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여성의 날, 우리는 여전히 빵과 장미를 원한다

등록 2020.03.07 16:55수정 2020.03.07 1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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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ixabay

 
3월 8일은 세계 여성의 날이다. 이를 맞아 국내 '여성 폭력 피해자 지원'을 위한 센터를 운영하는 '한국 여성의 전화'에서는 한 캠페인을 열었다.  SNS에서 #딸들에게장미를 이라는 해시태그를 달고 퍼져나간 이 캠페인은, 여성의 날이 가지는 의미를 새기고 이를 우리 사회 곳곳에 정착시키기 위한 것으로, 매년 총 8000명의 여성들에게 다양한 의미를 담은 장미를 나눠주고 있다. 이 밖에도 '세계 여성의 날' 마다 우리의 주변에서는 여성들에게 빵과 장미꽃을 나눠주는 모습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과연 이 빵과 장미에는 어떤 의미가 깃들어 있는 것일까?

영국에서 처음 일어났던 산업혁명의 시기는 긍정적인 면과 부정적인 면을 모두 지니고 있었다. 획기적인 발명품들로 인해 대폭 올라간 생산량과 유례없이 빠른 경제 성장, 그리고 한 나라의 산업화까지. 반면 이 모든 것을 해내야 했던 이들은 다름아닌 노동자였다. 당시의 노동환경은 전반적으로 심각한 수준이었다. 낮은 임금과 더불어 열악한 노동 환경, 심지어 아동 착취까지. 산업혁명의 후반기에 들어선 후 12세 이하 아동에 대한 노동력 착취는 법으로 금지되었으나, 면직 공장에서 남성보다 적은 임금을 받으며 일하는 여성 노동자들의 처우는 그대로였다.
  
평등을 위한 투쟁

당시 가난한 이민자들과 함께 열악한 환경에서 일하던 여성 노동자들의 인권은 제대로 보장받지 못했다. 12시간에서 14시간까지 일해야 하는 공장 안은 먼지로 가득했고, 때문에 각종 호흡기 질환을 달고사는 노동자들로 넘쳐났다. 뿐만 아니라 그 시대의 여성들에게는 참정권이 주어지지 않았는데, 이는 노조 결성의 자유마저 없었음을 의미한다. 하루의 절반 이상을 강도 높은 노동에 시달리지만, 결코 국민으로 인정받을 수 없었던 그들. 결국 그들은 이에 저항하고자 일감을 놓고 피켓을 들기로 한다.

1908년 3월 8일, 미국 뉴욕에 위치한 러트거스 광장. 이날 광장은 섬유공장에서 쏟아져 나온 15000여 명의 여성 노동자들로 가득했다. 여성들은 모두 피켓을 들고 있었으며, 조금 뒤 하나의 구호가 광장의 하늘을 가득 메운다.
"WE want bread, But roses, too! (우리는 빵을 원하지만 장미도 원한다!)"

바로 여기서, 우리는 '빵과 장미'의 의미를 깨달을 수 있다. 사람이 살아가는데 꼭 필요한 식량원인 '빵'. 어떤 사람이 빵이 없어 굶주린다는 것은, 인간으로서 살아갈 기본적인 권리마저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바로 그렇기에, '빵'은 인간의 생존권을 나타낸다.

그렇다면 장미는 무슨 의미일까? 우리는 단순히 배고픔이 해결되었다고 해서 사람 답게 사는 것이라고 이야기하지 않는다. 더욱이 투표를 통해 나라의 지도부를 선출하고, 국민으로서의 권리가 존재하는 시대에서는 말이다. 바로 이 대목에서 장미는 여태껏 남성에게만 주어졌던 권리, 즉 '참정권을 비롯한 여러 인권들'을 의미한다. 모든 인간에게는 인간답게 살 권리가 있다는 메시지를 단적으로 담은 이 슬로건은, 이후 전 세계적으로 퍼져 널리 쓰이게 된다.

이 날을 계기로 1909년 2월 28일, 미국에서 첫 번째 '여성의 날'이 선포되었다. 이후 독일의 여성 운동가 '클라라 제트킨'의 제안에 따라 1911년 독일, 오스트리아 등의 다양한 국가에서도 세계 여성의 날 행사를 진행하게 되었으며, 마침내 1975년 UN은 '세계 여성의 해'를 맞아 3월 8일을 세계 여성의 날로 지정하기에 이르었다.
  
국내 여성의 날

그렇다면 우리나라에는 언제 세계 여성의 날이 들어왔을까? 이는 일제강점기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우리나라의 여성의 날은 1920년 화가 나혜석과 언론인 박인덕 등 당시 이름을 날렸던 여성운동가들에 의해 처음 기념되었는데, 시대가 시대인만큼 이들에 대한 편견과 인식 탓에 크게 치르지는 못했다.

이는 해방 이후에도 마찬가지였다. 독재 정권이 들어선 후 여러가지 사회 운동에 대한 탄압 탓에, 여성의 날은 공개적으로 진행되지 못하고 몇몇 소수에 의해서만 치러지는 작은 행사로 간신히 명맥을 이어왔다.

이런 상황은 1985년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해소되기 시작한다. 당시 한국여성단체연합에서 주최한 제1회 한국여성대회가 열린 이후, 매년 3월 8일을 전후해 한국여성노동자협의회, 전국여성노동조합을 중심으로 다양한 행사를 개최함으로써 우리나라도 '여성의 날'에 본격적으로 동참하기 시작한 것이다.

1994년과 1998년에는 여성의 고용안정과 사회적 평등을 주제로 여성노동자대회가 개최되었으며, 1999년에는 고용안정과 조직확대, 2000년에는 여성노동자 조직확대와 비정규직 여성 권리확보 등을 주제로 다양한 행사들이 개최되었다.

하지만 이렇게 수십년 동안 기념되었던 '여성의 날'이 법정기념일이 된 것은 아주 최근의 일이다. 우리나라에서는 2018년, 양성평등기본법 개정으로 '여성의 날'을 법정기념일로 공식 지정하였다. 올해로 여성의 날은 112주년을 맞는다.
  
우리는 아직 장미가 필요하다
 

2018년도 OECD 주요국 중 대한민국은 한 분야에서 최고 수준에 달했다. 바로 남녀 임금 격차이다. 2018년 장진희 한국노총 중앙연구원 연구위원은 우리나라의 성별 임금 격차가 자그마치 37.1%에 달한다고 밝혔다. 애석하게도, 우리나라의 여성들은 아직까지도 여성이라는 이유로 직장에서 남성과 동일한 대우를 받지 못하는 현실에 처해있다.

실제 2017년도에는 '세시 스탑 조기 퇴근' 시위 캠페인이 있었다. 이 행사는 한국의 성별 임금 격차를 노동시간으로 환산할 경우 여성은 오후 3시부터 무급으로 일하는 셈이라는 통계를 근거로 하여 벌어진 캠페인이었다.

이 밖에도 여성을 비롯한 사회적 약자들의 고위직 승진을 막는 보이지 않는 장벽, 일명 '유리천장'이나, 직장 내 여성들을 상대로 벌어지는 성희롱, 성추행 등 여성이 당해온 차별은 많은 이들과 증언과 사건들을 바탕으로 꾸준히 논란이 되어왔다.

해당 주제를 입에 올리는 것만으로도 남녀의 대립구도를 의도하려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 성행했던 지난 이 삼 년 전과 달리, 2019년과 2020년 우리 사회는 아주 조금이나마 성장을 한 게 아닐까 싶다. 그 근거는 2019년 11월 19일, '국민과의 대화'에서 한 여중생이 대통령에게 던졌던 질문에서 찾아볼 수 있다.

"우리나라는 OECD회원국 중 성별 임금 격차가 부동의 1위다. 한국 상위 100대 기업에서 남성 7700만원, 여성 4800만원으로 큰 차이가 난다. 저 같은 여성 청소년이 생각하기에 너무 암울하다. 대통령님 이 문제가 어떻게 해결돼야 한다고 생각하냐"

이날 이 여중생의 질문은 각종 SNS 등에서 '훌륭하고 용감한 질문'이라는 찬사를 받았으며, 수많은 여성들이 이 질문에 깊이 공감한다는 뜻을 밝혔다. 이는 우리에게 아직 장미가 필요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빵과 장미가 필요하다고 외치는 시대를 넘어서, 당당히 장미를 요구할 수 있는 시대에 이르기까지. 이번 3월 8일 여성의 날을 맞아, 우리 사회에 이 중학생처럼 좀 더 당당하게 '장미'를 요구하는 여성 노동자들이 늘어났으면 하는 바람이다.

최세희 기자 (강원애니고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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