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건강권 위해 다양한 주체의 '알권리'부터 보장하는 미국 캘리포니아

[청소년 노동안전보건 플랫폼이 필요하다 ⑤] 청소년 노동안전보건 관한 외국 사례

등록 2020.02.27 12:16수정 2020.02.27 1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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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하는 청소년은 우리 주변에서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다. 통계청과 여성가족부가 발표한 '2019 청소년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중고생 중 아르바이트를 한 적이 있다고 응답한 비율이 9.0%에 달했다. 그만큼 일터에서 다치는 경험도 많다. 하지만 산업재해보상보험이 있는지조차 알지 못하는 경우가 많고, 사업주의 눈치 때문에 제대로 치료하지 못한다. 일하는 청소년의 노동안전보건 문제는 우선 '알 권리' 보장에서부터 출발할 수 있다. 일터에는 어떤 위험이 있는지, 노동자는 자신의 안전/보건 문제를 지키기 위해 어떤 권리가 보장되고 있는지, 어떻게 그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지 등 다양한 정보에 대한 접근권이 필요하다. 

노동안전보건단체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는 이러한 문제의식에 기반하여 지난해 '청소년 노동안전보건 플랫폼' 연구를 진행하였다. 국내, 해외 청소년 노동안전보건 플랫폼(홈페이지)을 비교 분석하여 우리나라에도 청소년을 대상으로 하는 노동안전보건 플랫폼 구축의 필요성을 확인하였다. 관련하여 정리한 내용을 앞으로 기획 연재를 통해 알리고자 한다.[기자말]
청소년들의 산재 경험과 알권리 부재 문제

지난 2월 21일에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가 주최한 '2020 청소년 노동안전보건 콘텐츠 공모전'이 개최되었다. 시상식이 열리기 전 당선자들과 인터뷰가 있었고, 그 자리에 참여하게 되었다.

인터뷰에 참여한 4명의 청소년에게 물었다. 혹시 산업재해보상보험법과 같은 법제도나 노동자에게 사고나 질병이 발생했을 때 요구할 수 있는 권리에 대해 들어본 적이 있는지 말이다. 참여자들은 학교에서나 어디에서나 제대로 들어본 적이 없다고 답했다. 그나마 학교 노동인권 교육에서라도 산재 실무가 다뤄졌을까 싶어 다시 확인했지만 다들 생소하다고 했다. 우선 교육 시간이 짧기도 하고 근로기준법과 관련된 내용을 다루기에도 주어진 조건이 여의치 않다. 그중에서도 노동안전보건 내용은 사각지대에 놓여있다.

지난해 경남청소년노동인권네트워크와 경상남도비정규직근로자지원센터는 청소년 1천316명을 대상으로 노동인권 의식과 노동 실태를 알아보는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이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일하는 청소년에 대한 부당 대우가 심각한 것이 확인됐다. 응답자의 26%가 부당한 대우를 받았다고 하였고, 계약한 임금보다 적게 준 것이 62%에 달했으며 근무 장소나 내용이 약속과 다른 것, 일방적 해고, 일하다 다쳤을 때 보상을 제대로 못 받은 경우가 30%에 달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여전히 근로계약서를 작성하지 않는 문제나 임금 체불 등 기본적인 계약 사항을 이행하지 않는 것도 문제지만 일하다 다쳤을 때 필요한 조치를 사업주가 제대로 취하지 않은 것에 대한 문제점도 이번 조사에서 확인된 것이다. 실제 일하는 과정에서 다친 문제를 산업재해로 인지하지 못한 경우가 더 있을 것으로 고려한다면 청소년들의 산업재해 경험은 더 높을 것으로 추측된다.

캘리포니아주, 다양한 주체에게 보장되는 알권리

미국 캘리포니아주는 일하는 청소년에게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기 위한 독립적인 홈페이지(www.youngworkers.org)를 운영 중이다. 청소년 노동자의 권리와 사업주의 책임에는 무엇이 있는지, 청소년들이 주로 일하는 일터에서의 유해위험요인은 어떤 것들인지, 청소년과 관련된 통계 및 다양한 자료가 게시되어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에서 운영하는 청소년 노동 관련 홈페이지 메인 화면(http://youngworkers.org) ⓒ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주목할 점은 교사, 학부모, 교육활동가 등 관련된 주체들이 청소년 노동자들과 위험, 건강에 대해 의사소통할 수 있는 다양한 콘텐츠들을 제공하고 있다는 점이다. 더욱 효과적으로 교육 효과를 높이는 방안이 여러 방면에서 연구되고, 개발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청소년 노동의 변화 흐름과 관련하여 달라지는 유해위험요인을 찾아내고 개선해나가는 방안들이 정체되지 않도록 노력하고 있다.

이 외에도 일하는 청소년, 부모, 교사, 고용주, 의사 등 청소년 노동자와 관계 맺고 있으며 서로 영향을 주고받을 수 있는 대상별로 기본적인 안내사항과 필요한 자료를 제공하고 있다.

일하는 10대 부모에게 제공하는 자료의 일부 내용을 살펴보면 관련된 법을 알 것을 권장하고, 자녀가 보내는 '경고 사인'을 확인해보라고 안내한다. 체크 항목으로 일을 하는데 행복해하지 않거나, 피곤해하거나, 흥미를 잃거나, 직장에서 상처를 받았다거나 여러 측면에서 확인할 것을 권장한다.

또한, 자녀와 일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면서 위험 신호를 알아챌 수 있도록 한다. 구체적으로 어떤 일을 하는지, 직업 훈련을 받았는지, 몇 시간 동안 일을 하는지 등 직접 자녀에게 물어봄으로써 필요한 정보를 수집하고 위험을 인지하도록 하는 것이다.

그리고 의료인도 환자 중 일하는 청소년이 있을 수 있음을 환기시킨다. 문제를 파악하기 위해선 제대로 잘 질문하는 것이 중요한데, 2쪽으로 구성된 내용에는 주요한 내용이 담겨있다. 예를 들어 10대 환자에게 '지금 일을 하고 있는지?' '어떤 종류의 일을 하는지?'를 가장 첫 번째 질문으로 제시하고 있다. 답하기 어려워할 경우를 예상하여 실제 일터의 유해위험요인을 제시하는데 그 내용에는 뜨거운 액체, 공구 사용, 무거운 물건, 젖거나 미끄러운 곳에서 일하는지, 화학 약품을 사용하는지 등 우리나라에서는 '감내'해야 하는 것으로 여겨지는 일터의 위험을 정확하게 짚고 있다.

'질문할 수 있는가?' 청소년 건강권의 열쇠

인상적인 것은 일하는 청소년이 자기 일에 대해 어떤 걱정과 우려가 있는지 일터에서 질문하거나 받거나, 답할 기회를 받았는지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제시하는 점이다. 일터에서 무언가에 관심이 있으면 사업주나 상사나 직장 선배, 동료들에게 질문하거나 말을 하기 편안한지, 혹은 관련해서 질문을 받아본 경험이 있는지를 의료진이 10대 환자에게 물어볼 것으로 권장된다. 또한, 청소년 노동자 스스로 자신의 직업과 관련이 있다고 생각되는 증상이 있는지를 묻는다는 점이다.
 

사이트에서 제공하는 일하는 청소년의 부모가 알아야 하는 정보에 대한 내용이 담긴 유인물 ⓒ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이를 통해 병원에 방문한 10대 청소년 노동자에게 무엇보다 자신의 건강 상태를 노동환경과 연관 지어 볼 수 있게끔 다양한 장치를 제공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리고 이러한 기회 제공은 홈페이지라는 플랫폼을 통해 다양한 주체들에게 제공하고 있다.

이처럼 미국 캘리포니아주의 플랫폼 검토를 통해 다시 중요성을 확인할 수 있는 것은 청소년 노동자의 건강권이 보장되기 위해서는 일하는 청소년 당사자뿐만 아니라 관련된 다양한 주체들에게 노동안전보건 감수성을 기준으로 필요한 정보가 마련되고 제공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더불어 정보가 제공되는 것도 중요하지만 누구의 입장과 관점에서 정보가 생산되고 전달되느냐도 매우 중요하다.

일하는 청소년과 관계된 여러 대상자에게 알 권리가 보장될 때, 청소년 노동안전보건 문제의 해결 방안이 실효성을 갖출 수 있다는 인식에서부터 우리나라에서도 청소년 노동안전보건 플랫폼 구축이 필요하다.
덧붙이는 글 이 글은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나래 상임활동가가 작성하였습니다.
#청소년노동인권 #청소년노동건강권 #알권리 #플랫폼 #캘리포니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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