서 기인한다.

"86년 보안대에 끌려가 고문당해 간첩으로 몰린 나로서는 매일 텔레비전 뉴스에 등장하는 원 지사님 얼굴을 볼 때마다 울화가 치민다. 아직도 이발소에서 머리를 감을 때 공포를 느끼고, 잠을 잘 때는 불을 켜고 자야 한다. 이런 후유증을 안고 사는 도민의 마음을 알기나 하는 것이냐? 제주에는 나와 같이 고문으로 간첩 또는 국가보안법 전과자가 된 피해자가 많다. 큰 정치를 하기 전에 도민의 아픔을 먼저 생각하는 도지사가 되어야 한다."

나는 정치를 잘 모르지만 정치가 사람을 위한다고 하지 않느냐. 그럼 우리 같은 사람의 마음을 잘 알아주어야 좋은 정치를 하는 것 아니냐. 우리 같이 상처 입은 사람을 보지 못하면 큰 정치를 한다는 것은 거짓말이다.

가까운 도민의 상처부터 어루만져 주길 바란다. 어설픈 '육지것'들 정치에 기웃하지 마시고 여기저기서 아픔을 가지고 하루하루 견디는 우리 같은 국가 폭력 피해자를 먼저 찾아라."


한편 제주에는 고문 피해자 이외에 박근혜 정권에서 일어난 세월호 사건의 피해자 24명이 생존하고 있다. 이들 역시 세월호 참사의 진실을 방해하고 은폐했던 자유한국당과의 정치를 선언한 원 지사에게 실망감을 나타냈다.

세월호 참사에서 많은 단원고 학생들을 구하며 마지막까지 사투를 벌였던 '파란 바지의 의인' 김동수씨를 비롯한 생존자들 역시 이번 원 지시의 결정이 도민의 염원과 바람에 역행하는 결정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과거사의 아픔을 지닌 제주도민들을 포용하며 나아갈 수 있을까? 원 지사는 커다란 도전에 직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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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폭력피해자를 지원하는 "지금여기에"라는 단체에서 일합니다. 내가 살아가는 세상이야기를 나누고 함께 변화시켜 나가기 위해서 활동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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