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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는 왜 타 방송 표절하나?" 김구라 '폭탄 발언' 또 통했다

[리뷰] 김구라 앞세운 <구라철> KBS답지 않은 웹 예능의 등장

20.02.19 11:42최종업데이트20.02.19 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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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 예능 <구라철>의 한 장면. ⓒ KBS

 
바야흐로 웹 예능 시대다. 최근 <워크맨>(JTBC) <와썹맨>(JTBC) <라끼남>(tvN) 등 방송국이 유튜브 등 웹 기반 플랫폼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이러한 웹 예능은 전문 PD들이 방송국의 오랜 노하우를 그대로 살려 제작하는 만큼 유튜브 개인 방송과는 결을 달리해 입지를 굳혔다. 반면 지상파의 움직임은 상대적으로 더딘 편이다. 특히 공영방송 KBS는 이 분야에서 절대적 열세를 보이고 있다. 

변변한 웹 전용 콘텐츠는 전무하고 과거 드라마, 예능, 음악 방송을 가공한 영상물들도 별다른 특색 없이 소개되는 편이다. 이렇다 보니 재기발랄한 아이디어로 예전 인기 프로들을 재편집해 높은 조회수를 기록하는 MBC나 소위 '온라인 탑골 공원' 열풍의 시발점인 SBS와도 비교되곤 한다. 

그간의 부진 및 경쟁 업체들의 약진이 자극이 되었는지는 몰라도 최근 KBS는 유튜브 전문 브랜드 스튜디오K를 앞세워 새로운 시도를 하고 있다. 바로 지난 14일 첫 선을 보인 <구라철>이라는 신규 웹 예능이다.

이름 그대로 이 프로그램의 주인공은 예능인 김구라다. 김구라가 직접 카메라(액션캠) 한 대를 들고 거리로 나가, 시청자들이 궁금해하는 사항들을 직접 물어보는 방식으로 꾸며진다. 최근 아들 그리(김동현)과 개인 채널을 개설하는 등 연예인 유튜버로 활발한 움직임을 펼치고 있는 그는 새로운 1인 방송 방식에도 쉽게 적응하고 있다.

사장 앞에서도 할말 다하는 '연예대상의 남자'
 

웹 예능 <구라철>의 한 장면. ⓒ KBS

 
지난 1회 <구라철> 방영분에선 KBS가 2가지 질문의 대상으로 등장했다. "왜 KBS는 타사 프로그램을 베끼냐?", "KBS는 왜 때깔이 '누리끼리' 하냐?"

이는 당사자로서는 다소 민감하고 불쾌할 수도 있는 질문이지만, 오랜 기간 KBS 시청자들이 궁금해 했던 질문이기도 하다. 김구라는 예능 본부장, <뮤직뱅크> PD 등 담당자들에게 직접 질문하고 답을 구한다.  

이 과정에서 <구라철>은 소위 '의식의 흐름'(?)에 따른 김구라의 좌충우돌 토크로 종종 경로를 이탈하기도 한다. 우연찮게 만나게된 KBS 양승동 사장과의 대화에선 본관 주차 문제가 불쑥 등장하는가 하면 "난 평생 아이스커피만 마셨다", "MBC <마이리틀텔레비전>은 PD 7명이 퇴사하면서 폐지된 거다", "지상파 출연료 절반만 받고 (웹 예능에) 나왔다" 등 이른 바 'TMI'(투 머치 인포메이션, 굳이 알려주지 않아도 되는 정보라는 뜻의 신조어) 내용도 자주 출몰한다. 

보통 예능 방송이었다면 편집됐을 만한 내용도, 비교적 자유분방한 유튜브 채널에서는 그대로 등장한다. 이에 잠시도 오디오의 빈틈을 허용하지 않는 김구라의 입심이 합쳐져 기대 이상의 즐거움을 만들어낸다. 특히 지난해 <연예대상> 시상식에서 거침 없는 소신 발언으로 '연예대상의 남자'라는 새로운 별명을 얻은 그는 이번에도 시청자들의 간지러운 곳을 속 시원하게 긁는다.

기존 TV 제약 벗어난 재기 발랄한 편집
 

웹 예능 <구라철>의 한 장면. ⓒ KBS

 
<구라철>이 제공하는 의외성은 1인 고정 출연자인 김구라 외에도 원승연 PD의 기발한 편집, 구성력 도움이 크다. 과거 원PD는 <뮤직뱅크> 연출자 시절 가수 백아연의 무대에 금속 '아연'의 원소 기호 ZN 모양의 대형 구조물을 올려 놓는가 하면, 홍진영의 '엄지 척' 무대에는 걸그룹 여자친구 멤버 엄지를 깜짝 등장시키기도 했다. 보수적 구성 일색이었던 KBS 음악 프로그램에선 좀처럼 보기 힘든 과감한 시도를 펼친 것이다.

비록 김구라와 첫 합작이었던 <아이를 위한 나라는 있다>는 4개월 만에 종영의 쓴 맛을 봤지만 이번 웹 예능에선 13분 가량의 짧은 분량에서도 확실한 웃음과 재미를 만들어낸다.

기존 경직된 분위기의 KBS 프로그램과는 전혀 다른 내용의 콘텐츠라는 점에서 <구라철>에 대한 유튜브 독자들의 반응도 긍정적인 편이다. 점잖게 무게만 잡는 방송이 아닌, 가식없는 내용을 원하는 요즘 시청자들의 눈높이에 맞도록 담아내면서 별도 채널로의 독립을 요구하는 의견도 대거 쏟아지고 있다.

일회성 시도가 아닌 지속적인 변화로 이어지길
 

웹 예능 <구라철>의 한 장면. ⓒ KBS

 
출연자가 이곳저곳 누비면서 인터뷰를 시도하는 <구라철>의 기본 틀 자체는 그다지 새로울 것 없는 내용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런데 TV 대비 제약이 덜한 웹 예능, 김구라 특유의 거침 없는 입담, 담당 PD의 수위 조절 없는 편집이 맞물리면서 <구라철>은 첫 편부터 기대 이상의 재미를 선사한다.   

프로그램 표절 의혹, 타 회사 대비 열악한 화질 등 예민한 문제지만 많은 이들이 궁금해하는 문제를 KBS 소속원 스스로 수면 위로 끌어 올린 것도 인상적이다. 이를 통해 시청자들에게 올바른 이해와 즐거움을 동시에 선사한다는 점에서 <구라철>의 출발에는 일단 합격점을 부여할 만하다.

TV 및 각종 미디어 시장에서 큰 힘을 발휘하는 이른바 2049 세대의 눈에 비친 KBS는 사실 긍정적인 모습과는 거리가 먼 편이다. 1TV, 2TV 가릴 것 없이 그냥 "어르신들이 채널 고정해두는 방송"처럼 인식되기도 하는 등 활발함이나 역동성은 좀처럼 찾아보기 힘든 편이다.   

비록 TV프로그램은 아니지만 유튜브 공간을 십분 활용한 <구라철>의 등장은 정체되고 있는 KBS 예능의 돌파구 마련이란 측면에서도 긍정적이다. 단발성 시도가 아닌 지속적인 변화로 이어질 수 있다면 이 웹 예능은 충분히 제 역할을 다 하는 셈이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김상화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 https://blog.naver.com/jazzkid 에도 수록되는 글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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