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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의 2016년 부활이 가능했던 이유

[역사로 보는 오늘의 이슈] 집권당에 대한 불만이 제3정당 투표로

등록 2020.02.19 10:37수정 2020.02.19 1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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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당(가칭) 안철수 창당준비위원장이 14일 오전 경기도 과천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앞에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당명 사용 불허 결정과 관련해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 연합뉴스

자유한국당과 새로운보수당, 미래를 향한 전진4.0(전진당)이 지난 17일 미래통합당으로 뭉쳤다. 바른미래당과 대안신당, 민주평화당은 통합을 논의 중이다.

이처럼 정치권 합종연횡이 활발한 가운데, 안철수 전 의원은 현재까지는 독자 창당으로 나아가고 있다. '안철수 신당'이라는 당명의 채택이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유권해석에 의해 좌절되자, 국민의당이란 명칭으로 창당 작업을 전개하고 있다. 2016년 총선 당시의 새누리당으로 회귀하는 듯한 한국당·새보수당·전진당처럼, 안철수계는 국민의당이란 이름으로 38석을 획득했던 그 당시를 떠올리게 하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2014년, 일부 정치학자들의 '안철수 현상 종언'

정치인으로 처음 부각됐을 때도 그렇고 시간이 흐른 지금도 그렇고, 안철수의 이미지는 여전히 직업적 정치인과 멀어 보인다. 그렇다고 기업인 출신처럼 보이는 것도 아니다. 벤처 사업가라면 몰라도, 전형적인 기업인 이미지와도 거리가 있다. 2017년 대선 때는 헤어스타일도 바꿔보고 목에도 힘을 줘봤지만, 어색하기만 했을 뿐 이미지 변신은 일어나지 않았다.

그의 이미지 때문에, 일부 정치학자들은 '안철수 현상' 또는 '안철수 신드롬'이 일어난 지 어느 정도 경과한 2014년을 전후해 '안철수의 정치적 종언'을 예고하기 시작했다. 시간이 어느 정도 흘렀는데도 별다른 정치적 효과가 나타나지 않자, 그에 대해 부정적 평가를 내놓기 시작한 것이다. 그의 정치적 역량을 회의적으로 평가하고, 정치적 재기 가능성을 낮게 보는 논문들이 이 시기에 여러 편 나왔다.

정상호 서원대 교수는 참여연대 참여사회연구소가 2013년 발행한 <시민과 세계> 제22호에 기고한 '안철수 현상의 의미와 민주진보 진영의 과제'란 논문에서 안철수의 2012년 대선후보 사퇴를 안타까워하면서 "그러나 거기까지였다"라고 말한 뒤 이렇게 평가했다.
 
"안철수는 처음 대선후보로 거론되기 시작한 2011년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 이후 대통령 출마 선언을 한 2012년 9월 19일까지 거의 1년 동안 시민 정치의 가능성과 비전을 보여주지 못했다."
 
2012년 대선 때 안철수 캠프에서 정치혁신포럼 대표로 일한 김호기 연세대 교수는 2014년에 <한국과 국제정치> 제30권 제4호에 기고한 '안철수 현상의 등장과 쇠퇴: 정치사회학적 관점'이란 논문에서 "정치사회와 경제사회 개혁, 다시 말해 국가와 시장의 재구조화를 위한 시민사회의 열망이 안철수 현상을 낳았다고 볼 수 있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안철수의 정치적 재기 가능성은 낮게 예측했다.

김호기 교수는 제2, 제3의 안철수 현상이 등장할 수는 있지만 안철수 본인이 재기할 가능성은 높지 않게 봤다. '안철수 현상의 등장과 쇠퇴'라는 논문 제목에서부터 그런 인식이 묻어난다. 안철수 현상이 힘을 쓰지 못하는 이유에 관해 "그 요인은 안철수 개인의 역량과 기성 정당정치의 구속이라는 주체적 요인 및 구조적 조건에서 찾을 수 있다"며 "안철수 개인의 정치적 역량은 취약"했다고 그는 평가했다.


노무현 대통령의 홍보수석비서관을 지낸 조기숙 이화여대 교수는 2015년에 발표한 '안철수 현상에 대한 진영 언론의 담론 평가: 변혁의 리더십 혹은 포퓰리즘?'이란 논문에서 '안철수가 기성 정치에 대한 혐오를 일으키며 정치 냉소주의자들의 지지에 의존했다'는 등의 이유를 들어 그를 포퓰리스트 정치인으로 분류한 뒤 다음과 같이 결론을 맺었다. <의정논총> 제10권 제2호에 실린 글이다.
 
"포퓰리스트가 대통령에 당선된다면 의정 활동의 무게가 미미해지는 것을 넘어, 몇몇 남미 국가에서 목도했듯이 대통령에 의한 의회의 무력화마저 시도될 수 있을 것이다. 한국 정치가 좀더 성숙해지고 대의제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서라도 한국 사회에 제2의 안철수 현상이 발생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는 점을 본 연구는 시사하고 있다."
 
 
안철수 식의 정치에 대한 비판적 시선을 담은 동시에, 2011년 이후의 안철수 현상은 끝났다는 인식을 표출하는 논문이다. '제2의 안철수 현상'의 발생 가능성을 경계하는 대목에서 그런 인식이 드러난다. '제1의 안철수 현상'은 이미 끝났다는 전제를 깔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안철수 현상을 어느 정도 경험해본 뒤에 일부 정치학자들은 '비슷한 현상이 재현될 수 있어도, 안철수 자신이 다시 일어서기는 쉽지 않다'는 전망을 드러냈다. 논문 한 편이 나오려면 심사위원들의 심사를 거치는 것은 물론이고 사전에 학술 토론을 거치기도 한다. 안철수 현상의 종언을 고하는 논문들이 비슷한 시기에 여러 편 나왔다는 것은, 그 시기에 상당수 정치학자들이 그런 주장에 공감했음을 뜻한다고 볼 수 있다.

2016년 일어난 '안철수의 반전'

한때 그런 평가를 받았던 안철수다. 그런데 그가 2016년 제20대 총선에서 호남을 기반으로 38석을 얻어냈다. 안철수의 종언을 고했거나 그의 능력을 낮게 평가했던 사람들을 당황케 하는 일이 아닐 수 없었다.

이로 인해, 안철수의 2016년 성과를 낳게 한 비결이 무엇인지에 대한 학술적 탐구가 나오지 않을 수 없었다. 2019년에 <한국정당학회보> 제18권 제2호에 실린 김소정·윤종빈의 공동논문 '한국 유권자의 제3정당 지지'도 그런 논문이다.

20대 총선에서 국민의당은 123석의 더불어민주당과 122석의 새누리당에 이어 38석으로 3위를 차지했다. 여야의 양당 구도가 일반적이었던 한국 정치에서 제3정당이 이 정도 의석을 얻는 것은 흔치 않다. 이런 흔치 않은 성과를 안철수가 얻은 이유가 무엇인가 하는 의문이 공동논문에 깔려 있다.

공동 저자들은 지금의 소선거구제(1선거구 1명 선출)가 시행되기 시작한 1987년 이후의 역대 총선 중에서 제3정당이 20석 이상을 획득한 1988년 총선(통일민주당 59석), 1992년 총선(통일국민당 31석), 1996년 총선(자유민주연합 50석), 2016년 총선(국민의당 38석)에 주목했다. 이 중에서 유권자 면접조사 자료가 남아 있는 1992년·1996년·2016년을 분석 대상으로 삼았다.

한국선거연구회가 유권자들과 일대일로 면접한 뒤 작성한 <제14대 국회의원선거 조사연구> 및 <제15대 국회의원선거 조사연구>, 한국정치학회가 같은 방식으로 생산한 <제20대 국회의원선거 유권자 조사>가 공동논문의 분석 자료다. 유권자들의 정치의식과 지지 정당의 상관관계를 보여주는 자료들을 분석했던 것이다.

논문에 따르면, 1992년·1996년·2016년 총선에서 '집권당의 국정수행에 불만을 가진 유권자 중 상당수가 제3정당에 투표하는 경향이 있다'는 결론이 도출됐다. 노태우 정권 말기, 김영삼 정권 말기, 박근혜 정권 말기에 집권당에 대해 비판적 시각을 가진 유권자 상당수가 제3정당에 표를 던졌다는 것이다. 2016년 총선의 경우에는 "(유권자가) 박근혜 대통령의 업무 수행에 대해 부정적일수록" 국민의당을 지지하는 모습을 보였다고 논문은 말한다.

집권당의 국정 수행에 대한 부정적 평가가 많을수록 제1야당의 득표율뿐만 아니라 제3정당의 득표율이 크게 상승하는 패턴이 1992년 이후에 계속되고 있다고 논문 저자들은 판단한 것이다. 그 이유에 관해 저자들은 이렇게 추론했다.
 
"박근혜 대통령의 업무 수행에 대해 부정적인 유권자들은 박근혜 정부를 견제하는 야당의 역할에도 불만을 가질 수 있으며, 그 결과 신생 정당인 국민의당을 지지하는 일련의 흐름이 존재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된다."
 
면접조사에 응한 유권자들 가운데 박근혜의 국정수행에 불만을 품은 사람들 중 제1야당인 더불어민주당보다 신생 정당인 국민의당에 호감을 표시하는 이들이 많았다. 박근혜가 못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유권자의 상당수가 박근혜에 대한 민주당의 견제 능력에 대해서도 불만을 품었던 것이다. 이것이 안철수의 38석 획득에 기여했다는 게 공동논문의 해석이다.

2016년과는 달라진 2020년 상황

이런 분석이 타당성이 있을 수 있다는 점은 <아세아연구> 제59권 제4호에 실린 지병근 조선대 교수의 논문 '제3정당에 대한 호남 유권자들의 선호와 투표 결정'을 통해서도 느낄 수 있다. 한국정치학회의 총선후 여론조사자료 등을 이용해 국민의당이 2016년 총선에서 선전한 이유에 관해 이 논문은 "문재인에 대한 거부감과 지역 경제발전 이슈를 해결할 수 있는 국민의당의 능력에 대한 기대가 국민의당에 대한 선호와 투표 가능성에 통계적으로 유의미하게 긍정적인 영향을 준 것으로 나타났다"고 분석했다.

'박근혜 정권에 대한 부정적 평가가 제1야당의 득표로만 연결되지 않고 제3정당의 득표로도 많이 연결됐다'는 공동논문의 분석과 '문재인에 대한 거부감이 국민의당 득표로 연결됐다'는 지병근 논문의 분석을 결합하면, 호남 지역에서 박근혜에 대한 부정적 평가가 민주당이 아닌 국민의당에게 이익을 준 것은 문재인에 대한 이 지역 일부 유권자들의 부정적 인식과 무관치 않다고 볼 수 있다. 집권당이 싫어져서 정치혐오가 조성되면 제1야당도 어느 정도는 함께 싫어지고 이것이 제3정당에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

이런 분석들을 참고할 경우, 최근에 안철수가 여야 어느 편에도 가세하지 않으려는 듯한 행보를 보이고, 또 진보인지 보수인지 애매한 태도를 보이는 것이 득표율 상승에 불리하지만은 않을 수도 있다는 판단에 도달하게 된다. 오는 4월 총선에서 정권 심판론과 제1야당 심판론이 오히려 정치불신이나 정치혐오를 조성할 경우에는 안철수가 어부지리를 얻을 가능성이 없지 않은 것이다.

한편, 위 공동 논문은 안철수 개인에 대한 호감도 역시 국민의당 지지에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 안철수 신당이란 당명을 시도해볼 만한 이유가 있었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

2014년을 전후해 일부 정치학자들이 안철수의 종언을 고했는데도, 안철수는 정치불신이나 정치혐오를 바탕으로 2016년에 화려하게 부활했다. 그 힘으로 2020년 현재까지도 상당한 정치적 주목을 받고 있다. 이는 정치불신·정치혐오가 확산되면 그의 '정치인답지 않은 어색함'이 오히려 정치적 무기가 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동시에, 그런 분위기가 확산되지 않으면 힘을 쓸 수 없는 그의 한계를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그런데 2020년 상황은 2016년 상황과 많이 다르다. 문재인 대통령은 말기의 노태우·김영삼·박근혜처럼 욕을 많이 먹지 않고 있다. 집권여당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제3정당의 어부리지로 이어질 가능성이 그때보다 낮은 것이다. 그래서 안철수 입장에서는 지금 상황이 그때보다 불리하다고 볼 수 있다.

더불어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와 충돌을 빚는 과정에서 그도 적지 않은 정치적 손실을 입었다. 지금 그는 타력에 의해 2016년과 같은 분위기가 확산되기를 기대할 수밖에 없다. 집권여당이 그런 분위기를 조성할 리는 없으므로, 황교안 대표의 정권심판론이 확산되고 그것이 정치불신·정치혐오로 연결되기를 기대할 수밖에 없는 상황인 것이다.
#안철수 #국민의당 #21대 총선 #제3정당 #정치불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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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mjongsung.com.일제청산연구소 연구위원,제15회 임종국상.유튜브 시사와역사 채널.저서:대논쟁 한국사,반일종족주의 무엇이 문제인가,조선상고사,나는 세종이다,역사추리 조선사,당쟁의 한국사,왜 미국은 북한을 이기지못하나,발해고(4권본),패권쟁탈의 한국사,한국 중국 일본 그들의 교과서가 가르치지 않는 역사,조선노비들,왕의여자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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