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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최전선 대구 간호사들 "매일 누구 하나는 꼭 운다"

[인터뷰] 대구 대형병원 간호사 "불안감이 가장 큰 문제"

등록 2020.02.27 21:18수정 2020.02.27 2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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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오전 부산 동래구보건소 선별진료소에서 보건소 관계자가 코로나19 의심 환자가 잠시 없는 사이 창밖을 바라보며 두 손을 모으고 있다. ⓒ 연합뉴스

   
"사실 일하다가 맨날 누구 하나는 꼭 울어요. 정서적으로도 많이 불안하기도 하고, 체력적으로도 힘든 상태라서요. 심지어 요즘은 혹여 가족들에게 감염될까봐 간호사들 대부분 따로 나와서 생활하고 있거든요. 다들 많이 예민해져 있어요."

대구의 한 대형병원에서 근무하는 이하나 간호사(익명)의 말이다. 그의 병원에서도 코로나19 확진자의 치료와 선별 진료 업무가 병행되고 있다.

이 간호사는 코로나19 환자들을 돌보기 시작한 지난 21일부터 병원 내 숙소에서 격리 생활을 하고 있다. 현장 최일선에서 근무하는 본인과 가족 간의 접촉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다.

이 간호사는 "현장에서 근무하다 보니 누군가 콧물만 흘러도 다들 불안해한다"며 "하지만 몸이 조금 안 좋은 느낌이 들 때 곧장 코로나19 검사를 받아야 하는지 참아야 하는지, 내적 갈등이 든다"고 토로했다. 검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 자가격리해야 하는데, 이 경우 현장 인력이 더 부족해진다는 이유에서다.

이어 그는 "언론도 그렇고 많은 분들이 의료진 하면 의사들을 떠올리지만, 간호사들도 현장 최일선에서 감염 우려를 딛고 근무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줬으면 좋겠다"고 토로했다.

이 간호사는 27일 오전 전화 인터뷰 도중 여러차례 "현장 간호사들에 대한 체계가 너무 부족하다"라고 지적했다. 아래는 그와 나눈 일문일답이다. 

"방호복, 20분만 입어도 땀이 흥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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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오후 서울 구로구 고려대학교구로병원 응급실 앞에서 의료진이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예방을 위해 내원객들의 시민들의 발열을 체크하고 있다. ⓒ 유성호

 
- 현장 상황은 어떤가?
"간호사들의 업무가 상당히 늘어났다. 병원 관계자들의 감염 가능성을 줄이기 위해 청소하는 분들의 업무 일부도 저희가 맡아서 하고 있다. 하지만 가장 큰 문제는 간호사들이 겪는 불안감이다. 이 병을 처음 마주하는 만큼 감염을 피하기 위해서 어디까지 조심해야 하는지에 대한 확실한 답이 없기 때문이다. 위험을 방지하기 위해 의료진 모두가 최대한의 안전 장비를 갖추고서 진료를 보는 상황이다. 사실 폐렴만 해도 레벨D 방호복까지 입어야 할 필요는 없지만, 지금은 최대한 갖추고서 환자를 보고 있다."


- 최근 대구에서도 보호구를 비롯한 방역물품이 상당히 부족하다고 들었다.
"맞다. 보호장비를 아껴야 하는 실정이다. 그래서 환자 병실에 자주 들어가지도 못한다. 일반적으로 간호사가 의사보다 환자 병실을 들어가는 횟수가 잦다. 식사 보조, 환자 관리, 내부 청소 등 환자와 관련된 업무 다수를 간호사들이 맡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은 병실 출입을 최소화하고 이곳에 머무르는 시간을 늘여서 물품을 아끼고 있다. 결국 방호복 입는 시간이 길어진다는 건데, 레벨D 방호복은 20분만 입어도 온몸에 땀이 흥건해진다. 코로나19 중증 환자를 보는 의료진들은 이걸 2시간 동안 입고 있어야 한다."

- 간호사들 모두 레벨D 방호복을 입고 벗는 것에 대한 숙지가 된 상태였나?
"아니다. 거의 보호 장비 던져주고 알아서 입으라고 한 식이었다. 아무래도 감염병 전문 병원도 아니다 보니 이런 부분에 대한 교육은 충분하지 않았다. 방호복 입고 벗는 법은 간호사들끼리 동영상을 나눠 보면서 배웠다."

- 현장의 방역 대응 및 지침은 체계적으로 이뤄졌나?
"아니다. 정부에서 내려온 큰 지침은 있었지만 실제 현장에서 적용할 세부 지침이 없었다. 특히 저희 병원은 코로나19 발병하고 늦게 대응한 것도 있어서, 발병 초기만 해도 제대로 된 세부 지침이 마련되지 않았다."

- 코로나19에 늦게 대응했다는 건 어떤 의미인가?
"우리 병원은 2015년 메르스 이후부터 음압병실 일부를 운영해왔다. 그런데 병원은 코로나19 발병 초기만 해도 우리 병원으로 확진자가 오지 않을 거라면서 사전 대책을 마련하지 않았다. 국가지정 병원이 아니어서 이곳까지 환자가 오진 않을 거라는 논리였다. 사실 음압병실이 마련된 이상 이곳에 환자가 오는 게 당연한 거 아닌가. 병원은 사전 준비가 되지 않은 상태에서 급작스럽게 환자들을 받았다. 미리 대비를 했다면 너무 좋았겠지만, 이런 점이 부족했다."

최전선에서 싸우는 간호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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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다수 나온 19일 오후 대구시 중구 경북대학교 병원에 긴급 이송된 코로나19 의심 환자가 도착하고 있다. ⓒ 연합뉴스

 
- 초기에 현장 세부지침이 부족하다고 했는데, 현재는 어떤가. 
"최전방에서 근무한, 현장 상황 잘 아는 간호사들이 자체적으로 공부하면서 세부 지침을 만들어가고 있다. 사실 국가에서 내려오는 지침은 국가지정 병원에 준해서 만들어진 내용이다. 그래서 우리 병원에 맞는 세부체계가 따로 필요하다. 예를 들어 코로나19 환자를 위한 임시 1인실을 만들기 위해 방호벽을 얼마나 설치해야 하는지, 병실을 들어갈 때 어떤 물품들을 챙겨야 하는지, 환자들을 어떻게 돌봐야 하는지, 이들이 사용한 시설의 위생은 어디까지 신경 써야 하는지 등에 대한 것들이다.

- 이밖에 대구 현장에서의 겪는 고충이 있다면 무엇인가.
"급작스러운 상황인 만큼 대구 현장에 있는 간호사들이 느끼는 불안감이 가장 큰 문제다. 현재 간호사들 대부분이 가족들과 떨어져서 지내고 있다. 지금 같은 상황에서는 가족들과 떨어져서 지내는 걸 힘들어하는 간호사들도 많다. 다들 정서적으로 불안하니까 매일 누구 하나는 운다.

의료진뿐만 아니라 환자들을 대면하는 과정에서 얻는 심리적 부담도 크다. 코로나19 초반에는 병원의 격리지침을 따르지 않는 분들이 많았다. 물론 지금도 의심환자들 가운데 본인이 왜 격리돼야 하는지 납득 못하는 분들도 있다. 이때 환자를 설득· 설명하는 데 드는 시간이 상당하다. 이런 상황을 마주할 때마다 정말 힘들다."

- 대구 방역 최전선에 있는 간호사로서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무엇일까.
"선별진료소에서는 의사 중심으로 검사가 진행된다. 의사가 꼭 있어야만 한다. 그런데, 병동에서는 코로나19 검사할 때나 피검사 할 때 제외하고는 의사가 병실에 있지 않는다. 간호사가 나머지 환자 관리 업무를 맡는다. 환자 식사, 건강 관리, 병실 청소 등 대부분의 업무다. 하지만 다수의 언론은 대구 현장 의료진의 범주에 의사들만 놓고 다루는 것 같다. 현장 한가운데에 간호사들도 감염 위험을 감수하며 일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줬으면 좋겠다."
#코로나19 #신종코로나 #확진자 #의료진 #대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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