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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이나타운 가보니' 그 후 한 달... "우린 조심, 또 조심"

[르포] 중국인 혐오성 보도 피해 서울 대림동 "매일 소독... 여긴 확진자 없다"

등록 2020.02.26 07:09수정 2020.02.26 1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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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대림차이나타운 대림중앙시장 입구에 코로나19 등의 예방을 위해 불법식육제품과 야생동물거래 중단 안내문을 부착 해놨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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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대림차이나타운에서 한 시민들이 마스크를 착용하고 아이를 안고 있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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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대림차이나타운 대림중앙시장을 방문한 시민들이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다. ⓒ 이희훈

 
"기자들이 무서워요."

25일 '대림동 차이나타운'이라고 불리는 서울 대림중앙시장에 들어서서 인터뷰를 요청하는 기자를 보고 한 상인은 마지못해 기자에게 다가와 속내를 토로했다. 상인들은 대체로 취재 요청에 부정적이었다. 아예 기자가 있는 방향을 쳐다보지도 않고 고개를 젓거나 "나는 한국어를 못한다"면서 인터뷰를 거절하는 상인들도 많았다.

지난 1월 말 한국에서 첫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진자가 발생하자 한 경제지는 대림중앙시장을 찾아 "차이나타운으로 들어서자 비위생적인 행태가 즐비했다"라고 묘사하면서 노상 음식을 비난하는 보도를 내놓았다.
 

ⓒ 헤럴드경제

 
다른 매체들도 중국인이 많다는 이유로 대림동을 찾았다. 이 기사는 SNS 상에서 '중국인 혐오'를 조장한다면서 많은 비판을 받았다.

그로부터 한 달 뒤, 대림동은 지금 고비를 넘고 있다. 한 달 동안 많은 지역에서 확진자가 나왔지만 대림동에서는 확진자가 나오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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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대림차이나타운 대림중앙시장을 방문한 시민들이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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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대림차이나타운 대림중앙시장에 상인들이 마스크를 착용하고 손님을 상댈하고 있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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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대림차이나타운 대림중앙시장에 상인들이 마스크를 쓰고 손님을 기다리고 있다. ⓒ 이희훈

 
"장사가 너무 안 돼 잠이 안온다"

대림중앙시장에 들어서자 손님들이 제법 보였다. 하지만 상인들은 볼멘소리로 이 정도로 충분하지 않다면서 손님들이 절반 넘게 줄었다고 토로했다. 입소문을 타 방송에 나올 정도로 잘 되던 유명한 가게들조차 최근 직원을 해고했다.

꽈배기 가게를 운영하고 있는 양명자씨는 기자에게 "뉴스를 잘못 보도해서 지금 대림동의 이미지가 너무 좋지 않다"라며 "나도 2월부터 월급도 못 주고 직원들 쉬라고 하고 있다, 요즘에는 장사가 너무 안 돼서 잠이 안 온다"라면서 한숨을 내쉬었다.

양씨는 하루에 벌던 돈의 1/5도 못 벌고 있는 수준이라고 털어놓았다. 한 과일 가게 직원도 "아침에 근무하던 직원을 해고한 지 20일 정도 됐다"라고 말했다.

호떡을 파는 가게의 한 상인은 화가 난 목소리로 기자에게 "우리처럼 위생 깨끗하게 하는 데 있으면 나와 보라고 해라, 매일 같이 보건소에서 나와서 소독하고 대림동에는 코로나19 환자(확진자)가 나오지도 않았다"라고 일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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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대림차이나타운 대림중앙시장에 상인들이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다. 가게의 벽면에는 주민센터에서 제공한 코로나19 예방수칙이 적힌 안내문을 부착했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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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대림차이나타운에 위치한 한 사무실에 마스크 착용 요청 안내문이 부착 되어 있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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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대림차이나타운 대림중앙시장에 상인들과 시민들이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다. ⓒ 이희훈

  
식품을 파는 가게마다 코로나19 예방 수칙과 원산지 표시가 붙어 있었다. 한 가게 직원은 조리용 플라스틱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었다.

상인들은 모두 마스크를 착용한 채로 장사를 하고 있었지만 손님이 그리 많진 않았다. 아예 평일 대낮부터 문을 닫은 가게들도 눈에 띄었다. 코로나19 때문에 문을 닫았는지는 알 수 없었다. 가게 대문에는 '휴무'라고 나와 있었다.

대림동의 한 화장품 가게에서 일하는 직원은 "그동안 좀 힘들었는데 요 며칠 동안은 괜찮은 것 같다"고 밝혔다. 한동안 인적이 드물다가 며칠 전부터 다시 활기를 띠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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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대림차이나타운 대림중앙시장에 상인들과 시민들이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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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대림차이나타운 대림중앙시장에 상인들과 시민들이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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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대림차이나타운에서 한 손님이 마스크를 쓰고 파마를 하고 있다. ⓒ 이희훈

 
한 가게 상인에 따르면 중국에 다녀온 대림동 주민은 집에서 철저하게 자가격리를 하는 중이라고 한다. 가게에서 음식을 집 대문 앞에 가져다주면 계좌이체를 통해서 결제를 하고 사람을 일절 만나지 않는다고 한다. 오히려 대림동에 있는 주민들이 코로나19에 더 예민하게 반응한다는 것.

그럼에도 소위 '시장 인심'은 남아 있었다. 한 시장 상인은 기자에게 요즘 구하기도 힘들다던 일회용 마스크를 건네주었다.

이들이 더 조심하는 까닭

대림역 바로 앞에 있는 이주민센터 '친구'를 찾았다. '친구'의 상근변호사 이제호씨는 이날 기자에게 "대림동 지역사회에서 자체적으로 코로나19를 예방하기 위한 노력을 많이 한다"며 "이곳에서 확진자가 나오면 지역 전체가 공격받는다는 인식을 느끼기 때문에 더 조심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상근변호사 이진혜씨 역시 "전염병에 대해 대처는 확실히 하되, 인종이나 국가에 대한 차별과 혐오 쪽으로 화살이 잘못 꽂히는 건 구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씨는 "돌아다녀 보면 알겠지만 대림동 주민들 모두 마스크도 열심히 쓰고 신경 쓰고있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몇몇 중국인들은 긴급 지원을 받아야 할 정도로 위험에 노출돼 있다. 이씨는 "베이비시터 일을 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일자리가 끊겨서 너무 힘들다며 생활비 등 긴급 지원을 요청하시는 분들도 있다"라고 밝혔다.

평소 환자의 약 60% 가량이 중국인인 한 종합병원은 입구에서부터 신분증을 확인하고 발열검사를 했다. 1차로 신분증 검사 및 해외여행 이력을 확인하고 2차로 발열탐지기로 몸에 이상이 있는지 본 뒤에나 병원에 들어갈 수 있었다.

"최근 14일 동안 중국이나 동남아시아 지역 혹은 대구나 경북 지역에 다녀오신 적 있으세요? 발열 증상 있으세요?"

직원들은 병원을 방문한 환자들에게 코로나19 관련 질문을 물어보느라 여념이 없었다. 실제로 이날 아시아의 한 지역을 며칠 전에 방문한 손님은 병원 안으로 들어가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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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대림차이나타운 인근에 위치한 명지성모병원은 선별진료소를 운영하며 증상의심자와 일반환자를 구별하여 출입시키고 있다. ⓒ 이희훈

 
이 병원 관계자는 "설 이후부터는 정문에서 통제를 했다, 지역적 특성 때문에 더 조심하고 있다"며 "나도 설 이후로는 집에 못 들어가는 중"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 "오히려 중국 동포들이 (주변에서 우려하는 시선을 알고) 협조를 더 잘해준다, 여기가 주말에는 차도 못 다닐 정도로 복잡한 동네인데 지금은 사람이 줄긴 줄었다"고 말했다.
 
병원 앞 약국들에는 KF 일회용 마스크가 모두 동나 있었다. 약국 앞에는 '마스크 없습니다!'라고 안내문이 붙어 있었다. 약국 매대에는 일회용 마스크만 보이질 않았다. 이러한 풍경은 한국의 여타 다른 지역과 마찬가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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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대림차이나타운 대림중앙시장을 방문한 시민들이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다. ⓒ 이희훈

 
#대림동 #코로나19 #중국인혐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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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부터 오마이뉴스에서 근무하고 있습니다. 팟캐스트 '말하는 몸'을 만들고, 동명의 책을 함께 썼어요. 제보는 이메일 (alreadyblues@gmail.com)로 주시면 끝까지 읽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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