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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크 대란에 재봉틀로 '직접'... 맘카페에서 유행이 된 대안

[코로나19가 우리 가족에게 미친 영향] 문제 해결은 언제나 개인의 몫일까

등록 2020.02.27 08:12수정 2020.02.27 0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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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위기단계가 최고 단계인 '심각'으로 격상됨에 따라 직원 시차출근제를 24일부터 시행했다. 시에 따르면 코로나19 방역 관련 인력과 부서별 필수인력을 제외하고 70% 이상의 시 공무원은 오전 10시 출근, 오후 7시 퇴근한다. ⓒ 연합뉴스

 
직장의 풍경

출근하는데 회사 현관 앞에 사람들 줄이 길게 늘어서 있었다. 처음에 무슨 일인가 싶었다. 회사로 들어가는 입구는 하나이므로 나도 줄을 섰다. 보안 검색대가 고장 난 줄 알았다.

대기줄이 줄어들면서 보인 것은 열감지 카메라였다. 보안검색대만 통과하면 됐던 평소와 달리 열감지 카메라 앞에서 3초 정도 서 있다가 들어가야 했다. 평소 사무실에 도착하는 시간보다 2, 3분 더 지체됐다. 하지만, 누구도 불평하지 않았다. 모두의 안전을 위한 일이므로.

지난주, 신입 직원이 아프다는 연락을 받았다. 열이 난다고 했다. 얼른 병원에 가보라고 했다. 병원에서 단순 몸살감기라고 했단다. 직원은 약을 처방받고, 다시 회사로 출근하겠다고 했다. 그냥 집에 가서 쉬라고 했다.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로 의심했다기보다는 아프니 쉬는 게 먼저라는 생각이었다.

그런데, 오후에 회사에서 지침이 내려왔다. 발열이 있는 사람은 단순 감기라도 보고를 하라고. 그 직원은 최초의 발열이 있는 자로 보고됐다. 다행히 약을 먹고 오후에 열은 내렸다. 단순 감기였으므로 당연했다. 다음날 출근이 가능했지만, 회사에서는 사흘간 강제로 쉬게 했다.

코로나19가 급속히 퍼지면서 회사의 업무 풍경도 달라졌다. 최근 2주간 대구나 경북 지역을 다녀온 사람은 재택근무를 하게 했고, 회의보다는 서면이나 메일로 보고를 대체했다. 층간 이동이 금지됐고, 한 달에 한 번 하던 회식도 없어졌다. 회사에서는 마스크를 나누어줬고, 마스크를 쓰고 일하라고 권장했다. 손소독제 비치는 기본이었다.

이외에도 혹시 모를 비상사태를 위해 계획을 수립했다. 나는 공공기관에서 24시간 운영하는 시스템을 관리하고 있기 때문에 비상 시 어떻게 할 것인지 대비책을 마련해야만 했다. 보통 비상계획은 화재나 지진에 대비하는 것이었는데, 전염병 때문에 비상대책을 세우게 될 줄 몰랐다.

생활의 풍경
 

어린이 도서관이 텅 비었다. ⓒ 이혜선

 
큰아이는 초등학교 4학년이다. 주 2회 영어과외가 유일하게 하는 사교육인데, 담당 선생님이 수업하는 다른 지역에서 지난 23일 확진자가 나왔다. 다행히 확진자 동선과 겹치는 부분은 없었지만, 서로 불안해 결국 수업을 연기하기로 했다. 그날 정부는 전국 초·중·고 등의 2020학년도 개학을 다음 달 2일에서 9일로 일주일 늦추겠다고 발표했다. 연이어 축구교실에서도, 태권도 학원에서도 모두 휴원 통보를 받았다.
     
도서관에 책을 반납하러 갔는데, 실내가 텅텅 비어 있었다. 평소 같으면 주말에 앉을 자리가 없을 정도로 붐비던 어린이 도서관은 사서와 자원봉사자를 제외하고는 사람이 보이지 않았다. 늘 만차이던 도서관 주차장도 여유가 있었다. 반대로 아파트 주차장은 꽉 차 있었다. 모두 외출을 하지 않고 있다는 증거다. 얼마 안 돼 공공도서관 임시휴관이라는 공지를 받았다. 휴관 시작일은 있었지만, 종료일은 '별도 공지시까지', 즉 기한 없는 휴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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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강원 강릉시의 평생학습관에서 자원봉사자들이 직접 마스크를 만들고 있다. 코로나19가 확산하면서 주문을 해도 일회용 마스크가 오지 않자 이들은 빨아서 계속 사용할 수 있고, 통기성이 좋은 천으로 최근 마스크를 만들기 시작했다. ⓒ 연합뉴스

 
"마스크를 만들어야 할까 봐요. 원단 파는 곳을 알아봤어요."

마스크 구하기가 힘들어지자, 여기저기 맘카페나 SNS, 단톡방(메신저 단체대화방)에서 마스크 만드는 방법이 유행처럼 퍼져 공유됐다. 친구는 몇 년 만에 재봉틀을 꺼내 마스크를 만들었다고 했다. 나는 1월 중순쯤에 마스크 30개가 들어 있는 제품(1만4490원)을 2박스 주문했다. 개당 483원 정도였다. 무슨 선견지명이 있었던 것은 아니다. 회사 동료가 황사를 대비해 미리 준비해놔야 할 것 같다고 해서 덩달아 산 것이 신의 한 수가 됐다.

'마스크 대란'을 체감한 건 주말에 대형마트로 장을 보러 갔을 때였다. 마스크 판매 줄이 길게 늘어서 있었고, 1인당 1박스씩만 판매한다는 방송이 연이어 나오고 있었다. 그때만 해도 '무슨 마스크를 사는데 줄까지 서?'라는 순진한 생각을 했다. 결제를 하려고 나오는데, 앞에 선 부부가 마스크 박스 하나를 들고 즐거워하듯 말했다.

"이거 인터넷에서 한 박스에 20만 원인데, 여긴 싸다."
     
응? 한 박스에 20만원? 설마… 호기심에 인터넷 검색을 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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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초, 인터넷쇼핑몰에 올라온 마스크 가격 ⓒ 이혜선

 
정말 그랬다. 일주일 만에 개당 2천~3천 원으로 가격이 오른 것이었다. 이것은 2월 초 가격이고, 2월 말인 지금은 같은 제품이 개당 4천~5천 원 정도에 팔리거나 사고 싶어도 살 수 없는 상황이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누군가는 위기를 기회로 삼아 돈을 쓸어 담고 있으리라.

사업의 풍경
     
남편은 건축 관련 제품을 파는 사업을 한다. 직장인과 다르게 사업이나 자영업을 하는 사람은 감염병 등의 여파를 직격탄으로 맞는다. 이미 지난달 건축박람회에 참가했을 당시 손해를 봤다. 평소 같으면 참가비를 뽑고도 남을 만큼 물건을 판매하고 업체 홍보도 충분히 했을 텐데, 이번엔 그야말로 사람 구경을 별로 못했다고 한다. 전시회 참가는 준비과정에서부터 품이 많이 드는 작업이다. 들인 노력 대비 성과가 없자 남편의 어깨는 축 처졌다.

게다가 방문 설치를 해야 하는 제품 특성상 매출은 떨어졌고, 영업활동도 거의 중단됐다. 업체와 미팅 날짜를 잡았던 것이 줄줄이 취소되고 있었다. 다음 전시회도 자동 취소됐다. 손님 없을 땐 그냥 쉬라고, 안될 때는 쉬어가는 것도 정답이라고, 힘내라고 해도 막상 본인에게는 견디기 힘든 일일 것이다. 그나마 아내인 내가 직장인으로 내가 돈을 벌고 있다는 것이 위안이라면 위안일까. 남편은 말했다.

"이런 때는 직장인이 가장 좋아 보여. 어쨌거나 월급은 나오잖아."

직장인에게도 또 다른 딜레마가 있다. 코로나19 위기 경보 단계가 '경계'에서 '심각'으로 격상되면서 학교와 유치원의 개학일은 늦춰졌고, 학원도 대부분 임시휴업을 하는 분위기다. 전국의 어린이집 역시 27일부터 3월 8일까지 휴원한다. 이런 상황에서 직장인들은 예외다. 학교 개학은 연기됐지만 학교 선생님들은 출근하고, 유치원과 어린이집은 문을 닫았으나 직장에 나가야 하는 실정이다.

나 같이 양가 부모님의 도움을 받아 양육하는 경우는 그나마 다행이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는 발만 동동 구를 수밖에 없다. 긴급보육 서비스가 있다고 하지만 이런 상황에서 아이를 맡기는 게 편치만은 않을 것이다. 결국 직면한 현실에서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건 언제나 개인의 몫이 된다.

내가 다니는 회사에서는 2주 이내 대구 지역 방문자와 발열하는 직원에 한해서만 재택근무를 권고하다가 최근 맞벌이 가정으로 대상을 확대했지만 단서조항이 많다. 시스템이 24시간 운영되는 업무 특성을 고려해야 하며, 고객의 협의나 리더의 재량에 따라 결정한다고 되어 있다. 강제가 아니니 사기업에서 이 모든 단서조항을 뚫고 쉬는 경우는 드물지 않을까? 쉬어야 하는 입장에서도 마음 편한 일은 아니다.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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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서울 광화문역 사거리 횡단보도에서 시민들이 코로나 19 예방 등의 이유로 마스크를 착용하고 출근하고 있다. ⓒ 연합뉴스


코로나19 확진자 수는 26일을 기준으로 1000명을 넘으며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이 속도가 언제 줄어들지 잘 모르겠다. 과연 통제되는 날이 오긴 올까도 싶다. 하지만, 역사가 그랬듯이 큰 범주에서 보면 인류는 바이러스를 다스리게 될 것이다. 그 인류에 속한 개인으로서 내가 지금 감당해야 할 것이 무엇이고, 지금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가 생각해 본다.

지금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 결국 개인은 위생을 철저히 하며 이 상황이 지나가기를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 코로나19를 원망하고, 누군가를 탓한들 현실은 달라지는 것이 없으니까. 과도한 걱정과 공포는 오히려 좋지 않다. 힘든 상황에서도 도덕적 가치를 잃지 않는 것이 중요하지 않을까.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그저 오늘을 묵묵히 버티며 살아내는 것이다. 봄이 오고 여름이 오면, 우리는 코로나19 사태가 지난겨울의 일이라며 회상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때쯤에는 남편의 처진 어깨와 한숨도 과거의 이야기가 됐으면 좋겠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이혜선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http://blog.naver.com/longmami) 및 브런치(https://brunch.co.kr/@longmami)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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