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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검이 돼 돌아온 아들... 우리가 몰랐던 진통제의 진실

[월간 넷플릭스] 2020년 2월 공개 추천작 4편

20.03.03 18:07최종업데이트20.03.03 1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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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2월 넷플릭스 공개작 중에서 단연 화제를 많이 불러 모은 작품은 <내가 사랑했던 모든 남자들에게: P.S. 여전히 널 사랑해>일 것입니다. 작년에 공개되어 큰 호응을 받았던 <내가 사랑했던 모든 남자들에게>의 후속편이죠. 

이 밖에도 오로지 대화를 통한 교감만으로 커플이 되고 결혼에 성공할 수 있을지 알아보는 연애 실험 리얼리티쇼 <연애 실험: 블라인드 러브>, 작년에 처음 소개되어 큰 인기를 끌었던 존 파브로와 로이 최의 요리 쇼 <더 셰프 쇼 시즌 1: 3부> 등이 알려진 작품들입니다. 

이 글에서는 2월 공개작 중 챙겨볼 만한 다큐멘터리 시리즈 3편과 1편의 영화를 모아 소개합니다.
 

<죽음의 진통제>의 포스터 이미지 ⓒ NETFLIX

   
<죽음의 진통제>(The Pharmacist)(총 4화, 각 50~60분) - 2/5 공개

2010년대 미국에서는 마약성 진통제 '오피오이드' 남용이 아주 큰 사회 문제였습니다. '오피오이드'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아편(opium)에서 추출한 성분으로 만든 진통제를 통칭하는 이름입니다. 대표적인 아편계 마약인 헤로인과 같은 성분이지만, 인체에 흡수되는 시간을 길게 늘여서 시간당 흡수량을 적게 만든 약제죠. 의사의 처방전만 있으면 쉽게 약국에서 살 수 있는 약들이라 애초부터 오남용 위험이 컸습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다큐멘터리 시리즈 <죽음의 진통제>(The Phamacist)는 오피오이드 남용에 맞서 싸운 한 약사의 이야기를 다룹니다. 평범한 약사였던 주인공은 몰래 마약을 사러 나갔다가 차가운 주검으로 돌아온 아들의 사건을 집요하게 파헤칩니다. 아들의 사건을 해결하며 마약에 대해 경각심이 높아진 그는 특정 의사가 대량으로 오피오이드 처방을 하고 있음을 알게 되고 그 이면의 비밀을 파헤치기 시작합니다.

이 작품은 한 개인의 이야기를 다루지만 오피오이드 중독이라는 사회 문제를 넓게 조망하는 기회를 제공합니다. 세계 최대의 경제 대국인 미국이 고질적인 빈부 격차, 무슨 이유에서인지 작동이 늦는 사회 안전망, 공중 보건의 빈틈을 뚫고 막대한 이득을 취하는 거대 기업의 비양심적인 행동 때문에 다수 국민의 희생을 막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을 뼈아프게 일깨우죠. 오피오이드 중독에 관심 있는 분들은 꼭 챙겨 보시기 바랍니다.
 

<누가 맬컴 X를 죽였나?>의 스틸컷 ⓒ NETFLIX

 
<누가 맬컴 X를 죽였나?>(Who Killed Malcolm X?)(총 6화, 각 43분) - 2/7 공개

맬컴 X는 1950~60년대 흑인 민권 운동의 상징적인 존재입니다. 마틴 루서 킹 목사의 비폭력 평화주의와는 달리, '네이션 오브 이슬람'이라는 이슬람 단체를 주도적으로 이끌며 백인의 압제에 단호히 저항하고 흑인만의 국가를 건설하자는 촉구했죠. 하지만, 나중에는 '네이션 오브 이슬람'을 탈퇴하는 등 다른 흑인들과 갈등을 겪다 39세라는 젊은 나이에 암살당하고 맙니다.

이 다큐멘터리 시리즈는 맬컴 X 암살 당시의 수사와 재판이 아주 부실했으며, 체포당해 옥살이를 한 사람 이외에 진범이 따로 있다는 사실에 주목합니다. 맬컴 X의 죽음에 관한 진실을 파헤치는 어느 아마추어 역사가의 여정을 따라 차근차근 진실에 다가갑니다. 듣는 사람의 피를 끓게 하는 명연설가였으며, 순수한 신념을 지녔던 맬컴 X를 죽인 진범은 과연 모습을 드러낼까요?

맬컴 X의 죽음에는 그 때문에 손해를 봤거나, 그의 존재를 거추장스럽게 여겼던 여러 사람이 얽혀 있습니다. 인간의 역사는 순수하고 원칙에 충실한 사람부터 희생양으로 삼는 비극을 반복해 왔죠. 한국 현대사에도 이렇게 희생된 사람들이 여럿 있습니다. 해방 직후 김구 선생부터 최근의 노무현 대통령까지요. 이 다큐멘터리는 미국 인물에 대한 이야기지만, 과거 사건을 재조합하는 또 하나의 새로운 방식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챙겨볼 만한 작품입니다.
 

<베이비스: 눈부신 첫해>의 포스터 이미지 ⓒ NETFLIX

 
<베이비스: 눈부신 첫해>(Babies)(총 6화, 각 50분 내외) - 2/21 공개

아이를 키우다 보면 아기 때 있었던 일들이 문득문득 떠오를 때가 있습니다. 정말 너무 작아서 부모 없이는 하루도 못 살 것 같은 아이가 배고프면 집이 떠나가도록 웁니다. 3시간마다 먹는 분유는 다 어디로 들어가는지 엄청난 먹성을 자랑하죠. 배밀이와 뒤집기를 하면서 호기심을 충족하고. 말도 몇 마디 할 수 있게 되면 매일 매일 자라는 모습이 기특하기만 하죠.

넷플릭스 오리지널 다큐멘터리 시리즈 <베이비스: 눈부신 첫해>는 가장 작은 인간, 아기를 통해 알 수 있는 생명의 신비를 자세하게 보여 줍니다. 음식부터 수면, 말하기, 첫걸음마까지요. 1년 넘게 15명의 아기를 추적 관찰하고 36명의 과학자가 연구한 결과를 토대로 만들었습니다.

아이가 있는 젊은 부부들에게는 여러모로 감회가 깊을 만한 작품입니다. 아이 키우면서 어려웠던 일, 기뻤던 일, 도저히 모르겠던 일들을 화면을 통해서 공유하는 경험은 여러모로 큰 위로와 힘이 됩니다. 귀여운 아기들이 다수 등장한다는 것도 이 시리즈의 빼놓을 수 없는 매력 포인트죠.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눈부신 세상 끝에서, 너와 나>의 포스터 ⓒ NETFLIX

 
<눈부신 세상 끝에서, 너와 나>(All the Bright Places)(107분) - 2/28 공개

고등학생 테오도어 핀치(저스티스 스미스)는 새벽에 조깅하다가 같은 학교에 다니는 바이올렛 마키(엘르 패닝)를 발견합니다. 바이올렛은 혼자서 높은 고가도로 난간에 멍하니 서 있습니다. 테오도어는 바이올렛에게 다가가 말을 건네며 현실로 돌아오게 합니다. 알고 보니 바이올렛은 언니의 죽음으로 삶의 의욕을 잃어버린 상태였죠. 테오도어는 바이올렛이 그런 상태에서 빠져나올 계기를 만들어주려 합니다.

동명의 베스트셀러 소설을 원작으로 만든 이 작품은 겉으로 보기에는 아무렇지 않아도 깊은 마음의 병을 앓고 있는 사람들을 다룹니다. 자기 앞가림하느라 바빠서 주위를 둘러보지 못하는 틈에, 우리 주변의 어떤 사람들은 삶에 대한 의욕을 조금씩 잃어가고 있는 것은 아닐까요? 이 영화는 그런 사람들에게 어떻게 다가갈지, 무슨 도움을 줘야 할지 생각해 보는 실마리를 제공합니다.

주연을 맡은 엘르 패닝과 저스티스 스미스의 섬세한 연기가 단연 눈에 띄는 작품입니다. 두 사람은 극단적인 심리 상태와 섬세한 내면의 변화를 정확하게 표현해내며 관객의 마음을 서서히 사로잡습니다. 처음 볼 때는 더 잘 알려진 엘르 패닝의 매력과 연기에 더 집중하게 되지만, 결말을 다 알고 나서 두 번째 볼 때는 저스티스 스미스의 표현력에 감탄하게 되죠. 
덧붙이는 글 권오윤 시민기자의 블로그(cinekwon.com)에도 게재된 글입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오피오이드 맬컴 X 육아 다큐멘터리 넷플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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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와 책에 관심 많은 영화인. 두 아이의 아빠. 주말 핫케익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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