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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북한 '취약계층'에 더 위험할 수 있다

전문가 "북, 외부에 접근 허락해야"

등록 2020.02.28 18:12수정 2020.02.28 1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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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소독 작업 중인 북한 선교구역위생방역소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지난 24일 "각지에서 신형 코로나비루스(바이러스) 감염증을 철저히 막기 위한 위생방역사업의 도수를 더욱 높여나가고 있다"고 보도했다. 사진은 선교구역위생방역소에서 소독 작업을 하고 있다. ⓒ 뉴스1

 
한국에서 폐쇄병동·장애인시설·요양병원·종교시설 등을 중심으로 코로나19 '집단감염' 사례가 늘고 있다. 일각에서는 북한에서도 비슷한 일이 벌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시설 수용자·장애인·노인·아동 같은 사회적 소수자도 여타 환자와 동등하게 안전한 치료를 받을 권리가 보장돼야 하지만, 감염병이 창궐하면 이들은 다른 집단보다 더 높은 위험에 노출될 가능성이 있다. 폐쇄병동이나 장애인시설은 외부와 격리돼 있다. 하지만, 내부에선 공간을 함께 쓰면서 집단생활을 하기 때문에 한 번 감염병이 발생하면 집단 발병이 생길 수 있다.

전문가들은 북한에서도 이 같은 사례가 관찰될 가능성이 적지 않다고 보고 있다. 특히 북한 주민 약 32%가 감염병을 앓고 있다는 추정치도 나온 적이 있으며, 북한 주민 43% 이상이 영양실조 상태라는 조사 결과(WHO 2019 결핵보고서)도 나온 바 있다.

그동안 코로나19의 확산 및 확진자·사망자 현황을 종합하면 60세 이상 고령자·기저질환 보유자의 사망 비율이 높은 것으로 보인다. 전파력은 사스보다 더 강하다고 팡가된다. WHO는 각국에 그동안 코로나19가 사스와 비슷하다고 보고 수립했던 방역정책 점검과 전략 수정을 요청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은 자국 선전매체 등을 통해 확진자가 없다, 방역이 잘 되고 있다고 알리고 있지만, 코로나19에 안심할 근거는 낮다. 감염병 극복에는 '자가면역력'이 중요한데, 이것은 평소 영양상태에 달려 있기 때문이다. 젊은이라도 영양실조 상태라면 코로나19 같은 감염병을 극복하기 어려운 조건이 된다. 

그래서 세계보건기구(WHO)나 유엔아동기금(UNICEF) 등 국제기구는 북한에 자연적·사회적 재난이 닥칠 때마다 어린이·여성·노인을 가장 취약한 계층으로 지목하고 이들이 최소한의 인간다운 삶을 영위하도록 돕는다는 목표 아래 각종 지원을 해왔다.  

윤여상 국민대 법무대학원 교수는 지난 27일 통화에서 "북한에선 더 심각할 것이다, 북한은 진단키트 부족 등 진단 능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인지하지 못하는 새에 상황이 악화될 가능성이 높다"라면서 "(환자 본인이나 북한 보건당국이 병명을) 모르고 사망할 수도 있다"라고 짚었다.


북한 시설 내 집단감염 가능성에 대해서는 "구금시설 같은 곳은 진단할 수도 없고, 외부에 알려지기도 어렵다"라면서 "간수들은 (안전한 곳을 찾아) 이동할 수 있지만, 수용자들은 폐쇄병동에서처럼 밀폐된 내부에 있다가 다수의 사망자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라고 우려했다.

남한 내 저소득층 아동이 코로나19 취약계층으로 지목됐듯이, 북한 내 또다른 취약계층은 '아동들'이다. 과거 김일성은 '어린이를 사랑한 지도자'로 알려졌다. 김일성은 탁아소·유치원 등으로 현지지도를 많이 다녔고, 거기서 만난 어린이들과 폴라로이드 카메라로 기념사진을 찍고 사진을 선물로 줬다. 그는 어린이를 위한 복지·교육정책도 많이 만들었다. 그래서 서양 언론은 일찍부터 북한의 어린이들은 '왕처럼 산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하지만 북한이 경제난에 직면하면서 가장 먼저 피해를 본 것은 어린이들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2017년 유니세프 통계에 따르면, 북한의 5세 미만 아동 사망률은 1000명당 15명으로 남한(3.3명)보다 5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만성 영양실조를 겪는 5세 미만 아동은 27.9%로, 남한의 2%에 비하면 13배가 넘는 수준이다.
   
시네 폴슨 유엔인권 서울사무소 소장은 지난해 9월 북한인권정보센터(NKDB)가 개최한 '북한주민 건강권' 세미나에서 "북한 양강도에 거주하는 아동은 평양 거주 아동보다 '성장 지연'을 겪을 확률이 3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면서 "국제사회의 지원이 장애인과 여성, 특히 수감자 등 가장 취약한 계층에 도달해 더 이상의 차별과 취약성 확산을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북한 내 이런 상황에 따라 우리 정부는 지난해 12월 초 WHO를 통해 북한 모자보건 의료지원사업에 500만 달러를 지원하기로 했다. 같은 해 6월에도 북한 영양·모자보건 사업 지원 목적으로 세계식량계획(WFP)과 유니세프를 통해 800만 달러를 지원했다. 쌀 지원과 달리 어린이와 모성보호를 위한 지원은 북한도 수락했다.

한편 북한은 영역 내 확진자가 '0명'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북중은 약 1300㎞에 달하는 긴 국경을 마주한 데다 북한과 인접한 중국 지린성과 랴오닝성에선 200여 명의 확진자가 나왔다. 양국은 현재 국경을 봉쇄했어도 겨울철에 얼어붙은 압록강과 두만강을 통해 주민들이 왕래할 수 있어 우려가 크다.  

북한은 에볼라, 메르스, 사스 사태 때 감염 규모를 밝히지 않았으며 지난해 아프리카돼지열병 사태 때도 세계동물보건기구(OIE)에 1건을 신고했다. 1990년대 중반 이른바 '고난의 행군' 시기에 약 45~50만 명(북한 인구의 2.5%)이 아사한 것으로 추정됐으나 기근 사실을 인정하지 않았다. 북한은 신종 플루 유행 때에만 WHO에 보고했다.  

윤여상 교수는 "북한 당국이 국제사회에 지원 요청을 해야 한다"면서 "북한에게 사실관계를 조사해서 투명하게 공개하라고 권고하고, 그걸 전제로 국제사회가 도와주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제시했다.   

토마스 오헤아 킨타나 유엔 북한인권특별보고관도 지난 26일 보도자료를 내고 "북한이 감염증 우려로 고립을 심화하는 것은 올바른 답이 아니다"라며 "북한 밖에선 국제공동체가 대응을 준비하고, 내부에선 북한 정부가 보건 전문가와 인도주의 활동가의 제한 없는 완전한 접근을 허용해야 한다"고 밝혔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은 코로나19 사태에 대한 최근 보고서에서 1998~2000년 남한에서 근절된 말라리아 환자가 휴전선 인근 국군장병과 주민을 중심으로 4000여 명 재발생한 사례와 2019년 북한에서 발생한 아프리카돼지열병이 야생 멧돼지를 통해 남한으로 확산된 사례 등을 들며 "보건 인프라가 취약한 개도국의 감염성 질병을 예방·대응하기 위한 국제협력을 강화하면서 식수 공급 및 병원 설립 같은 물적 인프라 외에도 개도국의 보건의료 시스템 및 서비스 분야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코로나19 #신종 코로나 #집단감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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