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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위비 협상 결렬', 미국인들도 두려워한다

[역사로 보는 오늘의 이슈] 주둔 어려워지면 미국 손해... 수세적으로 나갈 필요 없어

등록 2020.02.26 11:00수정 2020.02.26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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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회견하는 한미 국방부 장관 정경두 국방부 장관(오른쪽)과 마크 에스퍼 미 국방부 장관이 지난 24일(현지시간) 워싱턴DC 미 국방부 청사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0.2.24 ⓒ 연합뉴스

코로나 19로 한국이 곤란해진 상황에서,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이 오를 수 있다는 뉴스가 나오고 있다. 적어도 8.2% 이상으로 인상될 수 있다고 한다.

25일자 국내 언론보도에 따르면, 워싱턴 시각으로 24일 열린 정경두 국방장관과 마크 에스퍼 국방장관의 회담 뒤에 한국 정부 당국자가 기자들에게 "작년에 8.2%로 증가율을 많이 올리지 않았느냐?"며 "현 SMA(방위비 분담금 특별협정) 협상에서도 기본적으로 그런 수준부터 해서 어느 정도 증가율 자체를 다른 예년보다는 높게 책정하고 있다"고 발언했다.

8.2% 인상률을 언급한 뒤 '기본적으로 그런 수준부터 해서'라고 말했다. 10% 내외나 그 이상으로 올려줄 의향이 있다는 말이 된다.

2018년까지는 총 8차례의 방위비 협상을 2년 혹은 3년, 아니면 5년 간격으로 했다. 노무현 대통령 때인 2005년에 8.9% 삭감된 사례를 제외하면, 매 시기마다 방위비 분담이 계속 증가했다.

분담금 인상률은 1994년 제2차 때는 18.2%, 1996년 제3차 때는 10.0%, 1999년 제4차 때는 8.0%, 2002년 제5차 때는 25.7%였다. 그러다가 2005년 제6차 때는 8.9% 감소했다. 그 뒤로는 다시 플러스 인상률로 회귀해서 2007년 제7차 때는 6.6%, 2009년 제8차 때는 2.5%, 2014년 제9차 때는 5.8% 올랐다. 2019년 제10차 때는 8.2% 인상됐다.

지금처럼 해마다 협상을 하고 전년 대비 10%씩 인상하게 되면, 2~3년이나 5년 간격으로 협상할 때보다 인상률이 훨씬 높아지게 된다. 지금처럼 할 경우, 첫째 연도의 금액이 100이라면 둘째 해에는 110이 되고, 셋째 해에는 110의 10%를 더하므로 121이 된다. 넷째 해에는 133.1이 되고 다섯째 해에는 146.4가 되고 여섯째 해에는 161이 된다.

이렇게 되면 첫째 연도를 기준으로 할 때, 3년 뒤인 넷째 해에는 인상률이 33.1%가 되고 5년 뒤인 여섯째 해에는 61.0%가 된다. 과거에 없었던 고도의 인상률을 기록하게 되는 것이다.


인상률을 낮게 잡아서 해마다 8%씩 올린다고 하면, 첫째 해를 기준으로 3년 뒤의 인상률은 30.7%, 5년 뒤의 인상률은 58.2%가 된다. 이는 지금의 기조가 유지될 경우, 1991~2018년보다 2019년 이후의 인상률이 훨씬 높아지게 됨을 의미한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11월 3일 대통령선거에서 재선에 성공하게 되면, 방위비 분담금을 놓고 한국에 대한 압박의 강도를 한층 더 높일 가능성이 없지 않다. 그는 재선 성공을 자신의 정책에 대한 국민들의 지지로 해석할 것이다. 그렇게 되면 더욱 더 자신 있게 한국을 압박할 가능성이 있다.

한국을 불신하는 트럼프

트럼프는 김우중의 대우건설과 함께 합작 사업을 한 일이 있다. 1998년 11월 10일자 <경향신문> 기사 '70층짜리 뉴욕의 초호화 콘도 트럼프월드타워, 대우(에)서 인수'로부터도 확인할 수 있듯이, 뉴욕 국제연합(유엔) 인근에 세워질 당시 세계 최고층 주거용 건물의 공사를 따낸 기업이 바로 대우건설이다.

이 합작을 바탕으로 김우중과 트럼프는 서울 여의도에서도 사업을 벌였다. 63빌딩 근처의 대우트럼프월드아파트가 그것이다. 올림픽대로 쪽에서 보이는 이 아파트를 함께 세우는 조건으로 트럼프는 브랜드 사용료만 받아가기로 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난 2019년 11월 22일 불교방송(BBS) '이상휘의 아침 저널'에 출연한 자유한국당(미래통합당) 강효상 의원은 "워싱턴에서 '트럼프가 한국 이미지에 대해 왜곡된 정보를 갖고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며 "(여의도 합작 사업 때) 브랜드값만 받아가는 거였는데, 그때 대우가 어려워지면서 브랜드값을 제대로 못 받았다는 얘기가 있다"고 소개했다. 또 강효상 의원은 트럼프가 인천 송도에 투자했다가 이익을 얻지 못한 부동산업자 게일에게 '한국은 게임의 룰을 지키지 않는 나라'라는 말을 했다고 소개했다.

1997년 IMF 외환위기로 휘청거리던 대우로부터 만족할 만한 대가를 받지 못한 기억이 한국에 대한 트럼프의 태도에 영향을 줬을 가능성을 보여주는 일화들이다. 

그런 그가 한국을 압박해 방위비 분담금을 인상시킨 상태에서 대통령 재선에 성공하게 된다면, 내년부터는 미국의 방위비 압박이 한층 더 강해질 수도 있다. 한국인들이 매년 몇 개월씩 방위비 때문에 골머리를 앓아야 한다는 말이 되는 것이다.

11월 대선에서 민주당 후보가 당선된다면 상황이 개선될 수는 있겠지만, 지금의 기조가 크게 바뀌지는 않을 것이다. 현재까지 세 차례의 민주당 경선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는 버니 샌더스가 당선된다고 해도 마찬가지다. 아무리 진보적일지라도 일단 백악관에 들어가면 기존의 미국 대통령처럼 행동할 수밖에 없을 뿐 아니라, 미국의 재정 상황이 악화돼 외국의 도움이 없으면 전 세계 미군을 유지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는 한국이 이번 미국 대선 전에 분명한 태도를 보여주지 못하면, 앞으로도 계속 방위비 문제로 괴롭힘을 당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8.2%보다 높은 수준으로 분담금을 올려주는 것이 위험한 이유다.

주한미군 차질 빚으면, 손해는 미국이 본다

필리핀은 미군이 철수하기 전인 1976~1991년 기간에 미군기지 사용료를 받았다. 과거의 한국은 기지 사용료를 받지는 못했지만, 상당액에 달하는 미국 원조를 받았다. 미국은 일본열도-한국-오키나와-필리핀-괌을 연결하는 태평양 방어선에 미군을 배치하는 대신, 이 지역에 각종 형식의 원조를 제공했다.

동유럽 공산권이 약해지고 소련이 붕괴한 1990년대 초반부터, 미국이 해외에 군대를 배치할 명분은 현저히 약해졌다. 그래서 그때부터는 미국이 동아시아에서 군대를 철수시키거나 아니면 더 많은 금전적 대가를 지불하는 게 원칙이었다.

그런데도 하필이면 그 시기부터 한국은 주한미군 방위비를 분담했다. <노태우 회고록> 하권에 따르면, 딕 체니 국방장관은 1990년 2월 15일 청와대에서 노태우 대통령에게 "북한의 위협은 여전히 존재"한다며 "공동 방위비 분담이 이뤄지기를 바랍니다"라고 압박을 가했다.

그 전에도 북한의 위협은 있었다. 그런 시절에도 방위비를 분담시키지 못했던 미국이, 탈냉전으로 인해 한반도 위기가 감소한 상황에서 북한 위협을 명분으로 방위비 분담을 관철시켰다. 

2018년 9·19 남북 군사합의 이후로 한반도의 전쟁 가능성은 한층 더 낮아졌다. 그런데도 한국은 이전보다 많은 방위비를 낼 뿐 아니라, 매년 한번씩 분담금을 인상해줘야 할 상황에 처해 있다. 1990년대 초반의 어이없는 상황이 지금 다시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태평양이라는 바다만 들어내면 동아시아와 미국 서해안은 서로 맞닿는다. 미국이 태평양 서쪽에 군대를 배치하는 것은 미국 서해안을 지키기 위해서다. 그렇기 때문에 방위비 협상이 지연돼서 주한미군이 차질을 겪게 되면, 손해 보는 쪽은 한국이 아니라 미국일 수밖에 없다.

최근 방위비 협상이 진척되지 않자 미국 내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는 것도 그 때문이다. 지금 미국인들이 염려하는 것은 분담금을 못 받게 될까봐서가 아니다. 혹시라도 주한미군이 철수하게 되고 그로 인해 미국 안보에 구멍이 뚫리지 않을까 염려하고 있다.

21일자 CNN 인터넷판 기사 '합중국과 남한이 군대비용 분담 합의에 이르지 못할 수 있다는 우려 증대(Concerning growing US and South Korea could fail to reach an agreement on troop cost-sharing)'는 미국 국방부와 군부 관계자의 말을 근거로 분담금 협상의 결렬 가능성을 보도하면서 "(트럼프)의 요구가 서울 측을 분노케 하고, 미국의 양당 의원들을 염려케 하고 있다"며 우려를 표시했다.

기사는 미국이 한국을 압박할 목적으로 주한미군 한국인 노동자들을 무급휴직 시키는 문제에 대해서도 염려를 표했다. 이것이 미국 안보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협상) 교착 상태가 단기간 계속되면, 미군이 한국인 노동자들의 업무를 떠안게 돼 북한이 핵 프로그램 작업을 계속 하는 상황에서 합중국 군대의 대비 태세를 잠재적으로 훼손할 수 있다. 장기적으로 보면 미국의 아시아 동맹이라는 기반에 손실이 생길 위험이 있다."
 

방위비 협상이 실패해서 한국인 노동자들이 휴직하게 하면 단기적으로는 미군 병사들이 고단해지고 장기적으로는 미국의 아시아 전략이 어려워질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은 것이다.

"트럼프의 구두쇠 외교, 한반도 외교 파멸시켜"

외교 전문지 <포린 폴리시(Forerign Policy)>가 운영하는 FP(foreignpolicy.com) 사이트에 실린 2019년 12월 10일자 기사 '트럼프의 구두쇠 외교가 한반도 외교를 파멸시킨다(Trump's penny-pinching dooms his Korean diplomacy)'는 트럼프의 증액 요구가 부당하다는 점, 한국이 평택 미군기지 이전에 큰 도움을 줬다는 점, 한국이 미국산 무기를 많이 수입하고 있다는 점 등을 언급했다. 또 방위비 문제로 한국을 잃게 되면 냉전 시절의 서독을 잃는 것과 다를 바 없다고도 경고했다.

"점점 더 공격적이고 권위주의적인 중국이 합중국의 주요 경쟁자로 부상하는 상황에서, 동맹국 한국을 잃는 것은 냉전 초반에 서독을 잃는 것과 유사할 것이다."

기사는 한국을 분노케 하면 미국의 대북 전략에도 지장이 생길 수 있다는 점을 환기시켰다.

"역설적인 사실은, 남한에서 더 많은 돈을 짜내려는 트럼프의 시도가, 그가 북한을 비핵화하기 위해 얻어낸 얼마간의 성과를 무효화시킬 수도 있다는 점이다."

북한과 미국은 쉽게 인정하지 않지만, 만약 한국이 빠지게 되면 북미 대화가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북한과 미국이 일대일로 접촉하는 것은 쉽지 않다. 상황이 순조로울 때는 몰라도, 그렇지 않을 때는 북미 직접 접촉이 그다지 생산적이지 않다.

중국의 중재도 효과가 별로 없다는 점은 6자회담으로 이미 충분히 입증됐다. 한국이 중재자가 됐기에 북미 정상이 세 차례나 만날 수 있었다고 볼 수 있다. 트럼프가 이를 간과하고 한국을 압박하면 북미관계가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처럼 방위비 협상이 결렬돼 주한미군이 어려움을 겪게 되면 한국보다 미국이 더 곤란해질 거라고 미국인들은 믿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설령 한국이 방위비 분담을 거부하고 기지 사용료와 기지 환경정화비용을 요구한다 해도, 미국은 한국의 요구를 거부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미국 입장에서는 돈을 주고서라도 군대를 주둔시킬 이유가 있기 때문이다. 이런 객관적인 상황을 무시한 채 트럼프의 과도한 요구에 끌려다닌다면, 이는 국민 세금을 귀하게 여기지 않는다는 증거밖에 되지 않을 것이다.

지금 한국군의 군사력은 세계 6위나 7위 정도 된다. 무역 규모로 봐도 비슷하다. 이 정도 국가가 약소국일 수는 없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들은 세계 5대 강대국들이다. 한국은 그 5대 강대국에 근접해 있다. 방위비 협상에서 한국이 밀릴 이유가 없다.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한미동맹 #트럼프 #북미관계 #한미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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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mjongsung.com.일제청산연구소 연구위원,제15회 임종국상.유튜브 시사와역사 채널.저서:대논쟁 한국사,반일종족주의 무엇이 문제인가,조선상고사,나는 세종이다,역사추리 조선사,당쟁의 한국사,왜 미국은 북한을 이기지못하나,발해고(4권본),패권쟁탈의 한국사,한국 중국 일본 그들의 교과서가 가르치지 않는 역사,조선노비들,왕의여자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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