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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관위는 한국당의 호위무사다

[주장] 위성정당은 합법, 모의선거는 불법?... 선관위 흑역사에 기록될 것

등록 2020.02.18 13:31수정 2020.02.18 1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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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 과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서 권순일 위원장 주재로 위원회의가 열리고 있다. ⓒ 연합뉴스

 
지난 열흘 사이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발 핵폭탄이 정치권과 교육계를 뒤흔들었다. 선관위는 지난 13일 마땅히 금지해야 할 위성정당을 서류상 창당요건을 갖췄다는 이유로 정당등록을 받아줬다. 반면 마땅히 권장해야 할 초중등학교 모의선거교육은 선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이유로 지난 6일 전면금지했다. 설마 했던 일들이 모두 현실이 되고 말았다.

선관위의 위성정당 허용 결정으로 미래통합당(옛 자유한국당, 이하 통합당)은 제3당들의 몫에서 최소한 10석 이상 가져갈 수 있을 거라 예상된다. 선관위는 피해자(제3당들)의 피눈물을 못 본 체하고 탐욕스러운 가해자(통합당)의 편을 들었다. 또한 선관위의 모의선거 금지로 말미암아 학내선거교육 활성화에 제동이 걸렸다.

두 사안에서 선관위는 헌법 원칙 대신 형식 문언이나 대중정서를 앞세워 위헌적 실체를 외면하며 정치중립의무를 위배했다. 위성정당등록에선 창당서류 형식심사주의를 내세워 특정 정당의 손을 들어줬고 모의선거금지에선 막연한 정치편향교육 우려(교사 불신 정서)에 편승해 정치 의지를 관철했다. 그럼에도 전문헌법기관이 일단 저질러놓은 일이라서 비판은 쉬워도 결정을 번복하게 하는 건 쉽지 않다.

두 현안에서 선관위가 채택한 입장은 현실의 정치지형에서 통합당과 보수언론이 취해온 입장과 다르지 않다. 엄정한 법적 판단에 따른 우연의 일치가 아니라 이심전심 카르텔이 작동한 결과로 판단된다. 두 사안에서 선관위는 의도적으로 통합당의 호위무사를 자임했다고 의심받아도 할 말이 없다. 문제의 선관위 결정은 워낙 근거가 미약해서 오는 3월에 4인, 내년에 2인 등 선관위원 6인이 교체되고 나면 자체 변경될 가능성이 크다.

정치와 교육 핵심사안에서 통합당 손을 들어준 일차적 배경은 선관위의 인적 구성에서 찾아볼 수 있다.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지 2년 9개월이 지났지만 선관위는 아직도 박근혜 시대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박근혜 정부 시절인 2014년 3월에 4인, 2015년에 2인, 총 6인의 선관위원이 임명됐다. 그 가운데 민주당 추천 국회 몫 1인을 제외한 5인이 박근혜 대통령, 양승태 대법원장, 새누리당(자유한국당의 전신) 몫이었다. 이들 보수성향 위원들의 6년 임기가 아직 끝나지 않았다.

2018년 1월 취임한 권순일 중앙선관위원장도 보수성향이다. 김명수 대법원장이 2017년 12월에 지명권을 행사했지만 취임 두 달을 갓 넘긴 당시의 대법원은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제청한 보수성향 대법관들로 채워져 있었다. 권순일 중앙선관위원장은 대법관 임기가 종료되는 오는 9월까지 자리를 지킨다. 요컨대, 중앙선관위의 인적 구성을 보면 총 9인의 구성원 중에서 6인(위원장과 선관위원 5인)이 검증된 보수성향 인물들이다.

굳이 이런 사실을 들춰내는 이유는, 모든 선관위원은 추천기관의 정치 성향과 상관없이 최고도의 정치 중립성을 요구받는다는 점을 환기하기 위해서다. 선관위원은 추천권자의 정치적 이해관계가 아니라 헌법과 민주주의의 일반원칙에 충실해야 한다. 하지만 이번 사안에서는 선관위원들이 법 원칙을 팽개치고 정치 선호를 앞세우며 법 해석 권력을 남용한 혐의가 아주 짙다.

보수정당-보수언론-보수단체 카르텔

위성정당 창당이 연동형선거제 도입에 맞서기 위한 통합당의 탈법행위 꼼수라면 학교모의선거 반대는 18세 선거연령 하향에 맞서기 위한 통합당의 패배주의적 억지다. 둘 다 해외토픽감이 될 만큼 깨어있는 시민의 비호감도를 높이고 대한민국의 국격을 떨어뜨리지만 통합당은 개의치 않는다. 보수언론이 언제나 통합당의 편을 들며 든든하게 엄호해주기 때문이다.

보수언론은 유독 통합당 행태에 대해서는 민주주의와 법에 따라 시시비비를 가리는 대신 상반되는 찬반 입장에 각각 동일 시간과 지면을 할애하는 기계적 중립에 멈춘다. 결과적으로 보수언론은 위성정당에 대해선 꼼수냐 묘수냐의 성격 규정과 성패 전망이 엇갈린다는 식의 보도 행태로 기정사실화를 도운 반면 모의선거교육에 대해선 교육적으로나 선거법적으로나 문제 제기가 있다는 식의 보도 행태로 정치쟁점화를 도왔다. 정확하게 통합당이 원하는 바였다.

만약 위성정당 사안에서 언론의 반대 기류가 강했다면 아무리 보수 주도 선관위라도 권리남용금지원칙과 탈법행위금지원칙을 저버리고 정당법의 일개 규정에 지나지 않는 창당요건 형식심사주의를 내세워 통합당의 손을 들어주진 못했을 것이다. 

모의선거 금지 결정도 다르지 않다. 만약 보수언론이 학교 모의선거를 둘러싸고 진영논리를 따르지 않고 헌법 원칙과 교육 논리를 따랐더라면 아무리 통합당이 반대입장을 내놓아도 선관위가 종전 입장을 뒤집을 엄두를 내지 못했을 것이다. 선관위는 불과 4개월 전에 학교모의선거 홍보 동영상을 제작해 지난 13일까지도 홈페이지에 버젓이 올려놓고 있었다. 그만큼 학교 모의선거 교육 필요성에 공감하고 그 확대 방안을 적극적으로 모색하고 있었다.

선관위원 과반수가 종전입장을 번복하는 무리수를 둘 수 있었던 건 두 가지 조건이 충족됐기 때문이다. 첫째, 보수성향 선관위원들이 보기에 통합당-보수언론-보수단체 카르텔이 우군으로 작동하는 게 분명했다. 둘째, 이들이 보기에 외부의 방해꾼이나 저항자가 나타나지 않았다. 특히 교육부 장관과 교육감협의회, 교육법학회와 교육학회 등 유력한 이해관계자들이 공식적으로 침묵을 지키고 있었다. 이만하면 선관위원들이 움직이기 딱 좋은 외부환경이 만들어진 셈이었다.

만약 교육부 장관이나 교육감협의회가 '모의선거 교육은 참정권 교육이지 선거운동이 아니며 우리가 알아서 정치편향교육이 되지 않도록 책임 지도할 테니 선관위는 이 사안에서 손 떼라'는 공식 입장을 선관위에 보냈다면 과연 모의선거교육을 전면금지하는 무리수를 둘 수 있었을지 의문이다. 그러나 교육부 장관과 교육감협의회는 이 사안에 대해 지금까지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외부에 잠재 우군이 움직이고 있는 반면 잠재 적군은 전혀 안 보이는 상황이었다.

모의선거와 관련된 선관위의 입장 돌변은 개정선거법으로 18세 유권자가 50만 명 넘게 생겨나고 그중 고교생이 14만 명이 된다는 새로운 사태를 배경으로 한다. 18세 선거연령 하향조정을 일관되게 반대해온 통합당은 18세 학생유권자들 탓에 '교실의 정치판화'가 우려된다며 교내선거운동 및 교내정치활동 금지법안을 제출했다. 동시에 서울의 전·현직 진보 교육감이 협력해서 추진해온 학교 모의선거 교육을 진보편향교육으로 낙인찍는 일에 나섰다. 선거교육과 모의투표를 빙자해서 진보편향 정치교육이 이뤄질까 염려된다는 것이었다.

통합당이 모의선거교육을 진보교육감표 정치편향교육으로 낙인찍으며 반대 기조를 잡자 보수언론이 뒤질세라 정치편향교육 프레임을 확산하며 나섰다. 곧바로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와 보수단체들이 얼씨구나 춤을 췄다. 선관위가 별다른 여론부담도 느끼지 않고 전격적으로 금지 결정을 내린 배경이다. 요컨대 학교모의선거 사안과 관련해서도 통합당이 정치적 이해관계를 앞세워 먼저 반대 나팔을 불면 보수언론이 함께 피리를 불고 이에 따라 국민 여론과 국가결정이 춤추는 정치여론화 패턴이 관철됐다.

위성정당 목적은 법 면탈과 부당이득

통합당이 미래한국당을 뚝딱 만들어낸 이유는 개정선거법의 연동형 의석 배분을 면탈하고 군소정당 몫으로 설계된 연동비례의석을 가로채기 위해서다. 이는 전형적인 탈법행위에 해당한다. 겉으로는 창당행위에 해당해서 설립 자유에 속하는 합법 행위이지만 속으로는 부당의석을 취하기 위한 개정선거법 면탈행위이기 때문이다. 누구도 탈법행위를 할 권리는 없다. 위장전입, 위장이혼, 위장폐업, 위장계열사 등 탈법행위를 은밀하게 하는 이유다.

얼핏 보기에는 정당한 권리행사처럼 보여도 그 목적이 법 면탈과 부당이득에 있다면 반드시 권리남용이 돼 금지된다. 통합당의 위성정당 창당도 마찬가지다. 미래한국당은 탈법행위의 수단이자 권리남용의 산물로서 법의 제국에는 그의 자리가 없다. 그 창당 과정과 운영행태가 이 사실을 웅변한다.

한번 생각해보자. 개인이 자녀를 좋은 학교에 넣을 목적으로 한 위장전입도 최고 3년 징역형까지 처벌될 수 있다. 그렇다면 의석(주권)을 도둑질할 목적으로 추진된 공당의 위장 창당은 얼마나 큰 제재를 받아야 마땅할까? 통합당의 위장 창당은 공공연하게 진행된 공개적 탈법행위다. 위장전입과 같은 개인의 탈법행위가 아니라 공당의 탈법행위다. 

통합당은 집권당 경험이 풍부한 제1야당이다. 그러나 통합당은 '악법'이라고 주장하는 개정선거법이 제공하는 부당이득을 노리고 서류상 위성정당을 만들어냈다. 공당의 공공연한 탈법행위는 개인의 위장전입과는 비할 바 없이 죄질이 무겁고 나쁘다. 물론 이런 역대급 탈법행위를 수용한 선관위는 더 죄질이 무겁고 나쁘다.

모의선거교육 금지 대신 정치편향선거교육 예방지침 주었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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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오전 경기도 과천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앞에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학교 모의 선거 교육 불허 철회를 위한 교육 시민단체 기자회견'이 열리고 있다. ⓒ 연합뉴스

 
선관위는 2018년 지방선거를 앞두고도 학교모의선거를 실제 선거일의 개표 시점이후 모의선거 결과 발표를 조건으로 허용했다. 2019년 10월에는 학교모의선거를 권장하는 홍보 동영상까지 만들어 홈페이지에 올렸다. 그러던 선관위가 종전입장을 번복하려면 초강력 논거가 새로 나오지 않으면 안 된다. 선관위는 개정선거법으로 이번 총선부터는 18세 학생유권자가 나온다는 사실을 그런 입장 변경의 근거 중 하나로 보지만 말이 안 된다. 그렇다면 학교모의선거를 실시할 때 18세 학생유권자를 빼고 하면 종전과 같은 조건이라 아무런 문제가 없기 때문이다.

선관위는 학교장과 담당교사의 책임 아래 교육과정의 일환으로 제공되는 학교모의선거는 선거법과 선관위의 규율대상인 선거운동으로 볼 게 아니고 교육법과 교육 당국의 규율대상인 선거 교육으로 봐야 한다고 명확하게 선을 그었어야 했다. 선관위는 어설픈 궤변과 편견으로 학교모의선거를 딴지 걸 게 아니라 선거교육기관으로서 학교모의선거 실시계획을 누구보다도 환영하고 앞장서서 지원했어야 했다.

선관위는 이런 규범적 기대를 저버리고 모의선거 금지 결정을 내림으로써 첫째, 학교모의선거교육을 진작할 교육감의 교육자치권, 둘째, 모의선거방식을 활용해서 가르칠 교사의 권리, 셋째, 모의선거방식을 통해 학습할 학생의 권리를 동시에 침해했다. 교육의 자주성과 전문성을 침해하며 위헌적이고 반교육적인 역주행을 했다.

선거교육의 일환으로 모의선거를 실시할지 여부는 적합한 교수학습방법에 관한 사항이라 교육전문가인 학교장과 현장 교사가 판단할 일이지 선거전문가인 선관위가 개입할 일이 아니다. 더욱이 유권자도 아닌 18세 미만 학생을 상대로 실시하는 모의선거교육이 누구에게 선거운동이 되며 실제선거에 어떻게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인지 납득할 수 없다. 특히 학교모의투표 결과를 실제 선거일의 투표 시간이 끝난 후에 발표한다면 무슨 수로 실제 선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건지 더욱 이해할 수 없다.

선관위가 수업 시간을 활용한 모의선거교육이나 참정권교육이 정치편향교육이 되지 않아야 한다고 지적했다면 그건 말이 된다. 나아가서 정당별, 후보별 공약 비교 검토 수업이 자칫 특정 정당에 대한 편향으로 흐르지 않도록 교사들이 주입교화 금지원칙과 논쟁성 재현원칙, 학생판단우선원칙을 솔선수범해야 한다고 권고했다면 금상첨화였을 것이다. 교사들도 선거 교육이나 정치교육을 할 때 위의 3대 교육원칙을 실천하려고 애를 쓰고 있다. 

선관위 흑역사에 기록될 것

선관위는 위성정당에 대해서도 유사당명 사용금지나 비례후보 전략공천금지만 내세울 게 아니었다. 위성정당 금지가 헌법과 정당법의 불문율이라고 선언하고 위성정당 창당은 불문율에 위배되는 권리남용행위이자 탈법행위로서 명확하게 금지된다고 선언했어야 했다. 그렇게 하지 않음으로써 선관위는 탈법행위에 앞장서고 선동하는 거대 공당의 권력 횡포를 방치했다.

선관위가 미래한국당을 정당명부에 등록해준 것은 통합당의 개정선거법 면탈목적과 정당설립권리 남용행위를 모두 적법한 것으로 승인한다는 뜻이다. 어떤 국가의 법질서와 국민의 법 감정도 공당의 공공연한 탈법행위를 공식적으로 승인할 수 없다. 누가 주체이건 탈법목적과 권리남용을 인정해주는 법질서는 순식간에 무너지는 법이다. 그럼에도 선관위가 정당등록을 받아주기로 선택했다면 정치적 결정이지 법적 결정일 수 없다. 

이 결정에 관여한 선관위원들은 앞으로 최소한 세 가지 방식으로 역사의 심판과 수모를 예약해놓고 있다. 첫째, 21대 국회가 위성정당금지법안을 제정해서 선관위의 위성정당 금지 결정을 뒤집을 것으로 예상된다. 둘째, 2022년의 대통령선거와 지방선거를 앞두고 중앙선관위가 자신의 2020년 2월 6일자 모의선거금지결정을 뒤집고 전면허용방침으로 선회할 것으로 예상된다. 셋째, 두 사안의 선관위 결정이 모두 1~2년 안에 행정소송(가처분소송 포함)과 헌법소원에서 패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요컨대, 두 사안에 내려진 선관위 결정은 수명이 길어봐야 2년도 안 된다. 그사이에 존재와 효력이 모두 잡초 뽑아내듯 솎아질 게 틀림없다. 물론 미래한국당 정당등록 덕분에 통합당이 21대 총선에서 10석이 넘는 추가 의석을 부당이익으로 거두리라는 예측은 그대로다. 보수성향 선관위원들이 일단 성공하지 않았냐고 물을 수 있겠다. 앞으로 1달 안에 정당등록 효력 정지 가처분재판이 인용되지 않는다면 그럴지도 모른다.

그러나 어떤 경우에도 두 사안은 선관위가 정치중립의무를 위반한 가장 큰 사건으로 선관위 역사에 기록될 것이다. 또한 그 흑역사의 주인공들인 현직 선관위원들의 면면도 회의록 속 발언 내용과 함께 역사의 기억에서 결코 지워지지 않을 것이다.
덧붙이는 글 글쓴이는 곽노현 징검다리교육공동체 이사장(전 서울시교육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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