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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 둘 육아, 아빠가 답해드립니다

[초보아빠 육아일기] 두 형제의 아빠가 누리는 소소한 행복

등록 2020.02.29 13:56수정 2020.02.29 1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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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은 투정부리는 네 살 아기이지만 형이 되어 버린 엄마 판박이 첫째 아들. 작년 여름 세상에 나와 이제야 목을 조금 가눌 줄 아는 아빠 판박이 둘째 아들. 사랑스러운 두 아들과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있는 초보 육아빠입니다. 이 세상 모든 사랑스럽고 소중한 아기들과 쉴 틈 없이 바쁘게 일과 육아를 병행하느라 고생하는 멋진 엄마, 아빠들을 항상 멀리서나마 응원합니다.[기자말]
아기 1명에서 2명이 되는 건 단순 계산인 2배의 어려움 그 이상이라고 했던가요? 이제 첫째는 34개월에 접어들고 둘째는 9개월이 되었습니다. 심지어 둘 다 아들입니다. 어찌나 활동력이 강한지 저도 옛날에 그랬나 놀랍습니다. 이미 한 번 함께 키워 본 경험이 있어서 훨씬 수월할 줄 알았던 아기 둘 육아. 생각보다 만만치 않습니다. 한 명만 있을 때 느끼거나 경험하지 못했던 다양한 상황들이 발생하더라고요.

우선, 1:1 마크가 안 됩니다. 엄마와 아빠 둘 다 집에 있는 경우에는 전혀 문제가 없지만 둘 중 한 명이 외출해서 없는 상황이 되면 드디어 전쟁(?)이 시작되죠. 아기들은 참 똑똑해요. 이상하게 저 혼자만 집에 있는 걸 알면 엄청나게 저를 찾습니다. 둘 다 집에 있을 때는 안정감을 느끼는지 우리가 놀아주지 않아도 스스로 놀던 아이들이 자신들을 지켜줄 보호자가 집에 한 명만 있다는 걸 본능적으로 느끼는지 저를 졸래졸래 쫓아다니는 거죠.


이럴 때 한 명이라도 머리 쿵! 하면서 다치거나 큰일을 봐서 한 명을 그냥 두어야 하는 상황이 오면 여기가 바닷가인지 집인지 모르게 울음바다로 바뀌고 맙니다. 이상하게 울음은 전염되더라고요. 한 명이 저에게 안겨서 펑펑 울면 다른 한 명도 제 다리를 부여잡고 웁니다. 정말 아기 둘을 혼자 보는 것은 나름 베테랑 육아빠인 저에게도 정말 힘든 일입니다.
 

아들 둘과 함께 ⓒ 박현진

 
결혼과 육아, 대화의 주제가 되다

3월이 다가오면서 직장에 인사이동이 많았어요. 그러면서 자연스레 새로운 팀이 구성되었지요. 작년에는 저처럼 아기를 키우는 동료가 없어서 결혼과 육아 이야기는 그리 많이 할 기회가 없었어요. 대부분 '아기 키우려니까 힘들겠다' '애들 너무 예쁠 때다'와 같은 말들을 듣기만 했었죠.

그런데, 올해는 좀 상황이 달라졌습니다. 5살 아이를 키우고 있는 분, 초등학교 저학년 아이를 키우는 분과 한 팀이 되었기 때문이죠. 게다가, 아기 낳는 것을 고민하는 신혼인 동료분도 계셔서 함께 식사하고, 차를 마실 때 결혼과 육아가 꽤 중요한 주제가 되었습니다.

한 번은 식사하면서 이런 질문이 오갔어요.

"범호(가명)씨는 아기 낳을 계획 있어요?"


"네. 낳으려고 생각하고 있어요. 아직 몇 명은 낳을지는 모르겠어요."
 

이미 아이를 한 명 낳은 동료가 아직 신혼인 팀원에게 물어본 것이었어요.
 
"사실, 결혼이나 아기 낳는 것이나 둘 다 괜찮긴 한데. 뭐 결혼 안 하거나 아기 안 낳는 것도 괜찮은 것 같아요."
 

여자로서 결혼하고 아기를 낳는 것. 그 자체만으로 삶이 완전히 바뀌어 버리잖아요. '내가 결혼을 안 했다면?' '내가 아기를 낳지 않았다면?' 지금과는 다른 조금은 여유 있고 원하는 것을 더 많이 할 수 있는 삶이 기다리고 있었을지도 모르죠. 그때 아기를 이미 둘 가진 동료분이 이야기했어요.

"음, 내가 아이를 좋아해서 그런 것도 있는데 전 강력하게 추천합니다. 아기 키우는 게 힘들기는 한데 저는 아이들에게 의지를 많이 해요. 요즘처럼 힘들 때도 얼마나 든든한지 몰라요."

저는 이 말을 듣고, 사실 좀 놀랐어요. 저는 아기가 너무 좋고, 아이들이 있어서 행복한지라 아기를 가지는 것을 누구에게나 추천하고 싶었어요. 하지만, 아빠인 저로서는 완전하게 알지는 못하기에 주변의 여자 동료분들에게 '아기 꼭 낳아!'라고 쉽사리 말을 못 꺼냈었지요. 제가 아무리 아들 둘을 키우고 있는 나름 베테랑 아빠이지만 신체부터 마음, 그리고 일상생활까지 삶의 전부가 바뀌어 버리는 여자로서 엄마로서의 입장을 제대로 이해할 수는 없기 때문이죠.

그런데, 어떻게 보면 저와 입장이 비슷한 육아 여자 선배를 만났으니 저도 신이 났습니다. 열심히 아기를 키우면 좋은 점들에 대해 말했죠. 아기 때문에 힘든 일도 많지만 아기와 있으면서 느끼는 행복감은 그걸 채우고도 남는다고요.
 

흙놀이 하는 아들 ⓒ 박현진

 

아들 둘, 함께 있어서 행복해요

참 소소하지만 저는 요즘 아들 둘의 여러 모습을 보면서 행복감을 느끼고 있습니다. 물론, 지치고 힘든 일도 만만치 않게 많은 것은 비밀입니다.

우선, 제가 다치거나 아프면 저보다 더 많이 슬퍼해요. 며칠 전에는 제가 아이의 젖병을 치우러 가다가 발톱이 식탁 모서리에 부딪히는 굉장히 충격적인 사건이 있었어요. 생각만 해도 아프죠. 그런데, 그때 첫째 아들이 갑자기 바닥에 납작 엎드리더니 제 발톱에 다가가 호~ 해주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정말 아픈 게 아주 약간만 남고 사라졌습니다. 아기를 바로 와락 안아주었죠.

또, 얼마 전에는 아들이 제가 핸드폰으로 본인을 찍어주고 있었는데 쓰레기봉투 묶음으로 핸드폰을 내리쳐서 핸드폰이 제 입을 가격하는 사건이 있었어요. 다행히 이는 안 다쳤는데 입술이 제대로 찢어졌죠. 그때 저를 안고 괜찮냐고 펑펑 울던 네 살 아이의 모습을 생각하면 지금도 행복한 웃음이 나옵니다. 그리고 다음 날 아침에 일어나서는 "아빠, 이제 안 아파?" 하는 겁니다. 아기가 걱정하는 것을 보니 '아빠는 아프지도 못하겠구나'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아들 둘이 있다 보니 첫째가 자꾸 둘째를 때리거나 같이 놀지 않으려고 해서 문제예요. 항상 알아듣게 말을 하고 혼을 내는 데도 워낙 자기 중심성이 강한 시기라 '다 내꺼야!', '동생 안 돼!'하면서 아기를 밀치거나 때리는 일이 많지요. 그랬던 첫째가 며칠 전에 저에게 또 한 번 감동을 주었어요. 둘째 아이 이유식을 주고 있었는데, 첫째가 아기의 빨대 컵을 가져오더니 동생을 보며 말했어요.

"동생아, 동생아, 목말랐지? 동생아 목 많이 목말랐지?"

문장으로 말하기 시작한 지 얼마 되지도 않은 첫째가 여러 번의 문장 실패를 하면서 힘들게 동생에게 물을 들이밀면서 말하는 거예요. 저는 멀찍이 있는 핸드폰을 찾아서 열심히 사진과 동영상으로 추억을 간직했답니다.
 

동생아 목 말랐지? ⓒ 박현진

 
힘들지만... 그래도 아기 낳는 것을 추천한다

결혼과 육아는 누구에게나 이제는 필수가 아닌 선택입니다. 아마 신혼 생활을 하는 직장 동료도 제가 아기 낳는 것을 추천한다고 해서 선택이 달라지지는 않을 거예요. 사람마다 삶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관이 다르고 아기를 낳고 나서 느끼는 어려움과 삶의 변화도 제각각 다를 것이기에 더더욱 선택은 본인의 몫인 것이죠.

저도 아들 둘을 키우면서 직장생활과 육아를 병행하다 보니 아내와 다투는 일도 많고 쉴 시간도 없이 참 지쳐요. 농담 반 진담 반으로 '운전할 때 빼고는 쉴 시간이 없어!'라고 주변 사람들에게 자주 말하거든요.

하지만, 저는 그래도 아기 낳는 것을 추천해요. 며칠 전 직장 일로 스트레스를 받아 잠이 잘 안 오고, 자다가도 여러 번 깬 적이 있어요. 그때 제 옆에서 곤히 자는 아들이 있더라고요. 아들의 손을 잡고 편안하게 잠이 들었습니다. 저도 모르게 아이를 의지하고 있더라고요. 아내에게 의지하는 것과는 또 다른 편안함이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아기 낳는 것을 추천해요. 사랑스러운 아기와 함께 하는 모든 엄마, 아빠를 응원합니다!
#육아빠 #초보아빠 #육아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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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과 사랑이 가득한 초등학생을 가르치는 교사입니다. 소박하지만 따뜻한 교육이야기를 전하고자합니다. 또, 가정에서는 한 여자의 남편으로서 한 아이의 아빠로서 사람사는 이야기를 하고자 합니다. 바둑과 야구팀 NC다이노스를 좋아해서 스포츠 기사도 도전해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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