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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공동체 활성화, 못 이룬 꿈 계속 꿀 수 있을까?

마을공동체 활성화를 위한 광역지자체 지원체계에 관한 논의

등록 2020.02.25 12:00수정 2020.02.25 1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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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몇 년간 같이 마을공동체 활성화에 대한 논의를 하며 관계를 이어오던 경기도의 마을공동체지원센터에 일이 났다. 민간위탁법인이 변경되며 기존 고용을 승계해야 한다는 원칙을 어기고 활동가들을 해고한 것이다.

활동가들의 얘기를 들어보면, 해고의 사유를 밝혀달라는 요구에 대해 "직원들과 논의할 사안이 아니다"라는 냉랭한 답이 돌아왔다고 한다. 상사와 직원, 또는 사용자와 노동자를 구분하는 비민주적 조직을 만들겠다는 것일까? 같이 일을 해 본 적도 없는 누군가를 무슨 기준으로 어떻게 평가했을까? 하루아침에 직장을 잃은 사람에게 그 이유를 설명해 줄 필요와 의무와 최소한의 미안함도 느끼지 못하는 조직이 마을을 어찌 대할까?

수년간 마음과 정성과 노력과 열정을 쏟으며 행정과 마을과 다양한 관계자와 풍부한 관계를 쌓으며 수많은 고민을 하고, 수많은 해결책을 모색했을 누군가의 자리를 대신할 사람을 뽑은 과정을 살펴보면, 1월 20일(월요일)에 모집공고를 내고, 이틀 후인 1월 22일(수요일) 오후 6시에 응모마감을 하고 같은 날 저녁 서류전형 결과를 통보하고, 다음 날인 1월 23일(목요일)에 면접을 진행하였다고 한다. 그렇게 진행한 결과는 일주일 후인 1월 29일(수요일)에 합격자 공고로 발표되었다. 이를 공개전형이라고 밝히고 있으나 상식적으로 공개전형일 수 없다. 감독기관인 경기도가 합당한 조치를 해야 한다고 여겨진다.

마을공동체는 수많은 사람과 삶과 기억과 가치와 문화가 복잡하게 얽힌 커다란 소우주이다. 마을공동체 활동과 그것을 지원하는 일은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지만 아무나 해서는 안 되는 일이다. 마을이 담고 있는 수많은 가치에 대해 고민할 수 있는 열린 마음을 바탕으로 한 헌신이 필요하다. 애석하게도 새롭게 경기도 마을공동체지원센터를 위탁한 법인의 태도와 일처리 과정에서 이런 마음가짐과 헌신이 잘 읽히지 않는다. 하나를 보면 열을 안다고 하는데, 경기도민이 마주할 현실이 어떨지 우려스럽다.

힘겨운 겨울을 나고 있을 지원센터의 활동가들에게 조그만 응원이라도 되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을 담아 그들과 같이 고민해왔던 마을공동체 활성화를 위한 광역지자체의 지원체계에 관한 얘기를 조금 풀어보고자 한다. 모두가 동의하는 내용은 아닐 수 있지만, 이유 없이 자리를 빼앗긴 사람들이 어떤 고민을 하고 있었는지 조금은 엿볼 수 있는 내용이다.

대리인 딜레마

서구에서는 워낙 거짓말을 많이 하여 죽어서 절대 천국에 못 간다고 지탄받는 변호사들만큼이나 정치가들의 발언도 의심의 대상이다. 민심을 정책에 반영하겠다는 공약에 표를 던지기는 하지만 그 말을 진심으로 받아들이기는 어렵다. 덕분에 정치에 대한 혐오와 무관심은 나날이 늘어간다. <주토피아>라는 애니메이션에는 공무원이 느림의 대명사인 나무늘보로 등장한다. 공무원에 대한 인식이 미국에서도 비슷하구나라는 생각에 웃음이 났던 기억이 있다.

많은 경우 절차나 이런저런 상황들로 인해 불가피한 점이 있기는 하겠으나 정치가나 행정을 대하면서 갑갑한 마음이 들었던 경험이 없지는 않을 것이다. 요즘에야 큰일 날 일이지만 소위 급행료라는 것도 존재했었다. 이런 문제가 발생하는 이유를 경제학자들은 정보의 불균형에서 찾기도 한다.

조지 애컬로프는 1970년 발표한 논문에서 '정보의 비대칭' 때문에 시장에서 질이 나쁜 물건 위주로 거래된다고 결론지은 적이 있다. 중고차를 예로 들어보면, 판매자는 그 차가 어떤 우여곡절 끝에 자신에게 오게 되었는지, 즉, 어떤 사고를 겪었는지, 총 주행거리는 어떻게 되는지, 얼마나 파손되어 어떤 수리를 거쳤는지, 어떤 부분에 중대한 결함이 있는지 등을 알 수 있다. 하지만 판매자와 달리 구매자는 차의 특성이나 성능에 대한 정보 없이 차의 외관만을 보고 살지 말지를 결정해야 한다. 즉, 판매자가 매긴 가격이 합당한지 확인하기 어렵다. 이런 상황에서 시장가격은 가장 좋은 차의 가격과 가장 나쁜 차의 가격의 평균 수준에서 결정된다. 

왜냐하면, 차의 상태를 제대로 알기 어려운 구매자는 외관만 보고 좋은 차의 가격을 지불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시쳇말로 '뽑기운'이 작용하는 상황인 것이다. 그렇다고 낮은 가격을 지불하려고 하면 판매자는 나쁜 차가 아닌 이상 팔려고 하지 않을 것이다. 이런 식으로 절충을 하다 보면 평균 가격에 이르게 된다. 그런데 차에 대한 정보를 판매자만 독점하고 있으니, 맘만 먹으면 판매자는 평균 가격에 나쁜 차도 기꺼이 팔아 치울 수 있다.

즉, 좋은 차를 최상의 가격에 팔지는 못하지만, 평균 가격에 나쁜 차도 판매할 수 있는 상황이 되는 것이다. 이처럼 정보의 불균형이 존재하면 구매자의 편익이 보장되는 합리적인 시장이 형성될 수 없다. 이런 상황을 연구하는 분야를 정보경제학이라고 하며, 이를 집대성한 조지프 스티글리츠는 2001년에 노벨경제학상을 받았다. 

정보의 비대칭이 낳는 여러 문제 중에 대리인 딜레마가 있다. '본인-대리인문제'라고도 한다. 세상만사를 당사자가 직접 해결할 수 있으면 발생하지 않을 문제이지만 복잡다단하여 분업이 중요한 현대사회에서는 흔히 발생한다. 열 길 물속보다 한 길 사람 속을 알기 어렵다. 일을 맡는 사람이 얼마나 정성을 다하는지, 제대로 된 재료를 사용하는지 등을 알 수 없으니 대리인에게 지급하는 비용이 적절한지 알 수 없다. 즉 당사자의 편익이 제대로 실현되지 않는 비효율이 생긴다.

이런 문제는 경제활동뿐만 아니라 정치나 공공행정에서도 폭넓게 관찰된다. 정보의 우위를 지닌 정치가나 행정가의 경우 자칫 주민의 편익을 무시하는 도덕적 해이에 빠질 수도 있다. 이런 문제가 반복되면 정치에 대한 의심과 무관심, 행정에 대한 불만이 커져만 갈 것이다. 대의민주주의를 위협하는 심각한 문제이다.

주민자치: 대리인 딜레마에 대한 주민의 해법

정치와 공공행정에서 발생하는 대리인 문제를 해소하고자 하는 주민주도의 노력 중 하나가 참여민주주의이다. 적극적으로 정보의 공개를 요구하고 정책 결정에 참여하려는 행동이다. 주민 스스로 자신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자치를 실현하기도 한다. 사회운동의 일환으로 마을활동을 하는 경우가 이에 해당할 것이다. 

자치의 사전적 의미는 '자기 일을 스스로 다스림'이다. 다스림이란 '나라·사회·집안의 일을 보살피거나 맡아 함'을 이른다. 즉, 당사자가 자기 일을 스스로 보살피고 맡아 하는 것이다. 행정용어로 쓰이면 지방자치단체가 국가로부터 위임받은 업무를 수행함을 말한다. 이에 관한 규정이 지방자치법이다. 그래서 행정에서 자치를 거론할 때는 지방자치단체가 관할구역 안에서 중앙정부의 관여나 지시 없이 자주적으로 처리하려는 것을 의미한다.

하지만 주민 입장에서 자치를 거론할 때는 자치적인 공동체를 구성하여 그 단위에서 벌어지는 여러 사안을 스스로의 힘으로 처리하려는 것을 의미할 것이다. 이러한 행정과 주민 사이의 입장 차가 빚어내는 갈등도 대리인 딜레마의 한 예이다. 

주민자치에 대한 학계의 정의를 살펴보면, '주민이 주체가 되어 읍면동 행정에서 주도적으로 활동하는 것' '지방행정에 주민이 주도적으로 참여하는 것' '지역 안의 공동문제를 자기부담에 의하여 스스로 처리하는 것' '지역의 문제를 주민이 발견하여 해결하는 자발적이고 적극적인 주민의 활동' 등이다(김필두·유영아, 2008).

가치와 운동성에 주목하는 활동가의 경우 이러한 주민자치를 구현하기 위해 마을활동을 펼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마을에는 매우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있다. 마을활동을 하는 이유도 다양하다. 참여민주주의나 주민자치의 실현은 수많은 마을의 욕구 중 하나이다. 

2016년 국민권익위원회가 발표한 '2016년 공공기관 청렴도 측정 결과'를 기준으로 도시지역 기초지방자치단체의 청렴도를 마을지원센터를 운영하는 곳과 아닌 곳으로 나누어 분석한 연구(강세진, 2017)의 결과를 살펴보면, 도시지역 평균 7.72, 운영하는 곳 평균 7.85, 운영하지 않는 곳 평균 7.62로 나타났다. t-검정으로 운영하는 곳과 운영하지 않는 곳의 평균 차이가 서로 같을 확률을 따져보면 0.0071에 불과하다.

즉 통계적으로 마을지원센터를 운영하는 곳의 청렴도가 높게 나타났다. 주민자치의 활성화가 행정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지, 그렇다면 대리인 딜레마 해소에 유효한 대안인지 검토할 근거라 여겨진다.
 

공공기관 종합청렴도 차이 2016년 국민권익위원회가 발표한 공공기관 청렴도 측정 결과에 따르면 마을지원센터를 운영하는 지자체의 종합청렴도가 운영하지 않는 곳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 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

  

공공기관 종합청렴도 차이 2016년 국민권익위원회에서 발표한 공공기관 청렴도 측정 결과에 따르면 마을지원센터를 운영하는 지자체가 그렇지 않은 곳에 비해 종합청렴도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 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

 
자기결정권 보장: 공공지원의 당위

2012년 이후 경기도의 한 마을에서 이뤄진 마을공동체 활성화 지원사업을 살펴보면, 놀이터 작은 축제, 주민자치학교, 마을카페, 나눔과 돌봄, 청소년 문화 공간, 생태교육, 학습센터, 마을공동부엌, 문화마을, 마을계획 등 이웃과 함께 하는 소소하지만 의미 있는 활동들이었으며, 마을공동체를 위한 자발적 헌신에 해당한다. 즉, 마을활동은 마을공동체를 위하여 헌신하는 봉사(service)에 해당한다.

사전적 정의에 따르면 봉사는 국가나 사회 또는 남을 위해 헌신적으로 일하는 것을 뜻한다. 봉사의 유형에는 법률에 규정된 국방 등의 의무활동, 행정업무 등 공공에 의해 고용되어 수행하는 공무원으로서의 직무 수행, 그리고 소명, 사명감, 열정, 보람, 흥미, 재미 등에 기인하는 자발적 활동인 자원봉사가 있다.

앞의 두 활동이 각각 국가나 사회를 위해 공공이 직접 규정하거나 수행하는 공공활동이라면, 자원봉사는 사회의 존속, 국민의 행복과 안녕이라는 국가의 의무를 대신하는 공공활동, 즉, 국가가 다하지 못한 의무를 주권자가 대신하는 활동에 속한다고 볼 수 있다.

자원봉사의 유형은 제3자의 어려움을 공감하고 덜어주는 자선활동, 시민대중을 대신하여 사회부조리를 감시하고 불의에 대항하는 시민활동, 당사자주의에 바탕을 두고 스스로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자치활동으로 구분할 수 있다. 따라서 마을활동은 자원봉사의 유형 중 자치활동에 속한다.

우리 사회에서는 자원봉사를 무료봉사나 자선활동으로 좁게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으나 시민활동과 자치활동 모두 자원봉사에 해당하며, 국가가 책임져야 할 의무를 주권자가 자발적으로 대신하는 공공활동이라는 점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활동을 주권자의 기본권으로 보장하는 것이 대한민국헌법 제10조이다.

우리 헌법 제10조는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 국가는 개인이 가지는 불가침의 기본적 인권을 확인하고 이를 보장할 의무를 진다"고 되어 있다. 이른바 '행복추구권' 또는 '자기결정권'에 대한 조항이다. 자기결정권이란 어떤 권력, 권위, 규범, 관습, 통념 등의 간섭 없이 자기 운명에 관하여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자의적 권리를 말한다.

자치활동도 결국 자기결정권 추구의 일종이다. 자치활동에 속하는 마을활동은 국가가 인력부족, 재원부족, 정보부족, 역량부족 등의 이유로 일일이 챙기지 못하는 마을공동체의 소소하고 일상적인 공공활동을 자치를 통해 구현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즉, 마을활동은 우리 헌법이 보장하는 기본권의 추구이므로 이에 대한 공공지원 또한 당위적인 국가와 공공의 의무일 것이다.
 

마을공동체 사업 사례(경기도 안산시 감골마을) 마을공동체 활성화 지원사업을 살펴보면 이웃과 함께 하는 소소하지만 의미 있는 활동들이었으며, 마을공동체를 위한 자발적 헌신에 해당한다. ⓒ 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

 
행정 입장의 마을공동체 활성화: 행정의 연장?

2012년 무렵 각 지자체에서 조례를 제정하여 마을공동체 활성화를 지원하기 시작했다. 2017년 초에 수행한 연구(강세진, 2017)에 따르면, 마을만들기, 마을공동체, 지역공동체, 지역만들기, 자치공동체, 도시재생과 같은 용어를 제목으로 하는 자치법규 중에서 마을이나 공동체에 대한 지원내용을 담아 제정 또는 전부 개정된 조례는 2016년 12월 말 기준으로 171개에 달한다.

제정(또는 전부개정)된 시기별로 집계하면 2004년 처음으로 관련조례가 제정된 이후 2011년까지 26개의 실적이 있었다. 2012년 이후의 실적은 2012년 42개, 2013년 30개, 2014년 17개, 2015년 23개, 2016년 33개로 2011년 이전과 비교하면 여러 지자체에서 마을살이에 대한 관심이 확연히 늘었다.

이처럼 마을공동체 활성화에 대한 공공지원이 늘어난 것에 주민의 자치요구나 자기결정권을 보장하기 위한 의도가 없지는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중앙부처별로 각각 주민활동 지원사업을 벌임에 따라 지방행정도 각 실국별로 유사한 사업들이 복잡하게 얽히는 혼란이 가중되는 상황에서 형식적으로나마 마을공동체 활성화라는 명칭으로 흩어져 있던 지원사업을 묶으려는 의도가 보이기도 한다. 

김주원(2017)은 광역시도 및 시군구 단위의 마을공동체 지원체계를 분석하면서, "마을공동체 지원은 개별법에 의존하고 있다. 각 부처가 제각각 사업을 추진하면서 비효율적인 관리가 이루어지고 있다. 다양한 정부 부처별 마을공동체 사업추진이 진행되면서 광역과 기초단체뿐만 아니라 마을조차도 혼란스럽다. 마을단위사업은 각 실과소별로 산재되어 운영되어 왔고 현재 마을단위 사업에 대한 운영현황조차 파악이 어려운 실정이다"라고 진단하고 있다. 이어서 "광역단체 중간지원조직의 특성은 정부부처의 마을단위 사업들이 산재되어 있어 전체 사업을 통합운영하기보다는 자치단체 내 실과소별로 산재되어 있는 마을지원기능을 통합하여 기능을 연계시키는 작업을 선행하고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이를 통해 짐작할 수 있는 것은 각 지자체에서 마을공동체 활성화를 위한 조례를 만드는 이유가 개별법에 따라 중앙정부에서 집행하는 예산을 효율적으로 수령하여 집행하기 위한 것일 수 있다는 점이다. 즉, 마을공동체 활성화를 행정의 연장으로 인식하는 셈이다.

이런 인식 때문인지 귀찮고 어려운 일을 마을공동체에 떠넘기려는 것처럼 보일 때도 있다. 이 경우 중간지원조직에 대한 관리와 간섭이 커지게 되는데, 중간지원조직의 활동가들에게 공무원과 같은 근태관리를 강요하는 것이 대표적인 예이다. 중간지원조직의 수많은 활동 중에는 위탁받은 행정업무가 있기는 하다. 하지만 이런 억압적인 분위기에서 마을공동체에 대한 제대로 된 지원은 어렵다. 

한편으로는 마을공동체사업을 중간지원 없이 직접 수행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기도 한다. 공모사업 참여자를 모아서 지원해주면 끝나는 거라고 여기고 지원사업의 개수를 성과로 받아들이는 경우이다(강세진 외, 2017). 중간지원을 단순히 행정 잔무의 위탁이라고 여기는 잘못된 인식이다.

마을공동체 활성화를 위한 중간지원은 주민자치나 자기결정권 실현이라는 주민의 염원도 실현해야 하는 매우 복잡하고 어렵고 헌신적인 활동이다. 이는 틀에 짜인, 결산에 맞추어 결과를 내야 하는 행정사무로 감당하기 어렵다. 긴 호흡을 가지고 서로 긴밀히 소통하고 공감해야 이뤄지는 일이기 때문이다.
 

마을공동체 관련 조례 제정 및 전부개정 추이 2012년 이후 마을공동체 지원과 관련된 조례의 제정이 크게 늘었다. 이러한 실적이 주민의 자치요구를 반영한 것인지, 아니면 행정적 요구에 의한 것인지 지속적으로 따져볼 필요가 있다. ⓒ 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

 
현장의 인식: 중간지원, 마을과 행정의 가교

마을공동체 중간지원 현장에서 느끼는 이슈를 집담회를 통해서 도출하여 정리한 연구(강세진 외, 2017)를 참고하면 현장 활동가들이 인식하는 중간지원은 '주민주도' '마을활동의 정리' '마을과 행정의 소통(마을과 행정 사이의 번역)' '경청' '마을과 행정을 아우르는 기획' '가치추구와 전달체계 통합' 등의 특성을 지닌다. 현장 활동가들의 의견은 다음과 같다.

"이번에 마을기본계획을 주민주도로 만들었다. 주민분들이 생각도 많고 아이디어도 많은데 다만 그걸 정리할 여력이 없었다. 그래서 모든 것을 주민주도로 진행하되 정리하고 체계화해서 행정에서 집행할 수 있도록 하는 과정을 지원했다. 주민들이 직접 메모한 포스트잇 한 장까지도 전부 담으려고 노력했다. 그것을 바탕으로 구체적인 예산계획까지 잡아서 계획에 넣었다." 

"마을에서 나온 결과를 행정의 용어로 전환하는 것도 중간지원의 역할이다. 공공의 재원이 투입되었으니까 행정의 기준에 맞출 필요가 있다. 이를 통해 주민분들에게 다시 좋은 지원을 해드릴 수 있다. 일종의 마을과 행정 사이의 번역기라고 생각한다." 

"중간지원조직에 마을과 사경(사회적경제)에 대한 전문가는 아니더라도 기획자의 역할 할 수 있는 사람, 경청할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하다. 현장에서 '왜 하소연만 해?'가 아니고 '이래서 하소연을 하는구나. 그렇다면 이 하소연을 어떻게 풀어 줘야 할까? 이러이러한 하소연들이 겹쳐지는구나.'라는 식으로 듣고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 예를 들어 네트워크 사업을 할 때 사람들을 단순히 연결하는 것이 아니라 그 속에서 나오는 여러 목소리를 정리하고 정책과제를 끄집어내야 한다. 이를 체계적으로 정리하여 행정에 전달할 수 있어야 마을공동체사업의 당위성을 높일 수 있다." 

"가치추구와 전달체계라는 두 가지 일을 모두 다 잘해야 하는 게 중간지원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전에는 자유롭게 다양한 시도를 했었는데 지금은 치밀한 계획을 통해서 행정과 주민 모두를 만족시켜야 한다는 부담을 느끼고 있다."


위와 같은 활동을 제대로 하기 위해서는 주민>중간지원조직>행정의 순서로, 즉 피라미드형으로 조직규모가 설계되어야 한다. 광범위한 행정의 정보를 주민들에게 제대로 전달할 필요가 있고, 다양하고 역동적인 주민들의 요구를 직접 수용하여 일일이 지원하거나 행정에 전달해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극소수의 중간지원조직 실무자가 엄청난 규모의 업무를 떠맡게 되는 것이 현실이다. 이에 관한 현장의 목소리는 다음과 같다.

"행정주무부서의 많은 인원이 각자 사업을 진행할 때마다 센터로 일을 넘긴다. 각자 한 번 정도라 여기겠지만, 주무부서에 과가 몇 개 있으면 그 과들 밑에 또 몇 개의 팀이 있고 그 팀들이 각자 사업을 가지고 있다. 그런 게 센터의 몇 명에게 몰려드는 것이다. 도저히 정상적으로는 감당이 안 된다."

"도시재생이라는 모든 영역을 포괄하는 개념이 기초 센터의 업무를 과중하게 할 가능성도 있다. 아직 정책의 전달체계가 정리되지 않은 상태에서 기초센터에 모든 영역의 역할을 때려 넣으려는 움직임이 있다. 그러면 도시재생과 관련이 있는 도청의 여러 부서, 마을공동체사업 관련 여러 부서, 기초행정의 여러 부서들의 요구·요청에 기초 센터가 시달리는 형국이 될 것이다."

"우리는 기획도 해야 하고 실행도 해야 하고 정산도 해야 하고 나중에는 성과 증명까지 해야 한다. 업무의 비중이라는 게 따로 없을 정도로 과부하 상태에 있다. 규모가 작은 조직일수록 심각하다."

"사업계획 짤 때 기초 수요조사를 하고 욕구가 있을 때 사업을 만드는 것도 만족할 만큼 못하고 있다. 센터는 플랫폼 역할을 하고 주민들이 자유롭게 하고 싶은 활동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싶은데 그러려면 직원들 업무가 감당치 못할 만큼 늘어난다."

"그동안 아카이빙도 꼼꼼하게 했다. 우리가 잘 기록해두었다는 것을 아니까 행정에서 문의도 많이 온다. 많은 걸 바라지는 않는다. 이런 걸 지속할 수 있는 시스템이라도 되었으면 좋겠다. 죽어라 일만 해야 하는 게 아니라. 지금은 무식하다 할 정도로 주민을 만나고 있고 자기 시간이 없을 정도이고 정말 미친 것처럼 일하고 있다. 행정부서는 이런 식으로 일하기 어렵다. 그래서 중간지원조직이 필요하다. 그런데 언제까지 이렇게 갈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마을과 행정의 연결이 중간지원의 역할이라면 마을의 주민과 직접 소통할 수 있는 기초센터의 정체성은 분명하다. 하지만 전체 광역지자체를 포괄하는 광역센터의 정체성에 대해서는 고민이 생길 수밖에 없다. 이에 대한 현장의 의견은 '광역과 기초 중간지원 상호간의 소통' '광역행정에 대한 마을친화적 조율' '기초에서 하기 어려운 것을 광역이 지원(장기사업, 연구사업, 실험적 사업)' 등이다. 이에 대한 현장의 목소리는 다음과 같다.

"광역센터에서 마을계획사업을 진행했다. 그런데 심사선정 방식이라서 그랬는지 마을현장의 요구나 상황, 용역수행자와 마을과의 관계 같은 것이 아니라 자격요건과 용역수행자가 제출한 계획서가 중요한 선정근거였던 것 같다. 그런 지역에서는 주민들의 참여가 거의 이뤄지지 않거나 항의를 하는 경우도 많았다. 마을계획이라는 것이 마을 내 주민, 활동가, 조직, 단체의 총합을 다루는 것인데 기획단계에서 수행단계에 이르기까지 제대로 된 교감이 이뤄지지 않았다. 외부전문가들이 수행하는 용역의 문제점일 텐데 마을자원조사, 마을의 특성, 마을에 요구되는 사항에 대한 검토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채 계획을 수립했다. 그냥 계획을 내리꽂는 형태가 될 거 같아서 걱정이다."

"각 지역센터에 담당자가 있다. 그들과 소통하면 '이 지역은 자체 공모사업이 이러니 광역센터의 지원사업은 이런 내용으로 가자.'라는 식으로 광역센터에서도 지역별 상황을 고려해서 사업을 기획할 수 있다. 예를 들어 기초단위에서 예산집행이 어려운 '이 지역에서 광역센터사업은 마을사업을 확산하는데 쓰자. 소소하게 주민 3명만 모여도 지원하자. 다과비 식비 지출 가능하게 하자. 정산도 간소하게 하자. 일단 만나게 하자'라는 식의 사업이 가능하다고 본다. 그러면 광역센터는 기초센터와 연계하여 지역에서 마을사업 확산을 도울 수 있다. 광역에서 이런 사업을 만들면 기초센터에 많은 도움이 될 것 같다."

"기초센터의 활동은 주민 편에 서야 할 때도 있고 행정의 기준에 맞춰야 할 때도 있다. 그런데 광역센터는 행정에 너무 매여 있어서 그런지 그런 조율 조정을 잘못하는 것 같다. 그러면 전달체계만 복잡하게 될 뿐이니 광역센터의 존재 이유에 대한 논란이 생길 것이다."

"광역센터에서 수행하는 연구가 많은 도움이 된다. 연구는 우리 활동을 설명할 수 있는 자료나 언어를 만드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걸 왜 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에 '어디에 이런 사례가 있다. 그건 이래서 필요하다.'라고 대답할 수 있게 해준다. 기초 센터에서 그런 거까지 만들어내기 쉽지 않다. 하다못해 급여, 강연비를 얼마나 줘야 하는지 기준과 사례가 있으면 고민하지 않아도 된다. 그래서 작은연구, 도민참여연구 같은 게 유용했다."


마을공동체 활성화를 위한 광역중간지원체계

일반 행정은 법에 근거하여 중앙정부, 광역지자체, 기초지자체의 고유권한을 나누고, 다시 중앙정부의 일부사무를 광역지자체에, 광역지자체의 일부사무를 기초지자체에 배분하는 방식의 체계를 잡을 수 있다. 하지만 마을공동체 활성화를 위한 중간지원체계가 무작정 행정체계를 이어받으면 전달체계만 복잡해질 뿐이다. 행정의 맞은 편에 있는 마을과 주민을 함께 고려하면서 마을공동체 활성화의 기본철학과 취지를 살릴 수 있는 중간지원체계를 고민해야 하는 이유이다.

앞서 논의한 내용을 바탕으로 광역중간지원체계의 역할을 정리하자면, 크게 1) 광역행정의 위탁사무 수행, 2) 기초중간지원체계 지원 및 보조, 3) 연구사업, DB구축, 새로운 정책실험 등의 기반구축으로 나눠볼 수 있다. 광역행정의 위탁사무 수행은 행정 사무 중 마을공동체사업에 해당하는 각 실국의 사무를 모아서 통합적으로 조율하는 것이어야 할 것이다. 해당 사업은 주민주도 및 참여가 필수적이므로 행정조직의 노력만으로 실적을 올리기 어렵다는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

행정 측면만 보면 각 실국별로 기획한 사업과 예산을 집행하는 것으로 보이지만, 마을공동체사업이 본래의 취지를 살리면서 효율적으로 추진되기 위해서는 마을현장의 의견이 제대로 반영되어야 한다. 그리고 각 실국 사업이 상호보완되면서 시너지를 낼 수 있어야 한다. 즉, 칸막이 행정을 넘어서야 한다. 이를 구현하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세 가지 조건이 충족되어야 한다. 
 

광역중간지원체계 구상 및 기대효과 마을공동체 활성화를 위해서는 광역중간지원조직의 위상을 높이고 역할을 강화하여야 한다. ⓒ 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

 
첫째, 광역중간지원조직에 마을공동체 관련 행정을 조율하는 역할이 주어져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각 실국의 실무자와 긴밀히 소통할 수 있는 활동가의 배치가 필요하며, 이런 활동가의 직무수행이 무시받지 않을 정도의 위상을 부여할 필요가 있다. 가장 흔히 사용되는 방법은 광역자치단체장 직속체계에 두거나, 광역지원센터의 지위를 실국에 버금가게 두어 유효한 의견개진이라도 가능하게 하는 것이다. 좀 더 사무를 위임하여 마을공동체 관련 정책 집행의 단일 창구로 만드는 방안도 고려할 수 있다. 일종의 태스크포스(각 실국 실무자 파견) 조직의 특성을 부여하는 것도 검토해 볼 수 있다.

둘째, 광역지자체 전역의 기초행정 및 마을공동체와 긴밀히 소통할 수 있는 체계가 마련되어야 한다. 즉, 광역중간지원이 광역지자체 정책의 일방적 전달이 되어서는 곤란하다. 각 기초지자체는 각각 다양한 환경에 처해 있으며 각각의 마을공동체 특성도 서로 다르다. 즉, 각각을 지역별로, 특성별로 전담하여 소통할 수 있는 인력이 광역지원조직에 필요할 것이다. 

셋째, 위에 논의한 두 가지 기능이 제대로 구현되기 위해서는 상시적으로 광역행정 및 중간지원조직, 기초행정 및 중간지원조직이 상호 소통하고 정책을 논의할 수 있는 체계가 필요하다. 광역중간지원체계에 마을공동체 관련 상설 협의체 기능을 부여하는 것이 하나의 방도가 될 수 있다.

이루기 힘든 꿈이지만

경기도 마을공동체지원센터의 활동가들이 계속 남아 있었어도, 위와 같은 희망을 이루기는 어려웠을지 모른다. 하지만 꿈조차 꾸지 않으면 어떤 변화도 일구기 어렵다. 변화를 바라지 않는 사람들이 희망을 놓지 않는 사람들을 내몰고 있는 것은 아닌지 안타깝다. 여러 일들이 바람직한 방향으로 풀리길 기대한다.

[ 참고문헌 ]
강세진(2017), 다가오는 선거의 계절, 마을살이의 운명은?, 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
강세진 외(2017), 서로 듣고 뽑아서 풀어본다: 지속가능한 따복공동체 정책을 위한 집담회형 이슈분석 실험, 경기도 따복공동체지원센터.
김주원(2017), 마을공동체역량진단과 지원체계구축방안, 강원발전연구원.
김필두·류영아(2008), 읍면동 중심의 주민차치 강화방안, 한국지방행정연구원.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의 강세진 이사가 쓴 글입니다. 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saesayon.org)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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