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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위반은 헌법으로... 판사를 탄핵하라

정치권보다 못한 법원, 부끄러움 모르는 사법농단 판사

등록 2020.02.20 18:25수정 2020.02.20 1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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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성창호 판사가 사법행정권남용 관련 재판에서 무죄를 선고받고 법원을 나서고 있다. ⓒ 연합뉴스

 
헌법을 어겼지만 법으로는 처벌할 수 없다. 피고인들은 무죄.

이것이 법원의 논리다. 법으로는 어쩔 수 없다고 치자. 그렇다면 헌법을 위반한 피고인들은 개과천선까지는 아니라도 근신하며 부끄러움이라도 깨닫길 바랐다.

하지만 그들이 돌아온다. 금의환향일까, 아니면 의기양양이라고 할까. 그들은 명예 회복이라도 한 듯 재판에 복귀한다. 그들은 이른바 '사법농단'으로 재판에 넘겨진 고위직 판사들이다. 일선 판사들의 재판에 개입하고, 청와대 등과 재판을 거래한 중대한 혐의로 재판을 받던 이들 중 일부가 1심에서 무죄판결을 받았다.

한때 피고인이 되는 수모를 견뎌낸 그들은 언제 그랬냐는 듯 다시 재판장이 되어 법대에서 피고인을 내려다보며 훈계하고 단죄할 것이다. 아니 굳이 법복을 입고 법정을 들어서지 않아도 좋다. 이미 명예 회복이 되었으니 그걸로도 족하리라.

그들의 실추된 명예가 회복된 정도에 반비례해 법원의 신뢰는 추락한다. 전직 대법원장까지 구속되는 초유의 사태를 가져온 사법농단의 재판 결과를 누가 어떻게 이해할 수 있을까.

사법농단 무죄 1심 판결, 꼭 기억할 2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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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조의연 판사가 사법행정권남용 관련 재판에서 무죄를 선고받고 법원을 나서고 있다. ⓒ 연합뉴스

 
여기서 장황하게 사법농단 판결의 옳고 그름을 논할 생각은 없다. 다만 사법 체계를 뒤흔들 정도로 심각한 헌법위반 사태가 실정법으로 무죄가 되었다는 사실이 허탈할 뿐이다. 현행 법체계의 한계일지도 모르겠다. 마치 성긴 그물 탓에 꼭 잡아야 할 독성 물고기가 듬성듬성 빠져나가는 현실을 바라봐야 하는 심정이다.

다만 이번 판결에서 2가지만은 기억하고 싶다. 먼저, 대법원장을 정점으로 한 사법행정권자들이 재판에 관여한 것은 위헌이라는 점을 분명히 한 점이다. 임성근 판사(사건 당시 서울중앙지법 형사수석부장판사) 등의 재판에서 법원은, 사법행정권자가 재판에 개입하고 판결에 관여한 행위가 "법관의 독립을 침해하는 위헌·위법한 행위"라고 못 박았다.

사법농단이건, 재판거래이건, 재판권침해이건 명칭은 중요하지 않다. 사법행정이 재판을 배후조종하는 일은 헌법으로 허용될 수 없다는 점을 우리는 상기해야 한다.

다음으로, 판결에서 드러난 일선 판사들의 기개는 실망 그 자체였다. 자신들이 금과옥조처럼 여기는 법관 독립 침해에 대해 판사들이 보인 반응은 충격이었다.

법원행정처 등의 재판 관여와 판결문 수정요청을 직접 경험한 판사들은 "선배 법관의 조언"이나 "권유나 권고 정도로 생각하였다"는 반응을 보였다. 심지어 어떤 판사는 수석부장판사의 판결문 수정 지시를 받고도 "조언으로 기억한다. 지시라고 생각한 바는 없다"거나 "재판의 독립을 침해당했다고 느껴본 적이 없다"고 발언했다고 한다.

법원 바깥의 판결 비판에 대해서는 그토록 "재판권 침해"라고 목소리를 높이던 그들이 정작 내부의 간섭에 이토록 관대한 까닭은 무엇일까. 더구나 법원행정처가 예컨대 '상고법원 관련 BH(청와대) 대응전략', 'BH 설득 모멘템' 등의 구체적인 전략과 전술로 청와대 관심 사건을 맡은 판사들을 접촉하고 청와대와 교류한 것으로 드러나지 않았는가.

외부인의 재판 청탁은 죄가 되지만, 고위 법관의 재판 관여는 조언이나 충고에 해당한다고 해석하는 것은 어떤 경우에도 판사들은 흔들리지 않는다고, 소신을 지킬 수 있다고, 선언하는 자신감의 발로였을까. 차라리 재판의 간섭을 단호히 거부하고, 법관의 독립을 지키지 못한 자괴감을 감추려고 그렇게라도 정당화하고 싶었다고 이해하고 싶다. 어느 모로 보나 법원이 인권의 최후 보루이길 기대하는 시민들에겐 지극히 실망스러울 수밖에 없다.

정치권보다 실망스러운 '염치없는' 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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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신광렬 판사가 사법행정권남용 관련 재판에서 무죄를 선고받고 법원을 나서고 있다. ⓒ 연합뉴스

 
법원이 실망스러운 건 이게 전부가 아니다. 무죄판결이 마치 면죄부라도 되는 냥 태연하게 복귀하는 사법농단 법관들과 그들의 복귀를 수수방관하는 대법원을 보라. 한 마디로 염치가 없다. 우리가 평소 수준이 낮다고 비판해대는 정치권의 상황보다 훨씬 심각하다.

2018년 서울시장 출마를 앞둔 정봉주 전 의원은 한 언론사의 성추행 의혹 제기로 정계 은퇴를 선언했다. 그러다가 작년 9월, 관련 사건의 무고 재판에서 1심 무죄 판결을 받자 다시 민주당에 복당, 4월 총선 출마를 선언했다. 하지만 민주당은 "국민적 눈높이와 기대를 우선하는 공당의 책임을 다하기 위해 부적격 판정이 불가피하다는 결론에 이르게 됐다"며 지난 9일 부적격 판정을 내렸다.

딸의 부정 채용 의혹으로 곤욕을 치렀던 자유한국당 김성태 의원도 뇌물수수 혐의로 기소됐다가 지난 1월 1심에서 무죄판결을 받았다. 김 의원은 "아이의 정규직 채용 절차가 부적절하게 진행된 것을 모르고 저의 정치적 욕망을 위해 살았던 지난날이 후회스럽고 안타깝다"며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두 사람 모두 무죄판결을 받고 법적으로 아무런 하자가 없다. 하지만 자의건 타의건 총선에 나서지 않게 되었다. 속사정을 떠나서, 주권자를 의식하여 최소한의 염치는 있는 셈이다. 하지만 법원은 어떤가. 사법농단 판사들에게 사과나 반성은 애초에 무리였다고 치자. 그런데 더 큰 문제는 법원의 조치다.

지난해 김명수 대법원장이 '사법행정권 남용'과 관련, 몇몇 현직 법관에 대해 추가 징계를 요청했지만 명단도 내용도 모두 비밀에 부쳐졌다. 누가 어떤 잘못을 했는지, 어떤 징계를 했는지 누가 아는가. 게다가 최근 무죄 판결로 관련자에 대한 형사처벌마저 더더욱 요원해졌다. 2심이 남아 있다지만 어차피 재판은 최소 수년이 소요될 것이고 그때는 대중의 관심 밖으로 밀려날지도 모른다. 아니면 총선 후 또 다른 정쟁 속에서 논란만 부추기다가 사법개혁은 묻혀 버릴지도 모른다.

애초에 사법농단 관련 법관들을 확실하게 단죄하지 못한 책임이 대법원에 있다고 생각한다. 헌법위반이라는 중대한 사안에 대해 무죄추정의 원칙 운운하면서 지극히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다가 아무것도 해결하지 못한 것이 안타깝다. 만일 사태 초기에 대법원장이 책임자들의 실명과 헌법위반 행위 등을 구체적으로 밝히면서 공식 사과와 재발 방지 대책을 발표했더라면 상황이 지금처럼 되었을까.

일반 시민들은 이런 의문을 갖게 된다. 헌법을 위반한 중대한 위법행위가 징계 대상도 형사처벌 대상도 아니라면 남은 것은 무엇인가. 불법행위자들이 명예 회복하여 재판에 복귀하는 것을 지켜봐야만 하는가. 누구도 속 시원하게 답을 할 수 없는 상황이다. 누가 이런 사태를 만들었는가. 또다시 형사 수석부장이 법원장의 수족이 되어 재판에 간섭하고, 법원장이 대법원장의 눈치를 보고, 대법원이 청와대와 재판을 거래하고 판결에 교감하는 그런 상황으로 돌아갈 수는 없다.

사법농단 '판사' 탄핵 추진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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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12월 9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박근혜 대통령 탄핵안 표결 과정을 세월호 참사 유가족들이 지켜보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이제 법원 내부의 자정력만을 믿기는 힘든 상황이 되어 버렸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하나. 헌법 위반 상황은 헌법으로 해결해야 한다. 법관이 그 직무집행에 있어서 헌법이나 법률을 위배한 때에는 국회는 탄핵의 소추를 의결할 수 있다(헌법 65조). 법원도 헌법위반을 지적한 이상 국회도 이 사안을 정쟁의 대상으로 삼지 말고 탄핵 절차를 추진해야 한다.

사법농단 판사들이 설사 형사처벌을 받지는 못하더라도 그들을 직에서 쫓아내 단죄했다는 선례는 필요하다. 헌법의 이름으로, 사법부를 모욕한 잘못을 낱낱이 공개하고 위법행위를 한 그들에게 불명예를 안겨주는 절차는 반드시 진행되어야 한다. 더 나아가 법을 개정해서라도 법왜곡죄 등으로 재판에 부당하게 관여하는 행위를 처벌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해야 한다.

김명수 대법원장은 임기 초부터 줄곧 '좋은 재판'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해왔다. 하지만 시민들에게 신뢰를 얻지 못한 법원에 '좋은 재판'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그 토대를 마련할 기회나 시간은 그다지 많지 않다.  

일선 재판(산케이신문 대통령 행적 보도 관련 명예훼손 재판)을 두고, 법원행정처는 세월호 사건 당시 '대통령의 7시간'까지 챙겨야 했다. 청와대와 법원행정처가 판결문에 이걸 넣어라 저걸 빼라며 주고받았을 상황을 떠올려보라. 법원은 부끄러움을 반면교사 삼아야 한다. 지금 우리에게 좋은 재판은 부끄럽지 않은 재판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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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으로 세상과 소통하려는 법원공무원(각종 강의, 출간, 기고) 책<생활법률상식사전> <판결 vs 판결>출간 / 강의(인권위, 도서관, 구청, 도청, 대학에서 생활법률 정보인권 강의 / 이달의 기자상5회, 특별상4회, 2월 22일상(2007) 올해 뉴스게릴라 2회(2009,2011), 명예 전당 (오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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