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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살 아이의 말 "신종 코로나 뉴스 다시 들려줘"

[초보아빠 육아일기] ‘코로나’라는 말부터 배워버린 아기

등록 2020.03.04 13:46수정 2020.03.04 1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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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은 투정 부리는 네 살 아기이지만 형이 되어 버린 엄마 판박이 첫째 아들. 작년 여름 세상에 나와 이제야 앉아서 자기 할 일을 하는 아빠 판박이 둘째 아들. 사랑스러운 두 아들과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있는 육아빠입니다. 이 세상 모든 사랑스럽고 소중한 아기들과 쉴 틈 없이 바쁘게 일과 육아를 병행하느라 고생하는 멋진 엄마, 아빠들을 항상 멀리서나마 응원합니다.[기자말]
"여보, 오늘도 코로나로 인한 사망자가 생겼대."
 "아이고, 이거 진짜 큰일이네. 코로나가 빨리 좀 지나가야 하는데. 걱정이다."



질병관리본부의 코로나19 관련 보도자료가 나오고, 인터넷 포털사이트에 계속해서 안타까운 비보가 들려오면 저와 아내는 항상 걱정 어린 대화를 하곤 합니다. 불과 몇 달 전까지만 해도 스마트폰으로 여러 주제의 뉴스도 보고, 드라마도 보고 재미있는 영상도 찾아보면서 여유를 찾곤 했는데 요즘에는 코로나19와 관련된 보도만 보기에도 시간이 부족할 따름입니다.

게다가, 며칠 전부터는 어린이집과 유치원, 각급 학교의 교직원과 아동들의 감염도 늘었다는 소식입니다. 심지어 3살 유아와 45일 된 신생아까지 코로나19에 걸렸다는 기사를 접하며 집에 있으면서도 불안감이 커지곤 합니다.

첫째 아들의 웃픈 코로나19 대화법

지난 주말이었습니다. 휴일이기도 했고, 급격하게 대구 및 경북 지역에 코로나19 확진 수가 급증하면서 아내와 저는 기사를 실시간으로 보며, 라디오를 통해 관련 뉴스를 듣고 있었죠. 첫째 아들이 배가 고픈지 식탁에 앉아 있길래 쌀과자를 챙겨주려고 그릇을 꺼내고 있었습니다. 그때 아주 또렷한 목소리가 등 뒤에서 들려왔습니다.

"아리아~ , 신종 코로나 뉴스 다시 들려줘."


아주 정확한 발음으로 시사 뉴스를 청취하려고 한 사람은 다름 아닌 네살배기 첫째 아들이었습니다. '아리아'는 집에서 쓰고 있는 인공지능 스피커인데요. 엄마와 아빠가 툭하면 '아리아~ 코로나 뉴스 들려줘', '아리아, 코로나 소식 좀 알려줘' 이런 말을 하니까 첫째 아들도 따라 배운 겁니다.

아들이 코로나19에 대해 정확하게 이해하지는 못했겠지만 엄마와 아빠가 이 감염병 때문에 걱정을 많이 하고, 그와 관련된 뉴스를 많이 듣고 있다는 것을 알고는 '아리아'를 불렀던 것입니다. 또, 저녁에는 유명 방송인이 하는 라디오 방송을 듣고 있었는데 '이건 코로나 뉴스야?'라고 물어보기도 합니다. 참 신기하지요.

사실, 첫째 아들은 말이 조금 느려서 30개월이 훌쩍 넘어서야 조금씩 말을 하기 시작했거든요. 그 전에는 물, 엄마, 아빠, 토끼 정도의 낱말만 말할 줄 알고, 특히 'ㄹ' 발음이 들어가는 건 정말 어려워했습니다. 그리고 본인의 이름도 한 글자씩만 말할 줄 알아서 약간은 걱정을 하기도 했죠.

그래서 더욱더 놀라웠어요. 말이 트인 지 얼마 안 된 아들이 '코로나'란 말을 가르쳐주지도 않았는데 쉽게 배웠으니까요. 그만큼 우리 가족이 참 이 낱말을 저도 모르게 최근에 많이 쓰고 있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마스크 쓰고 공원으로 ⓒ 박현진

 
"아빠, 빨리 마스크 써!"

주말 동안 집에만 있으려니 아들이 너무 심심해했어요. 그리고 집에서는 하도 낮잠을 자지 않으려는 성향이 있어서 차를 타며 잠도 재울 겸 오랜만에 아들과 단 둘이 외출을 하기로 했습니다.

인적이 아주 드문 공원에 가서 한 바퀴 돌고 올 생각이었죠. 물론, 저와 아들 둘 다 마스크를 코까지 완벽하게 덮고 출발했습니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가 지하 주차장에 갔어요. 그리고는 아들을 카시트에 태우고 저도 운전석에 탔습니다. 그러고는 바로 마스크를 벗었습니다. 안 그래도 제가 코가 큰 편이고 안경도 쓰고 있어서 마스크를 쓰면 너무 불편하던 참이었거든요.

"아빠, 빨리 마스크 써! 떼떼도 썼잖아!"

또 한 번 등 뒤에서 아주 당찬 목소리가 들려옵니다. '떼떼'는 저와 아내가 첫째 아들을 부르는 애칭인데요. 이렇게 자신을 강조하고 싶을 때는 꼭 사용합니다. 본인도 마스크를 썼는데 아빠가 바로 벗어버리니 저를 혼낸 것이죠.

"알겠습니다, 아들님. 미안해요. 아빠, 마스크 쓸게요."

결국, 저는 어쩔 수 없이 차 안에서도 코까지 마스크를 쓰고 운전을 해서 공원까지 갔습니다. 내심 '마스크 착용 교육을 참 잘 했구나!'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이번 주말은 참 여러 번 아들에게 많은 걸 배우고 있습니다.

공원에 가니 역시나 아주 한적했어요. 사람들이 거의 없었죠. 유아용 놀이터와 모래 놀이를 할 수 있는 공간으로 아들과 함께 뛰어갔습니다. 아들은 오랜만에 나온 외출에 정말 신이 났죠. 주변에 사람은 없었지만 혹시 모르니 저와 아들은 둘 다 마스크를 쓰고 있었어요.
 

마스크 쓴 아기 ⓒ 박현진

 
그런데, 평소에 마스크를 쓰고도 잘 노는 아들이 오늘은 마스크를 빼고 싶다고 하더라고요. 귀가 아프다고요. 그래서 봤더니 마스크를 쓰는 끈이 있는 귀의 윗부분 피부가 아주 빨개져 있었습니다. 안 그래도 그쪽 피부가 건조하고 상태가 안 좋았는데 마스크를 쓰면서 더 심해진 것이죠.

"그래. 주변에 사람 없으니까 마스크 벗고 놀자. 귀가 많이 아팠겠는데? 대신 주변에 사람이 오면 또 마스크 쓰는 거야! 알았지?"
 

마스크를 써서 귀의 윗부분이 빨개진 아이 ⓒ 박현진

 
"아빠, 이거 미세먼지야? 신종 코로나야?"

열심히 두 시간 동안 뛰어놀고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운전해서 집으로 오는 동안 아이의 빨개진 귀가 생각나서 마음이 무거웠어요. 한참 즐겁고 행복하게 걱정 없이 뛰어놀아야 할 나이인데 요즘 신경 쓸 것이 너무 많잖아요. 미세먼지 때문에 마스크를 쓰다가 이제는 공기가 좋아도 코로나19라는 감염병 때문에 마스크를 쓰고 놀 수밖에 없는 아이가 안쓰러웠습니다.

어제 저녁 시간이었습니다. 며칠 전 산 보름달 같은 뻥튀기 두 장을 꺼내더니 마치 심벌즈를 치듯이 뻥튀기로 박수를 칩니다. 그랬더니 작은 쌀가루들이 공기 중에 떠다녔어요. 흩어지는 가루를 보면서 아들이 물었습니다.

"아빠, 이거 미세먼지야? 신종 코로나야?"

저와 아내는 아들의 말에 한참을 웃었습니다. 미세먼지 없는 깨끗한 하늘에 코로나19도 사라져서 온 가족이 즐겁게 아름다운 봄을 맞이할 수 있는 때가 빨리 왔으면 좋겠습니다. 지금도 쉬지 않고 코로나19와 싸우고 있는 모든 사람들을 진심으로 응원합니다.
 

마스크 안 끼고 놀고 싶어요 ⓒ 박현진

#신종 코로나 #미세먼지 #육아빠 #마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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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과 사랑이 가득한 초등학생을 가르치는 교사입니다. 소박하지만 따뜻한 교육이야기를 전하고자합니다. 또, 가정에서는 한 여자의 남편으로서 한 아이의 아빠로서 사람사는 이야기를 하고자 합니다. 바둑과 야구팀 NC다이노스를 좋아해서 스포츠 기사도 도전해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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