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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구 공천 않겠다"... 위기에 빠진 안철수

[주장] 사실상 '반문연대'로 선회... 막 내린 '중도실험'

등록 2020.02.28 18:52수정 2020.02.28 1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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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 "전국 253개지역구 후보 안내겠다"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가 2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4·15 총선에서 "전국 253개지역구에 후보를 내지 않겠다"라고 발표하고 있다. ⓒ 남소연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오는 총선에 지역구 후보를 아예 공천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국민의당 이름은 정당투표용지에서만 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있었던 당 내외 인사의 탈당 그리고 미래통합당의 합류 압박을 버티지 못하고 반문연대로 선회한 것으로 읽힌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28일 '총선에서 지역구 후보를 공천하지 않고 비례대표 후보만 내겠다'는 방침을 발표했다. 그는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253개 지역 선거구구에 후보를 내지 않기로 했다"라며 "지역 선거구에서 야권 후보를 선택해 문재인 정권을 심판해 주시라"라고 호소했다.

또한 "비례공천을 통해 실용적 중도의 길을 개척하고, 야권은 물론 전체 정당 간의 혁신 경쟁, 정책경쟁을 견인하겠다"라고 언급했다. 이는 지역구 후보는 내지 않아도 비례대표 후보는 선거에 낼 것이니 정당투표에 집중하겠다는 의미로 해석 가능하다.

그리고 "오늘의 결정이 이번 총선에서 전체 야권의 승리를 끌어낼 수 있다고 확신한다"라는 말을 남겼다.

자강론과 배치된 입장

안철수 대표의 발표는 그동안 있었던 자강론과는 배치되는 입장이다. 안철수 대표는 그동안 미래통합당과의 선거 연대와 통합을 부정해 왔다. 그는 과거 국민의당 창당대회가 끝나고 기자들에게 미래통합당과의 선거연대 여부에 대해 질문을 받자 '실례되는 질문'이라면서 반박한 바 있다. 미래통합당 이준석 최고위원의 러브콜에도 별다른 입장 발표가 없었다.

그러나 지역구 후보를 아예 내지 않겠다고 한 것은 미래통합당과의 연대나 다름없어 보인다. 접전 지역구에서 야당의 표를 빼앗지 않기 위해 지역 인사들의 출마를 봉쇄한 것이기 때문이다. 결국 자신의 말을 뒤엎고 간접적인 방법으로 반문연대에 합류한 것이다.


한국의 정당사상 비례대표 출마만을 노리고 지역구 후보 포기를 선택한 정당은 찾아보기 어렵다. 박정희 정부 시기 있었던 원내교섭단체 유신정우회는 지역구 의원이 아닌 전국구 의원으로 구성됐으나, 이는 유신 체제 하의 기형적인 정치체제가 만들어낸 산물일 뿐이었다. 유신정우회는 제5공화국 이후 해체됐고, 어떤 정당도 유신정우회의 전철을 따르지 않았다.

현재 있는 정당 중에서는 한선교 대표의 미래한국당이 지역구 출마가 없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하지만, 미래한국당은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하에서 표를 얻어내기 위해 만들어진 미래통합당의 위성정당 성격이 강하다는 비판이 있다. 미래통합당의 위성정당으로 활동하기 위해 지역구 선거를 포기했다는 것이다. 선거 직후에 미래통합당과 합당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선거가 얼마 남지 않은 지금, 비례대표 후보를 위한 영입 활동이 이뤄지기도 쉽지 않다. 안철수 대표 본인은 이미 총선에 출마하지 않기로 선언한 상황이다. 본인을 비례대표 순위에 배치해 당선되는 전략도 쓰기 힘들다. 그런데도 안철수 대표가 비례대표용 정당을 표방한 이유는 무엇일까.

'비례용 정당' 표방한 안철수, 이유는

가장 큰 이유는 당 내외 인사들의 탈당과 미래통합당의 합류 압박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앞서 안철수계 비례대표로 알려진 김중로, 이동섭 의원이 미래통합당에 합류한 이후, 남은 비례대표 인사 중 김삼화, 김수민, 신용현 의원이 미래통합당 입당을 결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미래통합당에 입당한 인사들이 대부분 자신이 원하는 지역에 공천을 받은 것도 영향을 줬을 것으로 보인다. 김근식 후보는 서울 송파병 공천을 받았고, 김영환 전 국민의당 의원은 미래통합당의 최고위원으로 임명됐다. 

원외 인사 중에는 안철수 대표의 공보역할을 담당했던 김철근 전 바른미래당 대변인과 장환진 국민의당 창당준비위원회 집행위원회 부위원장이 미래통합당에 합류한 바 있다.

이런 상황에서 독자 노선을 고집하는 것은 안철수 대표와 국민의당 인사 모두에게 부담이 크다. 선거비용을 보전받지 못할 가능성도 크고, 야권의 총선 패배시에 패배에 대한 부담을 오롯이 짊어지는 위치에 서기 때문이다. 때문에 안철수 대표의 선택은 고심 끝에 나온 어려운 선택이라 할 수 있다.

비례대표 정당으로서 국민의당이 살아남는 일도 그리 쉽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되면 아직 미래통합당에 합류하지 않은 인사는 현재로서는 광주 광산을의 권은희(재선) 의원과 비례대표 초선인 이태규 의원 정도다. 국민의당은 최대한 긍정적으로 봐도 현역 의원이 2명뿐인 정당이 될 가능성이 높다. 투표 용지에서 순번이 정의당 뒤로 밀리게 된다.

바른미래당의 대주주 중 하나였던 유승민 의원과 바른정당 출신 인사들은 미래통합당 보수 통합에 합류했다. 안철수 대표와 국민의당 출신 인사들은 미래통합당에 개별적으로 합류하고 지역구 불출마를 선언했다. 짧았던 바른미래당의 중도 실험은 사실상 막을 내리고 양당의 대립에 힘이 붙고 있다.

총선 이후 안철수계 인사들의 이합집산이 어떤 방식으로 이뤄질지 미지수다. 미래통합당의 공천을 받고 출마한 인사들이 안 전 대표와 친밀한 관계를 유지할 지도 확실하지 않다. 한 가지 확실한 점은, 안철수 대표의 정치 구상이 큰 위기에 빠졌다는 점이다.
#안철수 #국민의당 #미래통합당 #총선 #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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