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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통화정책은 너무 편파적이다

[주장] 정대영 송현경제연구소 소장

등록 2020.02.26 10:46수정 2020.02.26 1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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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열 한국은행 총재 ⓒ 연합뉴스

 통화정책이 중립적이어야 한다는 것은 중앙은행 직원뿐 아니라 많은 경제전문가들이 동의하는 말이다. 이는 정치세력으로부터 중립적이어야 한다는 의미도 있지만, 더 중요한 것은 경제주체들의 이익에도 중립적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렇게 볼 때 한국의 통화정책은 과도할 정도로 편파적이다.

대출 받아 집 산 사람, 은행 돈 많이 빌려 기업하는 사람은 계속 큰 이익을 보고 있지만 예금자나 은행 대출 받기 어려운 사람은 손해를 보고 있다. 통화정책으로 인해 특정 집단이 지속적으로 이익을 보고 다른 집단은 부당하게 계속 손해를 보고 있다면 통화정책의 중립성은 훼손된 것이다. 당연히 독립적으로 운영되어야 하는 중앙은행의 존재 이유도 위협받게 된다.

지나친 저금리정책, 집값만 올려

한국 통화정책의 편파성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가까이는 박근혜정부 시절 최경환 부총리가 노골적으로 빚내서 집 사라고 이야기하고, 정책금리는 계속 인하되던 때가 있었다. 멀리는 1960년대 이후 개발 시대처럼, 투자와 수출 증대를 위해 금리를 낮추고 정책금융을 풀던 때도 다 같이 통화정책이 편파적으로 운영된 것이었다. 한국은 개발시대 이후 지금까지 거의 대부분 돈을 풀어 물가와 집값, 환율을 올리고, 경기를 부양해 온 것이다.

물가‧집값‧환율이 오르면 특정 집단은 이익을 보고 다른 집단은 손실을 본다는 것은 경제의 상식이다. 물가가 상승하면 은행에 예금자나 채권자는 손해를 보고, 대출을 많이 쓰거나 실물자산을 많이 가진 사람이 이익을 본다. 환율 상승은 수출업자에게는 이익을 주지만, 수입품을 사용하는 다수 소비자에게는 손실이다. 집값 상승은 당연히 집을 많이 갖고 있는 사람에게는 이익이지만, 무주택자나 열악한 지역의 1주택자에게는 손실이다.

이를 장기 통계로 살펴보자. 1969년 이후 2019년까지 50여간 소비자물가는 한국이 약 21배 올랐는데, 독일과 일본은 3배 정도, 미국은 6배가 오르는데 그쳤다. 한국의 대미 환율은 1969년 300원 정도에서 최근 1200원 정도로 4배 상승하여 우리 돈의 가치가 크게 하락했다. 반면 같은 기간 동안 일본과 독일의 대미 환율은 대략 1/3 이하로 떨어져 돈의 가치가 상승하였다.

한국의 집값은 신뢰할 만한 장기 통계가 없지만 소비자물가보다 엄청 많이 올랐을 것이다. 일본의 집값은 1990년까지는 급등했지만 이후 거품이 많이 제거되었고, 독일의 집값은 단기적으로 등락은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소비자물가 수준에서 안정되어 있다.

한국의 통화정책은 미국, 일본, 독일 등에 비해 오랫동안 편파적이었다. 한국 통화정책의 편파성은 1998년 이후 더 심각해졌다. 1997년까지는 한국은행의 '금융기관여신운용규정'에 의거 은행의 주택 등 부동산 대출이 엄격히 규제되어 있었다. 이로 인해 저금리의 금융자금은 부동산 투자자들 보다는 생산과 수출 활동을 하는 기업 쪽으로 많이 갔다. 이때는 과잉 유동성이 직접 집값을 올려, 불평을 심화시키는 통화정책의 편파성은 상대적으로 적었다. 저금리 정책을 계속 유지하려면 최소한 1997년 이전처럼 주택관련 대출에 대한 엄격한 규제가 있어야 했다.

정책 담당자는 현재의 저금리 정책이 부동산 때문이 아니고 투자와 소비, 수출 등을 지원하기 위한 의도라고 이야기한다. 경제는 의도나 말로 평가 받는 것이 아니고, 결과로 평가받는 것이다. 통화정책 담당자의 의도는 투자와 소비, 수출 증진일지 몰라도 결과는 집값 상승으로 나타났다. 저금리정책을 쓰지 않았다면 이 정도의 수출과 성장이 이루어지지 않았을 것이라고 억지를 쓰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역사에서 혹시 어떤 사건이 없었다면 같은 가정은 검증이 불가능하다. 현실의 경제 상황을 보면 최근 성장률은 계속 떨어지고 수출도 감소추세를 보이고 있다. 여기에다 집값이 크게 올라 무주택자들이 엄청난 손해를 본 것은 확실한 사실이다.

백번 양보해 편파적인 통화정책으로 인해 건설투자가 늘어 성장률이 조금 높아졌을 수도 있다. 그러나 통화정책의 편파성으로 인한 집값 집세 폭등은 소득 불평등과 불공정 심화, 경제정의 훼손 등의 문제를 만들고 이것이 내수위축과 경제의 총요소생산성 감소 요인을 작용해 성장률을 기조적으로 낮추고 있다. 즉 저금리정책은 기대했던 이익보다 폐해가 훨씬 큰 것이다.

양극화 심화, 자산버블 확대 등 저금리정책의 폐해는 미국 등 선진국에서 많이 지적되고 있지만 한국에서는 별 관심을 받지 못하고 논의 대상도 되지 못하고 있다. 여기에다 한국은 성장률과 물가, 유동성 상황 등을 고려할 때 금리를 그렇게 낮출 필요가 없을 때에도 과도한 저금리 정책을 써 왔다. 이제는 거꾸로 성장과 물가가 낮은 금리 수준에 맞게 계속 떨어지고 있는 듯하다. 적정금리는 성장률과 물가상승률의 합에 의해 결정되기 때문이다. 저금리 정책은 성장과 물가를 낮추고 집값 집세만 올리는 상황이 되었다.

통화정책은 복잡하고 전문적인 영역이지만 기본적으로 돈의 양을 잘 관리해 돈의 가치를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것이다. 물가와 환율이 오르는 것은 돈의 가치가 떨어지는 것이다. 물가에는 소비자물가 뿐 아니라 집값 등 부동산 가격도 포함되어 있다. 돈의 양이 많아져도 일반 소비자물가는 수입품으로 인해 안정될 수 있지만, 외국에서 수입이 안 되는 부동산가격은 더 오를 수밖에 없다. 이것도 저금리 정책이 부동산 가격만 올리는 원인일 것이다.

코로나19로 또다시 만지작거리는 금리 

통화정책은 최대한 경제주체들의 이익에 중립적으로 작용하여 특정 집단이 통화정책 때문에 부당하게 이익을 보거나 손실을 보지 않아야 한다. 이것이 중앙은행의 중립성과 독립성이 필요한 논리적 근거이다. 한국의 통화정책은 중립적이지 못하고 과도하게 편파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코로나19의 확산으로 정책금리가 또 인하될 분위기이다. 그러나 금리 인하로는 위축된 소비가 회복되기 어려울 것이다. 소비 위축이 높은 금리 때문이 아니라는 것은 다 아는 사실이다. 금리인하는 집값만 더 올리고, 양극화와 괜찮은 일자리 부족, 성장둔화 등 한국경제의 구조적 문제를 더 악화시킬 것이다. 그리고 한국 통화정책의 편파성은 더 커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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