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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미애도 "필요성 절감"... 14년째 외면받은 법안, 이제 응답해야

[게릴라칼럼] 차별금지법 공론화 14년... 21대 총선에서는 띄울 수 있을까

등록 2020.02.25 10:23수정 2020.02.25 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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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력기관 개혁 후속조치 설명하는 추미애 장관 추미애 법무부장관이 1월 31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특권 없는 공정한 사회를 위한 권력기관 개혁 후속조치 추진 계획' 브리핑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 권우성

지난 11일 추미애 법무부장관이 기자간담회를 진행하면서 차별금지법에 대한 언급이 나왔다. 한 기자가 성소수자 문제와 관련하여 차별금지법 추진에 대해 추 장관의 의견을 물은 것. 이에 추 장관은 "최근 여성, 장애인, 난민, 이주민 이런 사회적 약자에 대한 혐오표현이 심각한 사회문제"라면서 "차별금지법 제정의 필요성을 많이 절감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2019년 12월 추미애 당시 법무부장관 후보자는 인사청문회에서도 문재인 정부가 포용사회를 약속한 것을 두고 차별이 없어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당시 추 후보자는 "인권기본법과 함께 포괄적 차별금지법이 시급하게 제정되기를 바란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러나 21대 총선이 코앞으로 다가오고 있는 지금, 차별금지법이 정치권에서 제대로 논의되고 있는지 의문이다. 

'포괄적 차별금지법' 잔혹사

추 장관이 후보자 시절 언급했던 '포괄적 차별금지법'이란 '개별적 차별금지법'에 대비되는 표현이다. 개별적 차별금지법의 경우 특정한 영역에서의 차별을 금지하는 법안이다. 장애를 이유로 한 차별을 금지하는 장애인차별금지법(장애인차별금지 및 권리구제에 관한 법률), 고용영역에서의 차별을 금지하는 남녀고용평등법(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 등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혐오표현 연구자들은 개별적 차별금지법과 별개로 포괄적 차별금지법이 제정될 필요가 있음을 강조한다. 개별적인 사안마다 법을 제정한다고 해도 공백이 생길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효율성의 측면에서 모든 차별금지의 사유와 영역을 포괄적으로 규율할 필요성이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이유는 사실 단순하다. 모두가 차별받지 않아야 하기 때문이다. 홍성수 숙명여대 법학부 교수는 2017년 논문 <포괄적 차별금지법의 필요성 : 평등기본법을 위하여>를 통해 이를 강조한다.
 
"평등과 차별금지가 헌법의 중요 이념이라는 점은 이견의 여지가 없다. (.....) 한국의 헌정질서가 평등을 지향하고 있다는 점을 확인하는 '기본법'을 제정할 필요가 있다. (....) 무엇보다 이것은 차별금지법이 평등이 범국가적 과제임을 확인하고, 평등 실현이 국가와 지자체의 기본적 의무임을 규정한다는 취지하고 부합하는 것이 될 것이다. 또한 차별금지법의 취지를 이렇게 본다면, 개별적 차별금지법이나 조직법으로서의 성격을 가진 「국가인권위원회법」은 도저히 차별금지법을 대체할 수 없다는 점이 보다 분명해지고 포괄적 차별금지법의 제정 필요성이 다시 한 번 확인될 수 있다."

그러나 차별금지법은 2007년 노무현정부의 법무부 주도로 처음 발의된 이후, 여러 차례 국회에서 발의되거나 법무부 주도로 성안된 바 있으나 빗발치는 반대여론으로 번번이 철회되거나 회기만료로 폐기되어 왔다. 2010년 당시 이명박 정부의 법무부 역시 차별금지법 공론화를 위해 차별금지법 특별분과위원회를 운영하였으나, 위원회 활동 만료 이후에 법무부는 "차별금지에 따른 사회경제적 부담을 고려해야 한다"며 차별금지법 추진을 중단했음을 인정했다. "차별금지법 제정에 따른 사회경제적 부담에 대한 우려가 해소"되어야 한다는 것이 이유다. 

19대 국회인 2013년을 마지막으로 지난 7년 동안 차별금지법은 제도권 정치에서 논의가 사실상 중지된다.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지난 2017년 '유엔 경제적 사회적 문화적 권리규약 위원회(아래 사회권 위원회)'가 대한민국의 경제적, 사회적, 문화적 권리 전반을 심의한 후 내리는 최종 권고문에서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을 긴급하게 촉구했다. 

하지만 별다른 소득 없이 2년이 지난 2019년 12월, 사회권 위원회는 대한민국 정부에 보내는 서한에서 차별금지법 입법 권고에 대해 '진전 불충분(insufficient progress)'이라는 평가를 내렸다. 위원회는 한국 정부의 이행 의지와 관련, "이행되지 않았으며, 가까운 시일 내 계획도 없는 것으로 보인다"고 언급했다. 


'지금 여기'의 문제들 앞에서 차별금지법을 생각하다 

21대 총선이 다가오고 있지만, 각 정당의 셈법이 복잡한 와중에 차별금지법에 대한 논의는 실종된 상태라고 봐도 무방하다. 당장에 정의당의 경우, 심상정 대표가 2019년 8월 "21대 국회 정의당의 1호 법안은 차별금지법이 될 것"이라고 약속했음에도 불구하고 현재 1호 법안은 쳥년기초자산제로 결정된 상태다. 이외에도 현재 차별금지법을 주요한 총선 공약에 내세운 정당은 전무하다시피 하다. 

최근 일어나고 있는 일들을 접하고 있노라면, 포괄적 차별금지법이 더더욱 필요함을 절감하게 된다. 성전환 수술을 마친 변희수 하사에게 내려진 전역 판정 건이 가장 대표적이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성전환수술을 신체장애로 판단하여 전역하게 하는 것을 두고 "성별 정체성에 의한 차별행위의 개연성이 있다"며 전역심사를 연기할 것을 권고했지만, 결국 받아들여지지 않고 전역이 결정된 바 있다.

또한 트랜스젠더 여학생의 숙명여자대학교 입학을 둘러싼 많은 논란을 지켜보면서 더더욱 우리 사회에는 포괄적 차별금지법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된 사람들이 많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 누구도 자신의 성적 지향으로 인해 차별받지 않아야 한다. 차별금지법 제정은 이러한 평등을 향한 가장 첫 걸음이 될 것이다. 정치권은 이제 응답할 때가 됐다. 
#차별금지법 #21대총선 #혐오표현 #소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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