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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간호사가 전한 코로나19 병동의 실상 "최선 다하지만..."

[인터뷰] 대형병원 간호사 "하루아침에 코로나19 병동으로... 사전 교육은 없었다"

등록 2020.03.05 08:12수정 2020.03.05 0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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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오후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 격리병상이 마련된 대구시 중구 계명대학교 대구동산병원에 근무하는 의료진 얼굴에 보호구를 쓴 자국이 선명하게 남아 있다. (사진은 이 인터뷰와 직접 관련이 없습니다.) ⓒ 연합뉴스

 
대구의 한 대형병원. 병동 한 곳이 코로나19 전담 병동으로 바뀌었다. 급증하는 대구·경북 지역 코로나19 환자들을 치료하기 위해서다. 해당 병동이 코로나19 확진자들을 전담하게 되면서 이곳에 있던 기존 환자들은 다른 병동으로 옮겨졌다. 일부 경증 환자들에겐 퇴원 조치도 내렸다.

병동이 전환되면서 의료진 수도 긴급하게 충원됐다. 다른 병동에 있던 간호사들을 이곳 병동으로 빼내는 식이었다. 일반 병동뿐만 아니라 중환자실에 있던 간호사 일부도 차출 대상에 올랐다. 이 과정에서 현장에 투입되는 간호사들은 코로나19에 대비한 사전 교육을 받지 못했다. 차출된 간호사들이 당장 입어야 할 레벨D 방호복에 대한 교육도 마찬가지였다.

간호사 수가 급격히 줄게 된 일반병동과 중환자실, 충분한 사전 지식 없이 코로나19 현장을 맞닥뜨리게 된 일부 간호사들. 대구 소재 대형병원이 직면하게 된 문제다. 과연 이 병원은 병원 내 모든 환자들에게 충분한 치료를 할 수 있는 걸까?

"코로나19 환자가 늘어났다고 해서 다른 질병이 있는 환자들이 사라지는 건 아니다. 하지만 지금 상황에서는 코로나19 환자를 제외한 다른 환자들의 의료서비스가 후순위로 밀려났다고 본다."

해당 병원에서 근무하는 간호사 A씨의 말이다. A씨는 코로나19 병동에서 확진자들을 돌보고 있다. A씨는 2일 오후 <오마이뉴스> 기자와 한 통화에서 파견된 간호사들과 관련해 "파견이 매우 급박하게 이뤄지다 보니 사전 교육도 거의 없었다"고 덧붙였다. 아래는 그와 나눈 일문일답이다.

"간호사들 서로가 괴로워지는 상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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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규모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대구시 중구 계명대학교 대구동산병원으로 이송된 23일 오후 한 의료진이 다음 확진자가 도착하기 앞서 의자에 앉아 잠시 휴식을 취하고 있다. 2020.2.23 ⓒ 연합뉴스

 
- 현재 코로나19 병동은 어떻게 운영되고 있나.
"일손이 부족하다 보니 일반 병동과 중환자실에서 간호사들을 빼내어 저희(코로나19 전담 병동) 쪽으로 파견 배치하고 있다. 중환자실은 안 그래도 일손이 매우 빠듯했던 곳이다. 기존 인력으로도 업무가 겨우 유지되던 곳인데, 이곳에서 간호사를 빼내어 우리 쪽 병동을 메우고 있다. 그래서 중환자실 환자 수도 줄이고 있는 상황이다."

- 중환자실 환자 수를 줄인다는 것은 어떤 의미인가?
"환자를 전원(다른 병원으로 옮기는 것) 시킨다고 들었다. 다른 병동에서는 경증 환자들을 퇴원시키면서 비슷한 조치를 취하고 있다. 이렇게 되면 병원에 남는 것은 집에 갈 수 없을 정도의 중증 환자들이다. 간호사들의 손이 덜 가는 환자 10명과 집에 갈 수 없을 정도의 중증 환자 10명이 남았다고 했을 때 어떤 게 더 업무 부담이 클까? 지금은 우리는 후자의 상태다. 업무 강도는 심해졌고, 한 환자에게 소요되는 돌봄 시간도 길어졌다."

- 코로나19 전담 병동으로 바뀌게 된 해당 병동의 상황은 어떤가?
"우리 병동은 기존에 다인실에서 외과 환자들을 돌봤다. 1인실에는 독감 환자나 감염 가능성이 높은 결핵 환자도 있었다. 하지만 이 환자들 모두 우리 병동이 코로나19 병동으로 전환되면서 다른 병동으로 옮겨진 상태다."

- 다른 병동의 업무가 그만큼 과중되는 것 아닌가?
"그렇다. 우리가 기존 환자들을 보지 못하는 만큼 다른 병동은 그만큼 더 바빠질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에 다른 병동에서 인력을 우리가 더 가져오고 있는 거다. 우리 쪽으로 인력이 오는 만큼, 그쪽도 업무가 가중될 수밖에 없다. 간호사들 서로가 괴로워지는 상황이다."

- 코로나19 환자가 아닌 다른 환자가 겪을 의료 공백의 우려가 있지 않나.
"맞다. 코로나19 환자가 늘어났다고 해서 다른 질병이 있는 환자들이 사라지는 건 아니다. 상황의 특수성 때문에 기존대로 치료 받아야 할 환자들이 피해를 보고 있다. 코로나19가 아니었다면 기존대로 중환자실에서 치료 받고 있었을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다. 중환자가 아닌 다른 환자들도 마찬가지다. 대형병원에 올 정도면 대부분 중증에 해당하는 경우가 더 많다. 하지만 지금 상황에서는 코로나19 환자를 제외한 다른 환자들의 의료서비스가 후순위로 밀려났다고 본다."

- 이런 문제와 관련해 병원 측에서 사전에 대처를 세운 건 없었나?
"없었다. 되려 간호사 인력을 우리 병동에 추가 배치할 때 병원은 중환자 수를 미처 줄이지 못한 상태였다. 병원은 사전에 병상 축소 계획을 세워놨어야 했다. 그래야 기존 환자들이 겪는 혼선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도 이런 부분을 고려해 우리 병원에 미리 권고를 해줬어야 했다. 하지만 이런 사전 대처는 없었다."

"레벨D 방호복 입는 방법조차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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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의 한 대형병원에서 일하는 간호사의 한끼 식사다. 이 사진을 제공한 해당 병원 소속 A간호사는 "지금은 이것도 먹지 못하고 일 하고 있다"며 "식사 거를 때가 훨씬 많다"고 전했다. ⓒ 대구 현장 간호사 제공

 
- 현재 코로나19 병동으로 파견된 간호사들은 관련 업무에 대해 충분히 숙지가 된 상태였나?
"아니다. 파견이 매우 급박하게 이뤄지다 보니 사전 교육도 거의 없었다. 하루 아침에 갑자기 코로나 병동에서 근무한다는 통보를 받는 식이었다. 이곳에 온 간호사들 대부분이 레벨D 방호복 입는 방법조차 몰랐다. 심지어 일반 병동에서 온 간호사들은 집중치료실에서 사용하게 될 기계를 만져본 경험도 없었다. 즉, 응급상황이 터졌을 때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숙지가 된 간호사가 많지 않다는 얘기다."

- 간호사들도, 환자도 안전하지 못한 상황 아닌가?
"이렇게 급히 인력을 충원하게 되면 간호사도 환자를 제대로 보지 못하고, 환자도 최상의 치료를 받을 수 없다. 우리 병동 환자의 상태가 급격히 악화될 경우엔 충분한 대처를 하기도 어려워진다. 이게 당장 우려되는 지점이다. 실제로 오늘 근무하는 간호사들 가운데 집중치료실에서 사용하는 기계를 처음 배워본 사람도 있다."

- 업무 강도는 어떤 편인가?
"밥도 먹지 못하고 일하는 경우가 잦아졌다. 환자들이 급증하면서 상황이 많이 바뀌었다. 일부 간호사들은 업무 시간이 2배로 늘어났다. 문제는 업무 과중뿐만 아니라 간호사들이 처음 마주하는 현장에 던져지고 있다는 것이다. 업무를 배우기 위해 공부를 해야 하는데 절대적인 시간이 부족한 상황이다."

- 현장 간호사들이 느낄 부담감도 상당할 것 같다. 
"실제로 많은 간호사들이 만성 우울증을 호소하고 있다. 집에 가서도 맨날 우는 간호사도 있다. 동료 가운데 급격하게 살이 빠진 사람도 있다. 우리 병동에 갑자기 배치된 간호사들은 내가 코로나 환자 방에 처음 들어갔을 때 느꼈던 막연한 공포까지도 느낄 수 있다. 당시 나는 레벨D 방호복 입는 것도 익숙치 않은 상태여서 안전에 대한 공포가 상당했다. 물론 의료진이라면 누군가가 해야 하는 일이지만 심리적 부담이 상당하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이런 공포가 덤덤한 일상이 되고 있다. 이런 사실이 조금은 속상하기도 하고... 그렇다."

- 이런 상황에서 현장 간호사로서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그럼에도 현장 모든 간호사들이 정말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것이다. 부족한 상황에서도 서로 정보를 공유하면서 대처하고 있다. 상황이 또 어떻게 바뀔지 모르니까 업무 전반에 걸쳐 급히 배우고 있다. 간호사들도 코로나19 현장의 의료진으로서 최선 다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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